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6 / 2022 3월 호 🗒 월간 백지노트는...
기 획 : 이인승, 정다은 글 : 고혜빈, 정혜윤, 전하루, 백정윤, 김지원 그 림 : 이인승, 안서진, 정다은, 박소담, 김규영 1장. 변화 순간의 포착, 이인승 ![]() 작가 소개 산업구조 변화를 포착하여 그림으로 담아낸다. 삶의 고통과 해결을 산업구조 변화에서 찾는다. 이를 통해 본인의 인사이트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 내가 그림으로 포착하는 것은 구체적인 형상이 아니다. 변화라는 추상적 개념을 포착한다. ![]()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불안, 갈등, 고통은 별개이면서 연결되어 있다. ‘불안’은 대응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공포에서 기인한다. ‘갈등’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미래에 대응하는 방식 속 한정된 자원을 분배하는 서로 다른 요구에서 발생한다. ‘고통’은 그것을 분배하는 방식에서 잘못된 선택을 했거나 소외되었을 때 발생한다. 우리는 대외 변수를 모두 통제할 수 없다. 때문에, 힘들게 만드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나를 통제했다. 그것이 21세기 동양사상이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외물이나 외형이 아닌 나에 집중하는 동양사상은 현대에 와서 꽤 효과적인 방법론처럼 보였다. 자연과 동떨어진 인간의 삶이 문제라고 보는 도교는 물아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변형하여 치유와 명상을 연결하였다. 자연의 이치를 교훈 삼아 인간의 본성을 가꾸던 유교의 사상은 인성(仁性)을 강조하며 현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나를 포함한 모든 것이 자연이라고 보는 불교는 경전의 교리를 활용하여 사람들의 번뇌를 해소하는 방법론을 설파했다. 하지만 이런 동양사상이 개인의 문제들을 해결해 주었냐 묻는다면 그것들의 가치에 대한 의심이 든다. 나의 그림은 위의 동양사상으로 해소되지 않았던 문제(불안, 갈등, 고통)를 해소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그 방법은 우리가 현재 변하고 있는 세상 속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변화를 직면하여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변수가 만들어내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절대적 가치 기준을 만들면 안 된다. 이것은 동양의 음양 순환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거대한 이치는 개인의 삶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 우리는 당장 눈앞의 변화가 어디서부터 기인했고 어디로 갈지 고민하기에도 바쁜 삶이다. 작가 이인승 ![]() 📝 Critic's Note 여기에 내용을 입력하세요이인승 작가의 작품 <발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네온사인 기호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작품에서 큰 존재감을 내뿜고 있는 네온사인으로 만들어진 기호들은 마치 날씨 뉴스 속
지도위에 표시되는 일기기호 같은 친숙한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기호로 모티프화 된 자연을
진경산수 위에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기호들을 표현하고 있는 네온사인은 전통적이라고
여겨지는 동양화 위에 부어진 현대문화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불빛’은 문명의 진화가 얼마만큼
첨단화 되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고대에 인간이 불을 만들기 위해 나무, 짚, 낙엽과
같은 식물의 부산물에서 시작하여서 핵 발전소를 통한 전기의 생산까지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네온사인은 도시의 빛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홍콩은 특히 1970~80년대 네온사인의 전성기를
보여주었다. 이때 이 도시의 모습은 사이버펑크 장르에 영향력을 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요소를 가진
‘빛’’이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박연폭포> 위에 표현되어 있다는 것은 작가가 동양화에 ‘현대’라는
시간성을 임팩트 있게 제시하고 싶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평론 정혜윤 2장. 영광의 무게, 안서진 ![]() 작가 소개 현 시대 동양화의 정체성은 어디쯤 위치하고 있을까? 작가, 화단, 대중이 각자 다르게 생각하는 ‘동양화’ 개념을 한국의 서브컬쳐(Subculture)를 통해 컨텐츠의 확장성을 제시함으로써 그 답을 하고자 한다. . 📝 Critic's Note 안서진 작가의 연작 <UN_PERMITTED>(가제)의 세 번째 인물은 2000년대 후반 활발히 활동했던 FT아일랜드의 이홍기다 (지난 5호에서 소개된 동일한 작품으로 이번 달에 완성되었다). 그는 정면을 응시하며 당당한 모습으로 왕좌에 앉아있다. 그의 상반신을 휘감은 전동 드릴 선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다 보면 흰색과 검은색의 매니큐어가 곱게 칠해진 그의 손가락이 보인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들린 전동 드릴로 처참하게 부서진 해골은 드럼 스틱과 함께 그의 발 받침대 아래 덩그러니 놓여있다. 해골은 이홍기가 자신의 몸에 타투를 새기고, 해골 무늬가 들어간 옷을 즐겨 입는 것으로 보아 인물의 사적인 취향을 드러낸다 (월간 백지노트 안서진 작가노트 참조). 이와 동시에 서양정물화에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로 자주 등장하는 해골 형상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힘없이 부서진 해골은 ‘자신이 언젠가 죽는 존재임을 잊지 말아라’라는 뜻의 메멘토 모리의 변형된 형태로 읽을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문자 그대로 부숴버리는 것은 그의 도전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연작의 이전 두 작품 (서태지와 현아)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인물과 기물의 관계, 기물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더 프레지던트> 연작에 이어 아이돌 연작을 시작한 안 작가의 인물 선정에 대한 작가의 기준과 이유가 궁금해진다. 물론,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가 있기 마련이고 이것은 작가가 굳이 밝혀야 할 부분은 아니다. 그러나 관람자의 입장에서 인물 사이의 연관성이나 연결고리를 만들어 갈 수 있어야 ‘연작’이라는 짜임새가 유의미할 것이다. 연작이 완성된 후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유사점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감상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평론 백정윤 3장. 풍경의 리듬과 결, 정다은 ![]() 작가 소개 동양화를 기반으로 회화 작업과 디지털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있다. 풍경 속에서 느껴지는 공기의 움직임을 포착해서 리듬을 그려내고 있고, 자연의 색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을 그린다. 📝 Critic's Note <비상>, 2022 붉은색 흙길을 따라 네 마리의 새가 날아든다. 지평선 가까이 붉은 해가 뜨거나 지고있는 미지근한
온도의 시간, 어딘가 친숙한 화폭을 보며 더듬더듬 기억 속 장면을 꺼내어본다. 저 멀리 선두에서 이끄는
새부터 바로 눈앞의 새들까지, 나는 친구들과 제주도의 비자림을 날아가고 있었다. 아직 겨울이라
앙상한 나무들은 좋은 그늘이 되어주지는 못하지만, 오히려 자유로운 바람길을 열어주는 듯하다.
이번 겨울, 제주도의 풍경은 또 한 번의 <비상>을 이끌어냈다. 정다은의 지난 개인전 «새들의 여행»과
유사한 맥락을 지닌 이 작품은, 새들이 자연을 여행하며 바라본 관점을 감상자의 시점과 동일하게
위치시킨다. 작가는 한 마리의 새가 되어 작품 안으로 날아들고, 감상자는 보이지 않는 또 한 마리의 새가
되어 그 뒤를 따라간다. 어디를 둘러봐도 자연이 시야에 가득 차는 이 공간에서 우리는 사소한 고민이
사라지고 살아있다(alive)는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됨을 느낀다. 화폭 가득 느껴지는 은은한 평온함은 삶에
숨결을 불어 넣고, 그때 비로소 생(生)의 감각이 깨어난다.
작가 정다은은 현실 세계 속 자연 풍경을 목격하고, 그중 가장 ‘보기 좋은 것’을 선별해 그림 속 세상을
탄생시킨다. 세상의 만물을 만든 창조주가 “(자신이 만든 모든 형상과 생물체가)보기에 참 좋았더라.”고
말한 것처럼, 제주도를 닮은 이 세계관 속에는 보는 이의 평안을 기원하는 창조주의 마음이 곳곳에
깃들어 있다. 고요한 이 세계 안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그리고 일어나지 않고 있을까?
작품의 표면(surface)은 현실과 그림 속 세상을 잇는 차원의 창이 되고, 파란 프레임 밖으로 살짝 나와
있는 나무 잎사귀들은 작품 안으로 들어오라 손짓한다. 평론 전하루 4장. 행복을 찾아서, 박소담 ![]() 작가 소개 매체의 질료적인 특징과 조형과의 조화를 뽑아내는 일을 매우 매력적이다. 호흡이 맞는 그림을 아직 찾아가는 중이지만 실질적인 재료 연구들을 하며 꿈꾸는 회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행복이란 무엇인지 개인단위로 번화하지만 분명한 것은 항상 우리는 행복과 사랑을 꿈꾼다는 것이다. www.instagram.com/glossywhiteblue ![]() 📝 Critic's Note 한 달 여 만에 만난 박소담 작가는 놀라운 작업 속도로 두 점을 완성하고 또 다른 작품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번 달 소개할 그의 신작 두 점은 유난히 서로 다르다. 지난 몇 달간 보았던 작가의 작품 중 가장 색채가 화려한 <공생>과 가장 무채의 작품 <인연>, 이렇게 두 점은 한 달 만에 완성되어 있었다. <공생>: 콩과 흙 안료를 실험적으로 사용하며 오묘한 갈색 빛의 자연을 담고 있던 지난 작품들과는 달리, 화면 정 중앙에 푸르고 붉고 노란 빛을 내고 있는 한 형상이 눈에 띈다. 분명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것으로도 유추할 수 없는 비구상의 형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 우주 영화 속의 배경 같기도 하고, 해저 생물 서식지 같기도 한 모습은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다. 많은 색감이 중첩되어 서로를 덮고 그 위에 얹어 있음에도 각각의 레이어가 분명히 보인다. 흐르고 번진 듯 자유롭게 지나간 붓 선은 중앙에 차곡차곡 쌓여 단단한 형태를 만든다. 화면 중앙의 절제된 이 형태는 부유하는 하나의 오브제가 아닌, 멀리서 바라본 한 공간(空間) 같다. 평면의 그림 속에서 깊은 폭이 느껴지고, 형태가 담고 있는 공간 내부가 궁금해진다. ![]() <인연>: 알 수 없는 어떠한 흔적이 촘촘하게 화폭을 한 가득 채웠다. 얇은 검정 선들과 크게 번진 무채색의 물감 자국은 마치 설산 사진에 노이즈 효과를 얹은 듯, 시야가 흐릿해지는 착시를 일으킨다. 작가의 설명으로, 이 작품은 ‘검은 바탕에 흰 염색을 가하며 우연적으로 얻어진 형상’이라고 한다. 이로서 그동안 극도의 통제안에서 번짐과 붓 선을 만들던 작가의 기존 작품들과는 또 다른 시도임을 알게 된다. 물성이 스스로 만들어낸 질감은 화면 위에서 잘게 부서져 화면을 가득 채우고, 흰색 물감 사이사이로 생겨난 균열들은 촘촘한 선(線)으로 서로를 잇는다. 평론 김지원 5장. 밈을 통한 가상공간, 김규영 ![]() 작가 소개 wakarimasen(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예술이 어떤 세상을 정의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사회문제를 거론하기 이전에 더 순수한 의도로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세상 속 다른 분야의 문제를 언급 할 정도로 내가 올바른 사람인가?
나는 모르겠다. 📝 Writer's Note 끝없이 펼쳐져 뜨겁게 달궈진 모래와 이글거리는 적막감. 부분부분 놓인 가벼운 건축물들과 저 멀리
세상을 가르는 선. 사막의 신기루와 같은 초현실적 분위기는 어떤 비현실적 순간도 모두 그럴 듯
함으로 포장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김규영은 이러한 사막의 능력을 자신의 작품 속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작가 특유의 비개연적 화면에 그럴 듯한 현실감을 부여한다. 엷은 감색 및 낮은 채도의
비교적 흐릿한 색감이 전반적이었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작품은 보다 과감한 채도의 색 대비를 통해
강렬하게 다가온다. 화면의 중앙부 상단에 위치한 맑다 못해 시리도록 쨍한 푸른빛의 하늘은 하단의
전반을 지배하는 짙은 황톳빛과 대조되며 4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화면을 분할한다.
거대한 화면의 중앙부에 과감하게 배치된 인물들은 역시나 김규영 작가 특유의 드라마틱한 표정과
몸짓을 통해 우리를 압도한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마주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는, 어딘가 과장된
인물들이 제공하는 미세한 '오류'와 뒤틀림은 작품을 마주한 우리의 정상적인 사고의 흐름을
지연시킨다. 화면 중앙부에서 터져 나오는 연기는 정적인 사막이라는 배경과 대조를 이루며 화면에
긴박감을 부여한다. 하지만 전반적인 배경의 상황과 별개로 각자의 흐름으로 움직이는 인물들이
부여하는 괴리감은 자연스러운 이미지 읽기를 거부한다.
김규영의 밀도 높은 전작들을 생각하면 이번 작품 역시 비어있는 부분들이 향후 어떤 파편들로
메꿔질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평론 고혜빈 매달 1일 오후 1시에 1달 간의 작가의 그림과 글을 모아서 보내드립니다. 성장을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 뉴스레터 피드백은 이 메일에 답장으로 보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