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음악을 두루 즐겨 듣습니다만, 그중에서도 ‘자체 프로듀싱’이 가능한 아티스트에게 좀 더 애정을 쏟는 편입니다. 유명 작곡가의 곡을 받아 쓸 여력이 충분할 텐데도 직접 앨범 제작에 관여한다는 건 웬만한 용기가 있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잖아요. 주도적으로 그룹의 색채를 정립해나가는 청춘의 당찬 행보를 동경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리더 ‘소연’의 활약으로 이미 여러 차례 프로듀싱 능력을 입증해 온 그룹 ‘(여자) 아이들’의 신보가 발매되었는데요. 이번 앨범에는 리더뿐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앨범의 전곡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는 말을 듣고 ‘더는 대충 살 순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수록곡 ‘MOON’은 태국인 멤버이자 메인보컬인 ‘민니’가 작곡하고, 소연이 작사를 맡은 트랙인데요. 민니 특유의 음색이 가사 속 어스름한 느낌과도 잘 어우러져 극도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중독성 있는 후렴 덕에 요즘 달만 보면 자꾸 이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네요!

쓰레기와 음식이라는 뜻이 결합한 단어 ‘정크푸드’처럼, 몸에 해로운 걸 알면서도 그저 삼킬 수밖에 없는 관계들이 있죠. 싱어송라이터 ‘Summer Soul’은 평소 정이 많은 성격 때문에 자신에게 막 대하는 인간관계마저 폭식하듯 꾸역꾸역 삼켰고, 그 과정에서 마음이 많이 다쳤다고 해요. 그 결과 건강하지 못한 관계에 둔감했던 지난날을 지우고, 아낌없이 주는 성격을 버려야겠다고 22년 인생 처음 다짐하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한 곡이 바로 ‘JUNKFOOD’인데요. 원테이크로 촬영된 뮤직비디오 속에서 Summer Soul은 산처럼 쌓인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내내 입속에 쑤셔 넣습니다. 기이한 먹방쇼라고 생각하기엔, 곡과 뮤직비디오 속에 내포하는 의미가 너무 많아요. 일단 뮤직비디오 한번 보시고, 앨범 비하인드 스토리(👈클릭!)까지 정독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미친 듯이 그의 꿈을 찾으면서 / 이게 다 무슨 소용인지 궁금해하지”  

‘LANDOKMAI’는 태국의 여성 듀엣입니다. 나른한 포크 팝을 지향하는데, 빈티지한 영상미의 뮤직비디오와 음악이 꽤 잘 어울립니다. 사실 너무 무해해서 이번 주제와는 좀 동떨어진 트랙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저 역시 “자극제가 되기엔 좀 약한가?” 싶었거든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가 이미 너무 많은 자극에 길들어져 있어 끊임없이 강도 높은 자극만을 찾아 나서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럴 땐 원점으로 돌아가는 게 해답이 되기도 하잖아요. LANDOKMAI의 음악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저는 ‘순수’ 내지는 ‘맑음’으로 정의하고 싶어요. 유리구슬 같은 두 사람의 음색이 탁한 정신을 정화해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이 곡은 가사가 전부 태국어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말을 속삭이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해요. 모든 게 꽃밭인 꿈속을 유영하면서 행복에 젖는 기분이 들죠. 보컬 특유의 사랑스러움이 배가 된 혁오의 ‘LOVE YA!’ 커버(👈클릭!) 도 함께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