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한국사회보장학회 춘계학술대회
VOL. 016  |  2024. 05. 08.
구독자분들은 출산과 출생의 차이를 알고 계신가요?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출산’은 ‘아이를 낳음’이고, ‘출생’은 ‘세상에 나옴’을 의미합니다. ‘출산(産, 낳을 산)’이 생물학적 여성이 아이를 낳는 것을 표현한다면, ‘출생(生, 날 생)’은 생명의 탄생을 지칭합니다. 여성계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바탕으로 오래전부터 ‘저출산’이란 용어를 ‘저출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왔어요. 저출산이란 용어가 문제의 원인을 여성에게만 돌린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죠.

최근에는 정치권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저출산’ 대신 ‘저출생’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어요. 보다 중립적이고 성평등적 느낌을 주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학계에서는 ‘출산’과 ‘출생’의 뜻을 엄격히 구분해요. 젊은 세대가 아이를 얼마나 낳는지 파악하려면 인구 구조에 영향을 받는 ‘출산율’을 사용해야 하는데, ‘저출생’의 ‘출생’은 ‘출산율’에서 쓰는 ‘출산’과 다른 개념이거든요. 아직 국내의 많은 정책과 법규에서도 '저출산'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서 ‘저출산’이란 용어를 근거로 두고 있거든요. 

정부의 공식 발표나 통계 분석에서는 이 두 용어를 구분하여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많은 사람이 사회구조적 현상을 더 중립적으로 표현하는 ‘저출생’이라는 용어가 ‘저출산’보다 적합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아이를 낳는 것이 여성 혼자의 책임은 아니니까요. 눈치채셨나요? 네! 이번 스피커스는 ‘저출생’과 젠더 역할 규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23년 교육방송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인구대기획 초저출생’의 한 장면. 교육방송 갈무리

유명한 ‘’이죠? 세계적 석학인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가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사진이요. 게다가 밑에 깔린 자막,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Korea is so screwed. Wow!)”. 권위 있는 제삼자가 한국이 처한 놀라운 현실을 보여주는 모습이라 화제가 되었죠. 이 장면은 지난해 방영된 교육방송(EBS) 다큐멘터리 ‘인구대기획 초저출생’에서 윌리엄스 교수와의 인터뷰 중 한 장면으로,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는 말을 듣고 “그 정도로 낮은 출산율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크게 놀란 모습을 포착한 것입니다.

 

2023년(방영 시점 기준) 상반기였으니 그나마 다행이에요. 만약 지금 인터뷰했다면 윌리엄스 교수는 너무 놀라 의자 뒤로 넘어가셨을 거예요😱. 2022년, 0.78이었던 합계출산율은 2023년 3분기에는 0.7명을 기록했고, 정부는 올해 0.68명을 예상해요. 지난해 4분기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5명에 불과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연간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예요. ‘압도적 최하위’에 십 년 넘게 머물러 있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짤로 유명해졌지만, 윌리엄스 교수의 문제 진단과 해법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그는 지금의 저출생 문제가 돌봄 의무가 없는 사람을 이상적 노동자로, 여성(엄마)을 돌봄 책임자로 규정한 사회적 구조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어요. 윌리엄스 교수는 출생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 사이에 동등하게 분배되는’ 육아휴직을 일·가정 양립의 중요한 해법으로 제시했습니다. 부모 모두가 육아에 참여하는 것이 저출생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죠.


지난 4월 26일 숭실대에서 ‘한국의 초저출산, 원인과 대응’을 주제로 열린 2024 한국사회보장학회 춘계학술대회 기획 세션에서는 저출생, 일과 가정, 그리고 젠더 역할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어요. 이번 스피커스는 ‘저출산의 원인과 대응: 젠더간 역할의 형평성과 출산’을 주제로 진행된 기획 세션을 정리해봤습니다! 

① 일과 가정의 양립 = 출산율
2024 한국사회보장학회 춘계학술대회 기조 강연자 마티아스 도프케(Matthias Doepke) 교수 발제 자료 중 일부. 도표는 남성의 육아 및 가사 기여도와 총 출산율 사이의 강력한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출산율 1.5(파란색 점, 왼쪽 아래) 미만 국가의 남성은 가사기여도가 1/3 미만이다(헉, 한국 위치가😨...).  2024 한국사회보장학회 춘계학술대회

2024 한국사회보장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기조 강연자로 나선 마티아스 도프케(Matthias Doepke) 영국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A new era in the economics of fertility를 주제로 발표했어요. 도프케 교수는 소득 수준, 여성의 직업 유무와 같은 요인이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경제학에서 통용되던 기존 가설을 설명했어요.


첫 번째 가설인 ‘양과 질의 균형(quantity-quality trade-off)’은 부모가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질수록 자녀의 질(예: 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한다는 것인데요. 투자 비용이 많이 들기에 부모는 소득 증가에 따라 오히려 자녀 수를 줄이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높아질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많은 국가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가설은 자녀 양육에 소요되는 시간과 여성의 소득 및 노동시장 참여 간의 관계예요. 전통적으로 자녀 양육에 여성의 시간이 많이 할애됐어요. 여성은 일과 소득, 출산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섰죠. 그렇게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증가하고, 소득이 높아질수록 출산율이 감소하는 상황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도프케 교수는 기존 가설들이 고소득 국가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여성의 일과 가정의 양립 가능성이 출산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해요. 과거와 달리 현재는 여성이 결혼이나 출산을 이유로 경력을 포기하는 경우가 드물어요. 도프케 교수는 일하는 여성이 출산을 결심할 때, 일과 가정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조건을 중요시하는 현상을 설명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로 보육 정책, 협력적인 배우자, 우호적인 사회 규범, 그리고 노동시장을 꼽습니다. 바꿔 말하면, 4가지 요소가 어떻게 발현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출산율이 설명될 수 있다는 거죠.


특히 보육시설의 확대는 여성이 경력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이는 출산율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도프케 교수는 또한, 육아와 가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남성이 많은 국가에서 출산율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합니다(Doepke & Kindermann, 2019). 이외에도,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어머니의 모습’, 즉 사회 규범 속 여성과 어머니 역할도 출산율에 영향을 끼칩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풀타임 워킹맘을 ‘Rabenmutter(매정한 엄마)’로 묘사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는 일과 가정을 양립하고자 하는 여성에게 암묵적인 처벌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인식이야말로 일과 가정의 조화를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 중 하나죠!


노동시장 상황도 큰 변수예요. 스페인에서는 일자리 안전성이 낮은 임시직 여성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찾기 전까지 출산을 미루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해요. 높은 실업률이나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자녀 출산 후 경력이 단절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출산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합니다. 


도프케 교수는 사회적 규범과 노동시장의 조건이 단기간에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지적하지만, 출산율이 일과 가정 양립 가능성과 명확한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으므로 정책 입안자들은 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해요. 국가별 저출산 현상은 해당 사회의 정책, 제도, 규범을 반영합니다. 도프케 교수는 성평등 증진과 특히 노동시장 내 여성의 평등한 처우 개선에 투자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경제와 사회에 큰 이득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② 문제는 젠더별 역할 규범의 차이와 계층화
30대 중후반 소득집단별 가구 내 자녀수 분포, 코호트 비교. 1960년대생, 1970년대생, 1980년대생이 각각 30대 중후반일때의 자녀수를 비교한 자료로 1980년대생 코호트 소득하위분위에서 자녀수가 급감한다. 김영미(2024, 한국사회보장학회 춘계학술대회)

김영미 연세대학교 교수(사회학)는 이어진 발제에서 저출산 문제의 핵심으로 젠더 역할 규범과 계층 형평성을 짚었어요. 저출산 문제는 여성이 일과 가정 중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일을 선택함으로써 심화됐다는 것인데요, 특히 소득 집단 간 출산율의 차이가 변화하고 있는 점을 강조하면서, 저소득·저학력 여성들이 제도적, 문화적 원인으로 인해 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했어요.


김 교수는 출산율 하락에 대한 보다 세밀한 분석의 필요성을 강조했어요. 그는 소득 집단 간의 출산율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해요. 국가 정책은 주로 고학력 여성들이 일·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건들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정규직·대기업 종사자가 비정규직·중소기업 종사자보다 결혼과 출산을 더 많이 한다는 연구가 있기도 하고요. 소위 좋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정규직·대기업이 여성들에게 쉽게 열려있나요? 특히 청년 여성들이 많이 종사하는 IT 및 서비스 업종은 코로나19와 산업 변화로 인해 불안전성이 증가한 대표적 업종이에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등의 제도는 있지만, 실제로 활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불안정 노동시장에 있는 여성의 경력 단절이 해당 여성의 평생 소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최근의 연구결과를 고려하면, 계층으로 인해 정책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여성의 평생 소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거죠. 그래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에요.


김영미 교수는 한국 특유의 문화적 맥락이 저출산 문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어요.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도 일을 해야한다’는 경제활동 참여 인정과 ‘돌봄은 여성의 몫이다’라는 두 가지 생각이 강력히 존재한다고 설명해요. 이를일-지향 보수주의(pro-work conservative)라고 하는데요, 미국 하버드대 메리 브린튼 교수의 연구팀에 따르면, 한국은 독보적으로(😱) 이해 상충적인 젠더 역할 의식이 강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홍콩대 한신원 교수의 연구에서도 일-지향 보수주의가 강할수록 양육이 부담으로 느껴진다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한국의 여성은 이처럼 층층이 쌓인 문제들과 마주하고 있어요. ①강한 일-지향 보수주의로 일과 돌봄 모두에서 과도한 사회적 압박을 받고 있고요, ②어찌어찌(😅) 결혼은 했으나 출산과 육아 지원 제도가 주로 고소득·고학력층에 적합하게 마련되어 있어, 다수의 여성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있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는 쉽지 않죠. 


김 교수는 육아와 가사 노동이 여성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사회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고 말해요. 정책적으로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정책 격차를 해소해 모든 계층의 여성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하고요. 많은 연구자와 학자들이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음에도 실제 정책에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느낌이에요. 일과 가정의 조화가 가능한 사회가 지속가능한 국가를 만드는 길일 텐데요, 김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왜 우리는(아마 정책 입안자들이겠죠?) 믿지 않는 걸까요?” 

4월 26일 숭실대에서 열린 2024 한국사회보장학회 춘계학술대회 기획세션 ‘저출산의 원인과 대응: 젠더간 역할의 형평성과 출산’ 토론 모습.
탐욕스런 자본에서 가장 합리적 선택, 온콜분업
2014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미생’. 직장에서 냉철한 능력자인 워킹맘 선차장은 실력과 의지로 반짝거리는 여성 후배에게 “세상이 아무리 좋아져도 일과 육아를 같이 하긴 어려워. 워킹맘은 어디서나 죄인이지.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죄인이야. 결혼하지마. 그게 속편해”라고 조언한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tvN 드라마 갈무리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라우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교수(경제학)는 그의 책 <커리어 그리고 가정>에서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낮은 이유를 탐구합니다. 골딘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의 엘리트 여성들을 100년에 걸쳐 5세대로 나누어 그들의 커리어 경로를 연구하며 문제의 ‘근원’을 찾아갑니다.


그 결과 ‘탐욕스러운 일(greedy work)’이 여성을 경제적으로 소외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임을 밝혀냅니다! 고소득 직군에 요구되는 ‘온콜(on-call, 긴급 호출에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상태)’은 집안일이 급할 때 직장을 떠나야 하는 역할을 여성이 맡게 만드는 사회적 구조를 조성합니다. 일도 양육도 공평하게 분담하고자 했던 부부들도 ‘공평함을 위한 비싼 비용’에 결국 ‘합리적 선택’을 하게 됩니다. 남성은 온콜 상태를 유지하며 소득을 높여가고, 여성은 일자리 형태를 변경(파트타임, 프리랜서)하며 양육을 담당해요. 소득보다 가정 운영에 기여하는 거죠. 이러한 ‘온콜 분업’은 가정 내에서 합리적 선택처럼 보일 수 있지만, 성별 소득 격차를 고착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골딘 교수는 고학력 여성들조차 이러한 문제에 직면했다면, 저학력·저소득 여성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임을 시사합니다. 


골딘 교수는 성별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것은 성평등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주장해요. 그는 노동 시장의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능력 있는 여성들이 일하지 못하는 것은 얼마나 큰 경제적·사회적 손실인가요! 골딘 교수는 특정 직군(탐욕스러운 일자리)에만 주어지던 막대한 보상을 줄이고, 지금보다 유연한 노동시장과 더 생산적인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해요. 그 과정에서 돌봄 제공자들이 우리 경제에 보다 생산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사회적 차원에서 돌봄을 지원해야 한다고도 강조하고요. 

낸시 프레이저 미국 뉴욕 뉴스쿨 사회과학대학원 정치학 교수 역시 <전진하는 페미니즘>에서 모든 사람이 ‘보편적 돌봄제공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기존의 ‘보편적 생계부양자’(universal breadwinner) 모델과 ‘동등한 돌봄제공자’(caregiver parity) 모델을 비교하며, 이 두 모델을 통합한 제3의 길인 ‘보편적 돌봄제공자’ 모델을 발전시켜야 모든 사람에게 젠더 정의와 안전을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올해부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되는 ‘늘봄학교가 시행되었죠. 이는 기존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통합한 것으로, 부모의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이 이용할 수 있고, 저녁 식사도 제공해요. 지난해 400여곳에서의 시범운영을 거쳐, 올해 3월 기준 2700여곳의 학교에서 시행 중으로 2025년까지 전국 학교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다만 학교 현장에서는 충분한 인력과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어요.


기존에는 돌봄교실에 떨어지면 맞벌이 부모들은 자녀를 학원으로 보내야만 했어요. 부모 귀가시까지 아이는 ‘학원 뺑뺑이’를 할 수밖에 없었죠. 학원과 학원 사이 시간이 뜨거나 동선 맞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는 맞벌이 부모들에게는 늘봄학교가 사막의 물보다 더 값지고 효능감 높은 정책일 거예요.


그런데 저는 늘봄학교 홍보 영상에서 아이가 자고 있을 때 퇴근하는 엄마가 유독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자는 아이 침대 옆에서 아이의 일과를 되짚어보며 부모가 미소 짓는 모습에 함께 미소 지을 수 없었어요. 만약 늘봄학교를 최대한 이용할 경우 아이들은 하루에 13시간을 학교에서 보낼 수 있어요. 이 경우 부모와 아이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자는 시간, 등하교 시간, 씻는 시간 등을 빼면 말이나 한마디 할 수 있을까 싶어요. 


이번 스피커스에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저출생의 원인과 해결의 끝에 젠더 역할의 균형과 일·가정 양립이 있어요.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기본 조건 중 하나는 노동시간의 단축입니다. 노동시간이 길면 결국 부부에게 일상적인 부담이 가중되고,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다시 여성은 출산과 커리어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고, 그러면 저출생이 더 심각해지고....😢

 

대통령께서 늘봄학교 정책을 “이제 아무리 힘들어도 되돌리거나 후퇴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로 명명했듯이 일과 가정의 균형도 중요한 국가적 과제입니다. 아직 해가 떠 있을 때 부모와 아이가 퇴근/하교한 뒤 집 근처 공원에서 신나게 노는 상상을 해봅니다😁.


교육부 제공 늘봄학교 홍보 영상 중 한 장면. 교육부 홍보 영상 갈무리
📝이번 <스피커스> 어떠셨나요?

김영미 교수님께서 나눠주신 말씀 중 인상적인 내용이 있었어요. 요즘 사회적으로 젊은 세대가 이기적이고, 자신들의 생활만 중시해서 출산을 꺼린다는 이야길 하잖아요? 그런데 김영미 교수님과 연구팀이 청년 104명을 인터뷰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의 책임감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었다고 해요. 결혼과 출산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이에 수반되는 무게감 때문에 아예 접근할 수가 없다는 거죠. 

이는 골딘 교수의 저서에서처럼 문제의 표면적 현상이 아니라 그 근본적 원인을 깊이 있게 분석할 필요성을 지적합니다. 저출산 현상도 단순히 결과에 집중하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가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자세히 분석해야 해요. 그래서 젊은 세대가 출산과 관련된 사회적·경제적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스피커스에 보내주신 의견 잘 읽고 있습니다. 이번 스피커스에 대한 구독자분들의 생각도 나눠주세요. 정성껏 읽고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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