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라잎스페이퍼 시즌2
|
|
|
라잎스페이퍼는 2022 지역문화예술교육 기반 구축 지원사업 참여 단체의 먹고사는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각 단체의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입니다. 7월 29일부터 11월 18일까지 매주 금요일 두 팀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본 뉴스레터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충현, 소똥, 혜진이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
|
|
<모든컴퍼니의 무용수 찐과 밍밍, 그리고 안무가 모드니> |
|
|
모든컴퍼니 인터뷰: 햇살에 닿는 피부의 온도를 느끼는 일 |
|
|
* 인터뷰이: 모드니, 찐, 밍밍 * 인터뷰어 : 충현, 그리니 * 인터뷰 편집: 충현 |
|
|
👆 파란색 텍스트를 누르면 음성을 들을 수 있는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
|
|
많은 사건들이 예기치 못한 순간에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그 사건은 기쁜 일일 수도, 슬픈 일일 수도, 약간 짜증나는 일일 수도, 그냥 별 일 아닐 수도 있다. 대체로 언제 어떻게 벌어질지 알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지만, 그 사건을 어떻게 맞이하고 대처하고 소화해낼지를 결정할 수 있다.
무용수의 직업병에 대해 이야기하며, 몸이 너무 예민해지는 것이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에 모든컴퍼니 무용수 찐은 이렇게 대답했다.
"무용수들 모두 직업병이 있겠지만 저는 가장 즐기고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가 몸이 어떻게 움직여지는지를 감각하고 인지하는 거거든요. 밖에 나가서 비 올 때 몸에다가 빗물을 떨어뜨린다거나 아니면 햇살 되게 비출 때 표면적으로 닿는 그 부위들의 온도가 달라지고 피부가 어떤 식으로 느껴지고 이런 걸 되게 좋아해요. 새로운 감각들이 제게 다가올 때 그걸 공상하고 움직임적으로 표현해보고 딱 들어맞았을 때 희열을 느끼고요. 일상에서 그런 것들이 이루어지는 게 유일하게 살면서 되게 즐거운 수단 중 하나거든요. 그래서 직업병 같은 느낌보다는 좀... 직업축복이죠."
무용수 밍밍은 자신의 뮤즈가 미래의 나인 것 같다며 말했다.
"미래에서 계속 저를 부르는 것 같아요. 만약에 오늘 어떤 일이 일어났으면 미래에서 이런 일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이런 거죠. 너무 무궁무진하게 가능성이 열려 있는 미래의 제가 저한테 뮤즈인 것 같은 느낌이에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서 너무 재밌고, 그래서 미래의 제가 뮤즈가 되는 게 아닌가."
요즘 많이 바쁘고 정신이 없다. 바쁘니까 마음에도 여유가 없어 별일 아닌 일에도 쉽게 예민해진다. 앞으로도 먹고 살려면 계속 바쁠텐데, 그 와중에도 많은 사건들을 의연하게 넘기고 피부에 닿는 햇살을 느낄 수 있는 근육을 키워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충현 -
|
|
|
💭 여러분과 여러분의 단체를 소개해주세요. 서로 어떻게 만나 팀을 만들게 되었나요? |
|
|
모드니
저는 김모든이라고 합니다. 모든컴퍼니에서 대표와 안무를 맡고 있고, 저희는 현대무용을 기반으로 무대 공연에서 제한되었던 방법적인 것들을 풀어내는 단체구요. 거리 공연, 댄스 필름,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된 움직임의 방법들을 예술 교육으로 녹여내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단체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밍밍
안녕하세요, 저는 김민송이라고 하고요. 밍밍이라는 별명을 쓰고 있어요. 모든컴퍼니에서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찐
저는 이소진이라고 하고요. 찐이라고 불러주세요. 저도 모든컴퍼니에서 무용수로 같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충현
다들 어떻게 모든 컴퍼니에 함께하게 되셨나요?
모드니
보통은 제가 눈으로 확인하고, 같이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비공개로 섭외를 진행하게 되는데, 작년에 처음으로 단체의 체계를 만들고자 오디션을 열었어요. 작년에는 그 친구들하고 활동을 하고 올해는 새롭게 만나게 되어서 두 분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찐
학부생 때부터 모든컴퍼니 작품을 보면서 지내왔어요. 학교 졸업하고 외부에 나가서 활동을 해야지, 라는 생각이 딱 들었을 때 오디션 공고를 운이 좋게 딱 보게 됐어요. 보통 작품을 좋아하거나 안무가를 좋아하면 가서 오디션이라도 경험해보고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경험해보고 싶잖아요. 그런 목적으로 갔는데, 운이 좋게 잘 돼서 함께 하고 지켜보는 중입니다.
밍밍
저는 단체는 잘 알고 있었는데 공연을 본 적은 없었거든요. 근데 이제 SNS에 영상작업이 많이 뜨더라고요. 되게 자연과 밀접하게 닿아 있기도 하고, 그에 맞춰 무용수들이 움직이는 걸 보면서 이걸 생각해서 만들고 기획하신 분은 누구일까 궁금하긴 했었어요. 근데 그게 모든컴퍼니의 영상이란 걸 알게 됐고, SNS로 찾다 보니 오디션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이게 스케줄이 내가 될지 부터 해서, 이것저것 고려해봤는데 될 것 같은 거예요. 그렇게 하게 되었습니다.
|
|
|
🛤️ 모든 컴퍼니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몸의 길목’이라는 작업 영상을 보았습니다. 제주의 공간과 자연의 특성을 춤으로 표현하고 담아낸 것처럼 보였는데요. 이 작업을 소개해주세요. 공간과 자연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
|
|
모드니
‘몸의 길목’이라는 작품은 2019년도에 서울 세계 무용 축제라는 프로그램에서 ‘창신동’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진행한 적이 있어요. 세 명의 안무가가 창신동이라는 지역의 어느 구역을 지정하고 그 안에서 이동형 공연을 만드는 작품이었죠. 거기서 저만의 소제목으로 ‘몸의 길목’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됐고, 그 이후에 다양한 장소에서 지역마다 가진 분위기, 공간의 특색들을 관객들이 관람하게끔 만드는 형식의 공연을 진행하게 되었죠. 이번에 제주도로 가게 된 계기는 작년에 서울 거리 예술 축제에서 코로나가 좀 훨씬 심해졌던 시기다 보니까 이것을 영상화해서 만들기로 해서 촬영을 하게 되었고요. 서울보다는 아예 커다란 자연으로 다가가고 싶다,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제주도이기도 했고요. 제주도에서 기존의 컨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각 장면마다, 장소마다의 분위기들을 담고자 했던 작품입니다.
충현
작품의 안무들은 다 안무가인 모드니가 짠 건가요?
모드니
컨셉은 제가 잡았지만 공간 안에서 무용수들이 대부분 만들었어요. 보통 촬영하기 전에 일정한 기간을 두고 제가 생각하고 있는 장소의 특색들을 무용수에게 요구하고 같이 다듬어서 만들어가는 1차 작업을 해요. 그리고 현장에 가서 공간적인 변화나 변수들에 대응하면서 촬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
|
|
<모든컴퍼니 댄스필름 '몸의 길목_지층' 유튜브 링크> |
|
|
밍밍
저는 직접 참여하진 않았는데, 모든 컴퍼니 하면 늘 기억에 남는 작품이에요. 그냥 영상 자체가 좋았어요. 의상도 좋고, 절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좋고요. 그 절경에 어떤 형식으로 몸을 담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되게 쉽지 않은 거거든요. 근데 그 움직임이 되게 와 닿았어요. 어떤 식으로 했을까. 이거를 몇 번 연습을 했을까, 아니면 그냥 진짜 즉흥적으로 담았을까?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모드니
비하인드가 많죠. 현장에 갔지만 날씨라는 변수가 너무 크게 작용을 한 거예요. 갑자기 느닷없이 비가 오기도 하고, 바람도 너무 불고요. 진짜 오돌오돌 떨면서 무용수들이 저를 원망하는 그 눈빛을 다 받아들이면서, 카메라 뒤에 있었던 기억도 나고요. 올해는 해남으로 가요. 해남의 대흥사라는 절로 가게 되는데 시기도 작년하고 크게 다르지 않아서 두 분이 고생을 많이 하시겠죠.
찐, 밍밍
하하하
모드니
사실 좀 걱정이 되긴 해요.
찐
원망의 눈초리.
충현
올해는 어떤 자연의 모습을 담아내실지도 정해지셨어요?
모드니
아직 제가 정확히 전달하지 않았어요. 앞에 여러 가지 작품들이 있다 보니까.
밍밍
절에 가면 밥 짓고 나물, 나물 댄스 어때요? (웃음)
모드니
휴식이라는 컨셉 하나와 절 자체가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보니 유산들 앞에서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게 하나 있을 거고, 실제로 음식을 담는 장면도 있을 거예요. 이번에는 음식과 저희가 같이 춤을 출 겁니다.
밍밍
재밌을 것 같아요.
|
|
|
🚶♀️ 여러분에게 '몸'이란 무엇인가요? 몸을 잘 관리하기 위한 각자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
|
|
모드니
아무래도 몸은 꼭 무용수나 안무가가 아니더라도 너무 중요한 재산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몸이 다치면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다 멈춰야 되잖아요. 최근에 저는 건강을 위해서 금주를 100일 해보자 해서 지금 8주 차예요. 중간에 고비도 있긴 했지만, 술을 안 마시니까 자연스럽게 살이 빠지더라고요.
충현
어쨌든 몸을 다루는 일을 하고 계시는데, 실제로 많이 예민해지나요? 저는 되게 몸의 감각이 많이 둔한 것 같아요.
찐
예민해지긴 하는데 오히려 통증에 대해서는 둔감해지는 것 같아요. 계속 참아 버릇 하다 보니까요. 트레이닝적인 걸 하면서 신체적 고통이나 압박을 계속 견뎌야 되는 직업군이잖아요. 고통이 올 때 참고 인내하는 그런 게 더 많이 계속 쌓이는 것 같은 느낌. 그게 안 좋은 게, 일정 시간 지나면서 본인이 정말 안 좋은지를 잘 모르다가 크게 터지는 무용수도 꽤 많이 본 것 같아요.
모드니
진짜 성실한 한국 무용수들. 유독 그런 것 같아요.
그리니
역치가 되게 높아지나 봐요. 이 정도는 괜찮다, 이렇게.
모드니
맞아요. 본인의 한계를 끌어올리다가 한 번에 어느 부위가 망가지는 거죠.
충현
무용하면서 상처도 많이 생기시죠?
모드니
최근에도 사진작가님이 저희 공연을 찍으러 왔는데 무용수들 무릎이랑 여기저기 막 멍이 있으니까 사진 작업하면서 멍이 너무 많이 찍혔다고 저를 구박하더라고요.
충현
무용을 하다 보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상처도 생기고 무리도 하게 되실 텐데 어떻게 관리하고 계세요?
찐
최근 들어서 좀 더 인지하려고 하는 편인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몸이 자산인 직업이다 보니까 관리를 못 하게 되면 제가 더 큰 손해라는 걸 너무 잘 알아서 일찍이 병원도 갔다 오고, 최대한 빨리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고요. 예전에는 트레이닝을 하면 몸을 강하게 단련할 수 있는 걸 찾았었는데, 이제는 몸을 풀거나 트레이닝을 할 때 아픈 부위나 무리가 갈 만한 부위에 최대한 무리가 안 가는 선 안에서 내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효율적으로 몸을 만들 수 있을까? 이런 데에 집중을 많이 하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밍밍
예전에는 스트레스를 되게 많이 받았어요. 내일 대회 나가야 되는데 왜 하필 지금 아프지. 근데 그게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서 더 아픈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그런 날이 있을 수도 있고, 저런 날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럴 수 있지.’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죠. 물론 신경 써서 관리하지만, 좋은 상품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그냥 건강하게 밥 잘 먹고 행복하게 지내려고 하고 있어요.
|
|
|
모드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 예를 들면 축구 경기를 본다고 하더라도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감적인 것들을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요. 토크쇼나 책을 보다가도 어떤 단어, 문장을 경험했던 어떤 것들과 대립을 시키면서 메모하는 습관이 생긴 것 같아요. 묵혀놨다가 어떤 시기에 이걸 해볼 수 없을까, 그런 가능성들을 염두하는 습관이 생긴 것 같아요.
충현
최근에 그렇게 적어두신 메모가 있나요? 비밀이실까요?
모드니
비밀은 아니에요. 스포츠 시리즈로 펜싱을 키워드로 한 공연을 앞두고 있고, 내년 초에는 클라이밍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 있어요. 그리고 이전에 누가 제안을 했던 게, 한국의 전통 종목을 다뤄볼 생각은 없냐면서 씨름을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때는 웃고 넘겼는데 그분이 말했던, ‘심장이 가장 가깝게 맞닿는 경기.’라는 문구가 계속 기억에 남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 유튜브로 씨름이 도대체 뭘까 찾아보고 있는데 무궁무진하다는 거를 알게 됐어요. 기술이 한 50가지인가 있는데, 밀고 당기는 힘과 원리가 춤에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
|
<펜싱을 키워드로 한 모든컴퍼니 신작 '피스트: 여덟 개의 순간' 포스터> |
|
|
🏄 모든컴퍼니 여러분이 요즘 가장 관심가지고 있는 '움직임'이 있다면? |
|
|
모드니
아까 얘기가 나왔지만, 저는 요즘 스포츠 관련해서 관심이 계속해서 있고요. 무용수를 만나거나 예술 교육에서 참여하는 대상들을 만날 때 항상 어떻게 올바르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할 수 있을지가 최근 몇 년 동안은 가장 큰 화두였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스포츠라는 명확한 규칙들이 안무적으로 접근하기 용이했던 것 같고요. 이게 정리가 안 되면 그날 연습 가는 게 굉장히 두렵거든요. 설득시키지 못하는 저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너무 끔찍해요. 저도 무용수로서 오랜 활동을 하면서 어떤 안무가가 “네가 잘하는 걸 보여줘.”라고만 얘기하면 그날이 되게 힘들었어요.
밍밍
춤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이 있던 시기가 있었고, 이제 좀 벗어난 느낌이에요. 무용과가 입시전형이 있다 보니 정해진 형태가 딱 있어요. 예뻐야 되고, 말라야 되고, 춤도 잘 춰야 되고, 점프도 잘 뛰어야 되고, 기교도 잘 부릴 줄 알아야 되고. 근데 이제 그 관문을 딱 통과한 사람들한테 “자유롭게 춤춰봐. 이렇게 해봐.”라고 했을 때, 헉, 어버버.
모드니
저도 그게 굉장히 싫었어요.
밍밍
거기서 어려움을 느꼈고, 저는 워낙에 자유롭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학교를 나와서 많이 고민하고 경험하다 보니 나다운 게 제일 좋은 것 같더라고요. 나다운 것이 이기적인 걸 수도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제 것이 있고, 누군가를 만났을 때도 유연하게 카멜레온처럼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카멜레온은 카멜레온이잖아요. 근데 색깔이 바뀌잖아요. 요새는 작품별로 ‘이렇게 해야 되는구나, 저렇게 해야 되는구나.’를 스펀지의 상태에서 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 파란색 텍스트를 누르면 음성을 들을 수 있는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
|
|
🥐 여러분의 식사는 안녕하신가요? 먹는 행위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예술을 통해 먹고 살만 하던가요? |
|
|
모드니
저는 학부생 때부터 최근까지도 어른들이나 선배들한테 “예술 계속해서 먹고 살 수 있겠냐.”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거든요. 근데 그렇게 질문했던 사람들은 지금 이 현장에 없어요. 그만큼 본인의 능력적인 것이든 애정도든 그게 다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론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훨씬 좋은 환경이 되었고, 네, 좀 부정적으로 얘기했던 사람들한테 보란 듯이 저는 예술을 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진단을 해봅니다.
밍밍
저는 먹는 거 중요해요. 아무리 힘들어도 맛있는 거 한 번 먹으면 행복하잖아요. 배가 고프면 사람이 예민해지고 탄수화물,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면 되게 머리도 잘 안 돌아가고, 또 건강한 걸 잘 먹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
|
|
찐
음식 자체가 사람이 살고 있는 상태를 나타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들어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제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게 음식인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날 챙기고 집중하고 있는 시기에는 뭘 해서 먹거든요. 똑같은 상황에서도 제가 잘 안 챙기는 시기에는 잘 안 먹고, 가면서 그냥 간단한 초콜릿이나 이런 거로 때우고 그런 것 같아요. 요즘처럼 한가한 시점에도 그냥 안 먹고 드러누워 있고 그런 거 보면요.
충현
드러누워 있는 것도 다른 의미의 챙김은 아닐까요?
찐
그런가? (웃음)
|
|
|
모드니
아무래도 직업상 이게 직업복이기 때문에. 보통은 연습실 오기 전에 사복을 입고 연습실에서 갈아입고 하는데, 요즘 들어서 그 시간마저도 아깝더라고요. 외출복을 입어 본 게 언제였지 생각이 들 정도로 요즘에 연습복을 입고 사네요.
|
|
|
<오늘도 연습복(=나이키)으로 무장한 모드니> |
|
|
밍밍
저는 옷 입는 거 되게 좋아하는데 유행보다도, 자연스럽고 날씨에 맞게. 내추럴하면서 멋스러움이 있는. 요새는 ‘어떤 바지의 형태가 이런 느낌을 주는구나.’ 이런 걸 되게 많이 보면서 사는 것 같아요. 브랜드도 예전에는 예쁘면 샀는데, 요새는 브랜드 메시지나 의도 이런 걸 많이 보기도 했어요. 조금 가격이 있어도 가치가 있네, 입을 만하구나, 편하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만들었구나.
찐
저는 가장 편한 바지에 티셔츠. 연습복으로 입기도 하고 집에서도 거의 그렇게 입고. 평소에도 현재 상태에 가장 집중하는 편이어서 옷도 그런 것 같아요. 지금 가장 편하고 좋은 게 가장 저다운 거죠. 밖에 나가서 옷 차려입을 때도 롱치마를 많이 입거든요. 편하고 그냥 걸치면 끝나니까요.
밍밍
저도 그랬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 사진 보면 다 예쁘고 화사한 원피스 입고 핀 이렇게 꽂고, 뭔지 아시죠? 근데 저는 엄마가 입으라고 해도 그냥 검은색 티에다가 빨간색 바지 촥! 멋진 필라 운동화를 ‘난 필라 신을 거야’ 이러면서 신고. 핀 하나 탁 꽂고.
충현
멋쟁이셨네요.
찐
맞아요, 맞아. 말 안 들었지?
밍밍
말 더럽게 안 들었죠.
|
|
|
💃 예술가로서 활동하시다가 예술교육을 함께 하게 되신 것 같습니다. 예술교육을 시작하게 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예술가로서의 삶과 예술교육가로서의 삶의 차이가 있나요? |
|
|
모드니
2018년도에 국립현대무용단이라는 기관의 제안을 받아서 처음 예술교육을 시작하게 됐었죠. 그때 처음으로 커리큘럼이나 체계를 만들어갔던 시기였던 것 같고요. 하면서도 매 회마다 제가 받아 가는 에너지가 더 많고, 제가 정리되는 시간들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그 자체가 굉장히 좋았었어요. 그러던 중에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저도 여느 예술가들처럼 학원 강의를 나가면서 생계를 유지하게 됐는데 회의감도 있기도 했었고 그래서 결단을 내리게 됐죠. 몇 년 전에 만났던 것처럼 즐겁게 할 수는 없을까? 이 예술 교육도 저희가 하는 공연처럼 특화된 커리큘럼으로 만든다면 제가 느꼈던 보람되고 의미 있는 것들을 느끼면서 해볼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다시 시작하게 됐던 것 같아요.
밍밍
저희 대상이 40대부터 70대까지 있거든요. 근데 하면서 너무 힐링이 돼요. 어린 친구들은 입시처럼 정해진 교육을 받아야 되다 보니까 가르치는 저도 힘든데, 그들은 잘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냥 즐기시는 거죠. 저희 수업이 ‘모든 뮤즈의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는데 주제 자체가 스스로의 뮤즈가 되어보는 거예요. 워낙 자기 자신을 돌본 경험이 결여되어 있다 보니 어르신들이 처음에는 되게 뭔가 어려워하셨는데, 딱 춤을 추시니까 누구보다도 더 자유롭게 추시더라고요. 귀여워지시고, 누구보다 어린 아이처럼 즐거워하시는 그런 모습에 힐링이 돼요. 수업이 아침이어서 일어날 때는 좀 힘든데 갔다 오면 ‘열심히 살아야지’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
|
|
찐
예술교육은 처음이에요. 대신 그전에 이런 수업을 들으러 많이 다녔어요. 예술 전공자가 아니신 분들이랑 같이 섞여서 수업을 좀 많이 들어보고 했는데, 그때도 느끼고 지금도 직접 수업을 하면서도 많이 느끼는 부분 중 하나가 예술이란 것이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성은 유지하되 모두가 평등해지는 장르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나이대도 다 다르고 직업 다 다른데도 그 안에 있을 때는 개인만이 온전하게 존재하는 상태에서 모두가 같은 모습으로 보여지는 거예요. 저희 수업에서도 어르신 분들인데도 불구하고 나이가 사라지는 것 같아요. 여기 와서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느꼈던 게 내가 악을 쓰면서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뽐낼 필요가 없겠구나. 그냥 있는 그대로 나를 보여줘도 되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
|
|
⛰️ 지역특성화 사업을 통해 진행하시는 수업을 소개해주세요. |
|
|
모드니
어느 날 제가 본가에 가서 거실에서 여동생, 여동생 조카 그리고 저희 엄마가 담소 나누고 있는 모습을 봤는데 뭔가 묘하더라고요. 모르겠어요. 좀 총체적인데 그때 여성의 삶이라고 해야 될까요. 저희 엄마도 그렇고, 여성으로서의 삶을 갖고 있는 사람들한테 즐거운 시간, 웃음을 줄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없나. 그러면서 불현듯 뮤즈라는 단어를 검색해봤는데 단순히 여신을 지칭하는 건 또 아니더라고요. 그 안에 움직임, 공간, 사람. 그런 의미들을 갖고 있어서, 생각을 조금 길게 가지고 있다가 올해 처음 ‘모든 뮤즈의 시간’이라는 제목의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게 됐죠.
👆 파란색 텍스트를 누르면 음성을 들을 수 있는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그리니
그럼 대상은 다 여성분들이신가요?
모드니
원래는 여성이라고 기재를 하려다가 그러지는 않았어요. 근데 공교롭게도 여성분들만 와주셨어요.
충현
어떻게 진행되는 프로그램인가요?
모드니
저희가 40대부터 70대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신체적인 움직임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해야 했어요. 수업 자체는 이분들이 평소에 인지하지 못했던 몸에 대해 깨우는 시간부터 가지게 되고, 아까 밍밍이 말씀한 것처럼 최대한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움직임들을 중점적으로 만들어가고 있고요. 남은 회차에서는 저 포함 네 명의 선생님들이 그룹별로 붙어서 참여자분들이 만들어내는 어떠한 행위나 움직임들을 하나로 만들면서 공연으로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체 10회 차고요. 지금 이제 5회 차가 진행됐어요.
그리니
광명에서 하고 계시는 거죠?
모드니
제가 재작년에 광명으로 이사하면서 계속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그리니
연령대가 엄청 다양한데 다들 수업에 잘 참여하시나요?
모드니
아까 밍밍이 조금 이야기하긴 했지만 의외로 본인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서 거부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첫 시간에 정말 어려운 그림이 아니라 졸라맨처럼 그리고 단어들로 본인을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었어요. 저희도 참여자들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고 다들 처음이기도 해서 그렇게 접근을 해봤는데 어떤 분은 아예 그림을 그리시지도 않으시더라고요. (웃음) 지금이 너무 평온하고 좋은데 내가 어째서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야 되냐고 하셔서 그 순간 너무 당황해서 현타가 왔어요. 결국에는 시범으로 예시를 해 보이니까 그때서야 지금 저희가 대화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하시더라구요. 나중에는 오히려 불필요한 얘기도 많이 해주시고요. 저희가 우스갯소리로 또 얘기하는 것 중 하나는 어르신들과의 교육은 무조건 스몰토크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밍밍
잡담.
모드니
여기는 무조건 하나가 끝나면 최소 10분은 시간을 드려야 해요. 그 시간 동안 다과도 드시고 수다도 떠시고 그러시더라고요. 저희가 또 닉네임도 정해드렸어요. 여기 밍밍이 작명가예요.
그리니
되게 좋아하실 것 같아요.
충현
저희도 뒷북에서 별명 쓰거든요.
그리니
저는 뒷북 조합원이긴 한데 별명을 아직 못 정했어요.
밍밍
그리니 어때요? 그리니.
그리니
그리니~ 초록초록 좋아요.
밍밍
녹색이 생각났어요. 녹색은 없지만 녹색이 생각났어요. 그뤼니~
충현
별명을 되게 빠르게 잘 지어주시네요.
모드니
엄청 빨라요.
그리니
저 초록색을 좋아하거든요. 지금 깜짝 놀랐어요.
충현
이 시점부터 인터뷰에 그리니로 넣어야겠다. 이날을 기점으로.
그리니
좋아요. (웃음)
|
|
|
🧘♂️ 여러분은 어떨 때 배웠다고 느끼시나요? |
|
|
밍밍
요새 드는 생각이 시간이 계속 흘러가고 많은 일들이 생기잖아요. 어떤 순간은 행복하고 어떤 순간은 되게 힘들고, 힘든 일이 일어났을 때는 자기 안에 빠지게 돼요. 근데 지나가다가 나무를 보거나 아니면 진짜 자연스럽게 있는 것들을 보면 이들은 그냥 계속 온전하게 있는 거예요. 날씨에 따라 폈다가 졌다가 나뭇가지에 잎들이 떨어졌다가 붙었다가. 그냥 시간이 흘러가는 게 자연스러운 건데 나도 힘든 거에서 벗어나서 자연스럽게 변화하면 된다는 걸 많이 느껴요. 좋은 일이건 힘든 일이건 다 자연스러운 거구나. 이 사실을 깨달으니 너무 좋더라고요. 비 오는 것도 너무 자연스럽고 좋고, 바다는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산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동물들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과일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이런 생각을 하니까요.
찐
저는 진짜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민거리가 절정치에 치닫잖아요. 근데 딱 그거 한 번 찍고 다 내려놓는 순간 그때서야 주변이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주변을 보기 시작하면 그때 뭔가 깨달음이 오기 시작하는 그 시점. 안 보였던 것들이 보이고 그때서야 조금 ‘이럴 수도 있는 거구나. 이런 식으로 선택을 해도 되는 거구나.’ 그때 저는 깨달으면서 배우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충현
내려놓는 게 어렵지 않으세요?
찐
너무 어렵죠. 진짜 삶에서 딱 무언가를 내려놓고 욕심 자체가 없는 상태로 온전하게 가만히 있는 상태가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내려놓는 건 오히려 주변을 다 포용할 수 있는 상태인데 자칫 잘못해서 포기해버리면 그냥 나까지 놔버리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균형을 지키면서, 나를 온전하게 지키면서 그 상태를 잡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
|
|
👭 모든 뮤즈의 시간이라는 수업을 진행하고 계십니다. 여러분에게는 자신만의 뮤즈가 있나요? |
|
|
🕜 모든컴퍼니가 지금까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왔다고 생각하시나요? 또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나요? |
|
|
😀 마지막으로, 만약 당신이 라잎스페이퍼의 진행자가 된다면 다음 팀에게 어떤 질문을 해보고 싶나요? |
|
|
밍밍
저 하나 생각났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다른 일을 한다면 뭘 하고 싶은지?
그리니
삶에서 이게 없어진다고 하면요?
밍밍
지금 하고 있는 예술이나 예술교육을 안 하게 된다면.
충현
그런 생각해보신 적 있으세요?
밍밍
저는 이 세상에 아주 없는 뭔가를 구상해서 사업을 하고 싶어요. 근데 거기다 제가 좋아하는 일이었으면 좋겠어요.
모드니
그게 중요하죠.
밍밍
몇 가지가 있긴 한데 아직은 특수 비밀이어서.
충현
하나만 알려주시면 안 돼요?
밍밍
과자를 제가 좋아하거든요. 과자의 종류가 많잖아요. ‘근데 사람들이 곱창, 막창, 대창에 그렇게 관심이 많으면서 왜 곱창과자, 대창과자, 막창과자는 안 만들지.’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분명히 사람들이 곱창, 대창, 막창 좋아하잖아요. 저는 사실 먹게 된 지 얼마 안 됐긴 했는데 좋아하시는 분들이 진짜 많더라고요. 만약에 비건이시면 그런 맛을 낼 수 있는 향신료나 이런 걸 통해서 비건용으로도 따로 하면 대리 만족도 할 수 있고요. 고기를 먹고 싶긴 할 테니까.
그리니
나중에 과자가 나오면 밍밍님을 생각하면서 먹겠습니다.
찐
밍밍과자.
밍밍
저도 과자를 많이 먹고 또 미식가거든요, 과자 미식가. 약간 외관만 봐도 어떤 맛인지 알 것 같지 않아요? 전 잘 골라요. 이건 아닌 것 같아, 이러면 맛이 없어요.
충현
저는 몇 년 전에 먹은 김치볶음밥 계란 후라이 맛 포카칩이 충격적이었어요. 포카칩 한 봉지에 두 가지 맛의 과자가 섞여서 들어있는데, 하나는 김치볶음밥 맛이고 하나는 계란후라이 맛이더라고요. 같이 먹는 거죠. (웃음)
그리니
그러면 맛이 나요?
충현
네. 근데 그래서 더 짜증나요. 맛은 없어요. 그 맛이 나는데 맛은 없어요.
찐
우와, 신기하다. 저도 질문해보고 싶은 거 있어요. 최근에 저한테 많이 던진 질문인데, 예술 하고 있잖아요. 결국에는 이걸로 인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내가 생을 마감할 때 뭘 만들어 놓고 죽고 싶은지. 궁극적으로 이걸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그게 궁금해요.
밍밍
쉽지 않네요.
찐
저도 잘 모르겠어요.
|
|
|
<인터뷰가 끝나고 바로 연습하러 떠나는 모든 컴퍼니 멤버들> |
|
|
모든컴퍼니 인터뷰: 햇살에 닿는 피부의 온도를 느끼는 일 끝. |
|
|
님!
해당 뉴스레터를 읽고 '모든컴퍼니'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래 링크로 들어가 작성해주세요!
응원의 메시지, 인터뷰를 보며 느낀 생각, 궁금한 점, 함께 해보고 싶은 일, 전하고 싶은 소식 등등
글의 내용은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
|
|
- 사진: 김혜진, 모든컴퍼니
- 녹취록 작성 : 김도연
- 장소: 서울무용센터
- 인터뷰 발행일: 2022.10.07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