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운동 단체들은 약 10년 전부터 공용 사무실 ’나름아지트’에 모여 일했습니다. 현재는 다다다협동조합과 공간을 함께 운영하며 ‘다양성실험실’로 명칭이 바뀌었어요.
자가용이 없는 청소년들이 쉽게 올 수 있도록 지하철이나 버스정류장과 그다지 멀지 않도록, 사무 공간과 별도로 열 명 정도가 함께 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분리되도록.. 이라는 조건에, 청소년운동이 가진 미약한 자본이라는 조건이 더해지면, 이사를 갈 때마다 기적을 이뤄내는 기분이 되곤 합니다.
공장이었던 곳을 사무실로 바꾸고, 월세가 올라 쫒겨나기를 반복하거나, 사무실 옆에 큰 원룸촌 빌딩이 들어서서 하루 종일 공사소음에 시달리거나.. 하다가 현재의 사무실로 왔습니다. 창문 가득 해가 들이비치고, 처음으로 온수와 바닥난방이 가능한 사무실.. 지금까지 중 가장 좋은 환경이라며 좋아하던 것도 잠시…
장마가 시작되자 워터파크를 개장하게 됩니다. 2022년 약 3개월, 여름철 내내 사무실 곳곳에 쓰레기통, 리빙박스를 총동원해 새는 빗물을 받아내고 지내다, 건물주가 건물 외벽공사를 한다기에 올 해는 괜찮을까 하고 기대했습니다만, 역시나 누수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 일단 빗물 통을 비우고, 흡수재로 받쳐둔 걸레를 짜서 재배치하고…. 하는 일상이 계속되던 와중, 천장 누수로 결국 전등 또한 켜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야간노동을 방지하기 위한 하늘의 뜻이라고 웃으면서도, 한 차례 장마가 지나가고(요즘은 장마라기 보다는 ‘우기’에 가깝다고들 합니다만..) 태풍이 다가오는 지금, 다시 두렵습니다.
그냥 비가 새는 것이 두렵다기 보다는, 지금 사무실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도 어디서나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가깝습니다. 현재는 다행이도 컴퓨터 등 전자제품이 침수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우리는 그런 비상시에 대처할 만한 안전망이 있나? 생각하면 좀 우울해 집니다.
저는 지음 창립 이후 1년차가 조금 넘었을 때에 본격적으로 활동에 합류했습니다. 2년차부터 지음 공금관리를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상임활동가들에게 적어도 최저임금은 보장하자는 원칙으로, 주당 노동시간을 최대한 적게 잡고, 당연히 넘칠 수 밖에 없는 시간들을 대체휴가로 대신하면서도, 어쨌든 임금을 주지 못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걸 3년째 계속해 오면서도, 150만원 정도의 정기후원으로, 어떻게 4인의 반상근비가 지급이 되는지, 수수께끼입니다. 물론 인권교육 수입, 발제비 수입 등등이 비정기적으로 들어오기에 가능한 일이고, 올 해 들어선 매우 감사하게도 인권재단사람의 인권단체 인큐베이팅에 선정된 덕분에 파산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월 말이 되면 자다가 깨서 공금 통장에 이번 달 상근비를 지출할 만큼 돈이 있는지 확인하던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지금은 훨씬 나은 조건이 되었지요.
하지만 역시 인큐베이팅은 단체들이 이 도움 이후에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 언제까지고 금전적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지음의 재정은 아직 전혀 ‘자립할’ 수준의 안정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구요.
지음 활동가들은 사실 정기 후원을 요청하는 데에 매우 서투른 편입니다. 우리가 하는 활동이 필요하고 가치있다는 말은 정말 많이 하지만, 그래서 돈을 후원해 달라는 말을 정말이지 못합니다. 윤석열 정부 아래 여러 단체들이 재정난으로 휘청이고 있는 지금, 더더욱 입이 떨어지지 않는 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재 인권재단사람이 인큐베이팅의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는 홍보교육, 운영교육 등에 열심히 참여하며,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지음의 활동을 접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들이 지음의 가치에 동의하고 후원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배우며 연구하고 있습니다.
인큐베이팅이 끝나고 단체가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면, 인권재단사람에서 지원해 준 공공의 돈, 동료 시민들의 후원금을 오히려 낭비한 꼴이 되어버립니다.
때문에 뚝딱지음에 이런 구구절절한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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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사진 설명 - 이번 호우에 2년 연속 비가 새는 바람에, 짐을 치우고 리빙박스를 비워서 물받이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