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직접 해본 것과 아닌 것은 천지 차이였죠.
NOVEMBER 14, 2025
정어리 펜넬 담파스타 레터에서, 프랑스 살 때 큰 힘이 되어줬던 친구가 해준 두가지 조언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요. (정어리 펜넬 파스타가 뭐냐구요?) 오늘 그 나머지 하나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한국에 돌아오고 새로운 직장을 찾았지만 어쩐지 맞지 않는 신발을 신은 것처럼 덜그럭거리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절친한 친구가 스페인에서 결혼한다기에, 무리해서 파리도 들르기로 했죠. 휴가 내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냥 그래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파리를 떠나온 건 제가 한 선택이었는데도 다시 그 자리를 훔쳐보고 싶어졌거든요.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으니 자꾸 뒤를 보게 되었습니다.

2년 반 만에 찾은 파리인데도 친구들은 마치 제가 전혀 떠난 적 없던 것처럼 그대로 반겨주었습니다. 하루하루 벅차게 돌아가는 바쁜 일상에서 마냥 즐기기만 하는 여행객을 위해 시간을 내어준다는 건 단순한 호의로만 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마냥 고마웠습니다. 
퇴근한 친구와 맥주 한잔 마시며 업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다시 커피를 하고 싶기도 했지만, 한국에서 커피를 할 자신이 없었어요. 프랑스에서만 커피를 배우다시피 해서 다시 배우긴 해야 할 것 같은데,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죠. 그렇다고 매니저를 할 깜냥은 아닌 것 같고… 이런저런 푸념을 늘어놓는 제게 친구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너가 왜 못해? 할 수 있지! 완전 자격 있어. 일단 해 봐. 할 수 있는 것처럼 도전해.”

그러면서 곁들인 말이 Fake it till you make it이었어요. 나중에 보니 꽤 유명한 명언이었는데 처음 들은 저는 머리를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방법이 있었던 거예요. 진짜 이뤄낼 때까지 해낼 수 있는 것처럼 속이면 되는 거였어요.

결국 한국에서 커피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용기의 문제였다기보다 열정의 문제였어요. 그렇지만 다른 업무에 도전했고 놀랍게도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저 말은 제 좌우명처럼 곁에 두게 되었습니다. 
제 이북리더기 슬립화면입니다 ㅎㅎ  

최근 단독 케이터링 업무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빨라야 내년 상반기나 지나야 될까 말까 의심하던 차였는데 말도 안 되는 기회였죠. 그런데 막상 그 기회를 마주하니까 너무 떨리더라고요. 내가 할 수 있을지. 아직 한참 먼 것 같은데. 물론 당연히 할 거긴 하지만요! 같이 하기로 한 친구도 무조건 하라고 등을 떠밀어 주었습니다. 새로운 일은 불시에 생기고, 그 기회를 잡는 건 역시나 준비가 되어있을 때라지만, 저는 일단 잡고 기회가 되게끔 다리 찢어지게 허우적허우적하는 타입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Fake it till you make it의 마음가짐 아니겠어요. 아무렴 만들어내면 되지 주의다 보니까 항상 정신없이 헉헉대지만요. 그래도 어떡해 해야지!


그렇게 잡은 행사는 무사히 성료되었습니다. 정말 다행히도 클라이언트도 좋아해 주셨고, 현장 반응도 괜찮아 보여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렸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저는 또 해낸 거죠. 우당탕탕이었어도 결국 해냈습니다. 그리고 역시 직접 해본 것과 아닌 것은 천지 차이였죠. 


이번 케이터링에 파스타 메뉴가 있어서, 꼭 담파스타로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이름하여 레인보우 파스타인데요. 성소수자 정치인을 주제로 한 영화의 의미를 담아내고 싶어서 기획하던 중 번쩍 떠오른 메뉴입니다. 파스타는 뭐든지 담아낼 수 있는 캔버스와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딱 어울리는 메뉴라고 생각했어요. 만들면서 제가 더 즐거웠답니다. 


행사 사진을 보다가 친구가 건네준 말을 다시 곱씹어보게 되었습니다. 다음엔 또 어떤 모습을, 어떤 일을 완벽히 속여내면서 성장할까요. 또 잔뜩 겁먹겠지만 안 그런 도전이 어디 있겠어요. Till I make it 될 때까지, 계속 fake it 해보겠습니다.

레인보우 샐러드 파스타

재료 [1인분 기준]

(필수)
파스타 1인분(오색 파르팔레 사용)
표고버섯 1개
방울토마토 6개
애호박 1/2개
루꼴라 1주먹
올리브오일
화이트와인비네거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소금
후추

만드는 법

1. 파르팔레는 패키지에 적힌 시간만큼 삶아줍니다.
2. 애호박과 토마토, 표고버섯은 한입 크기로 썰어 올리브오일에 버무린 다음, 소금간을 하고 180도 오븐에서 15~20분간 색을 보며 구워줍니다. (팬에다가 볶아도 됩니다.)
3. 파르팔레에 올리브오일을 휘휘 둘러주고 소금후추 간을 한 다음, 2번 채소를 와르르 넣어 섞어줍니다. 이 단계에서 루꼴라도 넣어주세요.
4. 부족한 간은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잔뜩 갈아 넣어주고, 화이트와인비네거로 입맛에 맞게 산미를 맞춰주면 끝!

님, 오늘의 파스타는 어떠셨나요?
너무 길었나요? 레시피가 부실했나요?
듣고 싶은 내용이 있나요?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다음 레터에 반영해 답장할게요.
제가 궁금하다면 아래에서 더 확인할 수 있어요!
R.DAM
artist.rda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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