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의 마지막에 접한 뉴스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것은 스타트업이었던 정육각의 기업회생에 대한 소식이었습니다. 굳이 스타트업이었던 이라고 말한 이유는 이제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에는 정유각이 너무 성장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기업회생: 스타트업에게는 낯선 이야기
창업가들에게 기업회생은 낯선 이야기입니다. 왜냐면 기업회생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번 왠만한 규모로 성장했다가 위기에 처해야되기 때문입니다.
90% 이상이 올라가지도 못하고 망하는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그래서 기업회생이 자주듣는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아마 주위에는 회생을 준비하는 분들보다 파산이나, 기업정리를 준비하는 분들이 더 많은것이 일반적입니다.
스타트업은 대부분 회생까지도 가지 못하고 주저앉는것이 대부분이라, 누군가 회생을 신청한다는 것은 그래도 다시 회복할 가능성이 일부는 남아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혹은 회생을 해야만 하는 이야기 있다라고 볼수도 있겠죠. 채권자나 투자자들이 남아있으니 말입니다.
회생을 하게 된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다시 생존할 수 있는지 검토를 받게 됩니다. 만약 회생가능성이 없다면 이 상태에서 청산을 하게 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M&A등의 방법을 통해서 한번정도 더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당연히 M&A를 통해서 매물로 나온 기업들의 가치는 매우 낮게 됩니다. 기존의 채권자나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노릇이지만, 일부라도 자금을 건진다는 차원에서는 그냥 파산해버리는것보다는 나을수도 있겠죠. 하지만, 만족할만한 금액은 절대 받을 수 없습니다. 그건 이 기업을 사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자에게는 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 하지만
사는 입장에서는 기업을 헐갚에 사와서 뭔가 새로운 판을 짜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국의 PE들 중 과거에는 이런 회생등의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에게 자금을 공급한 기업들도 많았습니다.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은 투자자에게 있어서 매력적인 상황일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싸게 사서 회복을 시킬 수 있다는 가정하에 말이죠. 대부분의 싸게 산 매물들은 절대로 비싸게 팔 수 있는 상태로 가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다양한 가치 증진방안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창업가들이 생각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가치를 만들어낼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투입한 자본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단은 급격하게 비용절감을 하고, 비효율적인 부문을 줄여냅니다. 사업적으로 보면 당연한 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좀더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어 보이는 팀들은 모두 삭제해야 하고, 새로운 일들을 시도하는 일을 멈출 수 밖에 없습니다. 비효율이라는 단어는 상당히 다양한 의미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딱듣기에도 상당히 부정적인 단어고, 왠지 당연히 없애는게 맞을것 같습니다. 자신의 주변의 상황과 매칭해보기 전까지는 말이죠. 내가 피고용자라면 회사에서 하루에 보내는 일과중에 회사의 이익과 관계되지 않은 모든 비효율성을 제거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것인지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략적 투자자가 인수할수도 있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티몬과 같이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가 기업을 인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약간은 빡빡하지 않은 상태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것만으로 현금이 타버리고 있는 회사를 그대로 두면서 기업을 인수하려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명도 없을 것입니다. 당연히 어떤식으로든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있게 사업을 재건할 수 밖에 없겠죠.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 일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비용절감, 인원감축, 그리고 사업부 축소와 그동안 있었던 미래를 위해서 진행된 현재의 비용들이 모두 감축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회생에 들어선 순간 이제부터는 꿈을 팔아서 살 수 없는 땅에 들어선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전략적 투자자가 인수할수도 있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육각은 상당히 유망한 스타트업이었습니다. 놀라운 성장성을 바탕으로 시중에 나온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성장세를 키워왔습니다. 아마 작은 기업들에게는 정육각이 성장하는 모습이 꿈같이 보일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성공적인 스타트업의 대명사처럼 말이죠. 하지만, 어떤 사정에서 인지 몰라도 결국 기업회생을 신청하게 되었고, 기존의 기업들이 거쳤던 것처럼 준엄한 판단을 거쳐서 생존여부가 결정될 예정입니다.
저는 요즘 많은 스타트업들이 회생에 들어가고 있는 현상 자체가 "꿈과 현실이 만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스타트업들은 그동안 미래만을 보면서 자랐습니다.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성장하는지의 모습만을 그리면서 회사를 운영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해도 괜찮았고, 다소 무리하게 보이는 일을 해도 괜찮았습니다. 모든것은 성장의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실수라고 여겨지니까요. 그리고 다시 일어서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빠르게 실패하고 빠르게 일어나자는 개념만 있으면 된다고 주위에서 말하니까요.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습니다.
현실에서는 빠르게 실패를 하는것보다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의 실패를 하는것이 더 중요합니다. 빠르게 실패를 하는것은 완전 초기에나 가능한 일입니다. 감당못한 실패를 하는 경우 절대로 회복할 수 없다는것을 이제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스타트업은 절대 동아리가 아니고 실수하고 실패해도 미안하다는 말로 용서받을 수 있는 교우관계 따위가 아닙니다. 현재 나가고 있는 월급으로 사용되는 투자금은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나와서 지급된 것이며, 사라질 경우 누군가가 응당의 사회적인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돈이기 때문입니다.
회생을 통해서 사업을 다시 일으키면 됩니다. 당연히 되죠. 하지만, 그 과정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회생을 하는 기업이 어떤 고통을 겪고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를 저는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밝은 미래를 그리면서 적자를 계속 내도 괜찮은 상태로 회사를 운영하는 방식으로는 더이상 이 관문을 통과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 스타트업들도 좀더 현실적으로 회사를 운영해야 합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투자자들도 좀더 현실적인 투자를 해야겠죠. 이제는 더이상 꿈으로 막연한 무엇인가를 바라는 시대는 지나간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남은것은 어려운 현실과 그것을 이겨내는 지극히 실현가능한 방법들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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