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간단한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물건을 정리하는 기술이 아닌, 공간과 시간 그리고 생각까지 정리하며 인생 리셋의 경험을 나누는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 정경자입니다.
Q. 사실 저는 한때 일본의 정리수납 전문가 곤도 마리에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티비쇼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 단순히 공간을 치우는 전문가이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공간뿐 아니라 생각과 시간까지 정리하고,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생애 주기마다 정리의 목적이 다 다르다는 점이 정말 신선했어요.
많은 분이 정리를 '안 쓰는 물건을 버리고 치우는 일'로만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삶의 관점에서 정리는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리셋 버튼'입니다. 우리 인생은 영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역할과 책임, 욕망이 끊임없이 변하니까요. 그런데 정작 내 안에 있는 생각과 시간, 공간의 시스템은 이를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인생의 시기마다 정리의 목적과 방식이 완전히 달라져야 해요.
Q. 한국 사회에서 이 개념의 개척자이신 만큼, 현장에서 느끼신 '정리'의 본질적인 의미가 궁금해요.
저희는 스스로를 '리커버리 프렌드(Recovery Friend)', 즉 정리 수납을 통해 공간과 사람을 회복시켜 주는 친구라고 불러요. 전문가분들과 정기 봉사를 다니는데, 한 번은 어머니가 심한 우울증을 앓아 집이 완전 쓰레기장인 인천의 한 가정에 간 적이 있거든요. 화장실에 볼일 보고 닦은 휴지가 천장까지 쌓여있을 정도였죠. 하루 종일 땀 흘려 드디어 바닥이 드러나게 치웠어요. 그런데 저녁때 초등학생 자녀가 오더니, 깨끗해진 방을 보고는 툭 가방을 던져두고 걸레를 가져와 바닥을 막 닦더군요. 그러더니 '내일부터는 매일 닦을 거예요. 내일은 친구도 데려올 거예요' 하더라고요.
Q. 어우, 저 눈물 날 것 같아요. 아이에게 어떤 희망의 스위치가 켜진 거군요.
맞아요. 정리는 그냥 물건을 버린다 이런 게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일이거든요. 숨 막히던 공간이 숨을 쉬기 시작하면, 그 안에 사는 사람도 숨을 쉰다고 볼 수 있고요.
Q. 이토록 의미 있는 '정리 수납’이 생의 중요한 키워드가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사실 맨 처음에는 직장 생활을 하던 사회 초년생이었어요. 통인익스프레스라고, 당시 우리나라 최초의 포장 이사 업체라 시스템을 잡는 업무가 많았어요. 감사하게도 대표님이 저를 전폭적으로 믿어주신 덕에 인사, 회계, 영업, 현장 관리까지 전반적인 뼈대를 제가 다 잡아야 했어요. 그렇게 시스템이 세팅되면 또 새로운 개척지로 저를 보내시는 거예요. 계속 프런티어가 돼야 하는 상황이었죠.
Q. 서른도 되기 전이었는데 대단한 근성입니다. 이후 캐나다 신사업 파견도 가셨다고요.
일단 닥치면 최선을 다하고, 먼 미래보다 당장의 문제를 푸는 데 집중하는 편이라 버텼던 것 같아요. 그러던 어느 날, 달리는 데 지쳐 사표를 던지기 직전 대표님이 캐나다 파견을 권하셨어요. 제로베이스에서 신사업을 해본다니 좋은 경험이겠다 싶었고, 마침 캐나다에 있는 여동생을 보러 가려던 참이라 수락했죠. 캐나다 땅이 엄청 넓잖아요. 그곳 전역의 편의점들을 돌며 물류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했어요. 한국인 직원은 저 혼자라 정말 맨땅에 헤딩이었어요. 키가 작아 북미의 큰 트럭에 혼자 올라가지도 못해서 기사님이 저를 들어 올려주고 내려주곤 했던 기억이 나네요.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최적의 배송 경로를 짜려고 밤새 캐나다 전국 지도를 펴놓고 씨름하며 지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