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8
가장 짧은 문장으로 가장 긴 여운을 주는 詩! 시는 ‘영혼의 비타민’이자 ‘마음을 울리는 악기’입니다. 영감의 원천, 아이디어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눈 밝은 CEO는 시에서 ‘생각의 창’을 발견합니다. 한국경제 논설위원인 고두현 시인이 금요일 아침마다 ‘영혼의 비타민’을 배달합니다.
고두현 시인(한경 논설위원 / kdh@hankyung.com)
취하라
  언제나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거기에 있다. 그것이 유일한 문제다. 그대의 어깨를 짓누르고, 땅을 향해 그대 몸을 구부러뜨리는 저 시간의 무서운 짐을 느끼지 않으려면, 쉴 새 없이 취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에? 술에, 시에 혹은 미덕에, 무엇에나 그대 좋을 대로 아무튼 취해라.
  그리하여 때때로, 궁전의 섬돌 위에서, 도랑의 푸른 풀 위에서, 그대 방의 침울한 고독 속에서, 그대 깨어 일어나, 취기가 벌써 줄어들거나 사라지거든, 물어보라. 바람에, 물결에, 별에, 새에, 시계에, 달아나는 모든 것에, 울부짖는 모든 것에, 흘러가는 모든 것에, 노래하는 모든 것에, 말하는 모든 것에 물어보라, 지금 몇 시인가를. 그러면 바람이, 물결이, 별이, 새가, 시계가 그대에게 대답하리라. “지금은 취할 시간! 시간의 학대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끊임없이 취하라! 술에, 시에 혹은 미덕에 무엇이든 그대 마음대로.”
* 샤를 보들레르(1821~1867) : 프랑스 시인.
 아주 도발적인 시죠? 이 시는 샤를 보들레르가 죽고 난 뒤에 나온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Le spleen de Paris)’에 실려 있습니다. 주된 메시지는 도취와 몰입을 통해 시간의 압박과 권태를 잊으라는 것이지요. 무언가에 집중할 때 우리 삶이 완성된다는 평소 철학을 담은 시이기도 합니다.

 센 강변로 17번지에 살았던 보들레르
몇 년 전, 보들레르가 살던 집을 찾아간 적이 있지요. 센 강 한가운데에 형제처럼 떠 있는 섬 두 개가 있는데 그중 큰 게 노트르담 대성당을 품고 있는 시테섬이고, 작은 게 고급 주택가로 이름난 생루이섬입니다. 보들레르는 생루이섬의 동쪽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고도는 강변도로(Quai d’Anjou) 17번지에 살았습니다.

‘악의 꽃’을 썼던 방은 4층 건물의 꼭대기에 있었지요. 좁은 2차선 도로 곁으로 센 강이 흐르고 밤에는 강물이 찰랑거리는 소리  >>자세히 보기 
 고두현 시인·한국경제 논설위원 :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달의 뒷면을 보다』 등 출간.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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