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선 조경가의 작업을 처음 접한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나, 체험학습으로 갔던 선유도 공원입니다. 그때는 "모처럼 서울 가는데 그게 고작 공원? 공원은 동네도 있잖아😑" 하고 생각했어요. 롯데월드도 있고, 서울에 재밌는 곳이 얼마나 많은데? 하고요.

하지만 막상 선유도 공원에 도착하니 그 생각이 싹 사라졌어요. 제가 그동안 알던 공원과는 많이 달랐거든요. 옛 선유 정수장의 구조물들을 남겨 놓아서 산업 시설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면서도 한강의 생태 환경을 그대로 접할 수 있는 곳이었어요.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녹색 기둥의 정원’입니다. 정수장의 콘크리트 기둥을 덩굴 식물들로 덮어 녹색 기둥으로 만든 건데요. 폐기 시설을 때려 부숴 갈아엎지 않고 일부를 활용해서 생태적인 공원으로 바꾼 거라고 해요. 산업과 자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을 보고 100년, 200년 뒤 미래도시의 공원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고 제 기억 속에 오래오래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정영선 :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전시를 보고왔어요. 사실 저는 부끄럽게도 실외에서 사는 나무들은 혼자 알아서 쑥쑥 잘 크는 줄 알았고, 공원의 식물들도 그냥 특별한 이유 없이 알아서 심었겠거니 하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정영선 조경가의 조경설계도와 스케치를 보니 꽃과 나무 개화 시기를 하나하나 계산해서 배치했더라고요. 그저 예쁘네, 하고 지나쳤던 꽃과 나무는 누군가의 고민의 결실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작들 외에도 수많은 작업들을 하신 것과, 여든이 넘은 지금까지도 현역으로 일하고 계시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답니다. 여성으로서 한 분야에서 오래오래 일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으니까요. 임신, 출산, 육아 등 다양한 이유들로 아직까지도 주변에서 흔히 찾아보기 힘들잖아요. 저도 정영선 조경가처럼 나이가 들어도 그 자리에서 오래오래 일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졌어요.

날씨가 슬슬 더워지고 있지만 아직 5월입니다. 빨간 날이 많이 몰려있어서 감사한 달이기도 하죠. (💚주4일제 3주 체험판의 달💚) 휴일에 여기저기 나들이 다니면서 봄을 즐겨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정영선 조경가의 작업을 엿볼 수 있는 공원으로 피크닉을 가도 좋고, 전시와 영화도 보시면서 몸과 마음속의 초록을 가득 채우시길 바라요 ! 🌿🌱

그리고 공교롭게도 오늘 5월 1일 저녁 8시 45분,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정영선 조경가가 출연하신다고 합니다. 타이밍 무엇 . .? (정말 우연의 일치입니다) 이번 뉴스레터를 보고 정영선 조경가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셨다면, 오늘 저녁 유퀴즈 시청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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