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 재즈, 베니 굿맨

팝콘을 먹으며 오래된 흑백영화를 보던 유령이.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자, 갑자기 벌떡 일어나 막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 오늘은 경쾌한 시대를 담은 재즈 음악, 그중에서도 스윙 재즈 이야기를 들려드릴게령!

내 플레이리스트 속 스윙 재즈 🎷

유령이 플로터, 오늘은 레터의 시작을 힘차게 열어줄 노래 한 곡을 가져왔어요! 도입부만 들어도 모두가 반응한다는 이 노래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유령이가 힌트를 줄 테니 어떤 곡일지 맞혀 보세요!


👻: 가사 힌트예령! “길을 잃었다~ 어딜 가야 할까”

▲ 아이유(IU) <분홍신> 퍼포먼스 MV, 출처: 1theK

바로 한국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 아이유의 <분홍신>이에요. 흥겨운 리듬과 풍부한 악기 소리가 어우러진 이 곡은 한 편의 뮤지컬 넘버를 듣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요. 특히 피아노, 베이스, 색소폰 등 노래를 빈틈없이 채우는 악기들은 귀를 즐겁게 해주죠. 놀랍게도 분홍신은 스윙 재즈 장르를 기반으로 한 곡인데요. 흑백 뮤직비디오 속 춤을 추는 아이유와 뒤에 자리한 밴드는 이번 레터에서 소개해드릴 스윙 재즈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어요.


👻: 유령이도 재즈 정말 좋아해령~ 재즈는 안에서도 다양한 스타일이 있다고 들었는데, 스윙 재즈도 재즈의 한 형태인가령?!

어둠 끝에 나타난 음악 ✨

맞아요! 스윙도 재즈 음악의 한 줄기예요. 스윙을 소개하기에 앞서 재즈라는 장르에 대해 간략하게 들려줄게요. 재즈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미국 뉴올리언스의 크레올(Creole)*들 사이에서 연주되면서 탄생했어요. 자유의 음악이라고도 불리는 재즈는 연주자와 연주 그 자체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즉흥적인 면이 두드러지는데요. 형식을 엄격히 따르는 클래식과는 달리, 자율적인 연주를 존중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을 가진 새로운 음악의 흐름을 가져왔죠.


*크레올(Creole): 흑인과 유럽계 백인(프랑스인) 사이의 혼혈.

▲ 대공황 시대의 실업자들 행렬, 출처: nara

재즈는 시대의 흐름에 민감하게 변화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에 맞는 새로운 연주 스타일과 편성이 등장했는데요. 1930년대 대공황*의 끝에 유행을 몰고 온 스윙 재즈도 그중 하나죠. (👻: 여기서 ‘스윙’은 재즈의 한 스타일인 동시에, 재즈에서 핵심이 되는 리듬을 뜻하는 용어래령!) 침체된 경기가 회복되면서, 밝고 신나는 음악을 찾기 시작한 사람들은 저절로 몸을 움직이게 하는 스윙에 푹 빠져들었어요. 역동적인 느낌을 주는 4박자의 리듬과, 풍부한 사운드를 만들어주는 관악기와 타악기는 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대공황: 1929년, 미국의 주가 폭락으로 이어진 세계적인 경제 침체기. 

▲ <분홍신> 속 빅밴드, 출처: <분홍신> 퍼포먼스 MV

혹시 앞서 소개했던 <분홍신> 영상 속 악단을 주의 깊게 본 플로터 있나요? 스윙에서 다채로운 악기로 편성된 악단을 가리켜 빅밴드라고 하는데, 분홍신 영상 속 악단은 빅밴드의 형태를 잘 보여주고 있어요. 빅밴드는 주로 10인조 이상으로 구성되고 무대 왼쪽의 리듬 섹션*, 오른쪽의 브라스 섹션*리드 섹션* 세 파트로 나뉘어요. 곡의 주된 멜로디와 흐름을 섹션끼리 자유롭게 주고받는 점이 아주 매력적이죠. 이처럼 스윙에서는 각 섹션 악기를 조금씩 추가하거나 달리하면서 훨씬 다양한 조합의 빅밴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해요.


*리듬 섹션: 리듬을 만드는 악기군 - 피아노, 베이스, 드럼, 기타.


*브라스 섹션: 금관 악기 - 트럼펫, 트롬본.


*리드 섹션: 목관 악기 - 색소폰, 클라리넷.

 

👻: 여러 섹션으로 나뉜 만큼, 악기들이 주고받는 하모니를 구분하며 들으면 더 재밌겠어령! 플로터는 이렇게 흥겨운 스윙을 두고 춤추지 않을 수 있나령?

스윙댄스를 추는 사람들, 출처: 네이버 캐스트

쉘 위… 스윙?💃

스윙하면 역시 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그네를 타듯이 들썩이는 스윙 리듬은 4박자 속에서 악기들이 자유롭게 강세를 준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에요. 악센트를 통해 원하는 대로 박자를 조절하기 때문에 일종의 당김음*이 만들어지죠. 이렇게 박자 사이에 강약이 바뀌면 곡의 긴장이 생겼다 풀리기를 거듭하게 되어, 기본 리듬보다 귀에 훨씬 잘 들어오게 돼요. 이처럼 내면의 댄스 본능을 자극하는 스윙 재즈는 대중의 인기에 힘입어 듣는 음악뿐 아니라 보는 음악까지 입지를 넓혔어요. 바로 스윙댄스라는 새로운 예술 장르를 탄생시킨 거죠. 춤에서는 이러한 재즈의 리듬을 오프비트(off beat)라고도 하는데, ‘비트를 벗어나’라는 뜻처럼 사람들이 박자를 즉흥적으로 느끼며 춤을 추기 때문이라고.


*당김음: 선율이 진행되면서 센박과 여린박의 순서가 바뀌어 강약의 조절이 뒤집히는 현상.

▲ 영화 <LA Lindy Hop> 중 스윙댄스 장면, 출처: uptownswingvideo

스윙댄스는 말 그대로 스윙 재즈에 맞춰 추는 춤을 의미해요. 광범위한 스윙댄스를 포괄해서 지터벅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린디합* 등의 스윙댄스의 갈래도 생겨났죠. 스윙 재즈의 영향으로 1930~1940년대의 미국 대중문화가 크게 발전했는데요. 경제 대공황의 시대가 지나고, 노래와 춤을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관련 문화산업이 자연스레 활성화됐죠. 이때 집집마다 스윙 음악을 듣고 즐길 수 있게 한 데에는 라디오가 큰 역할을 했어요. 이에 빅밴드가 영화에 출연하기도 하고, 남녀가 스윙댄스를 추는 장면이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등 하위문화였던 재즈가 대중문화의 중심이 되었던 유일한 시기였죠. 재즈의 역사에서도 이 시기를 스윙 시대라고 칭한다고.


*린디합: 스윙댄스의 하위 장르로,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파트너 댄스. 

 

👻: 재즈가 한 시대를 주름잡았다니 흥미로워령! 이러한 스윙 재즈를 일찍부터 이끈 인물이 있었다던데 누구인가령?

 ▲ 클라리넷을 부는 베니 굿맨, 출처: Wikimedia Commons

씽씽~ 불어온 스윙의 황제 🌬️

그 주인공은 바로 베니 굿맨! 본격적으로 스윙 시대를 열었던 그는 뛰어난 클라리넷 연주자이자 빅밴드의 리더(지휘자)였어요. 재즈뿐 아니라 클래식에도 두각을 보이던 천재였죠. 시카고 양복 재단사의 막내아들이었던 그는 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클라리넷을 독학할 정도로 음악에 재능이 있었어요. 혼자 클라리넷을 불던 아이는 16살이 되던 해에 한 악단에 들어가면서 재즈계에 입문하게 돼요. 바로 이때 베니 굿맨과 재즈의 운명적 만남이 성사되었죠.

베니 굿맨의 연주를 듣기 위해 모인 팬들, 출처: 네이버 캐스트

악단 활동으로 재즈를 사랑하게 된 그는 20대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빅밴드를 결성했어요.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을 맡아 연주를 들려주기도 했죠. 하지만 그의 음악이 항상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었어요. 굿맨은 더 많은 이들에게 스윙 재즈를 알리기 위해 자신의 악단과 함께 미국 대륙을 돌아다녔는데요. 익숙하지 않은 재즈 스타일에 초반에는 관객들의 반응이 차가웠지만, 그의 공연은 스윙이라는 새로운 재즈의 흐름을 퍼뜨리는 데 성공했죠. 마침내 그는 마지막 일정이었던 LA 공연에서 사람들에게 큰 환호를 받았고, 이후 스윙의 바람이 씽씽 불어오기 시작했다고.


👻: 대유행의 시작을 여는 과정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네령. 당시 베니 굿맨의 인기는 굉장했다는데, 많은 사랑을 받던 그의 음악 세계는 어땠나령?

▲ 베니 굿맨 <Sing, Sing, Sing>, 출처: BennyGoodmanVEVO

긍정과 화합의 아이콘 🤝

베니 굿맨의 대표곡으로 잘 알려진 <Sing, Sing, Sing>은 국내에서 에어컨 광고 음악으로 쓰여 대중들에게 익숙해졌는데요. 가슴 뛰게 하는 스윙 리듬으로 시작하는 이 곡은 신나게 춤을 추기에 제격이었어요. 반복되는 리듬 가운데에서도 여러 악기 섹션으로 박자에 변주를 주고, 적절히 악센트를 전환하면서 쉽게 질리지 않도록 했죠. 속도감 있는 리듬은 긴장감을 주지만, 트럼펫과 색소폰 등 관악기들이 보여주는 앙상블*과 전체적인 선율은 세련되고 여유로운 느낌을 내는데요. 굿맨의 지휘 아래 탄생한 이 곡은 그의 영리한 리듬 구성과 편곡 센스가 잘 드러나죠.


*앙상블: 조화와 협력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2인 이상의 연주나 중창을 의미함.

▲ 베니 굿맨 <Let’s Dance> 뉴욕 공연(1985), 출처: crebe44

지금까지 많은 이들을 춤추게 한 이 곡처럼, 그는 노련한 실력으로 우리에게 경쾌하고 밝은 음악을 많이 남겨주었어요. <Let’s Dance>라는 곡 역시 베니 굿맨의 걸작으로 꼽히는데요. 적당한 템포에 브라스 섹션과 리드 섹션의 조화로운 호흡은 스윙 특유의 익살스럽고 느긋한 분위기를 잘 살렸죠. 그의 음악에 담긴 기분 좋은 에너지는 많은 사람을 웃게 했는데요. 굿맨은 편견 없는 시선을 가지고 다양한 연주자들과 보컬리스트를 발굴하고, 그들이 성장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기도 했어요. 그는 흑인 연주자들도 꼭 포함해 인종 구별 없이 평등한 캄보*를 결성했는데, 당시 재즈계에서는 이런 행보가 흔치 않은 일이었다고 해요. 스윙의 황제로 불리는 베니 굿맨, 그는 음악뿐만 아니라 세상을 온전히 화합시키고자 하는 진정한 음악가였다고.


*캄보: 소규모 재즈 악단.


👻: 베니 굿맨의 스윙 음악은 곧 그가 세상에 보내는 긍정적인 메시지였네령. 모던재즈의 등장으로 스윙은 다시 하위 장르가 됐지만, 즐거운 시대를 대변했던 스윙 재즈는 아직도 우리에게 매력적인 장르로 남아있어령!

플롯 TMI 💎
영화 <스윙 재즈>

히틀러가 정권을 잡은 1930년대 독일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스윙 음악을 좋아하는 10대 반항아 피터, 토마스, 그리고 아비드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나치의 만행과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젊은 소년들의 실상과 당시 유행했던 스윙 재즈와 스윙댄스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미국이 아닌 독일에서의 스윙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통해 시대와 음악의 연결고리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 어두웠던 시절에도 꽃핀 스윙 재즈, 영화로도 만나보아령!

▲ 영화 <스윙 재즈> 예고편 , 출처: CappaZ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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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롯을 통해 문화생활을 즐긴 플로터들의 후기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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