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느덧 여름을 향해가는 5월 마지막 주입니다.

올해의 절반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쉼 없이 달려오느라 벌써 몸과 마음의 배터리가 깜빡이고 있진 않으신가요? 뇌는 과부하로 지쳐있는데, 정작 내 삶은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가 있죠. 이럴 때일수록 우리에겐 거창한 휴가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작은 여백'이 필요합니다. 오늘은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시원한 차 한 잔과 함께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누려보세요💚
👀 한 눈에 보는 오늘의 마음건강
① 리추얼 | 바쁜 나에게 선물하는 최소 단위의 휴식
② 인터뷰 |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 정경자
③ 이달의 마음건강 강연 및 교육 정보
바쁜 나에게 선물하는 최소 단위의 휴식🚶🏻
마이크로 산책
editor 월간 마음건강 편집부

오늘 여러분께 추천할 리추얼은 바로 '마이크로 산책'입니다. 2000년대 미국 브루클린의 바쁜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전 세계로 소소하게 퍼져나간 리추얼인데요. 방법은 이름만큼이나 아주 단순합니다. 최소 100m에서 최대 300m 이내의 아주 짧은 구간을 5분에서 10분 정도의 시간을 들여 '아주 천천히' 걷는 것이에요.


이 리추얼의 가장 핵심적인 규칙은 바로 '매일 같은 경로를 걷는 것’입니다. 늘 걷는 집 앞이나 직장 근처의 뻔한 길을 아주 천천히 반복해서 걷다 보면, 무기력하고 건조하게만 느껴지던 일상 속에서 미세한 변화를 감각해 내는 '긍정적인 예민함'이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같은 길을 걸을 때만 보이는 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나죠. "어제 발목까지 오던 풀이 오늘은 조금 더 자랐네", "아스팔트 틈새에 어제는 없던 야생화가 피었네" 하는 미세한 새로움을 발견하게 돼요. 더 나아가 늘 가던 가게의 변화를 보며 무심코 지나쳤던 이웃들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매일 똑같아 보이던 날들이 사실은 전혀 똑같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트리거가 되는 셈입니다.


그렇기에 기왕이면 '매일 같은 시간대'에 걷는 것을 추천합니다. 퇴근 후 저녁 무렵에 걷는다면 해가 지는 시간이 매일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느끼고, 이른 아침에 걷는다면 매일 달라지는 아침 공기의 기온을 피부로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시간대가 같아지면 우리의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과 촉각 등 공감각들이 더욱 예민하게 열려요. 심리학에서는 이를 '탈 습관화(Dishabituation)'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우리 뇌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매일 반복되는 익숙한 풍경을 마주하면 감각의 스위치를 내리고 자동 주행 모드로 들어가는데요. 감각이 무뎌진 뇌의 남는 에너지는 대개 걱정이나 후회, 불안을 키우는 데 쓰인답니다. 마이크로 산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걷는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춤으로써 뇌의 감각 스위치를 다시 켜주는 거죠. 머릿속에서 쉴 새 없이 돌아가던 복잡한 불안 엔진을 잠시 멈추고, '지금, 이 순간' 내 피부에 닿는 바람과 발밑의 감각에만 온전히 집중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하루 단 5분이어도 좋습니다. 매일 걷는 익숙한 100m의 길을 아주 느린 속도로 걸어보세요. 뇌는 과부하로 지쳐있는데 삶은 무기력하게 느껴진다면, 이 짧은 걸음이 당신의 일상에 훌륭한 여백이자 가장 깊은 휴식이 되어줄 거예요.

🎤 치열한 순간들이 빚어낸 인생이라는 퍼즐
interviewee. 정경자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 작가)
interviewer. 장재열 (상담가, 작가)

Q.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간단한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물건을 정리하는 기술이 아닌, 공간과 시간 그리고 생각까지 정리하며 인생 리셋의 경험을 나누는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 정경자입니다.


Q. 사실 저는 한때 일본의 정리수납 전문가 곤도 마리에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티비쇼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 단순히 공간을 치우는 전문가이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공간뿐 아니라 생각과 시간까지 정리하고,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생애 주기마다 정리의 목적이 다 다르다는 점이 정말 신선했어요.

많은 분이 정리를 '안 쓰는 물건을 버리고 치우는 일'로만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삶의 관점에서 정리는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리셋 버튼'입니다. 우리 인생은 영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역할과 책임, 욕망이 끊임없이 변하니까요. 그런데 정작 내 안에 있는 생각과 시간, 공간의 시스템은 이를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인생의 시기마다 정리의 목적과 방식이 완전히 달라져야 해요.


Q. 한국 사회에서 이 개념의 개척자이신 만큼, 현장에서 느끼신 '정리'의 본질적인 의미가 궁금해요.

저희는 스스로를 '리커버리 프렌드(Recovery Friend)', 즉 정리 수납을 통해 공간과 사람을 회복시켜 주는 친구라고 불러요. 전문가분들과 정기 봉사를 다니는데, 한 번은 어머니가 심한 우울증을 앓아 집이 완전 쓰레기장인 인천의 한 가정에 간 적이 있거든요. 화장실에 볼일 보고 닦은 휴지가 천장까지 쌓여있을 정도였죠. 하루 종일 땀 흘려 드디어 바닥이 드러나게 치웠어요. 그런데 저녁때 초등학생 자녀가 오더니, 깨끗해진 방을 보고는 툭 가방을 던져두고 걸레를 가져와 바닥을 막 닦더군요. 그러더니 '내일부터는 매일 닦을 거예요. 내일은 친구도 데려올 거예요' 하더라고요.


Q. 어우, 저 눈물 날 것 같아요. 아이에게 어떤 희망의 스위치가 켜진 거군요.

맞아요. 정리는 그냥 물건을 버린다 이런 게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일이거든요. 숨 막히던 공간이 숨을 쉬기 시작하면, 그 안에 사는 사람도 숨을 쉰다고 볼 수 있고요.


Q. 이토록 의미 있는 '정리 수납’이 생의 중요한 키워드가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사실 맨 처음에는 직장 생활을 하던 사회 초년생이었어요. 통인익스프레스라고, 당시 우리나라 최초의 포장 이사 업체라 시스템을 잡는 업무가 많았어요. 감사하게도 대표님이 저를 전폭적으로 믿어주신 덕에 인사, 회계, 영업, 현장 관리까지 전반적인 뼈대를 제가 다 잡아야 했어요. 그렇게 시스템이 세팅되면 또 새로운 개척지로 저를 보내시는 거예요. 계속 프런티어가 돼야 하는 상황이었죠.


Q. 서른도 되기 전이었는데 대단한 근성입니다. 이후 캐나다 신사업 파견도 가셨다고요.

일단 닥치면 최선을 다하고, 먼 미래보다 당장의 문제를 푸는 데 집중하는 편이라 버텼던 것 같아요. 그러던 어느 날, 달리는 데 지쳐 사표를 던지기 직전 대표님이 캐나다 파견을 권하셨어요. 제로베이스에서 신사업을 해본다니 좋은 경험이겠다 싶었고, 마침 캐나다에 있는 여동생을 보러 가려던 참이라 수락했죠. 캐나다 땅이 엄청 넓잖아요. 그곳 전역의 편의점들을 돌며 물류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했어요. 한국인 직원은 저 혼자라 정말 맨땅에 헤딩이었어요. 키가 작아 북미의 큰 트럭에 혼자 올라가지도 못해서 기사님이 저를 들어 올려주고 내려주곤 했던 기억이 나네요.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최적의 배송 경로를 짜려고 밤새 캐나다 전국 지도를 펴놓고 씨름하며 지냈어요.

Q. 타국에서 외롭고 힘든 순간은 없으셨나요?

정말 펑펑 운 적이 있어요. 어느 날 우리 쪽 기사가 가게 간판을 깨트린 거예요. 법인 대표로서 낯선 타국 땅에서 사과하고 수리비를 조율하려니 긴장이 얼마나 됐겠어요. 영어로 애를 써가며 겨우 마무리 짓고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텅 빈 고속도로 위에 제 차 한 대뿐인데, 붉은 석양이 지더라고요. 그걸 보며 차 안에서 엉엉 울었습니다. '나는 왜 한국 놔두고 여기까지 와서 이 고생을 하나' 싶어서요.


Q. 그럼에도 끝까지 버티셨죠?

맞아요. 후회 없이 했고, 결국 본사의 사업 철회로 한국에 돌아왔어요. 귀국 후 '이제는 정말 혼자 무언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사도우미나 베이비시터 분들을 교육해 파견하는 일을 시작했죠. 캐나다에 있을 때 미국 TV에서 정리 수납 전문가들을 보고 한국도 멀지 않아 저 서비스가 필요해지겠구나 확신했거든요. 당시 한국엔 정리 수납에 돈을 지급한다는 인식이 없어서 케어 사업으로 먼저 방향을 잡았지만, 언젠가 올 시대를 계속 준비했죠. 옷 개는 법, 냉장고 정리법 등 저만의 디테일한 매뉴얼을 만들어 파견 직원들을 교육했어요. 아이를 돌보며 장난감이나 냉장고 정리까지 해주니 반응이 폭발적이더라고요. 그렇게 무려 8년을 현장에서 매뉴얼을 시뮬레이션하며 내공을 쌓았습니다.


Q. 그 과정이 거대한 퍼즐 같아요. 신간 <정리로 시작하는 인생 리셋>에도 그런 철학이 녹아있고요.

그렇죠. 시중에 옷 개는 법 같은 기능적 스킬을 알려주는 책은 이미 많아요. 하지만 저는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모든 생애 주기에 정리가 필요하다는 걸 꼭 말하고 싶었어요. 예컨대 아이가 정리를 못 하는 건 어릴 때 정리하는 환경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인 경우가 많거든요. 한 번은 장난감 정리가 고민인 집에 바닥 테이프로 '주차 라인'을 그려주었더니, 글쎄 아이가 차를 '후진 주차' 하더라고요. 부모가 주차하는 걸 보고 배운 거죠. 그렇게 성인이 되는 청년기부터는 삶을 책임지는 정리가 필요하고, 노년기에는 남은 삶을 가볍고 존엄하게 마무리하는 정리가 필수적이에요. 나 자신을 정리하는 과정인 거죠.


Q. 마지막으로 정리를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예 포기해 버리신 분들께 스스로 "나는 죽어도 정리 못 해, 해봐야 또 어질러질 텐데 뭐"라고 자책하며 아예 포기해 버리신 분들에게 제가 만든 아주 심플한 '정리 습관 공식'을 하나 알려드리고 싶어요. 바로 '적은 물건 + 제자리 + 짧은 루틴’인데요. 처음부터 온 집안을 다 뒤집어엎고 완벽하게 치우려고 하지 마세요. 딱 서랍 한 칸, 옷장 한 칸처럼 아주 좁은 스팟만 정하세요. 그 안에 물건을 적게 남기고, 각각의 제자리를 정해주는 거예요. 그리고 꺼내 쓰고 다시 그 자리에 넣는 짧은 행동으로 시작하는 거죠. 그 서랍 한 칸의 가장 작은 정리의 경험부터 확장해 나가는 거예요. 인생의 리셋과 진정한 휴식, 그리고 회복은 바로 그 작은 한 칸의 여백에서 시작된다는 걸 꼭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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