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디쉬가 투자자에게 했던 PPT 선물합니다.

Season 1 | 번외편 | 래디쉬 | 17 May
<실밸의 유니콘, 센드버드>와 <수제맥주로 유니콘, 영국 대표 스타트업 브루독>에 이은 세번째 번외편 <웹소설의 넷플릭스 꿈, 래디쉬>입니다. 시즌1에서 예정한 13분이 아닌 창업자입니다. 번외편은 정규 발송일(화요일과 금요일)을 피해 발송합니다. 쫌아는기자들로선 처음으로 월요일 아침에 구독자를 만납니다.  
공지. 구독자 1만명 한정 합니다.  
 쫌아는기자들 편집장 겸 1호인 성호철입니다. 당초 뉴스레터 <스타트업>의 목표는 스타트업을 사랑하는 분들 사이에서 의미있는 통로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구독자수가 예상보다 빨리 늘어서, 잠깐 좀더 욕심을 내볼까했지만,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결론입니다. 구독자 1만명까지만 받으려고 합니다.  진짜 스타트업만을 위한 뉴스레터는 1만명이면 충분하지 않나 싶습니다.  
 참, 1만명이 차기 직전에는 오픈율(레터 받고 열어본 비율)이나 참여율이 거의 제로(10% 미만)이신 분들께는 사전에 이메일로 2~3차례 공지하고, 별도의 답메일이 안오면 실례를 무릅쓰고 구독 명단에서 제외하고자 합니다. 1만명의 공간을 늘리기 위함입니다. 죄송한 말씀이라 미리 양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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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편 이승윤 래디쉬 대표
'웹소설의 넷플릭스'을 꿈꾸다
쫌아는기자들 2호 임경업

 “재웅님, 정주님을 원망했죠. 왜 이렇게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일을 추천했을까요.”

 2018년 여름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의 전환사채는 26개. 사채마다 적게는 2.5만~3만달러(약 3000만원) 나중에는 10만 달러가 넘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사채 돌려막기’를 했던 것이죠. 
이미 개인 빚만 20만 달러가 넘게 있었던 이승윤(31) 대표는 IR을 위해 실리콘밸리를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그의 원망 대상은 창업을 추천했던 두 명. 다음의 창업자 이재웅,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입니다. 

 그랬던 래디쉬가 지난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됐습니다. 인수대금 5000억원. 올해 한국인이 세운 스타트업 엑싯 중 세번째(1위 하이퍼커넥트, 2위 지그재그)로 큰 규모죠. 이미 쫌아는기자 3호가 지면 단독 기사와 인터뷰로 이 소식을 전했죠. 
 그런데 기사가 나가고 이틀이 지나 이승윤 대표의 연락이 왔습니다. 다시 만날 수 있겠느냐고요, 쫌아는기자들의 회사 앞으로 오겠다고 합니다. 저녁 7시쯤 만난 이승윤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이 참 간사하더라고요. 안 좋은 기억들을 다 지워지고, 아름답고 잘한 일들만 이야기했어요. 그 아픈 기억들도 이야기했어야 했는데. 그래서 인터뷰 한번 더 해도 될까요. 처음부터 다시요.” 

 전환사채 이야기는 그런 그의 진심 한 조각입니다. 이재웅 창업자도 ‘(래디쉬는)아마 지난 7년여 세월동안 모든 스타트업이 20년 동안 겪을 문제를 압축적으로 경험했다’고 페북에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번외편을 보냅니다. “내 경험이 후배 창업자들에게 용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이 대표의 깜짝 선물도 글 끝에 준비돼있습니다. 그의 진심이 느껴지는 선물입니다. 한번 추측해보세요.   

이재웅, 김정주가 추천한 창업. 해보니 '어라?'
이 창업자에 대한 모든 기사마다 ‘옥스퍼드 유니언 회장’ 꼬리표가 붙던데요. 그렇게 대단해요.
 옥스포드의 사실상 학생회장이라고 다들 보죠. 지금까지 영국 총리만 20명 넘게 배출한 동아리 회장이니까요. 그런데 그건 밖의 시선이고요. 
 개인적으론 자신감이 생겼어요. 마이너리티로 콧대 높은 영국 사회에서 인정받은 거예요. 
 옥스퍼드에는 돈 많고 유명한 집 자제들을 넘쳐나요. 회장 선거때 상대후보가 중국 공산당의 실세 중 하나였던 보라카이의 아들이었어요.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의 손자도 토론 멤버였어요. 책을 읽으면 그냥 페이지가 한 장의 사진처럼 머리에 메모리되는 친구죠. 그니까, 천재였죠. 옥스퍼스 최고 천재.
 전 제가 좀 잘난 줄 알았는데 진짜 대단한 녀석들 사이에 끼인 거예요. 회장을 하고 나니 글로벌 금수저들 사이에서도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죠. 물론 옥스퍼드 출신이라는 것 덕분에 대단한 사람들을 좀더 쉽게 만나고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창업자가 아닌, 정치인의 삶, 생각했을 법도 한데요.
 옥스퍼드 유니언 회장을 하고 나서 잃은 것도 있죠. 우선 친구가 없어져요. 동아리 회장 선거라지만, 별도로 본인의 선거 캠프를 조직해야하고, 진짜 선거하듯이 경쟁해요. 예컨대 회장 선거를 준비하고, 회장을 하고 나서도 하루에 9끼를 먹었어요. 아침 세끼, 점심 세끼, 저녁 세끼요. 
 저는 목적 지향적인 사람이예요.  목적이 있으면 달성해야 해요. 최대한 많은 사람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그랬던 것이죠. 아마 대부분 정치인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사이 진정한 친구들이 사라지더군요.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죠. 내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닌, 남을 위해서 사는 느낌이었어요. 사업은 나를 위해서, 아니면 소수가 그 가치를 인정해도 굴러가요. 하지만 다수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정치는 달랐어요. 성격에 안 맞고 외로웠어요.  

옥스포드 유니언 토론을 주재했던 이승윤 대표
대단한 스펙이면 억대 연봉 취업도 가능했겠네요.쉬웠을 텐데요. 왜 창업을? 
 창업으로 연결한 세 분이 있어요. 첫번째가 집 없는 억만장자로 유명한 니콜라스 베르그루엔이예요. 옥스퍼드 유니온 회장때 그를 옥스퍼드로 강연에 초청했어요. 니콜라스 눈에는 동양인이 옥스퍼드 회장을 하는데 신기했던 거예요. 그 뒤로 친해졌어요. 
 졸업을 1년 앞둔 시점, 니콜라스가 ‘한국에 가려는데, 한국의 창업가들을 만나고 싶다.’고 하는 거예요. 대학 인맥을 총동원해 이재웅님과 김정주님을 소개했죠. 그렇게 두 분과도 친분이 생겼어요. 본래는 '기업가는 자신의 이윤만 극대화하려고 하는 멋없는 자본가'라고만 생각했었었요.

 재웅님은 창업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라면서, 사회적 기업과 미디어 기업 창업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했어요. 사업을 세상의 문제나 부조리를 푸는 도구로 봤던 것이죠. 첫 투자자기도 하고, 창업을 결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어요. 

 김정주님과는 주고받았던 이메일이 기억에 남는데요. ‘당장 창업은 무섭고, 일단 취직은 어떨까요? ’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정주님한테 보냈어요. 그랬더니 답장이 왔죠. 

 “첫 직장이 인생을 많이 결정해주는데 말이야. 취업은 다리를 건너거나(돌아오기 아주 어려운), 잘못해서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경우(많은 경우가 그렇지만 너는 아닌 듯)가 많거든. (취업은) 너에게 제트기를 타고 우주를 가는 일이 아닐지라도, 적어도 헬리콥터를 타고 호수를 건너는 일이지. 문제는 돌아올 수 있는 길이 거의 없지만.” 

 ‘아, 지금 창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이템도 마땅히 없었지만. 그러다 다니엘 튜더 기자를 소개 받았죠. 그리고 이재웅님, 튜더, 저 셋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아이템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저널리즘. 바이라인이었어요. 그게 2014년. 

저널리즘 스타트업, 그 어려운 걸 왜? 
 초기 아이디어를 고민할 때 여행 비즈니스도 후보였어요. 지금의 에어비앤비와 클룩 같은 비즈니스를 합친 거였죠.  재웅님이 ‘사업을 하나 고르면 7년은 해야 하는데,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비전이나 모티베이션이 없으면 버틸 수가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널리즘을 골랐죠. 저와 튜더가 저널리즘에 관심이 많았고, 둘이 ‘이렇게 저널리즘을 바꿔보자’는 비전이 있었거든요. 철학, 정치, 역사를 전공했고 공적인 영역에 관심이 많았어요. 글 하나로 세상을 바꾸는 일. 너무 멋있잖아요. 
 실제 영국에서 기자를 할까도 진지하게 고민했고요. 

창업을 추천한 니콜라스, 이재웅, 김정주, 세 분이 첫 투자자인가요.
 2014년 창업을 결정하고, 무작정 샌프란시스코에 갔어요. ‘창업은 역시 실리콘밸리에서!’라는 마인드였는데 월세가 진짜 비싸요. 월세 200만원 방을 찾고 잭팟인줄 알았더니 텐덜로인이라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총기 사건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이었어요. 길거리를 걷다가 피 흘리는 사람도 여럿 봤죠. 너무 힘들어서 런던으로 돌아왔죠. 

 그때 미국에서 니콜라스와 김정주님에게 피칭했어요. 니콜라스가 김정주님에게 투자할 거냐고 묻더군요. 그랬더니 정주님이 “안 할 겁니다. 망할 것 같아요”라는 거예요. 사업의 길에 떠민 정주님을 원망했죠. 사업은 냉정하구나. 

 니콜라스는 투자를 했어요. '저널리즘이 망가졌고, 누군가는 이걸 고쳐야 하기 때문에 투자하겠다'고요. 정말 제 비즈니스가 잘 될 것 같아서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엑싯 소식을 알려줬고, 어제 니콜라스에게서 문자가 왔어요. ‘승윤, 널 믿었다’고요. 
이승윤 대표(왼쪽)와 이재웅 다음 창업자
바이라인을 공동 창업한 다니엘 튜더(사진 앤 왼쪽)과 이승윤 대표(가운데)
개인빚 3억, 전환사채 26개...바닥에서 길고긴 3년
저널리즘 창업했다가 1년 만에 웹소설 래디쉬로 피벗했죠.  
 바이라인은 스케일업에 실패했어요. 돈을 벌 수가 없었죠. 니치한 마켓을 공략해서, 1명의 기자가 1000명의 유료 구독자를 모이면 사업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상은 좋았는데, 돈이 안 들어오는 거예요. 
 지금은 프리랜서 기자들이 뉴스레터를 쓰고, 서브스택 같은 플랫폼도 나와 가능성이 보이지만 그때는 정말 힘들었거든요. 
 너무 힘들어서 이재웅님에게 여러 번 메일을 보냈어요. 그랬더니 “아이디어는 남에게 조언받고 베껴서 얻는 게 아니다. 혁신은 너 자신만이 하는 것이다. 자문 쇼핑을 다니지 말라”는 답이 오더군요. 역시 사업은 냉정하구나.

 멘붕 상황에서 다니엘의 옛 동료인 이코노미스트 부편집장을 만났어요. 그랬더니 ‘돈을 벌려면 저널리즘 말고 소설로 크라우드 펀딩을 받으라’는 거예요. 딸이 하루종일 웹소설인지 뭔지를 본다고요. 지금은 네이버에 인수된 왓패드를 들어가봤어요. 신세계인거예요. 아, 이거라면 돈은 벌 수 있겠다. 피벗에 착수했죠. 

웹소설과 찰스 디킨스의 1페니 소설, 그게 래디쉬의 본질? 
 왓패드 작가들에게 메일을 쐈어요. ‘소설 써도 돈 못 벌지 않느냐. 유료 웹소설 플랫폼을 만들건데 들어올래?’라고 했더니 금방 200명이 지원 의사를 밝혔어요. 래디쉬 앱도 안 만든 상태에서 피벗을 선언한 셈이죠. 
 영국 ITV 회장이자 엔터 업계 대부 피터 바잘제트(Peter Bazalgette)에게 래디쉬 모델을 처음 피칭했어요. 찰스 디킨스 이야기를 했어요. 찰스 디킨스가 150년 전에 책을 챕터 별로 팔았어요. 당시에도 책은 비쌌고, 중산층의 사치재에 가까웠거든요. 
 대중들도 재밌는 이야기를 원했는데, 그들을 위해 책 한권을 챕터별 연재 방식으로 1페니에 판 거죠.  래디쉬도 모바일에서 페니 소설을 팔겠다고 설득했어요. 
 피터 경이 투자를 결정했고, 투자사 2곳을 더 소개해주겠대요. 그리고는 “엔터테인먼트는 한 방이다. 크게 뜨는 작품이 있어야 하고, 그때까지 잘 버텨보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20~30억원을 투자받아 2016년 실리콘밸리에서 래디쉬를 출시했죠.  

피벗했더니 승승장구했다라는 스토리는 어떤 창업자에게도 별로 없죠.
 늑대인간 소설인 ‘Tom Between Alphas’가 래디쉬의 첫 히트작이었으니 거의 3년 정도 걸렸네요. 처음 1년 반~2년 정도는 피벗을 위한 팀 세팅에 공을 들였어요. 수 존슨 ABC 부사장, 2018년 여름에는 카카오페이지 C 레벨들도 데려왔고요. 2018년 상반기쯤 ‘이정도면 올스타’라는 확신이 섰죠. 
 그런데 돈이 부족했어요. 팀을 잘 만들면 투자가 들어올 줄 알았는데, 투자가 안 들어오더군요. 10개월 동안 26개 전환사채 돌려막기를 했어요. 

 개인빚 한도까지 차서, 나중에는 팀원이 돈을 빌려줬죠. 15년 지기 친구인데, 지금도 래디쉬에서 일해요. 그 친구가 2억을 사채업자에게 빌려서 줬죠. 3주 뒤에 2억8000만원이 되어 있더군요. 겨우 투자 받아서 그 돈을 막았어요. 
 지금도 미국 사채업자들 문자가 와요. ‘헤이 승윤, 돈 필요하지 않느냐’면서요. 
 그때 바닥이란걸 알았어요. 그동안 너무 쉽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 사업이 풀려서 벌을 내리나보다는 생각도요. 빚은 산더미고 1주일 단위로 사채를 돌려막고, 팀원들은 지쳐갔죠. 
 당시에 취업을 택한 대학 친구들은 다들 잘 나가고 있었거든요. 상대적 박탈감까지. 원형탈모까지 생겼죠.  

지금도 이 대표에게 날아오는 미국 사채업자들의 문자. 
3년만에 히트작의 등장, 운이 좋았네요. 그 작가분에게 감사 인사해야겠네요.
 그 히트작, 저희가 상당부분 만든 거예요. 래디쉬는 헐리우드 영화나 TV 드라마처럼 ‘집단창작 체제’, 그러니까 한 소설을 위한 팀이 구성되고 하루에도 4~5편을 찍어낼 수 있는 양산 체계예요.
 일종의 웹소설 프로덕션인 셈이죠. 한 소설에만 5명 이상 팀원이 붙어요. 줄거리만 짜는 PD, 메인 집필 작가, 보조 작가, 요약만 쓰는 작가 이렇게 역할을 세분화하죠. PD는 그 챕터의 핵심 내용 3~4줄을 쓰고, 메인 작가가 살을 붙이고, 보조 작가가 대화 디테일을 손보는 방식이죠. 
 미국 할리우드 프로덕션이 쓰는 방식이고, ABC 부사장 출신인 수 존슨이 이 문화를 래디쉬에 이식했죠.
 
 왜냐하면 웹소설은 대부분 아마추어 작가들이 처음 시작해요. 아쉽게도 그들 상당수는 계속 플롯을 끌고 갈 힘과 체력이 부족하죠. 그렇다보니 ‘내일부터 휴가야, 방학이야’는 이유로 휴재 해요. 
 래디쉬는 플롯을 사와, 양산형 소설을 만드는 거예요. 일주일에 한 편 나오는 소설을 하루 3회가 나오도록 하고, 기다리면 무료거나 일찍 읽고 싶다면 200~300원씩 받는 것이죠. 
 이 아이디어는 카카오페이지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카카오페이지 웹소설 ‘달빛조각사’가 성공했는데, 일일연재를 해서 사람들을 확 끌어모은 거예요. 웹소설의 핵심은 콘텐츠 공급 속도에 있다는 걸 알았죠. 카카오페이지의 연재 방식, 할리우드의 스피디한 탑다운 제작 시스템을 보면서 이걸 래디쉬에 이식시켜야겠다 했죠. 

 첫 히트작인 늑대인간 소설도 원래 경쟁사 왓패드 연재 소설이었어요. 2019년 투자유치도 성공했고, 팀도 다 갖춰졌어요. 돈탓, 남탓 할 수 없으니 200% 해보자고 달려들었죠. 아무리 전략, 제품, 기획이 다 있어도 결국 CEO가 움직여야 모든 박자가 맞더군요. 
 온종일 데이터 보고, 경쟁 플랫폼을 염탐했어요. 
 데이터를 보니 늑대인간 소재 소설 반응이 좋더군요. 왓패드에서 소설을 쓰는 아마추어 작가에게 소설 IP를 래디쉬에 팔라고 제안했어요. 그리고 처음부터 소설을 다시 쓰자고 했죠. 시작부터 강렬하게, 모바일과 웹소설 트렌드를 저격해서요. 6개월만에 2000편 챕터를 썼죠. 
 하루에 5 챕터 이상을 썼으니까요. 그 작품이 히트하고 나서 숨통이 트였죠.  

가장 힙한 웹소설 스타트업이 실은 올드한 ABC방송사의 방식을 따라했다고요?
 많은 테크 창업자들이 플랫폼, 플랫폼을 외치면서 매몰돼요. 콘텐츠 플랫폼의 핵심은 퀄리티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에요. 넷플릭스가 정말 테크로만 성장했을까요? 
 넷플릭스는 데이터로 시청자들의 취향을 세밀하게 파악한 다음,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퀄리티 콘텐츠를 만든 회사예요. 넷플릭스가 성장한 배경에는 데이터 기반 제작 스튜디오 기능이 가장 핵심이었다고 봐요. 
 래디쉬도 마찬가지죠. 탑다운 방식으로 ‘이걸 만들어야해’라고 밀고 나가는 구조죠. 콘텐츠의 99%는 돈 못 벌어요. 단 1%만이 돈을 벌더군요. 그 1%에만 최대한 리소스를 집중하는 제작은 오히려 이 방식이 적합해요. 

1%의 가능성, 말은 쉽지만 어떻게 찾나요. 
 데이터, 그리고 헐리우드의 제작 방식을 응용했죠. 미드를 보면 파일럿, 시즌 1이 성공하면 쭉 달려가잖아요. 저희는 초반 10개 대사, 처음 10초에 승부를 보려고 해요. 로맨스 소설은 처음부터 키스신, 추리 소설은 처음부터 살인 장면이 나오는 것이죠. 
 제목, 표지, 챕터 모든 것을 AB 테스트해요. 그리고 독자 반응을 보죠. 처음 10회 독자 반응이 오면 수많은 작가들이 그 소설에만 달라붙어요. 그리고 1000회까지 쭉 달리는 것이죠.  
밸류 5000억? "앞으로 수조원 밸류 된다"
작년 매출은 230억원, 그런데 5000억원 밸류요? 
 소설이 모든 콘텐츠의 원천이니까요. 그 잠재력이 반영된 밸류죠. 요새는 웹툰만하더라도 원작에 얼마나 충실했는가를 독자들이 따져요. 
 하지만 소설은 그보다 상상력이 훨씬 풍부하게 작용하는 콘텐츠의 기본 소스죠. 반지의 제왕, 왕좌의 게임, 해리포터. 모두 소설 기반의 콘텐츠들이죠.  래디쉬에 올라오는 콘텐츠 100% IP를 회사가 소유하고 있어요. 
 이 스토리가 잘 됐고, 영화 드라마 게임으로 나왔을 때 올릴 수익은 지금과 차원이 다를 거예요. 중국 텐센트는 2015년 샨다소설이라는 웹소설 플랫폼을 9000억원에 인수했어요. 이 기업 가치는 12조원이 넘어요. 텐센트의 히트 콘텐츠가 여기 올라오는 소설에 기반을 두고 있거든요.

자신있다면 엑싯할게 아니라, 계속 밀고가야지 않나요. 
 래디쉬의 콘텐츠 IP가 빨리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기 위해서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거든요. IP가 빠르게 영화, 드라마, 게임으로 제작되기 위해서는 누군가와 손을 잡아야 했어요. 
 그게 카카오고, 힘을 합쳐서 빨리 전선을 넓혀야 해요. 웹소설 회사를 넘어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되고 싶거든요. 사업의 핵심은 타이밍과 스피드고, 지금이 그 타이밍이에요. 

 카카오의 안으로 들어왔으니, 한국에서 성공한 웹소설을 미국 시장에 론칭, 미국에서 성공한 웹소설을 한국 시장에 가져와보려고 해요. 예컨대 카카오엔터의 웹소설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번역해 래디쉬에서 선보이고, 래디쉬 히트 소설을 북미에서 웹툰화하는 작업을 고민하고 있어요. 

네이버가 6500억원을 주고 산 왓패드와 래디쉬는 뭐가 다른가요 
 왓패드는 유튜브, 래디쉬는 넷플릭스라고 보면 돼요. 왓패드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자유롭게 글을 올리는 플랫폼이고, 래디쉬는 직접 제작 인력을 들여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죠.
 유저는 왓패드가 MAU 9000만, 래디쉬가 100만이죠. 그치만 왓패드는 저작권이 각각의 작가에게 있고, 래디쉬는 1만개의 소설 IP를 소유하죠.
 어느 회사의 전략이 성공할까요. 
 유튜브의 성공이 영상이라 통했다고 생각해요. 유튜브 수익은 광고에서 나고, 영상은 광고를 넣기 좋거든요. 그런데 텍스트에는 영상처럼 광고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웹소설 플랫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소설로 돈을 벌려면 소설 IP를 활용하는 비즈니스를 해야 하고, 프로덕션 전략을 택했죠. 

철학 전공이시죠. 창업하려면 컴공과 가라던데.
  철학은 '노인과 아이 중에 누굴 죽여야 하느냐'를 두고 토론해요. 사회적 통념, 법을 다 내려놓죠. 그리고 오로지 내가 세운 논리, 그 논리의 정교함만 두고 싸워요. 
 창업이 그래요. 오로지 창업자가 맞다고 생각하는 그 논리. 그 논리로 세상에 없던 비즈니스나 혁신을 밀고 나가야해요. 그 논리를 얼마나 정교하게 세우고, 남들과 다른 상상을 해내느냐가 성공을 가르는 것 같아요.  철학과 비슷한 것 같지 않나요.

엑싯하고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참, 돈을 제외하고요.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런 말이 있대요. "스타트업의 성공은 300일에 결판난다"고요. 그게 벼락성장을 한다는 의미보다, 300일 동안 별별 일을 다 경험한다는 의미라는데요. 그게 거의 2000일을 갔어요. 
  예컨대 분면 정성적으론 성장했는데, 정량적으로 데이터가 안 나올 때 정말 힘들었죠. 분명 콘텐츠 퀄리티도 좋아지고 있고, 팀도 좋았어요. 그런데 이용자가 늘지 않고 매출도 제자리고. 이게 몇백일을 갔죠. ‘존버’가 제일 고통스러운 작업이예요.
 
 얻은 것이요? 매일 꿈을 꿀 수 있어서 즐거웠죠. 밤에 누워서도 내일은 무슨 소설을 만들지 생각했어요. 언제 망할지 몰라서 매순간 쫄깃했고요. 
  어떤 하나를 아주 뾰족하고 디테일하게 파고드는 법을 배웠죠. 대학생 때는 옥스포드에서 정치, 철학, 예술을 좋아하고 거창한 이야기를 했죠. 사업은 다르더군요. 
 시장은 광활하고, 어느 작은 하나에 집중하고 디테일까지 다 챙겨야 성공할 수 있어요. 인생에서 좁고 깊게 파고드는 경험이었죠.  한번쯤 해볼만한, 뭐랄까, 전인적(全人的)인 경험이더군요. 그런데 이런 단어, 이젠 잘 안 쓰지 않나요?(웃음) 
💌구독자들만을 위한 한정 선물
 이승윤 대표가 스타트업 창업자 동료들에게 실리콘밸리와 영국에서 했던 투자유치 PPT 자료를 선물합니다. 인터뷰에 거론한, '영국 엔터 대부'에게 투자받았던 PPT, 그리고 힘든 실리콘밸리 시절의 PPT입니다. 뽀죡하고 디테일하게 짧은 10~20장으로 투자자에게 스타트업의 비즈니스를 설명합니다. 
  선물은 스타트업 창업자 동료들에게 드립니다. 원하는 분은 쫌아는기자 2호(up@chosun.com)에게 메일 주세요. 본인의 이름, 연락처, 이메일, 회사명를 적어주시면 됩니다. 개인 정보는 신청자가 스타트업 창업자임을 확인하고, 해당 이메일로 PPT를 보내드리기 위함입니다. 
뉴스레터 스타트업 시즌1은 13명의 창업자를 인터뷰 합니다. 
1. 런드리고 조성우 대표 2. 퍼블리 박소령 대표 3. 고피자 임재원 대표 4. 센시 서인식 대표 5. 스푼라디오 최혁재 대표 6. 스티비 임호열 대표 7. H2K 홍창기 대표 8. 모토브 임우혁 대표 9. 뉴닉 김소연 대표 10. 수퍼빈 김정빈 대표 11.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 12. 캐플릭스 윤형준 대표 13. 뤼이드 장영준 대표 
화요일은 창업자 인터뷰, 토요일에는 구독자의 질문에 창업자들이 직접 답하는 뉴스레터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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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에 쓰인 캐릭터는 오스트리아 Florian satzinger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