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역사왜곡방지법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권력의 역사 해석 통제, 이게 3.1 정신입니까

김어준씨의 유튜브 방송 '다스뵈이다'에 출연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취고위원. [유튜브 캡처]
 Q: 3.1 독립선언문이 ‘룸살롱’에서 발표됐다고 말하면 처벌받을까요?
 A: 역사 강사 설민석씨가 그렇게 말해 고소됐습니다. 검찰 판단은 룸살롱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태화관(명월관 인사동 지점)에 기생이 있었다는 게(선언문 낭독 현장에 있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불기소 처분 근거였습니다. 검찰이 ‘토착 왜구’ 앞잡이라서 그렇다는 비난이 있습니다. 여하튼 설씨는 처벌을 면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진실한 역사를 위한 심리위원회’라는 조직이 생기면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기생이 있는 요릿집이 지금의 룸살롱과 같은 것은 아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Q: 3.1 독립선언문 발표 때 음주 행위가 있었다는 건 사실일까요?
 A: 이것도 설씨가 논란을 일으킨 것입니다. 검찰은 음주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기사에 축배를 들었다고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잔을 들었다는 것입니다. 마셨다는 말은 없습니다.
 
 Q: 3.1운동을 촉발한 것은 미국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 선언일까요?
 A: 교과서에 그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학계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줄곧 제기됐습니다. 지난 3.1절 직전에 아리랑TV가 방영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세계적 학자들도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선언과 3.1운동을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여러 학자들이 러시아의 10월 혁명(1917년)이 윌슨의 선언보다 3.1운동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Q: 3.1운동 참여 인원은 어느 정도일까요?
 A: 통상 200만 명이라고 합니다. 박은식 선생의 『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 '200만 이상'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2년 전 국사편찬위원회가 발표한 것은 연인원 80만∼100만 명입니다. 3년간의 조사 끝에 제시한 수치입니다. 요즘도 일부 학자는 연인원 50만 명가량이라고 주장합니다. 앞으로는 50만을 주장하면 시정 명령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위원회가 3.1운동 왜곡 또는 폄훼라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김용민 최고위원을 포함해 12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역사왜곡방지법안’을 발의했습니다. 3.1운동과 4.19 민주화 운동에 대해 왜곡하면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왜곡 여부 판단은 ‘진실한 역사를 위한 심리위원회’가 합니다. 역사학자 등 관련 전문가로 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법안 설명문에 쓰여 있습니다. 함께 발의한 의원 명단에 김남국, 오영환, 장경태, 이재정 의원 등 익숙한 이름이 보입니다.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최종적 역사 해석 권한을 이 위원회가 쥐게 됩니다. 위원회에 시정 명령권이 부여됩니다. 이곳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 됩니다. 세상 참 편해집니다. 학자들이 이러쿵저러쿵 해서 복잡하게 하는 일이 줄어들 겁니다.  
 
 그런데요, 3.1 독립선언서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我의固有한自由權을護全하야生旺의樂을飽享할것이며我의自足한獨創力을發揮하야春滿한大界에民族的精華를結紐할지로다.’ 요즘 말로 풀면 ‘우리는 원래부터 지닌 자유권을 지켜서 풍요로운 삶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것이며, 풍부한 독창력을 발휘하여 봄기운 가득한 세계에 민족의 우수한 문화를 꽃피울 것이다’는 것입니다. 

 국가의 역사 해석 통제는 이 글에 나오는 자유권, 풍부한 독창력, 우수한 문화와는 반대로 가는 것입니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3.1운동의 정신을 배신했습니다. ‘3.1 정신 훼손 방지법’이 있다면 이들 12명 의원이 처벌 대상입니다.  

 역사왜곡방지법안 논란을 조명한 기사가 중앙일보에 실려 있습니다. 
더 모닝's Pick
1. 왜 싸늘하게 말하는 의사가 많을까요? 
 가수 보아의 오빠 권순욱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의사들의 싸늘한 말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복막암에 걸린 권씨에게 의사들이 “이건 낫는 병이 아니다” “주변 정리를 하는 게 좋겠다” 등의 말을 했다고 합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이런 의사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소통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2. 화성에 탐사선 보낸 중국의 ‘우주 굴기’ 
 중국의 무인 우주선 톈원 1호가 그제 화성의 표면에 내려 앉았습니다.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화성에 우주선을 보낸 세 번째 나라가 됐습니다. 지금은 중국이 러시아보다 우주 탐사 기술이 뛰어나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합니다. 중국 ‘우주 굴기’의 역사를 과학ㆍ미래 전문기자가 설명합니다. 😮
3. 공수처가 조국 전 장관 수사할까?  
 이성윤 지검장에 대한 공소장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범죄 혐의 단서가 들어 있습니다.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현 법무연수원 부원장)에게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수사를 막아 달라고 했다는 내용입니다. 조 전 장관도 수사를 받게 될까요? 윤 부원장에 대한 수사권을 가진 공수처의 의지와 능력에 그 답이 있습니다. 😳

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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