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9일  (No. 684)
HR팀을 없애야 하는 이유

회사에서 직원을 채용하고 평가하는 부서를 흔히 'HR팀'이라고 부릅니다. 알다시피 HR은 '인적 자원(Human Resources)'의 약자입니다. 그런데 사람을 '자원'이라고 부르는 것이 과연 맞을까요? 자원이라는 말 속에는 석탄이나 석유, 기계처럼 회사가 마음대로 쓰고 소비한다는 뜻이 담겼습니다. 직원을 자원으로 대하는 조직에서는 사람을 '관리하고 통제'하려고 하겠죠. 관리와 통제를 위한 여러 제도를 만들어야 하고요.

최근 미국의 유명 스타트업 '볼트(Bolt)'의 CEO는 HR팀을 없앴다는 뉴스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는 "인사팀은 있지도 않은 문제들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을 내보내니 문제도 사라졌습니다."라고 말하면서, HR팀이 복잡한 서류 작업과 불필요한 규칙을 만들어 회사의 성장 속도를 오히려 늦췄다고 꼬집었습니다.

HR담당자들이 하는 일은 어떻습니다. 직원들의 출퇴근 기록을 확인하고, 회사 규정을 매번 안내하고, 수백 장의 이력서를 읽느라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죠. 평가 시즌이 되면 평가자 교육하고, 평가 결과를 취합하고, 그에 따라 보상을 결정하고, 이를 통보하고.....  이렇듯 HR팀은 직원들의 성장을 도울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지금도 그럴 겁니다. HR팀의 '바쁨'에는 각종 서류 작업과 규칙 안내를 소홀히 해서 관리와 통제가 느슨해지면 그에 따라 직원들의 기강이 해이해질 것이라는 믿음이 전제로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인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단순 반복적인 서류 작업이나 규정 안내는 이제 AI가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해내죠. 그렇다면 HR 담당자들은 일자리를 잃는 걸까요? 할일이 없어서 놀게 되는 걸까요? 아닙니다. AI로 인해 기존의 HR팀은 '피플 오퍼레이션스(People Ops.)'라는 진짜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할 때가 왔으니까요.


구글이나 에어비앤비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은 이미 피플 옵스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피플 옵스란 직원을 통제할 대상이 아니라 귀한 '내부 고객'으로 모시고, 그들이 회사에서 최고의 경험을 하며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말합니다. 피플 옵스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리더의 '감'이나 오랜 관행에 의존하던 결정을 철저하게 '데이터'에 기반하여 내립니다.

둘째, 단순 서류 업무는 AI에게 넘기고, 직원들이 회사에 처음 와서 적응하고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도록 '좋은 경험'을 만들어주는 데 집중합니다.

셋째, 모두에게 똑같은 교육을 강요하지 않고, AI의 분석을 통해 직원 개개인의 특성에 딱 맞는 '맞춤형 성장 방법'을 제안합니다.

피플 옵스로 전환하려면 HR담당자의 역할도 완전히 바뀌어야 합니다. 엑셀과 씨름하는 사람에서 벗어나, AI가 찾아낸 데이터를 보고 회사에 필요한 해결책을 내놓는 '데이터 에디터'가 되어야 합니다. 딱딱한 규정집을 읊어주는 대신, 직원이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도록 돕는 '경험 디자이너'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일방적인 교육을 지시하는 대신 직원들과 1대1로 만나 고민을 듣고 코칭해 주는 '커리어 코치'가 되어야 합니다.

이해를 위해 회사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한 가지 상황을 상정해 보죠. 회사의 핵심 부서에서 일을 가장 잘하는 5년 차 에이스 직원들이 줄줄이 퇴사할 조짐을 보인다고 가정해 봅시다.

HR팀은 이에 어떻게 대처할까요? 보통은 직원이 사직서를 내밀 때까지 기다렸다가 부리나케 퇴직 면담을 잡습니다. 그리고 퇴사 이유를 '연봉 불만'이나 '개인 사정'으로 엑셀에 단순하게 기록해 경영진에게 보고하죠. 기껏해야 "내년에는 이 부서의 연봉을 조금 더 올려줘야 합니다"라는 뒷북치는 대책을 내놓겠죠? 이미 경쟁사로 떠나버린 인재들의 뒷모습만 바라보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피플 옵스팀의 대처는 다릅니다. 이들은 사직서가 나오기 전에 먼저 움직이죠. AI가 직원들의 야근 패턴, 휴가 사용률, 심지어 사내 업무 메신저의 대화 분위기 변화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현재 이 부서의 퇴사 위험도가 매우 높습니다"라는 경고를 미리 보내주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를 확인한 '피플 파트너(기존의 HR담당자를 부르는 새로운 이름)'는 즉시 해당 팀의 리더를 찾아가 1대1로 대화를 나눕니다. 그렇게 해서 직원이 떠나려는 진짜 이유는 연봉이 아니라 리더의 지나친 간섭과 업무량 과다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아냅니다. 

피플 파트너는 리더에게 올바른 소통 방식을 코칭하거나 직원들의 업무를 다시 조율함으로써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기 전에 근본적인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합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을 알려주는 것은 AI의 역할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고 꼬인 관계를 풀어 비즈니스를 돕는 것은 바로 피플 파트너가 할 수 있는 역할이죠.

여러분 회사에 지금도 엄연히 존재하는 'HR팀' 혹은 '인사팀'이라는 이름을 과연 언제까지 사용하시겠습니까? 사람이 더 이상 자원이 아니라 '성장 그 자체'라는 점을 수용하고 피플 옵스로 과감히 전환할 준비가 되었나요? AI라는 거대한 변화의 파도에 올라 타려면 피플 옵스가 최적의 '인사'임을 인식하기 바랍니다. HR이란 말은 이제 버립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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