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서 배우고, 한국에서 세운 '삶을 위한 학교'
진짜 내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뉴스레터 #54

<오늘의 나답게>


나답게 산다는 건 100%가 아니라,
51%에서 한 걸음씩 채워가는 것


<이번 주 깊게>
'나답게' 인터뷰, 박성종님(리오)

"누구나 인생학교가 필요하다"

"지금 나답게 살고 계신가요?"

질문을 받은 박성종 팀장님은 잠시 웃더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한 51% 정도요. 49%는 좀 바꿔야 돼요."


아산나눔재단 사회혁신팀장, 덴마크식 인생학교 '자유학교'의 공동설립자, 코치, 그리고 여전히 MBA와 리더십 과정을 밟는 학생. 동료들은 그를 '리오(LEO)'라고 부릅니다. ‘오늘을 용기있게 살자’는 뜻으로 스스로 붙인 이름입니다.

누가 봐도 밀도 있게 사는 사람이지만, 그는 자신에게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오래전 써둔 한 문장 때문이었습니다.


"사람 살리는 인생, 언제까지나 행하는 자."

"행하는 건 진짜 맞는 것 같아요. 근데 사람을 살리고 있냐는, 잘 모르겠어요."

그 부족한 49%를 채우려고, 그는 지금도 자신을 계속 새로운 학교에 입학시키고 있습니다.

리오 인생의 적, 조급함과 게으름

20대의 그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이었습니다. 책에다 "세상을 바꾸리"라고 써놓고 살았지만, 어떻게 바꿀지는 몰랐습니다.

그 시절 노트에는 이런 문장이 남아 있습니다.


꿈은 위대해지고 현실이 처량할 때의 괴리감이 주는 조급함.

그 괴리감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좌초된 상태, 게으름.

결국 이 조급함과 게으름은 위대한 꿈을 초라한 현실로 복귀시킨다.


성종아, 리오야! 계속 그렇게 살 거니?

"고시생인 저는 조급했어요. 그런데 인생이 좌초되면 게을러져요. 게으른 게 마음이 편해서가 아니라, 조급해서 게으를 수 있다는 걸 그때 발견했어요."


조급함과 게으름. 그는 이 두 단어를 '리오 인생의 적'이라고 부릅니다.

첫 번째 인생학교, 사명선언문을 쓰다

전환점은 1년간 토요일마다 다닌 '한국리더십학교'였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강사의 권유로 한국리더십센터 인턴십에 지원했고,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워크숍에서 처음으로 사명선언문을 써봤습니다.


"그전까지는 변호사가 되면 그걸로 누굴 도와야지, 그런 생각만 했었지. 실제로 내가 뭘 잘하고 좋아하는지는 제대로 발견을 못 했어요."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지. 하나씩 적어 내려가다 보니 모든 답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보였습니다. 누군가를 살리고 싶다.

그렇게 쓴 첫 사명선언문은 이랬습니다.


"사람 살리는 인생, 언제까지나 배우는 자."

"내가 나를 정의하고, 내가 나를 기획하고, 내가 나를 정리하는 일. 그게 저한테는 가장 큰 동력이었어요."


* 사명선언문 : 내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만들고 싶은 세상을 정리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한두 문장으로 적는 작업

사람 살리는, 교육의 길

사람 살리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자신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봤습니다.

"되게 어떤 의미에서 죽은 인생을 산 것 같은 거예요. 아이들이 자기 소명을 찾고 살아가면, 그게 살아 있는 인생이 되겠다 싶었어요."


그 길은 교육이었습니다. 대안학교에서 시작해 청소년교육, 세계시민교육 현장을 옮겨 다니며 10여 년을 보냈습니다. 연구자로, 교육 개발자로, 교사로, 행정가로 일했습니다.


그런데 10년을 지나며 한 가지를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입시를 포기하지 못하는구나. 그리고 제가 입시를 하라, 하지 마라 설교하고 다닐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방향을 바꿨습니다. 입시가 끝난 스무 살부터 자기 길을 찾아도 늦지 않다. 청소년 학교 말고, 청년 인생학교를 만들자.


그리고 그는 인생학교를 가장 잘하는 곳을 찾아 떠났습니다. 덴마크였습니다.

두 번째 인생학교, 덴마크 IPC

2016년 가을, 그는 덴마크 국제시민학교(IPC, International People's College)에 입학했습니다.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가진 인생의 갭이어였습니다.


IPC는 덴마크 '시민학교(폴케호이스콜레)'의 전통 위에 있습니다. 시험도 학위도 없이, 함께 먹고 자며 '삶을 위한 교육'을 하는 학교입니다. 그곳에서 본 배움은 교실 밖에 있었습니다.


"같이 먹고 살면서 생기는 대화에서 배우는 게 너무 많아요. 모두가 쓰는 커먼룸이 있는데, 차 한 잔 마시다가 '너 왜 왔어?' 하는 이야기를 밤새도록 하기도 하고, 아침부터 하기도 하고요."


이런 학교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해서 폴케호이스콜레 협회를 찾아간 적이 있다고 합니다. 덴마크 시민학교가 오랜 세월 거둔 성과를 한 문장으로 말하면 이렇다고 했습니다.


"나는 내가 무엇을 배웠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잊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그래서, 학교를 세우다

덴마크에서 함께 지낸 한국 친구들과 돌아와, 2017년 겨울 '자유학교(Jayu Skole)'를 세웠습니다. 한국에서 경험하는 덴마크식 인생학교, 쉼과 전환을 위한 안전한 실험실이었습니다.


연말연초마다 10일짜리 숙박 프로그램을 열었습니다. 너무 즐거웠지만, 참가비로는 숙박비와 식비를 겨우 맞췄고 운영진은 휴가를 써가며 일했습니다. 오래 이어가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그때 붙잡은 질문은 지금까지 이어집니다. 

삶을 위해 진짜 필요한 교육은 무엇일까.


그러다 서울NPO지원센터를 거쳐 아산나눔재단에 왔습니다. 그가 맡은 프로그램들도 다른 의미로는 학교였습니다. 기업가 정신을 배우는 학교, 자립을 배우는 학교, 사회혁신을 배우는 학교.


"그래서 지금 하는 일들도 저한테는 다 학교예요."

셀프 리더십은 머리로 되지 않는다

재단에서 일하며 그는 하나를 더 발견했습니다.

"자립에는 자기 경영도, 조직 경영도 필요한데, 그 기저가 리더십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머리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지난 10년간 경험한 거죠. 개인에게는 셀프 리더십이, 함께하는 조직에서는 전략적 리더십이 필요하더라고요."


나를 발견하는 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혼자 자기 인식을 해서 되는 게 아니라, 관계 속에서 이야기해 보다가, 질문을 받아보다가,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구나' 발견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는 함께 일해보는 경험과, 그 뒤에 따라오는 회고 질문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너는 무엇을 느꼈니?

너는 무엇을 배우고 있니?

너는 누구에게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떤 질문을 받았니?


'러닝 바이 두잉(Learning by Doing)'. 해보면서 배운다는 이 말이 그의 교육 철학이 됐고, 그는 이 철학을 자신에게 먼저 적용합니다.


"저는 저를 되게 실험대에 던져요.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에 던지고, 진성리더십 아카데미에 던지고, MBA에 던지고. 창업을 직접 해봐야 자립을 알 텐데, 생계도 있으니 교육 과정에 저를 던져서 테스트해 보는 거예요."

매듭짓기, 난 왜 사회혁신가가 되려고 했지?

2024년, 진성리더십 아카데미의 노마드 클럽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리오의 인생학교'라는 이름으로 정리한 자저전을 썼습니다. 노트 두 페이지에 지나온 길을 빼곡히 적어 내려가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난 왜 사회혁신가가 되려고 했지?"


그리고 네 가지를 발견했습니다.

  1. 난 사회부적응아였네? 조급함과 게으름과의 투쟁이었어.
  2. 그래서 학교를 만들고 싶었구나. 커리어도 그쪽으로 했었고.
  3. 어랏, 커다란 삶의 전환들이 있었네?
  4. 오~ 나는 생각보다 많이 받은 사람이었군! 나도 나누겠어!

이 매듭짓기 끝에 그는 20대에 쓴 사명선언문을 고쳤습니다.

'언제까지나 배우는 자'를 '언제까지나 행하는 자'로

노트 한쪽에는 이런 문장도 적혀 있었습니다.


"사회혁신가는 되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다. 목표가 아니라 여정이다."

노트 속 '리오의 인생학교'는 노트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이름을 걸고 실제 사업을 펼쳤습니다. 머릿속 정리에서 끝내지 않고 직접 해보는 것, 그가 말하는 '행하는 자'의 방식이었습니다.

51%, 그리고 남은 49%

그는 지금 게으르지 않습니다. 회사 일, MBA, 가정. 정말 바쁘게 삽니다. 그런데 50을 바라보는 지금도 조급함은 남아 있습니다.


"이제는 인생에 대한 조급함인 것 같아요. 이러다 죽으면 아쉽지 않을까.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가 저한테 비춰지는 거죠. 그래서 늘 뭔가를 포기하는 데 바빠지고 있어요."


그래서 그의 점수는 51%입니다. 행하는 자로는 살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에게만 투자하고 있다는 것.


"뒤로 갈수록 남에게 뭔가를 더 쓰면서 살아야겠다. 그래서 코칭을 생각하게 됐어요."


한국코치협회 인증 코치(KAC)인 그는, 자격증을 따면서도 '이게 진짜 효과가 있나'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코칭을 받으며 효능감을 느꼈고, 이제는 좋은 코치가 되면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다고 "확신에 가깝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 그는 '리오의 사회혁신 코칭'을 고민해 보고 있습니다. 사회혁신을 시작하려는 청년들이 실제로 지나가는 관여, 몰입, 혼란, 연결, 발견, 벽 인식, 선택의 일곱 단계를 곁에서 함께 걷는 코칭입니다. 그가 붙인 문장은 이렇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이, 나를 잃는 일이 되지 않도록."

기타는 영상으로 늘지 않는다

나답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아이들에게 늘 하는 이야기부터 꺼냈습니다.


"네가 하고 싶은 거 해라. 대학교 가도 되고 안 가도 된다.

근데 진짜 하고 싶은 게 아니면 굳이 하지 마라."


다만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정서적, 경제적 자립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베짱이처럼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 내가 가진 재능과 강점이 사회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 그게 그가 생각하는 사회혁신가의 일입니다.


그 일을 찾는 방법에 대해서는 기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기타를 지식으로 배우면, 동영상을 아무리 많이 봐도 안 늘어요. 쳐야 늘어요. 쳐보면 왜 안 되는지, 뭐가 필요한지를 알아요. 해머링이 안 되면 해머링 하는 법을 찾겠죠. 근데 안 쳐보면 뭐가 안 되는지 모르니까, 바다에서 답을 뒤지는 거예요."


20대의 그는 머릿속에서 정답을 완성하려고 너무 오래 애썼습니다.

"간단하게 논리적으로 정리했으면, 이제 뛰어들어서 찾기 시작해야 되는데, 그걸 너무 못했던 것 같아요. 더 어렸을 때 해볼걸."


"해보면서, 잘하는 걸 찾아라. 그게 사실 가장 간단한 답이에요."

기본기는 완성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냥 해보라고만 하면 막막합니다.

그래서 그는 '선배의 역할'을 이야기했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 보라고 가르마를 타주는 게 선배가 할 일이에요. 그리고 하나 더. 기본기는 이런 거야, 그건 놓치지 말라고 알려주는 거죠."


기타를 배우는 사람에게는 매일 5분 크로매틱 스케일.

축구를 하는 사람에게는 인사이드 패스와 몸을 틀어 공을 받는 연습.


"기본기는 언젠가 달성되는 게 아니에요. 기초 과정이 아니라 기본 과정이에요. 끝이 없는." 5분이면 충분합니다. 매일 하면 손가락이 따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몸이 달라집니다. 그 변화를 경험하지 못하면, 모든 건 머리로만 아는 것으로 남습니다.


"시합에 굶주린 사람은 기본기가 안 늘어요. 게임의 도파민만 계속 생기는 거지."

그는 솔직하게 덧붙였습니다.

"근데 저도 기본기를 잘 못해요. 지루하고 귀찮거든요. 그래서 기본기 같은 교육을 계속 받는 거예요. 저를 거기에 던져 놓는 거죠."


그래도 그는 압니다. 진짜 재미는 기본기 끝에 있다는 것을.

"졸면서도 연습하다 보면 다음 날 내 손이 달라진 게 느껴지거든요. 절대 못 쳤던 곡이 박자 안에 딱 들어오는 그 순간. 순간순간의 보물찾기 같은 거예요."

나답게 살아가려는 분들에게


해보면서 찾아라.

"하고 싶은 걸 찾는데, 해보면서 찾으세요. 쳐봐야 뭐가 안 되는지 알고, 그래야 뭘 배워야 할지 보여요."

머릿속에서 완벽한 답을 찾으려 애쓰기보다, 일단 하나를 골라 뛰어들어 보세요.


나만의 인생학교에서 매듭을 지어라.

"난 왜 이 일을 하려고 했지?"

지나온 길을 한 번씩 적어보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리오는 그 질문 끝에 20년 된 사명선언문을 고쳐 썼습니다. 한 번 써둔 문장도 다시 꺼내 맞춰봐야 합니다.


기본기는 매일 5분이면 된다.

"기본기는 완성되지 않아요. 그냥 계속하는 거예요."

일에도, 삶에도, 대화에도 기본기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 연습하지 못하더라도, 그게 기본기라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다릅니다.

박성종(리오)에게 배우는 세 가지


✔ 해보면서 잘하는 걸 찾아라 - 기타는 영상을 아무리 봐도 늘지 않는다. 쳐봐야 무엇이 안 되는지 알고, 그래야 더 뾰족하게 배울 수 있다. 일도, 나다움도 마찬가지다.


✔ 나를 인생학교에 입학시켜라 - 셀프 리더십은 머리로 되지 않는다. 함께 먹고 이야기하고 일하며 질문을 주고받을 때,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구나"를 발견한다.


✔ 기본기는 기초가 아니라 기본이다 - 언젠가 끝나는 과정이 아니라, 매일 5분씩 계속하는 것. 그 끝에서 손이 달라지고, 진짜 재미가 찾아온다.

박성종(리오)은 아산나눔재단 사회혁신팀장입니다. 고시생 시절 사명선언문을 쓰며 '사람 살리는 인생'을 삶의 방향으로 정했고, 대안교육, 청소년교육, 세계시민교육 현장에서 10여 년을 보냈습니다. 2016년 덴마크 국제시민학교(IPC)에서 인생학교를 경험한 뒤 동료들과 덴마크식 인생학교 '자유학교(Jayu Skole)'를 공동설립했습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 코치(KAC)로, 사회혁신을 시작하려는 청년들을 위한 '리오의 사회혁신 코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 내용이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매일 5분씩 다지고 있는 기본기는 무엇인가요?


나답게 류태섭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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