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걸어가는 길-도(道)

道(도)자는 갑골문에는 보이지 않고 금문에 처음 나타난다. 착(辶)과 수(首)가 결합한 형태이다. 착(辶)은 ‘조심스럽게 앞으로 걸어 나가는 동작’을 의미하고 수(首)는 ‘걸어가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머리’를 의미한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주변을 경계하며 천천히 걸어가는 인간의 활동을 의미하는 글자로 볼 수 있다. 이 글자는 이후 인간의 걸어가는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물리적 의미의 길을 의미하는 글자로 정착한다. 《설문해자》에 道(도)자는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길을 나타내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자문화권 사람들의 가장 기본 관점 중 하나는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物]은 시작에서 끝에 이르는 ‘움직임의 과정’ 중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해와 달은 언제나 하루나 한 달, 일 년을 기준으로 자신의 길에 따라 움직인다.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으로 끝없는 시작과 끝의 과정을 이어나간다. 생명체들은 각기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는 여정을 밟고 있고 자연물과 인공물은 생성과 소멸의 과정 속의 한 지점에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세상은 시작에서 끝에 이르는 과정 중에 있는 모든 것들의 총합이다.

길에는 출발점이 있고 종착점이 있다. 이런 점에서 道(도)자는 시작에서 끝에 이르는 세상 만물의 움직임을 담아내기에 가장 적절한 개념이다. 그래서 道[도]자는 물리적 길의 의미를 넘어 한자문화권에서 세상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 가장 중요한 글자가 되었다. 《한한대사전(漢韓大辭典)》(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 편)에 道(도)자는 58개의 의미로 풀이 되고 있다. 길, 방향, 방법으로 풀이되기도 하고 주의나 주장 또는 사상 체계, 도덕이나 인륜, 우주 만물의 본원이자 본체 등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道(도)자를 풀이한 이런 단어의 의미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출발점[시작점]에서 종착점[목적지]에 이르는 ‘움직임’이라는 道(도)자의 기본 의미를 바탕에 두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道(도)의 우리말 길에는 ‘움직임’이라는 도의 기본 의미가 잘 녹아들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길에 대한 풀이는 1) ‘사람이나 동물 또는 자동차 따위가 지나갈 수 있게 땅 위에 낸 일정한 너비의 공간’, 2)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개인의 삶이나 사회적·역사적 발전 따위가 전개되는 과정’, 3) ‘사람이 삶을 살아가거나 사회가 발전해 가는 데에 지향하는 방향, 지침, 목적이나 전문 분야’, 4) ‘어떤 자격이나 신분으로서 주어진 도리나 임무’ 5) ‘(주로 ‘-는/을 길’ 구성으로 쓰여) 방법이나 수단’, 6) ‘((주로 ‘-는 길로’ 구성으로 쓰여)) 어떤 행동이 끝나자마자 즉시’ 7) ‘(‘-는 길에’, ‘-는 길이다’ 구성으로 쓰여) 어떠한 일을 하는 도중이나 기회’ 등이다.

★길을 뜻하는 한자들: 노(路), 도(途), 가(街), 구(衢), 해(蹊), 경(徑), 규(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