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난 노잼 인생을 보내고 있는 황금소.. 재미 발굴에 혈안이 되어있어. 3월 12일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아카데미 기획전이 진행중이더라고. 한 해의 화제작이 다 모인 기획전이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가장 활기차고 설레는 시즌이기도 해. 특히 눕방일기가 소개하기도 했던 두 작품, 최다 노미네이트작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는 물론이고, 신작 중에 가장 주목받고 있는 <타르><더 웨일><이니셰린의 밴시>도 극장에서 볼 수 있어. 이번만큼은 침대 밖을 나가 보길 추천할게!

이번주 소개할 작품은 니노미야 마사아키의 동명 만화 원작인 드라마 [간니발]로 디즈니 플러스에서 볼 수 있어. 이름에서 한니발을 떠올린 사람들이 많을거야. 동족포식이라는 뜻을 가진 카니발리즘과 인구의 50% 이상이 65세 이상인 마을을 뜻하는 한계마을(겐카이슈라쿠)’의 합성어라고 해. 맞아. 인육을 먹는 마을에 관한 이야기야. 국내에는 일본판 <이끼>로도 잘 알려져있어.


숲으로 둘러싸여 완전히 외부와 차단된 작은 쿠게 마을의 순경으로 부임한 아가와는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마을 사람들의 웃음 이면의 기이한 문화를 이내 발견하게 돼. 바로 이 마을의 실세인 고토 가문이야. 모두가 고토 가는 가까이 하지 말라 충고하고, 심지어 전임 순경이 실종되기 전 마지막으로 향한 곳도 고토 가문의 집이야. 고토 가문은 사람을 먹는다는 말을 외치고 사라진 전임 순경을 모두 미친 사람 취급했지만, 아가와는 그의 마지막 행적을 뒤쫓으며 마을 사람들과 계속해서 갈등을 일으켜. 웃는 얼굴 뒤로 외부인의 모든 행동을 감시하는 마을 사람들, 과도하게 방어적인 고토 가문 사람들, 절대적인 법과 상식은 통하지 않는 쿠게 마을 안에서 아가와는 수사를 멈추지 않고 목숨의 위협을 받기 시작해.

오랜만에 정말 순수하게 재미있다고 느낀 일본 장르물이었어. 야기라 유야, 카사마츠 쇼의 연기도 매력적이고, 연출, 촬영, 사운드 등 전체적인 면에서 완성도가 높아. 마을의 비밀을 감추고 있는 장막이 겹겹이 묘사되고, 그것을 하나씩 거둬가는 과정이 여러 입장에서 그려져 사건이 더욱 입체적으로 보여.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오랜시간 얽혀온 굴레를 벗어 던지기란 얼마나 힘든지, 또 그것이 어떻게 인간성을 좀먹는지 천천히 담아내고 있어. 결국 이 사건이 과연 해결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떠오르게 만드는 촘촘한 관계성이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하는 영리한 장치야. 막연히 나중엔 어떻게든 해결되겠지 하는 나이브한 스릴러가 아니라서 좋아. 그리고 식인이라는 강렬한 소재를 풀어내는 방식이 시골 마을의 폐쇄성이라는 점도 흥미로워.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현실적인 테두리안에서 풀어냄으로써 관객에게 공감 가능한 감정들을 자극하고 사건을 납득하게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


안타까운 점은 이번 시즌이 끝이 아니라는 거야. 분명 시즌2로 이어져야하는 상황인데 찾아보니 시즌2 제작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어. 기사를 찾아보니 만약 제작된다 해도 2024년이 될 거라는 추측이 있어. ‘고토 가문의 정체가 밝혀지는 그 너머의 이야기가 또 있는걸까? 이번 시즌은 그 시작을 담은 걸지도 모르겠어. 그래도 시즌2 기다리지 말고 지금 바로 봐주면 좋겠어. 재미있어서 후루룩 봐질 테니까!

소소한 관람포인트1. 원작 만화

원작 만화는 15편이 완결이야. 우리나라에서는 발간하지 않고 e북으로만 공개됐어. 레진 코믹스에서는 주간 연재중이고, 리디북스에는 1권까지만 올라왔어. 네이버 시리즈온은 1권의 일부만 올라온 채 연재가 멈춰있어. 완결을 보고 싶은데 어디에도 전체를 볼 수 있는 곳이 없어 답답해. 참 레진 코믹스와 리디북스에서 보려면 성인 콘텐츠를 포함한 완전판 앱을 받거나 웹으로 들어가야해. 일반 앱으로 들어가서 한참 찾다가 알게 된 정보야..
소소한 관람포인트2. 동일 소재 영화
카니발리즘을 다룬 작품은 꾸준히 등장하는 것 같아. 가장 유명한 건 역시 한니발이라는 캐릭터를 낳은 <양들의 침묵>이겠지. 비교적 최근작인 <로우><본즈 앤 올>도 이 소재로 화제를 모았어. 극단적인 소재를 보편적 정서로 어떻게 연결 짓는지 궁금하다면 추천해.

소소한 관람포인트3. 제작진

<실종>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았던 가타야마 신조 감독의 작품이야. <도쿄!><마더> 봉준호 감독의 조감독 이력이 있어. <드라이브 마이 카> 각본가 오에 타카마사가 이번에도 참여했어. 일본영화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눈에 띄는 제작진일거야.
레이지 카우 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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