“남들이 버린 것들을 바닷속까지 가서 주울 때 어떤 기분이에요?”

제가 최근에 수업을 통해 만난 학생들은 중학교 도시농부 동아리로 도시 속에서 생태적 삶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목적을 가진 학생들이었어요. 도시 안에서 식물을 키우고 자원을 보호하며 생태계를 유지하는 일련의 요소들이 다 중요하지만 그중 ‘물과 해양 생태계’에 대한 특별한 관심에서 연결되어 ‘해양 쓰레기’ 수업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해양 쓰레기의 양과 상황, 쓰레기 때문에 생명이 위태로워진 바닷속의 생명체들에 대한 뉴스를 통해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바다를 얼마나 병들게 하고 있는지 아프게 깨닫게 되는 시간입니다. 이런 현장의 상황들을 직간접적으로 마주한 학생들은 현재 해양 상황은 과연 어떠한 실정이고 쓰레기 문제로부터 어떻게 나아질 수 있는지 탐구하는 질문지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해양 생태계를 지키는 단체(SEA SHEPHERD KOREA)의 활동가로부터 직접 현장 전문가 인터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한 학생이 “남들이 버린 것들을 바닷속까지 내려가서 주울 땐 어떤 기분이에요?” 하고 질문했습니다. 바다 안의 삶을 알게 된 이후로는 바닷속의 동물을 먹지 않는다는 활동가는 누가 어떻게 버렸건 바닷속에 더이상 쓰레기가 늘어나질 않길 바라며, 도시에서도 무언가를 사고 버릴 때도 바닷속을 생각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도 ‘물살이’라는 단어를 최근에 알게 됐습니다. 물 속에 사는 동물들을 물‘고기’라고 부르며 인간의 식용 대상으로만 보는 것에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그들을 물에 사는 생명인 ‘물살이’라고 부른다고 하죠. 내가 버린 쓰레기가 물살이들의 삶을 위협하는 흐름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도록, 쉽게 사고 버리는 행동에서 벗어나면 좋겠습니다. 도시에서도 쓰레기를 만들 때마다 바다를 생각하며, 깊고 먼 곳까지 바라보는 태도를 우리 모두가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집 베란다‧복도 화단에서는 공생관계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천리향이나 행운목 같은 화분에 생명력도 번식력도 강인한 덩굴해란초들이 같이 자라나곤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공생은 지금까지 11년째 이어지고 있는 난과 아디안텀의 단단한 공생🍀입니다.

아디안텀은 줄기도 잎도 조그맣고 여려서 두어 차례 도전에도 불구하고 베란다 화단에 정착하지 못했던 식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눈이 번쩍 뜨이는 놀라운 광경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난 화분에 있는 작은 숨구멍 사이로 아디안텀이 뾰족이 고개를 내밀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처음 만난 신기한 현상에 깜짝 놀란 우리 가족은 탄성을 지르며 기뻐했습니다. 아디안텀의 생명력을 담고 있던 무엇인가가 난화분에 뚫린 작은 숨구멍 사이로 들어가 난석에 생명을 내리고 정착을 한 것입니다.

김용범의 『식물의 전쟁』이라는 책에 “식물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로 돕는다. 같은 종 사이에서 돕는 것이 촉진과 공생이고, 다른 종 사이에 돕는 상호작용은 협동과 이타적 행동이다. 협동은 편리공생과 상리공생으로 나뉘며, 이타적 행동은 대표적으로 혈연선택이 있다. 이타적 행동은 상대를 배려하느라 자신의 에너지나 자원을 사용해도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것으로부터 상호간의 번식이나 성장의 이점을 얻어 생존 가능성을 올린다.”라는 글귀가 떠올랐습니다.

이들이 서로 다른 종이니 남의 집에 쳐들어간 아디안텀이 해는 없고 이익만 보는 편리공생인지 아니면 같은 종이 아님에도 이루어지는 특별한 이타적 행동인지 저로서는 분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11년째 상호 생존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대단한 한 쌍입니다. 이들과 함께 공존하는 저에게, 남들 눈에 흔하디 흔한 풀떼기로 보일 베란다와 복도의 나무와 풀들은 일상을 나누는 동반자이자 늘 깨달음을 주는 작은 교실입니다.  

환경교육사 교육을 받으며 개인적인 실천을 넘어 사회적인 변화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경을 위한 실천은 개인에서 출발하지만 정책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환경을 파괴하는 구조적인 양상을 해결하기엔 부족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더 큰 물결을 만드는 데 함께하고자 작년 기후정의행진에 이어 지난 4월 14일 세종시에서 열린 기후정의파업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왜 서울이 아닌 세종에서 할까?’, ‘왜 주말이 아니고 평일에 할까?’, ‘왜 파업인걸까?’ 여러 가지 궁금점이 생겼습니다. 더욱이 서울이 아닌 흔히 지방이라고 하는 세종에서 진행하기에 몇 시간을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 고민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414기후정의파업 추진위원회에서 하는 간담회를 통해 궁금점은 해결되었고, 단번에 참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흔히 뉴스에서 보는 시위나 파업 등의 현장을 보면, 조금은 무섭고 때로는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작년 924기후정의행진과 올해 414기후정의파업의 현장에서는 진지함은 물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 그리고 연대의 끈끈함, 우리가 원하는 것을 위해 함께 큰 목소리를 내는 짜릿함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풍물패나 공연팀이 있어 현장은 더욱 생동감 넘치고 흥겹기도 합니다. 역시 직접 참여를 해야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즉, 이런 자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폭력적이거나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아닌 나와 같은 보통의 사람들이고 또 부당함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있는 사람들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환경 교육하는 사람이 무슨 그런 것까지 참여하냐며 얘기하기도 합니다. 교육에 더욱 몰두하라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환경교육을 하면서 학습자에게 울림없는 실천과 지식을 전달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기후위기 시대이니까요. 알기만 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배움의 정도가 다릅니다. 교육에서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배우면 행하는 삶으로 학습자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힘은 작지만 큰 잠재력을 가진 개인이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나가는지 그 생생한 현장을 전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