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 <1차원이 되고 싶어>를 읽으며 떠오른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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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독서 커뮤니티 들불 구구
 
일러두기 Guide to read
- 이번 호는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의
2021년 10월 26일자 에피소드 일부를
재가공한 버전입니다.
- YOUTUBE, VIBE 링크를 통해
소개 된 음악을 함께 들어보세요.
- 별도 페이지로 보시려면, 여기서 읽어주세요.
 
BOOK
박상영 <1차원이 되고 싶어>
(문학동네, 2021)
MUSIC
<1차원이 되고 싶어> MIXTAPE
ⓒ VIBE, MIXTAPE FICTION
 
1.

[ㅎㅇ:] 2002년의 '나'는 모두가 월드컵을 보고 있을 때에 혼자 금성무가 나오는 영화를 보고 있는 '윤도'를 보며 사랑에 빠져버려요. 윤도는 어떤 사람인지는 그가 하는 짧은 말들 몇가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 “이곳에 누군가를 데려오는 건 처음이야.” (p.118)

- “우리도 같이 이과수폭포에 가자.” (p.263) 

- “너랑 사귀는 애는 되게 좋겠다.” (p.293) 

 

이런 말들을 할 때 윤도의 진심 vs 그냥 던져보는 것 중 어느 쪽의 비중이 컸을까를 계속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결과적으로 저는 윤도의 말에 좀 화가 났던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팟캐스트 녹음 앞두고 스크립트에 "입닥쳐 도윤도"라고 쓰고 말았습니다.

 

[구구:] 제가 의아했던 건, 축구를 좋아하는 윤도가 왜 월드컵 대신 영화를 보고 있었을까라는 점이에요. 윤도가 밀당을 하듯이 나를 대했던 건 실은 자기자신에 대해서 잘 몰랐기 때문이 아닐까요. 윤도도 나처럼 마이너한 취향을 가진, 자기만의 그릇이 있는 친구였지만, 메이저 세계에 편입하기 위해서 축구를 활용했던 건 아니었을까 싶더라고요.

 

[ㅎㅇ:] 그렇네요. 중학생 소년에게는 축구라는 게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장이었을테니까요. 정말 자기자신을 잘 몰라서 가까운 남에게도 멋대로 군 것일 수도 있었겠구나 싶네요.

 

[구구:] 소설 속에서 '윤도'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가 적은 편이에요. 그런 윤도가 어째서 이런 취향을 갖게 됐을까? 어째서 나와 어울리게 됐을까? 라고 의문이 생겼고요. 그래서 윤도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읽어야 할 것 같았고 저는 결국 <1차원이 되고 싶어>를 두 번 읽었습니다. 안 그러면 윤도가 좀 억울할 것 같았거든요.

 

[ㅎㅇ:] 하지만 이 책을 딱 한 번 읽은 입장에서 저는 "입닥쳐 도윤도"를 키워드로 준비한 음악을 소개해볼 게요. 데이식스의 ‘Love me or leave me’(2020) 입니다. 이별을 앞두고 있지만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만 못 들어서 답답해 죽어버리겠는 상황을 담고 있는 노래에요. 윤도가 자신의 진심이 무엇인지 한 번이라도 얘기해줬으면 어땠을까요. 그런데 계속 알 수 없는 말을 함으로써 주인공을 힘들게 만듭니다. 저는 이 노래가 주인공 '나'의 답답한 마음을 대변하는 것 처럼 들렸어요. 

 

-“끝이 날 건지 아닌지는 너의 말 한마디로 결정돼"

-“숨을 죽이고 너의 대답을 기다릴게 / 턴을 너에게 넘긴 채로 / 만약 아니라 하더라도 말해줘”

(데이식스, ‘Love me or leave me’)

 
© KAKAO TV
 
2.

[ㅎㅇ:] 이어서 소설의 구성을 살펴볼게요. 크게 두 가지 시점을 오가는데요. 1) 2002년 월드컵을 배경으로 하는 중학생부터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까지의 '나'와 친구들 2) 그로부터 15년이 지나, 삼십대가 된 '나' 입니다. 구성을 보면서 떠오른 노래는 데이브레이크의 ‘말 되지 않을 건 없잖아’(2021)입니다.

 

'말이 안 되잖아'가 발매되고 두 달 즈음 지나서 '말 되지 않을 건 없잖아'가 발매됐는데요.* 두 곡 모두 작사가 김이나, 작곡가 윤상, 보컬 데이브레이크 이원석의 합작이에요. 그 중에서도 오늘 소개하는 이 곡의 작업과정을 보여준 <톡이나 할까?>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3분할로 각자의 집과 작업실에서 일하면서 진행 상황을 카톡으로 주고받는 걸 그대로 보여줘요.

* 말이 안 되잖아 - 말 되지 않을 건 없잖아 (이어듣기)

** 카카오TV <톡이나 할까?> 윤상, 김이나, 데이브레이크 이원석 작업기 에피소드 일부 보기 

 

'말이 안 되잖아'가 이별 직전의 커플이 주고 받는 노래라면, ‘말 되지 않을 건 없잖아'는 결국 이별을 하고나서 한 사람이 혼잣말을 하듯이 부르는 노래에요. 그런데 마지막 가사가 “나는 어쩌면 여전히”거든요. 마지막에 이렇게 여지를 남겨두는 것을 보면 헤어짐을 온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했다고 볼 수 있죠. 그래도 노래 전체는 덤덤하게 상황을 받아들인 것 처럼 흘러 갑니다.

 

<1차원이 되고 싶어>도 중고등학생 때 주인공이 겪은 고군분투들을 낱낱이 다루고 있지만, 중간중간 15년 후의 주인공을 보면 매순간 그 시절에 벌어진 일들의 영향을 받으면서 사는 것 같진 않아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 과거에 잔잔히 영향을 받으며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소설 속 인물의 모습이 이 노래와 닮아 보였습니다.

 

3.

[구구:] 저는 200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인만큼, 하나쯤은 당시에 인기있었던 곡을 하나쯤은 골라야지 싶어서 리치의 '사랑해, 이 말 밖엔...'(2001)을 선정 했어요. 이 곡은 보기 드물게 노래 한 곡에 여러 버전의 뮤직비디오를 제작 했는데요. 각각의 뮤직비디오에 여러 커플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그 중에 동성커플 버전도 있었다는 게 떠올랐어요. 그리고 가사 중에 “한 번만 내 얘길 들어줄래"가 있는데요.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진심을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을 때, 그걸 늘 괄호 안에 담아버려요.


[ㅎㅇ:] 맞아요. 이렇게 괄호가 많은 소설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속마음을 부연하듯이 괄호가 정말 많이 나오는 작품이죠.


[구구:] 주인공이 늘 윤도에게 모든 걸 얘기하고 싶어 하지만 한편으로 아무것도 얘기하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전해 받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게 괄호처리를 하는 주인공의 성향에서 드러난달까요. 이 노래도 마찬가지에요. “한 번만 내 얘길 들어줄래”라고 하면서 대체 그 ‘내 얘기’라는 게 무엇인지 노래가 끝날 때까지 구체적으로 들려주지 않거든요. 그런 점에서 소설 속 나의 캐릭터와 겹치는 것 처럼 들렸어요. 


[ㅎㅇ:] 저는 <1차원이 되고 싶어> 주인공의 마음이 너무 이해가 됐어요. 그 시절의 저도 내 100%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거든요.


[구구:] 어른이 된 저는 정작 괄호 안의 말들이 늘어나기만 하는 삶을 살고 있는데.


[ㅎㅇ:] 괄호로 논문을 쓰죠. 우리는.


[구구:] 괄호, 아니면 말줄임표로 점철된 삶을 살고 있죠…

그 외 팟캐스트에서 언급된 콘텐츠들
 

이 소설 속 나는 윤도에게 음악 취향을 알려주고, 태란 누나의 집에 놀러가서 잡지, 인디음악앨범, 추리 소설을 접하는 등 서로의 취향을 흡수 합니다. 이런 식으로 <1차원이 되고 싶어>에서는 음악, 영화, 만화 등을 중심으로 맺어진 취향의 먹이 사슬을 볼 수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 '무늬'가 소개해주었던 만화들은 모두 실존하는 만화들이에요. 끝으로, 팟캐스트에서 구구님이 소개해주었던 만화들의 소개를 덧붙입니다.


☑️  야자와 아이 <나나>(2000~) : 무늬가 <나나>의 주인공처럼 코스프레 하듯이 옷을 갖춰 입고 나오는 장면이 있죠. 이 만화는 '나나'라는 똑같은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이 주인공입니다. 어쩌다 기차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고 같이 동거를 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인데, 이들이 명확히 친구사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서로 집착을 하기도 하고요. 만화에서 타마강 앞에 있는 707호실에서 나나가 다른 나나를 기다리는 장면이 있는데요. 타마강-수성못, 707호실-컨테이너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여, 소설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  박희정 <호텔 아프리카>(1995~) : 무늬가 나에게 가장 처음으로 추천하는 만화입니다. 옴니버스 구성이고 동성 커플을 포함한 여러가지 모양의 사랑 이야기들이 나와요. 당시, 이 만화를 접한 주인공이 위로를 받는게 당연하다고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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