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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구현모입니다. 


여러분은 애그리게이터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그동안 방송산업에서 여러 채널을 관리하며 경영하는 사업체를 콘텐츠 애그리게이터라고 통칭했습니다. 과거 온미디어를 비롯해 지금의 CJ ENM이 대표주자죠. 방송산업의 단어였던 애그리게이터는 커머스 및 리테일 산업에서 뜨거운 키워드가 됐습니다. 


오늘은 잠깐의 부진 혹은 영원한 몰락을 맞이한 애그리게이터 사업체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오늘의 에디터 : 구현모
돈으로 모든 건 안 되지만 대부분은 해결되어서 돈이 많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이야기
1. 아마존: 나 올라간다 / 애그리게이터: 나 같이 간다
2. 아마존: 나 재채기한다 / 애그리게이터: 나 혼수상태야
3. 부진 VS 몰락 기우제 배틀

🤝 아마존: 나 올라간다 / 애그리게이터: 나 같이 간다

(출처 : Unsplash)

전 세계적 재난이었던 코로나19 사태였지만, 누군가에겐 기회였습니다. 지금이야 불황이라고 하지만, 이커머스 업체는 지난 3년 동안 역대급 호황을 맞았습니다. 아마존은 이커머스 성장에 힘입어 2020년도에 주가가 76% 올랐습니다. 아마존 온라인 매출은 2021년 무려 6,140억 달러였고, 올해는 약 7,290억 달러로 예측됩니다. 


오늘 말씀드리는 애그리게이터(혹은 롤업 컴퍼니로도 불립니다)는 이 아마존의 낙수효과를 제대로 맞은 회사입니다. 애그리게이터의 비즈니스는 ‘포켓몬 도감’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1) 아마존에서 2) 잘 팔리는 회사를 인수해서 3) 매출을 올리는 방식입니다. 즉, 아마존이 만들어낸 거대한 생태계에서 소규모 영지를 계속 인수해서, 자신들의 만드는 거죠.


충분히 말이 됩니다. 아마존 안에는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브랜드들도 많은데, 이 브랜드들은 PR, HR, 법무, 재무 등의 인력을 운영하기에는 부담이 됩니다. 대기업은 회계팀이 있지만, 개인사업자는 세무사에게 맡기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 브랜드들이 연합이 된다면, 각 자원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마케팅, 홍보, 법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시너지를 발휘하거나 자원을 공유하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죠. 실제로 스라시오가 인수한 브랜드들은 제품 광고 모델로 스눕독을 공유했습니다. 각 브랜드의 부담은 낮아졌죠.


제조 비용도 낮출 수 있습니다. 각기 다른 공장에 제조를 맡기면 규모가 나오지 않지만, 각 브랜드가 하나의 공장에 제조를 맡기면 규모가 나오기 때문에 단위당 비용을 낮출 수 있는 협상력이 생깁니다.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는 아마존과 그 아마존의 기세에 올라탄 애그리게이터이기 때문에 투자사들이 군침을 흘렸습니다. 2021년도 기준 무려 89개 회사에 100억 달러가량의 투자금이 유입됐다고 합니다. 가장 유명한 애그리게이터인 쓰라시오는 작년 기업 가치가 최소 50억 달러, 최대 100억 달러로 평가받았고 약 1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덕분에 미국 회사 중 가장 빠르게 유니콘에 도달한 기업이 됐죠. 지난 2019년에 창업한 퍼치는 작년에 소프트뱅크로부터 7억 7,500만 달러를 투자받으며 유니콘이 됐습니다. 베를린브랜드그룹은 작년 11월에 12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1억 달러 투자를 받았습니다.


한국에도 이런 기업들은 많습니다. 블랭크도 애그리게이터를 준비했었고, 부스터스는 약 120억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네이버D2SF로부터 투자 받은 뉴베슬도 있고, 100억의 투자를 받은 넥스트챕터도 있습니다


애그리게이터는 이론적으로도 매력적이고, 재무적으로도 매력적입니다. 우선, 매출과 수익이 나는 브랜드를 인수하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습니다. 맨땅에서 플랫폼을 만들면 이익은커녕 매출만들기도 어렵죠. 하지만 이커머스는 현금회수주기도 빠르고, 이미 매출이 나는 기업을 인수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림이 그려지는’ 투자입니다. 실제로 쓰라시오는 작년 매출이 10억 달러가 넘었다고 하네요. 

🗣 아마존: 나 재채기한다 / 애그리게이터: 나 혼수상태야

(출처 : Unsplash)

앞서 말씀드렸듯, 애그리게이터들은 아마존의 성장세에 업혀가는 형국이었습니다. 이 말인즉슨, 아마존이 감기 걸리면 애그리게이터는 곧바로 폐렴 판정 받는 거죠. 실제로 최근 아마존을 비롯해 전 세계 이커머스의 성장세가 예상치에 미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애그리게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주자 쓰라시오는 올해 4월에 직원의 20%를 해고했습니다. 베를린에 본사를 둔 애그리게이터 셀러엑스도 전체의 4%가량의 인력을 구조조정했습니다. 


애그리게이터는 기본적으로 아마존 생태계의 확장에 업혀갑니다. 아마존 내에서 상위 셀러를 인수해서, 더욱 스케일업하는 방식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어그리게이터로서 성공한다는 것이 이론적으론 쉽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습니다. 우선 브랜드를 성공시키고 스케일업하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단 하나의 브랜드를 성공시키기도 어려운데, 동시에 여러 브랜드를 인수하고 성공시키는 일은 더 어렵습니다. 


둘째로 운영효율화 및 규모의 경제도 쉽지 않습니다. A 브랜드와 B 브랜드를 같이 운영한다고 해서, 무조건 효율이 나온다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데이터를 공유할 수도 없고, 재무 등의 인력은 공유하겠지만 공유하면 비효율이 조금 해결되는 수준이지, 생산성이 압도적으로 올라가는 부분은 아니기 때문이죠. 광고 모델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브랜드에 동시에 노출되는 것은 셀럽 입장에선 마이너스고, 브랜드 입장에선 그런 모델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도 어렵습니다. 


애그리게이터들은 브랜드를 인수한 이후에 아마존 검색 최적화 및 광고 효율 개선 등을 하는데, 기본적으로 쇼피파이 등 자사몰을 통해 D2C를 운영하지 않는 이상 이 마케팅 개선 작업에 한계가 있습니다. 안다르 등 D2C 브랜드들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및 쿠팡보다 카페24 등을 이용해 자사몰을 구축하고 퍼포먼스 마케팅을 했던 것과 같습니다. 


최근의 거시 경제도 도움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을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높이는데, 이로 인해 자본 비용이 올라갔고 VC들의 투자금이 얼었습니다. 이미 매출이 나오는 애그리게이터에게 투자금이 중요한 이유는 속도 때문입니다. 이커머스 기업은 마진 중 일부를 제품 재발주를 위해 항상 남겨둬야 하고 동시에 타제품을 준비하기 때문에 비용이 나갑니다. 이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높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타 브랜드를 인수하기 위한 투자비용을 만드는 데엔 긴 시간이 걸리 되었습니다. 애그리게이터로서는 투자금을 받아서 계속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워야 하는데, 여기에 장애가 생긴 거죠.

🥴 부진 VS 몰락 기우제 배틀

(출처 : Unsplash)

지금의 애그리게이터는 잠깐의 부진일까요, 영원한 몰락일까요? 마치 부동산 거품론처럼, 이것은 결과로서만 증명되는 부분이지만 전 지금의 데스밸리를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애그리게이터가 주장하는 다수 브랜드 운영 및 효율화는 분명히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운영 스태프와 광고 모델을 공유하면 각 브랜드 기준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줄기 때문이죠. 비효율 제거를 넘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기술 투자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퍼치는 자사 인력 중 엔지니어의 비율이 높고, 기술 투자를 통해 각 브랜드 운영에 들어가는 인력 자체를 줄이겠다고 말했죠.


전 애그리게이터 모회사 자체가 훌륭한 마케팅회사로 진화한다면, 더 나아가 아마존 바깥으로 진출하고, 제조사를 인수한다면 애그리게이터는 영속성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선 먼저 훌륭한 마케팅회사가 되어야 합니다. 마치 P&G, LG생활건강, 에코마케팅 등이 다수의 브랜드를 운영하듯 다수 브랜드를 인수하고 운영하는 것은 전례 없던 일이 아닙니다. 다만, 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선 본사 자체에 마케팅 노하우가 풍부한 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아마존 바깥으로의 행군해야 합니다. 아마존이 분명히 큰 생태계지만, 쇼피파이 등에 기반한 독립몰을 운영하는 브랜드들도 많습니다. 월마트 기반 생태계도 존재하고요. 아마존을 넘어서 오프라인 스토어에 입점하고, 독립몰을 운영해야지만 새롭게 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제로 퍼치는 이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 자사 물류망도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는 제조사 인수 역시 좋은 방법입니다. 기본적으로 브랜드들은 제조를 공장(제조사)에 맡깁니다. 여러분이 쓰고 있는 화장품 등에 제조원이 따로 적혀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만약 애그리게이터 회사가 브랜드를 모았다면, 공장을 인수해 수직계열화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수직계열화는 전통 제조기업이 효율화를 추구할 때 선택한 전략인데, 애그리게이터의 규모가 커진다면 충분히 가능한 선택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멤버십과 PB브랜드도 높진 않지만, 존재하는 가능성입니다. 애그리게이터가 다수의 브랜드를 확보했다면, 각 브랜드의 구매 고객을 마치 코스트코처럼 멤버십 회원으로 모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분명히 다양한 구매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브랜드를 다수 운영해야 하고, 종합 플랫폼으로 진화도 해야죠.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면, 쿠팡과 아마존처럼 PB 브랜드도 가능합니다. 굳이 저가가 아니더라도, 애그리게이터의 이름을 딴 오리지널 브랜드를 만들 수도 있겠죠. 물론, 이렇게 진화할 경우 애그리게이터는 아마존이라는 지도에서 자신의 제국을 꿈꾸던 초기 모델과 많이 달라집니다. 


빠르면 내년 안에 있을 만한 변화는 애그리게이터 사이의 인수입니다. 투자금이 말라가면서, 쓰러질 수도 있는 애그리게이터를 타 애그리게이터가 값싸게 인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런던에 기반을 둔 올삼 그룹이 뉴욕의 애그리게이터 그룹인 플라이휠을 인수했습니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작은 회사 사이의 인수지만, 최근 스타트업 사이 공격적 인수합병이 잦아졌듯 내년엔 애그리게이터 사이에서 더 큰 빅뱅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 애그리게이터가 몰락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근 오프라인의 역습이 있었지만, 이커머스로 변화한 소비자의 사용습관은 쉽게 바꾸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애그리게이터가 그전에 없던 새로운 차원의 비즈니스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브랜드 사이 인수합병 및 계열사화는 전통전략이죠. 


그러나 분명히 지금에 맞는 최적화를 더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해고 등은 부진이고, 몰락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끝에는 차세대 P&G 혹은 유니레버 등 라이프스타일 소비재 대기업의 탄생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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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구현모>의 코멘트
앨범 전체 리스트 중 상대적으로 덜 관심을 받지만, 전 이 노래가 제일 좋습니다. 2022년 최첨단을 달리는 멤버들이 묘하게 90년대 ~ 2000년대 초반 감성의 노래를 부르는 듯한 괴리감이 저에겐 신선함으로 다가왔습니다. 목소리는 나른하지만, 적당히 리듬감이 있어 1시간 노동요로도 좋습니다.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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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 구운김 • 식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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