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나 뭐 돼. 꽤 돼.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
안녕하세요. 오늘의 에디터 구현모 입니다.
제 퇴근 후 여가는 트위치가 점령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스트리머 두 명의 방송을 동시에 봅니다. LCK*가 하는 정규 시즌에는 퇴근 전부터 몰래몰래 트위치를 보곤 합니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 쉽게 설명하자면, 트위치는 미국판 아프리카입니다. 아프리카가 2009년 전후로 존재감을 보였으니, 아프리카가 트위치의 선배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그런데 이 트위치 시장에 큰 격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격변은 모회사인 아마존의 큰 그림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트위치와 아마존의 광고 산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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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도 좋고 뉴스레터도 좋지만 돈이 가장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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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 1 타노스 하자. 2. 삐빅 크리에이터는 아니고 광고입니다 3. 더 넥스트 빅 띵? 리얼 빅 띵! 4. 제가 500원을 건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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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트위치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트위치가 파트너 스트리머의 정기 구독 매출 분배 비율을 70%에서 50%로 낮췄다고 합니다. 트위치 내의 특정 조건을 맞춘 스트리머들은 파트너 스트리머가 되는데, 이 파트너 스트리머들은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유료 채널 구독 옵션을 열 수 있습니다. 즉, 유튜브와 같은 프리롤과 미드롤 광고 이외에 정기 구독이라는 매출원이 생기는 거죠. 스트리머 입장에게 유료 구독으로 생기는 매출은 기본 체력이 되고, 광고 매출과 도네이션은 플러스 알파가 되곤 합니다.
기존까지 트위치는 정기 구독에서 생기는 매출을 파트너 스트리머와 3:7로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비율을 5:5로 조정한다는 것은 스트리머의 매출이 줄어드는 뜻입니다. 즉, 정기구독의 메리트가 낮아지고 궁극적으로 트위치를 쓸 동기 부여도 사라지는 셈이죠. 실제로 유튜브는 수수료 명목으로 30%를 가져가고, 페이스북 게이밍은 수수료도 없습니다.
대체 트위치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이는 올해 초 트위치가 도입한 광고 정책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올해 2월 트위치는 특정 파트너 스트리머들에게 정해진 시간만큼 광고를 켜면, 정해진 매출을 보장하는 릴라이어블 애드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최저 티어 기준으로, 한 달에 40시간 방송을 하고 시간당 2분 방송하면 정해진 100달러를 받습니다. 물론, 광고를 더 하면 추가로 받을 수 있죠.
트위치는 그동안 광고 이외의 수익 모델도 시도해봤습니다. ‘게임 커머스'라고 해서 트위치 스트리머의 채널을 통해서 게임을 사면 게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킨 혹은 해당 스트리머 채널에서 쓸 수 있는 이모지를 주는 비즈니스 모델도 운영해봤습니다. 하지만, 그리 신통치 않았던 듯합니다. 최근 관련 비즈니스 모델의 보도 자료도 보이지 않을 정도니까요.
결국, 트위치의 답은 광고였습니다. 스트리머들에게 안정적인 광고 매출을 보장해주는 동시에 유료 구독 매출 분배 비율을 낮추는 것은 '스트리머 너희, 구독 말고 이제 광고를 더 켜라' 즉, 스트리머에게 광고를 더 자주 켜고, 광고를 주 수익원으로 삼게 유도하는 장치들이죠. |
트위치의 CEO는 트위치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한 축이자, 이들을 위한 플랫폼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트위치를 아마존의 관점에서 본다면,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아마존의 콘텐츠 및 플랫폼 전략을 봐야 합니다.
아마존이 프라임 비디오를 내놓았을 때, 많은 이가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의 밸류 강화를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아마존 내부의 소스를 취재한 주요 전문가들은 아마존의 최근 영상 콘텐츠 강화는 프라임 멤버십 매출 확대 및 해지 방어가 아닌 광고 매출 확대라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아마존의 광고 매출은 무시무시합니다. 2021년 4분기 기준으로 전년 대비 32% 매출이 올랐습니다. 2021년 총매출은 무려 312억 달러라고 합니다. 페이스북과 구글의 천하를 삼분지계 할 사업자죠. 하지만, 한계점이 있습니다. 바로 대부분이 아마존 플랫폼 내 광고 매출이라는 거죠. 최근 들어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이커머스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치면 이 아마존 플랫폼 내 광고 매출도 수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거인이 된 아마존 플랫폼과 달리 아마존의 영상 플랫폼들은 꼬꼬마 후발주자입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프리비, 트위치 등 아마존이 보유하고 있는 영상 서비스들은 이제야 시작입니다. 실제로 아마존은 올해 있었던 IAB 뉴프론트에서 자사 서비스들을 쇼케이스하며 프리비와 트위치 등의 매출을 높일 야심을 보였습니다.
프리비가 영화와 오리지널 콘텐츠로 시청자를 모은다면, 트위치는 실시간 스포츠와 게임을 통해 좀 더 젊은 시청자를 모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마존은 트위치가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을 넘어설 수 있게 스포츠에 많이 투자해왔습니다. 지난 2020년 NFL, 프리미어리그, 미국 여자 축구 리그 송출 계약은 물론이고, 아스날과 레알마드리드 등 명문 클럽의 트위치 채널을 개설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즉, 트위치는 아마존의 기존 서비스 포트폴리오가 담지 못한 사용자들이자 미래의 충성고객이 될 수도 있으며 광고주들이 너무나 눈독들이는 젊은 데모그래픽을 보충해줄 수 있는 파이프라인입니다. 그렇기에 지난 2014년, 무려 9억 7천만 달러를 들여 인수했죠.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현재 트위치 사용자 중 절반이 10대와 20대라고 합니다. 사용자 중 절반이 30세 이하인 서비스, 매력적이지 않나요? |
위기였지만, 기회였습니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재난 속에 트위치가 가진 가능성은 숫자로 구현되었습니다. 틱톡이 15초 내외 숏폼 콘텐츠 시장을, 유튜브가 모바일 콘텐츠 시장을 정복할 때 트위치는 게임 스트리밍 시장으로 진격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트위치는 20년 3분기 기준으로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의 91%를 점유했습니다. 판데믹 기간 이 숫자는 점점 늘어났고, 21년 9월 기준 전년 대비 20%나 시청자 수가 성장해서 작년 평균 동시 접속 시청자는 무려 284만 명에 달했습니다. 유튜브와 틱톡보다 크기는 작더라도 게임 스트리밍에서는 내가 대장이라고 외칠 수 있습니다.
트위치를 통해 대박 난 게임과 IP도 있습니다. 국내 게임 역사상 가장 글로벌한 성공을 거둔 배틀그라운드도 트위치에 힘입었습니다. ‘크래프톤웨이’에서 배틀그라운드 제작진은 트위치에서 서바이벌 장르의 흥행성을 확인하고,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을 확신했다고 합니다. 배틀그라운드뿐만 아니라 포트나이트와 리그 오브 레전드 모두 트위치와 공존하면서 성장해나갔습니다. 저 역시 트위치에서 게임을 보다가 재밌어보여서 구매한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침착맨 이말년과 주펄 주호민 작가 모두 트위치에서 방송을 하고, 아르헨티나 레전드 축구 선수인 세르히오 아게로와 ‘국민마르’ 네이마르도 트위치에서 방송을 했습니다. 가장 컬트적인 인기를 끈 ‘이세계 아이돌’ 역시 트위치 스트리머 우왁굳이 트위치 시청자와 함께 만들어간 버추얼 유튜버입니다. 그는 가온 차트 1위를 기록하는 등 국내 대기업들이 만든 버추얼 유튜버와 달리 대중적인 흥행도 기록했습니다. 즉, 트위치는 보는 서비스인 동시에 IP를 만들 정도로 큰 시장이 됐습니다.
요약하면, 게임 광고주 입장에서 트위치는 머스트 광고 채널입니다. 게임사 입장에선 국제적 명성을 만들 수 있고, 해외 사용자를 접할 수 있는 경로입니다. 나아가 이 안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스트리머를 통해 새로운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경로이기도 합니다. 그저 게이머를 접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젊은 1020 사용자를 만날 수 있는 큰 시장이 됐습니다. |
트위치는 가능성을 지닌 ‘넥스트 빅 띵’을 넘어서 큰 숫자를 보여주고 있는 ‘리얼 빅 띵’입니다. 게임 스트리밍 하나만큼은 유튜브와 페이스북도 반 수 접어줘야 합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이 라이브 기능을 선보이고 있으나 이는 모바일 중심이라 트위치와 공존하는 면이 있습니다. 일상 라이브는 인스타에서 하고, 게임 라이브는 트위치에서 하는 경우도 있죠.
게이머를 위한 플랫폼도 넘어섰습니다. 위에서 말했듯 스포츠 콘텐츠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있었으니까요. 코어 유저는 게임 보는 행위를 좋아하는 게이머일지언정 넓게 보면 팝컬처 전반에 관심 있는 유저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렉서스, 포르쉐, AT&T, 도어대쉬 등 다양한 광고주가 트위치를 통해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한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습니다.
500원을 건다면, 트위치 광고 시장은 앞으로 CTV(커넥티드 티비) 광고 시장이 커지면서 함께 성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페이스북과 구글 등이 개인정보 문제로 인해 이전과 같은 광고 효율이 나오지 않고, 기존 리니어 채널 광고 시장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FAST(광고 기반 무료 OTT) 를 필두로 CTV 광고 시장이 커질 거란 예측은 여기에 기반합니다. 1) 대규모 사용자를 만나되 2) 타겟팅과 3) 트래킹이 가능한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이마케터는 리니어 채널 광고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이 광고 매출이 CTV로 옮겨가리라 예측했습니다. 이렇게 시장이 격변하는 과정에서 트위치도 수혜를 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CTV 등에 비해 사용자는 젊고, 글로벌 시청자 접근도 쉬우며, 트래킹도 더욱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아마존 안에 있어서 트위치의 재무제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분리해서 본다면 적자 상태일 겁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광고 플랫폼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해야만 합니다. 아마존이 훌륭한 광고 플랫폼으로 기능했고, 이 노하우와 기술을 트위치에 이전시킬 수 있다면 트위치도 반전에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리니어 채널 시청자는 줄어들고, 이 시청자들은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하며, 광고주는 항상 젊은 사용자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은 그동안 변하지 않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 점에서 트위치의 광고 플랫폼으로서 성공 가능성은 꽤 크게 베팅할 만한 선택지가 아닐까요? |
에디터 <구현모>의 코멘트
제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해 마지 않는 크리에이터 주펄 주호민님의 영상을 공유합니다. BTS부터 선우정아까지 모두가 따라하는 ‘썁밥 뚜비두바’의 다양한 변주곡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세상에 능력자는 많고, 주펄은 그 능력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위대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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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 구운김 • 식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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