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추구미와 실제 내 모습의 괴리감에 절망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해봄직한 목표라고 받아들이나요? 저는 언제나처럼 합리화하는 편입니다. 차분하면서도 곧은 마음을 가지고 말투와 생각 사이에 자연스럽게 깊이가 묻어나는 사람이 늘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컬러풀한 옷을 찰떡같이 소화하고 날카로운 아이라인과 선글라스가 잘 어울리는 통통 튀는 사람도 동경하거든요. 얼핏 보기에 양극단에 있는 정반대의 유형이 전부 추구미인거죠. 욕심 많고 모순투성이인 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다른 두 가지를 섞지 말라는 법은 없긴 합니다. 세상 어딘가에는 락 음악을 들으면서 명상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디스토피아 영화와 핑크 섀도를 모두 좋아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거니까요. 그런가 하면 여태까지 얼마나 많은 퓨전 요리들이 있어 왔고 앞으로도 수없이 나타날까요. 믹스 앤 매치는 잊을 만하면 돌아오는 패션 트렌드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저도 라임색 민소매를 입고 이른 아침에 나를 위해 차를 우리는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렇게 엮어 보자니 사실 지금도 얼마간은 실현하고 있나 싶은데요. 케이팝과 하우스 뮤직을 믹싱한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들썩거리지만 요즘의 작업은 주로 차분한 색을 골라 작업하고 있거든요. 조용한 음악들은 도리어 잡생각이 더 많이 나서 작업에 방해가 될 때가 많기 때문에, 붕붕 뜨는 음악들이 오히려 적당히 현실과 작업 세계를 분리해 주는 벽의 역할을 합니다.
그런가 하면 매번 올리브오일에 채소를 볶은 똑같은 스타일의 파스타가 질려서 문득 새로운 스타일의 파스타가 먹고 싶어졌습니다. 어렵지 않게 쌈장이 떠올랐는데요, 적당히 자극적인 맛이 고팠거든요. 돌이켜 보니 쌈장으로 집에서 파스타를 만들어본 적이 없기도 했습니다. 검색해 보니 생크림이나 우유와 섞어서 크림파스타처럼 먹는 방법이 보통인 것 같았는데, 집에 우유가 없는 관계로 그냥 빼버렸습니다. 조금 힘줘서 오븐에 버섯도 굽고, 새우까지 곁들이니 끼니 때우는 식으로 먹던 파스타가 간만에 재밌게 느껴졌습니다. 맛은 예상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었는데, 마늘이랑 부추까지 넣었더니 완연한 한식 느낌이면서도 파스타 면발이 주는 치감이 있다보니 아는 맛인데도 은근히 색달랐습니다.
여담이지만 이 정반대 추구미의 괴리감에 대해 최근 GPT와 대화를 나눴었는데, 그 괴리감을 약점이 아니라 제 브랜딩으로 삼아서 저만의 캐릭터로 삼으라고 답변해 주었습니다. 역시 모든 건 합리화구나 다시 느꼈지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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