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첵레터 15호 2022. 11. 24. 책첵레터 15호
"전화는 한밤중에, 새벽 세시에 오고, 그래서 우리는 무서워 죽을 것 같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레이먼드 카버의 이 단편, 바로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의 표제작입니다. 살아가는 동안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시시때때로 우리의 삶 한가운데에 끼어든다는 책의 소개글이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카버의 단편집에 나오는 이 두려움은 자극적이고 눈에 확실히 보이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 마음 한구석에 조용히 자리하는, 미세한 차이로 자꾸만 눈길이 가는 종류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카버만의 이 두려움의 온도를 알라딘 소설 권벼리 MD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삶에서 어떤 어긋남을 눈치채는 순간들과 그럼에도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처럼 지나치는 마음. 작가의 시선은 그 작지만 거대한 순간을 향한다."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에서의 미묘하면서도 매력적인 '두려움'을 주제로 이번 책첵레터를 꾸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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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Check
- ALL ABOUT BOOK : 레이먼드 카버
- 한밤에 찾아온 불안과 잠에 겨운 새벽의 이야기 (feat. 뭉클 봄동 😺)
- 뭉클 책 처방소 "내일을 마주하기 두려운 사람에게"
- 동네 한 바퀴 : 문학동네 출판그룹 최신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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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의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부터 그동안 절판되었던 작품까지,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세계를 완성하는 11편의 단편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직 한국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유일하고 특별한 소설집인 것이죠. 그렇다면 레이먼드 카버는 도대체 누구이고, 왜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는 걸까요? 손보미, 정영수 작가가 레이먼드 카버와 그의 작품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작가들이 생생하게 전하는 레이먼드 카버의 이야기, 함께 읽어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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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 진정한 낙관주의자, 레이먼드 카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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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기에 카버 소설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이 공포와 두려움 다음에 위치하는 것 같다. 카버의 인물들은 그러한 공포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꿈꾼다. 그들은 한 번도 가지 못한 알래스카를 꿈꾸고, 언젠가는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들의 결혼생활은 외도와 의심, 중오와 슬픔으로 가득차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 하고 그들은 여전히 사랑을 꿈꾼다.
내 생각에 카버는 진정한 낙관주의자였다. 그는 결국엔 엉망진창이 되어서 춤을 멈추게 될지라도, 다시 추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 대해 썼다.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변화를 맞이해야 하고, 삶의 어떤 부분이 속절없이 허물어져가더라도, 춤을 춘 순간만은 잊지 않기를 바랐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이 결국에는 헛된 꿈이라고 판명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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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보미
소설가. 지은 책으로 『디어 랄프 로렌』 『그들에게 린다힙』 등이 있다.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첫 문장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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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 희망에 대해 말하지 않기 -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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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은 “전화는 한밤중에, 새벽 세시에 오고, 그래서 우리는 무서워 죽을 것 같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아내는 전화를 받으라고 소리치고, 수화기 건너편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가 역시 누군지 알 길이 없는 ‘버드’를 바꾸라고 종용한다. 그의 잘못이라면 잠들기 전 전화선을 뽑아둔다는 것을 깜빡한 것뿐인데. 전화를 끊은 후 이상하게도 ‘나’와 아내의 대화는 언젠가 찾아올 죽음으로 향한다.
카버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특징은 끝에서 이야기가 다시 시작한다는 데 있다. 언젠가 더이상 전화는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는 아직 삶이 남아 있다. 무언가를 무서워하며 살아나가야 하는 아주 긴 삶이. 폭발음은 그쳤지만 여전히 우리 안에서 공명하는 소음의 잔향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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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영수
소설가. 지은 책으로 『내일의 연인들』 『애호가들』 등이 있다. 레이먼드 카버의 시전집 『우리 모두』를 편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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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내용은 문학동네의 해외 작가 매거진 시리즈 <올어바웃북: 레이먼드 카버> 수록된 글 중 일부입니다. 손보미, 정영수 작가의 글에 이어 이다혜 기자가 분석한 레이먼드 카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이야기까지, <올어바웃북: 레이먼드 카버>는 여기에서 무료로 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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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에 찾아온 불안과 잠에 겨운 새벽의 이야기 (feat. 뭉클 봄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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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을 읽고 있다 보면 이제는 잘 기억나지도 않는 한때의 두려움이나 고민 같은 것들이 떠오르는 것만 같습니다. 뭉클 봄동은 예전에 불면으로 곤란했던 경험이 떠오르는데요. 몇 시에 자더라도 정확히 새벽 3시만 되면 눈이 번쩍 떠지는, 아주 기묘하고도 신기한 일이었어요. 레이먼드 카버식의 이야기와 어울리지 않나요? 잠은 안 오고, 다음날 출근은 해야겠고... 답이 없는 매일이 반복되면서 밤이 점차 답답하고 두렵게 느껴졌습니다.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 언젠가부터 그 시간에 책을 집어 들기 시작했는데요. 그때 읽었던 모니카 마론의 『슬픈 짐승』, 이주란 작가의 『한 사람을 위한 마음』, 김경후 시인의 『열두 겹의 자정』 등은 이제 저에게 인생 책으로 남아 있습니다. 불면에 대한 두려움이 책 속 문장으로 자연스럽게 해소되었고, 그 이후엔 오히려 마음 놓고 책을 읽는 시간이 되었어요.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을 만난 지금, 그때의 제가 카버의 문장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지났기에 지금 이 책에 깊게 몰입할 수 있었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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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걸 견디며 살 거야.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들을 이미 견디고 살았어. 이것도 견디며 살게 될 거야, 아마도.”
"디어, 두려움을 갖지 않으려고 해보세요."
_ 레이먼드 카버 「상자들」 중에서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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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I 뭉클 봄동 😺
내향인 중에 가장 외향인.
북클럽문학동네에 우당탕탕 파워 적응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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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 책 처방소 "내일을 마주하기 두려운 사람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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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겪고 있는 두려움 중에는 일의 마감 기한을 지켜야 한다거나, 학생이라면 진로에 대한 막막함이라거나 현실에 밀착해있는 것들도 있지요. 오랜만에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책 처방소함을 열어보았습니다. 이번 책 처방소 역시 '두려움'에 맞는 사연을 택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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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제 성인이 되어 혼자서 길을 찾아가야 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제 주변의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발전하고 성장하는 기분이 드는데 여전히 저는 어린 나, 그 자리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에 도전하기가 아직 두렵고 무서우며 작은 일에도 처절하게 무너지는 저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책을 추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영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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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의 책 처방
영주님의 사연을 읽는데, 바로 김연수 작가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가 떠올랐어요. 이 책에서 김연수 작가는 과거에서 미래를 향해 흐르는 것으로만 여겨지는 시간을 다르게 정의함으로써 우리가 현재의 시간을, 즉 삶을 새롭게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아름답고 서정적인 언어로 설득해냅니다. 이 책을 덮고 제목을 다시 바라보면, 어딘지 모를 안도감이 들 거예요.
"이제는 안다.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는 것을." (34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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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2022 부커상 최종후보작! 이달책 15호 『오, 윌리엄!』을 주목해주세요. 겨울호 리딩가이드와 함께 완독 후 한소범 기자의 온라인 북토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 2019 젊은 작가상 수상작! 김희선 작가의 단편소설 『공의 기원』이 연극으로 재탄생했습니다. 현재 북클럽문학동네 인스타그램에서 티켓 증정 이벤트가 진행 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도토리 문화센터』신규 회원 모집!? 난다 작가가 사연을 직접 그림으로 그려주고, 취미까지 추천해주는 이벤트를 11월 27일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취미가 고민이라면? 👉 지금 바로 참여해보세요!
- 2022 제55회 한국일보문학상🏆에 송지현 소설집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이 선정되었습니다! 실패와 헤어짐 속에서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풍성해지는, 먹고 싸우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에서 만나보세요.
- 독파와 함께 연말까지 독서챌린지를 함께해보세요. 각 도서의 챌린지 참여는 11월 30일(수)까지 신청 가능, 12월 1일(목)부터 독파메이트와 본격적인 독서를 시작합니다.
✔️ 이달책 15호 『오, 윌리엄!』 with 이봄이랑 편집자, 한국일보 한소범 기자
✔️ 『빈곤 과정』 with 스쿼트토끼 편집자, 조문영 저자
✔️ 『태양시집』 with 손예린 편집자, 박은경 역자
✔️ 『모락모락』 with 곤 편집자, 차홍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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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의 고민 사연에 책을 처방해드리는 뭉클 책 처방소는 상시 운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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