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완주를 축하합니다! 🍻 로드 레이스만 하시는 분들은 11월 2022 JTBC 서울 마라톤을 끝으로 시즌 오프 하셨죠? 하지만 트레일 러닝까지 하시는 분들이라면 다릅니다. 12월에 태국 치앙마이를 다녀오신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바로 UTMB World Series Events인 도이 인타논 100마일 대회(Doi inthanon by UTMB) 때문이죠. 왜 꼭 도이 인타논 대회에 출전했는지 궁금하시다구요? 2022년 한해를 마감하면서 그 이유 및 달리기와 관련된 주요 소식들을 종합해보았습니다.
<2017 베를린 마라톤 남자부 엘리트 입상자들이 에딩거 무알콜맥주로 건배를 하고 있다. / 사진 출처: Erdinger Weissbräu>
- 국내 풀코스마라톤 참가비 - 이제 10만원 시대💰
- 아, 러닝화👟 신어보고 사기 어렵네 - 온라인 쇼핑의 그늘
- 달리기 스마트워치⌚, 가민 천하 - 🍏Who is the next?
- 트레일 러닝 - '포인트'는 가고 🥌'스톤'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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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풀코스마라톤 참가비 - 이제 10만원 시대 💰
12월 9일 오전 10시, 2023년 서울마라톤 얼리버드 접수가 있었습니다. 접수 웹사이트인 #동마클럽 에 접속이 원활했던 것까지는 좋았는데, 참가비를 보고 좀 놀랐습니다. 올해 JTBC 서울 마라톤 풀코스 참가비가 7만원이었는데, 2023년 서울마라톤 얼리버드 풀코스마라톤 참가비는 10만원이었습니다. 물론 참가자들에게 제공하는 레이스팩에 아디다스 마라톤 재킷이 포함되어 있기는 했지만, 얼리버드 접수를 하고도 참가비가 너무 비싸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물론 해외 마라톤은 참가비가 10만원이 넘는 대회가 많습니다. 2023년 도쿄 마라톤 풀코스 해외 참가자 참가비는 25,300엔입니다. 1,00엔 = 1,000원 환율도 계산을 해보면 25만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싼 참가비에도 불구하고 3만 8천명이 추첨을 통해서만 출전할 수 있는 도쿄 마라톤에 러너들이 몰리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도 도쿄 마라톤을 직접 달려보지는 못했지만 출장 때, 대회 당일 참가자 출발부터 운영 모습은 본적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국내 풀코스마라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주로 통제부터 대회 운영 자체가 너무 깔끔합니다. 도쿄 마라톤에서 참가자에게 제공하는 기념품은 완주 메달과 판초(robe라고 되어있는데, 레이스 후에 춥지 않도록 걸치는 타월재질 판초) 뿐입니다.
도쿄 마라톤을 포함한 메이저 6 마라톤 대회들은 대회 전날 엑스포(EXPO)가 진행이 되고 여기서 대회 기념 티셔츠 등은 모두 판매합니다. 국내 마라톤 대회와 비교하면 레이스 패키지도 택배 발송이 아니고 엑스포에서 직접 픽업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대회 운영의 질이 높고 참가자들이 이에 만족하기에 해외에서도 러너들이 출전을 하는 것입니다.
러너 입장에서 국내 풀코스 마라톤 참가비가 비싸지는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망둥이가 뛰면 꼴투기도 뛴다'라는 속담처럼 다른 국내 마라톤 대회들도 따라서 참가비를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이나 서울시청을 출발지로 하는 대회가 1년에 단 하나 뿐이고 대회 운영이 원활해지면 모르지만요. 당장 국내 3대 마라톤을 개최하고 있는 조선, 동아, 중앙일보 사업국이 모여서 이런 해결방안이 나오기는 어렵겠죠? 하지만 기대는 해봅니다. 이 방법을 제외하고는 서울에게 개최되는 풀코스 마라톤 운영의 질이 향상될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고, 이미 일본 도쿄 마라톤이 재단(foundation)을 설립하고 잘 운영하고 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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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러닝화 👟 신어보고 사기 어렵네 - 온라인 쇼핑의 그늘
나에게 맞는 러닝화를 고를 때 주의할 점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직접 신어보는 것입니다. 달리기를 할때 러닝화가 발에 잘 맞는 것처럼 기분 좋은 일은 없죠. 반대로 러닝화가 발에 걸리적거리면 달리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잘 팔리는 러닝화는 신어보고 사기가 어렵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오프라인 매장이 줄어든 것이 그 이유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근본 원인은 온라인 쇼핑 매출 때문입니다.
각 스포츠브랜드에서는 직영으로 자사몰을 운영합니다. 가장 확실한 매출을 보장하기 때문에 모든 스포츠브랜드에서는 이커머스(e-commerce)는 아낌없이 투자를 합니다. 이커머스 매출을 올리려면 소비자들이 찾는 잘 나가는 상품들을 자사몰에 우선 공급을 해야 합니다. 만약에 본사에서 R이라는 러닝화 100켤레를 가지고 있다라고 하면 직영점, 대리점, 백화점과 같은 오프라인보다 R을 온라인에 재고를 더 많이 주는 것입니다.
의류도 그렇지만 러닝화는 사이즈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브랜드에서도 평균적인 사이즈를 가장 많이 준비하죠. 하지만, 내 발이 평균 사이즈가 아니라면? 내가 사고 싶은 잘 나가는 러닝화를 구매하는 것은 더 어려워지죠.
스포츠브랜드별로 이커머스 모시기의 폐해는 계속 심각해지고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 때 국내 호카오네오네에서 최악을 보여주었습니다. 호카는 최근 3년간 국내 러닝화 업계에서는 가장 급성장한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글로벌인 데커스 브랜드(Deckers Brands)가 아직 국내 지사를 내고 진출하지 않아서 조이웍스가 총판을 하고 있습니다. 조이웍스가 운영하는 국내 호카 매장은 스타필드 코엑스를 포함해서 총 3곳이고 굿러너컴퍼니나 러너스클럽 같은 러닝 전문 스토어에서도 판매 중입니다.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 때 조이웍스는 자사몰에서 주력 러닝화를 할인 판매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싸게 사면 좋지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판매를 하면 러닝 전문 스토어 입장에서는 같은 제품이 비싸서 안팔리는 재고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호카를 '사입'(판매수수료를 받는 '위탁'과 다릅니다. 돈을 주고 제품을 매입)하는 러닝 전문 스토어들에서도 함께 할인을 할 수 있게 해주던가, 아니면 본사가 재고를 모두 가지고 가서 이커머스에 몰아주기를 하면 모를까 러닝 전문 스토어들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다음에도 사입을 하려면 돈(buying budget)이 필요한데, 돈이 부족하면 오프라인 매장에 제품을 많이 가져올 수가 없습니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도 내가 사고 싶은 사이즈의 러닝화가 오프라인 매장에 없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요즘 이커머스에 주력 러닝화를 몰아주는 현상은 매출 목표(target)를 맞추기 위해서는 불가피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제품도 아니고 꼭 신어보고 사야하는 러닝화 만큼은 오프라인 매장에도 충분한 재고가 공급되었으면 합니다. 신어보지도 못하고 온라인으로 산 러닝화는 사이즈는 물론이고, 내게 잘 맞으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수도권에 사는 러너분들은 러닝 전문 스토어라도 있지만 수도권이 아닌 곳에서 생활하는 러너분들은 오프라인에서 러닝화 사실 때 불편하시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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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용 스마트워치 ⌚ 가민 천하 - 🍏Who is the next?
11월에 일본 후코오카에서 달리기를 하고 왔습니다. 일본 러너들이 착용하고 있는 러닝화와 스마트 워치도 유심히 봤는데, 일본에서도 러닝용 스마트워치는 가민(Garmin)이 압도적인 것 같았습니다. 스포츠 용품 전문점이 스포츠데포와 제비오에서도 가민 코너가 가장 컸구요. 국내에서는 가민이 최근 몇년간 백화점은 물론이고 오프라인 판매처를 확장하면서 독주를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트레일 러닝을 하는 분들은 순토(Suunto)를 선호하기도 했는데, 이제 순토를 착용한 분들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이 가민의 독주를 막을 경쟁자가 등장했는데, 바로 애플워치입니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리포트에 따르면 22년 반기에 북미 지역에 아이폰과 애플워치를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이 30%에 달한다고 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킵초게를 광고 모델로 활용한 코로스(COROS)가 러닝 시장 틈새 공략에 성공했지만, 스마트워치라는 카테고리로 확대한다면 시장점유율이 미미합니다. 가민은 러닝용 포러너(Forerunner) 시리즈로 아직까지는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데, 애플워치 8과 애플워치 울트라의 기능과 기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애플워치 8은 별도의 장치(sensor나 pod)없이 달릴 때, 운동 현황에 보폭 길이, 지면 접촉 시간, 수직 진폭 그리고 평균 파워(watt, 와트로 표시)까지 측정하고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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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 울트라는 가민의 피닉스(Phoenix), 엔듀로(Enduro) 제품 라인업을 섞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디자인이나 소재를 보면 순토9 티타늄 같기도 하고, 경쟁제품들의 좋은 점을 모조리 흡수한 듯 합니다. 국내 및 해외 리뷰를 모두 살펴봐도 전부 칭찬일색이고 국내 러닝 온라인카페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단 한가지 흠이 있다면 1,149,000원이라는 비싼 소비자가 뿐입니다.
사실 저도 12월에 애플워치 8을 덜꺽 사버렸습니다. 다음 러닝뉴스에 가민, 순토, 코로스와 비교해서 사용기 공유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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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 러닝 - '포인트'는 가고 🥌스톤이 왔다!
저는 트레일 러닝은 50km 정도가 한계라서 앞으로도 UTMB 출전은 어렵습니다. 로드레이스의 끝판왕이 '보스톤마라톤'이라면 트레일 러닝에는 'UTMB'가 있죠. 만년필이 아니라 진짜 몽블랑을 달리는 기분, 상상이 잘 안됩니다.
기존에는 UTMB 출전을 위해서는 대회 조직위에서 지정한 대회들을 달려서 포인트를 모아야 접수가 가능했습니다. 대회 조직위가 지정한 대회별로 받을 수 있는 포인트가 차이가 있었는데, 이제 포인트제가 러닝 '스톤(stone)'제로 변경되었습니다. UTMB 결승인 몽블랑 대회 접수를 위해서는 조직위가 지정한 전세계 UTMB 월드시리즈 이벤트 32개 대회 중 적어도 하나를 완주해서 스톤을 받아야 합니다. 국내 대회 중에서는 10월 제주도에서 개최되는 '트랜스 제주' 대회가 유일하게 스톤을 받을 수 있는 대회입니다. 하지만 23년 몽블랑 대회는 8월말과 9월초에 진행되니, 출전 자격을 얻으려면 23년 트랜스 제주를 기다리면 안되고, 그전에 열리는 해외 대회 중에 하나에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몽블랑을 노리는 많은 국내 트레일 러너들이 이번 달 태국 대회에 출전하게 된 겁니다.
러닝 스톤을 주는 대회가 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후원금을 UTMB 조직위에게 주어야 할텐데요. 그 후원 금액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조직위 입장에서는 32개 대회에서 후원금을 받아서 안정적으로 대회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과감히 스톤 제도로 변경을 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스톤을 받을 수 있는 트레일 러닝 대회가 좀 더 많아지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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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이번 달에는 몇 번이나 아침에 달리기를 하려고 아이폰 알람을 맞춰두었다가 포기했습니다. 추운 겨울에는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네요. 갑자기 떠오른 책이 있는데, 앨런 실리토( Alan Sillitoe)가 1958년에 발표한 '장거리 주자의 고독'입니다. 소년원에서 생활하는 달리기에 재능이 있는 스미스라는 소년이 소년원 원장 때문에 크로스컨트리 대회에 나가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국내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크로스컨트리에 대한 묘사 외에도 스미스가 새벽마다 추운 날씨에도 연습을 하는 생생한 묘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아래 구절도요.
나도 장거리 주자의 고독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모두가 배제되고 오직 나 혼자뿐일 때, 내가 스스로 어떻게 느끼든지, 또 타인이 뭐라 말하든지, 이 고독감이야말로 세상에서 유일하게 성실하고, 현실적이며,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깨달음과 함께.
2022년 한해, 완주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2023년에 모든 러너들의 새롭고 건강한 출발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뭔가 색다른 새해 계획을 세우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 23년 2월에 열리는 베트남 호치민 미드나잇 마라톤 여행상품도 링크해봅니다. 뉴스레터를 읽고 의견이 있으시면 뉴스레터 내용이 올라가 있는 제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주시거나 이메일( sposumer@naver.com)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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