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라는 단어는 친해지기 어려운 친구 같은 느낌이다. 어렵고 딱딱해 보이니 아무나 다가가기 쉽지 않고 말을 건네기도 꺼려진다. 하지만 철학은 생각보다 친절하고 누구보다 세심한 친구가 될 수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사전적 의미는 잠시 접어두자. 철학은 살면서 부딪치는 문제, 심각하게 고민하는 상황, 슬프고 괴로운 감정을 느낄 때 손 내미는 삶의 동반자다.
철학자 김수영은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라고 했으나 오히려 ‘내가 철학의 손을 잡을 때’ 관점의 변화가 시작된다.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지 않으면 생각하던 대로 생각하고, 타인과 세상을 언제나 같은 관점으로 볼 수밖에 없다. 철학은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는 학문이다. 무엇보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도구다. 자기에게 정해진 운명을 사랑하라는 “아모르 파티”는 어떤 의미일까? “학교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배워라.”,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친구는 또 다른 자기 자신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미디어는 메시지다” 등 조금 익숙한 말도 있지만 낯선 문장과 표현들이 가득한 책은 차례만 훑어봐도 관심이 간다. 지루한 철학자의 생애와 사상, 개념과 용어 설명 대신 대표적인 한 문장, 표현 하나에 집중해보자. 저자의 친절한 설명과 상세한 풀이로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인류의 오랜 역사를 돌아보면 지금, 여기에서 내가 하는 고민과 질문은 이미 수많은 사람도 겪었던 일이다. 어쩌면 철학은 그 생각의 흔적들이다. 먼저 살다 간 인생 선배들의 푸념이 아니라 시대를 뛰어넘어 인간과 세계를 통찰할 수 있는 사유의 흔적을 따라가는 일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익숙한 사람과 사물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새로운 관점은 자기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삶의 태도다. 문장 하나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기나긴 역사를 돌아보며 우리에게 주어진 현재와 미래에게 손을 내밀어 보자.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지만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삶은 더욱 소중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