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차 뒤에 제트 엔진 얹는다고 제대로 달릴까요?
X가 빠진 AX는 그냥 AI일뿐 (2026.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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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 교육 과정을 보면 'Claude Code 익히기', 'Agent 만들기' 등과 같은 내용이 많습니다. AI를 그냥 활용하고 접목하는데만 혈안입니다. 기업의 
AI의 가치는 어디에? (2024.10.24) @BCG

연초 경영회의에서 대표가 말합니다. "올해는 AX 원년입니다. 전 부서가 AX 과제를 하나씩 내 주세요." 몇 주 뒤 올라온 과제 목록을 보면 회의록 요약 자동화, 보고서 초안 생성, 고객 문의 챗봇, 사내 지식 검색 같은 것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쓸모없는 과제는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목록을 끝까지 읽어도 조직의 모양이 바뀐다는 대목은 찾기 어렵습니다. 결재 단계도 그대로고, 부서 경계도 그대로고, 누가 무엇을 결정하는지도 그대로입니다.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 두고 그 위에 AI만 얹은 셈이죠.

오늘은 이 'AX'라는 말을 한번 뜯어보려고 합니다. 요즘 이 말만큼 예산과 조직개편의 명분으로 자주 쓰이는 단어도 드물거든요. 그래서 먼저 과장이 섞여 있지는 않은지부터 확인하고 가겠습니다.


먼저 인정부터 하고 갑시다

AX가 헛구호라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기업들이 AI에 진지하게 돈과 시간을 쓰고 있는 건 사실이고, 성과를 내는 곳도 분명히 있습니다. 2024년 10월 BCG가 59개국 1,000명의 경영진을 조사한 AI Adoption in 2024: 74% of Companies Struggle to Achieve and Scale Value를 보면, 응답 기업의 98%가 최소한 AI를 실험하고 있었습니다. 도입 자체는 이미 대세라는 뜻입니다.

다만 같은 보고서의 나머지 숫자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개념검증(PoC) 단계를 넘어설 역량을 갖춘 기업은 26%였고, 일관되게 상당한 가치를 내는 기업은 4%에 그쳤습니다. 나머지 74%는 아직 눈에 보이는 가치를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 역시 비슷한 상황입니다. 맥킨지의 The state of AI in 2025도 비슷한 그림을 보여 줍니다. AI 때문에 영업이익(EBIT)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이 있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39%였고, 그중 대부분은 그 비중이 5% 미만이라고 답했습니다. EBIT의 5% 이상을 AI 덕으로 돌리면서 상당한 가치를 봤다고 답한 이른바 '고성과 기업'은 약 6%였습니다.

그러니까 AI는 진짜고, 써서 이득을 보는 회사도 진짜 있습니다. 문제는 그 비율이 생각보다 훨씬 작다는 데 있습니다. 여기서 곧바로 짚고 갈 대목이 있습니다. 그 작은 비율의 회사들은 무엇이 달랐을까요?


차이는 AI 쪽에 있지 않았습니다

맥킨지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문장은 이것입니다. 고성과 기업은 AI를 도입하면서 업무 흐름(workflow)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할 가능성이 다른 기업보다 3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같은 도구를 사도 기존 흐름에 끼워 넣은 회사와 흐름 자체를 다시 짠 회사의 결과가 갈렸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설문조사라 인과관계까지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재설계를 해서 성과가 났는지, 원래 여력이 있는 회사라 재설계도 하고 성과도 냈는지는 이 자료만으로는 구분이 안 됩니다. 그래도 방향만큼은 꽤 분명하죠.

BCG는 이를 아예 숫자로 정리했습니다. 보고서 원문 'Where's the Value in AI?'에서 앞서가는 기업은 자원의 10%를 알고리즘에, 20%를 기술과 데이터에, 70%를 사람과 프로세스에 쓴다고 했습니다. 기업들이 AI를 추진하며 겪는 어려움도 약 70%가 사람과 프로세스 문제였고, 알고리즘 문제는 10%에 불과했습니다. 이른바 10-20-70입니다.

이쯤 되면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어떤 AI를 들여올까"보다 "우리는 어디서 어디로 옮겨 갈 건가"가 먼저입니다. 지난 호 아마존에는 'AX' 제목의 책이 없습니다에서 AX는 기술 도입이 아니라 업의 정의와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짜는 일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오늘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왜 다시 짜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지, 그 이유가 'X'라는 글자 안에 이미 들어 있거든요.


X를 뜯어보면: 떠나서, 다시 진을 친다

AX의 X는 transformation, 우리말로 전환입니다. Etymonline의 'transform' 항목을 보면 이 말은 라틴어 transformare에서 왔고, trans-(가로질러, 넘어서)와 formare(형태를 만들다)가 합쳐진 말입니다. 쪼개 보면 '이동'과 '형성'이죠.

저는 여기서 formation을 진(陣)을 짠다는 뜻으로 읽어 보고 싶습니다. 군대에서 formation은 대형, 곧 진형을 가리키니까요. 그러면 전환은 지금 진을 치고 있는 자리를 떠나 새 자리로 옮긴 뒤, 그곳 지형에 맞게 진을 다시 짜는 일이 됩니다. 자리는 옮겼는데 진형이 예전 그대로라면 그건 전환이 아니라 행군일 뿐입니다. 진형은 바꿨는데 자리는 그대로라면 연병장에서 대열 연습을 한 것이고요.

이 비유에는 두 가지 전제가 숨어 있습니다. 하나는 해체입니다. 떠나려면 지금 친 진을 걷어야 합니다. 천막을 접고, 쌓아 둔 방어벽을 허물고, 익숙한 보급로를 포기해야 하죠. 다른 하나는 혁신입니다. 새 자리에서는 예전 진형이 통하지 않으니 새로운 대형을 고안해야 합니다. 해체 없이 혁신만 하겠다는 건 기존 진지 옆에 텐트 하나를 더 치는 것과 같습니다. 회사로 치면 기존 조직을 그대로 둔 채 'AX추진단'을 하나 더 만드는 모습이죠.

그리고 해체에서 가장 먼저 걷어야 할 천막은 대개 기득권입니다. 여기서 기득권은 특정인의 욕심만 뜻하는 말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성공을 만들어 준 승인 권한, 예산 배분권, 부서의 영역, 정보를 쥐고 있는 위치, 오래 쌓아 온 전문성에서 나오는 발언권까지 다 포함됩니다. AI가 보고서 초안을 쓰고 데이터를 바로 꺼내 보여 주면, 중간에서 정보를 모으고 다듬어 올리던 단계의 존재 이유가 흔들립니다. 결재 다섯 단계가 두 단계로 줄면 누군가의 서명란이 사라지죠. 이걸 내려놓겠다는 다짐이 없으면 AX의 X는 슬그머니 빠지고 AI만 남습니다. 도구는 늘었는데 조직의 모양은 그대로인 상태, 앞서 본 74%의 상당수가 이 자리에 있을 겁니다.


연구가 보여 주는 것: 문제는 능력보다 '믿음'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기술력이 있으니까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이 생각을 정면으로 흔드는 연구가 있습니다.

Mary Tripsas와 Giovanni Gavetti(2000)가 Strategic Management Journal에 발표한 연구 Capabilities, cognition, and inertia: Evidence from digital imaging은 즉석카메라의 대명사였던 폴라로이드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이미징으로 넘어가는 시기를 추적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폴라로이드가 디지털 기술을 몰랐던 회사가 아니라는 겁니다. 연구에 따르면 폴라로이드는 디지털 이미징에 일찍 투자했고 상당한 기술 역량도 쌓았습니다. 발목을 잡은 건 경영진의 인지, 즉 "우리 회사는 이런 방식으로 돈을 번다"는 굳은 믿음이었습니다. 카메라보다 필름 같은 소모품에서 이익을 내는 기존 사업 방식과 즉석 인화에 대한 확신이 어떤 기술을 키우고 어떤 시장을 볼지를 계속 걸러 냈다는 거죠. 연구자들은 경영진의 머릿속 지도가 탐색의 방향을 정하고, 그 탐색이 다시 조직 역량의 진화를 결정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보다 앞서 Dorothy Leonard-Barton(1992)은 같은 저널에 실린 Core capabilities and core rigidities: A paradox in managing new product development에서 이 역설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5개 기업 20개 개발 프로젝트를 들여다본 결과, 회사를 성공으로 이끈 핵심 역량이 그대로 혁신을 막는 핵심 경직성(core rigidities)이 된다는 겁니다. 그녀는 역량을 기술 시스템, 직원의 지식과 기술, 관리 시스템, 그리고 이 셋을 떠받치는 가치와 규범으로 나눴는데요. 특히 마지막 가치와 규범 차원이 가장 바꾸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무엇이 존중받고 누구 말에 힘이 실리는지를 정하는 층위이기 때문이죠. 30년 전 신제품 개발 연구지만, 해체 없이는 혁신도 없다는 오늘 논지에 그대로 들어맞습니다.


그래서 리더는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까

이번 호는 임원과 경영진에게 먼저 드리는 이야기입니다. 내려놓을 것이 가장 많은 자리가 그곳이니까요. 팀장님들께도 같은 질문이 팀 크기로 적용됩니다.

첫째, AX 과제 목록에 '없어지는 것' 칸을 만들어 보세요. 대부분의 과제 양식에는 도입할 도구, 기대 효과, 일정만 있습니다. 여기에 "이 과제가 성공하면 사라지는 결재 단계, 회의, 보고서, 역할은 무엇인가"를 적게 하면 과제의 성격이 금방 드러납니다. 빈칸으로 남는 과제는 X가 없는 과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바로 버리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개인 생산성 도구로서의 가치는 있으니까요. 다만 그걸 전환이라고 부르지는 말자는 겁니다.

둘째, 리더 자신의 권한부터 해체 대상에 올리세요. 아래에만 해체를 요구하면 구성원은 금세 알아챕니다. "AI로 일하는 방식을 바꾸자"면서 보고 양식과 승인 절차는 손대지 않으면, 구성원은 AI로 보고서를 더 빨리 만들어 같은 결재 라인에 올리게 됩니다. 일은 빨라졌는데 결정은 그대로 느린 상태가 되죠. 임원 결재 하나를 팀장 위임으로 내리거나, 주간 보고 하나를 대시보드로 대체하는 식으로 리더가 먼저 내려놓는 장면을 보여 주는 편이 훨씬 설득력 있습니다.

셋째, 진형을 다시 짤 권한을 현장에 주세요. 지난 호 AI 전환에 필요한 조직 재조합에서 개인 생산성 개선은 많이 일어나는데 전사 확산은 막히는 이유가 나눈 조직을 다시 붙이는 능력의 부족 때문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새 진형은 본사 기획실이 설계도로 그려 내려보낼 수 없습니다.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이 새 자리의 지형을 보고 짜야 하죠. 부서 경계를 넘는 업무 흐름 하나를 정해, 관련 부서들이 함께 다시 설계하게 하고 그 결과를 실행할 권한까지 넘겨주는 실험을 해 보시길 권합니다.

넷째, 해체에 따르는 불안을 정면으로 다루세요.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말은 구성원에게 "내 자리가 없어진다"로 들릴 수 있습니다. 이 불안을 외면하면 해체는 조용한 저항에 부딪힙니다. 사라지는 역할을 맡았던 사람이 새 진형에서 무엇을 하게 되는지, 그 경로를 함께 보여 주는 것이 리더의 몫입니다. 모든 자리를 보장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설명은 해야 합니다.

다섯째, 우리 회사의 '폴라로이드 믿음'을 적어 보세요. "우리는 원래 이렇게 돈을 번다", "우리 고객은 원래 이걸 원한다" 같은 문장들이요. 경영회의에서 이 문장들을 꺼내 놓고 AI가 일상이 된 3년 뒤에도 여전히 맞을지 따져 보는 시간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Tripsas와 Gavetti의 연구가 보여 주듯, 기술보다 이 믿음이 먼저 길을 막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다시 그 회의실로

앞의 가상 장면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대표가 "올해는 AX 원년입니다"라고 말한 다음, 한 문장을 더 붙였다면 어땠을까요. "그리고 각자 이번에 내려놓을 것도 하나씩 적어 오세요. 저부터 적겠습니다."

과제 목록은 아마 훨씬 짧아졌을 겁니다. 대신 그 몇 개는 진짜 전환에 가까웠겠죠. AX라는 말이 유행으로 끝날지, 조직의 모양을 실제로 바꿀지는 결국 X를 감당할 각오가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여러분 조직의 AX 계획서에는 지금 '떠나는 자리'가 적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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