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백신에 대한 오판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백신과 조총, 무능 공식은 비슷합니다

지난 9일(현지시간) PGA 골프 시합이 열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골프장 모습. [AP=연합뉴스]
 그제 TV의 미국 PGA 골프 장면에 눈길이 갔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경기 화면을 보여주는 줄 알았습니다. 골프장에 구경꾼들(갤러리)이 잔뜩 있었습니다. 언제 한 시합이었는지를 살폈는데 생중계였습니다. 갤러리가 홀들을 에워싸고 있었고, 마스크를 한 사람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어제 영국에서는 17일부터 포옹(hug)이 허용된다는 게 큰 뉴스였습니다. 그동안은 한집에 사는 가족끼리 외에는 포옹도 금지 사항에 포함돼 있었습니다. 친척이나 친구를 안을 수 있게 됐다며 좋아하는 사람들 인터뷰가 보도됐습니다. 아직은 위험한 행동 아니냐는 질문에 보리스 존슨 총리는 “주의하면서 하라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음 달 중순께 영국에서 거의 모든 집합 제한 조치가 해제될 것이라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지난 주말에 미국에서 서울로 출장 온 친구와 카카오톡으로 대화(2주 격리 중입니다)를 나눴습니다. 그 친구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화이자 백신 2차 접종 확인증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선진국 시민 인증서처럼 보였습니다. 그 친구는 요즘 한국에서 미국에 와 백신 맞는 사람 꽤 있다고 했습니다. ‘백신 여행’을 간다는 보도가 과장이 아닌가 봅니다.  

 미국, 영국, 이스라엘이 우리와는 다른 딴 세상이 된 것은 순전히 백신 덕입니다. 백신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또는 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을 한국 정부는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백신 개발국이 아니고 대규모 선 투자를 할 형편도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판단을 잘못했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지난해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백신 제조사에서 너무 비싸게 값을 부른다”고 했습니다. 값이 내려갈 때를 기다린다는 뜻이었습니다. 명백한 오판이었습니다. 

 임진왜란 발발 두 해 전 대마도 도주가 조선 조정에 조총을 바쳤습니다. 왜(倭) 군이 조총으로 무장했다는 것도 알렸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이 조총 발사 시연회가 열린 날 대신들이 조총의 장단점에 대해 제법 상세히 이야기합니다. 그 전에도 조총의 존재를 알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명나라에도 조총이 있었습니다. 

 토론의 결론은 위협적인 무기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한 발 쏘고 새로 장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활은 계속 쏠 수가 있고, 조총 장전하는 사이에 기마병이 습격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막상 왜가 침략했을 때 조총 부대는 3인 1조로 짜여져 있었습니다. 한 명은 총을 쏘고, 다른 한 명은 화약을 넣고, 나머지 한 명은 총알을 넣은 뒤 심지에 불을 붙였습니다. 한 조에 총이 세 자루였습니다. 왜는 전국시대를 거치며 이런 전술을 익혔습니다. 

 총이 전쟁의 게임 체인저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활과 대포를 과신했던 조선 조정. 치료제 독자 개발 운운하며 백신의 효과를 깔본 21세기 한국 정부. 무능과 무책임의 패턴은 늘 비슷합니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달과 다음 달의 백신 수급 물량을 거론했습니다. 행안부가 화이자 백신 530만회 분이 6월까지 온다고 알리기도 했습니다. 보건복지부 측은 이에 대해 "(화이자와의) 비밀유지협약 위배 가능성이 있어 행안부에 경고했다"고 밝혔습니다. 백신이 오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만, 주무 부처도 아닌 행안부가 이래도 되는 건가 싶습니다. 정부가 계속 우왕좌왕입니다. 자세한 내용이 아래 기사에 담겨 있습니다. 
더 모닝's Pick
1. 함바왕, 국회의원 등 뇌물 고소 
   ‘함바왕’이라고 불리는 유상봉씨가 현직 야당 의원, 여권 고위 인사, 전직 경찰 간부 등을 공수처와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자신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겁니다. 뇌술 수수자로 지목된 당사자들은 모두 펄쩍 뛰고 있다고 하는데요, 유씨 주장이 사실이라면 또 한번의 줄줄이 사법처리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
2. 추미애가 없앤 증권합수단 부활 조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없애버린 서울남부지검 산하 증권범죄합동수사단과 같은 조직을 다시 만드는 것을 법무부가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증권ㆍ금융 관련 범죄 대응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네요. 추 전 장관은 도대체 왜 폐지한 걸까요? 권력 보호를 위한 것이었을까요? 의문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
 3. 택배 급증했는데 업체 수익은 반토막
  택배 수요는 크게 늘었지만 택배사의 수익은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택배 분류 인력 투입에 따른 인건비 상승과 분류 자동화 시스템 투자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수익이 많이 난 것은 택배기사들을 분류 작업에 투입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건비 줄여 수익 내는 사업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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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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