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226번째 책편지(2025. 11. 20.(목)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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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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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들과 만난 날, 점심을 먹는데 한 친구가 내게 물었다. “네 거 맛은 어때?” 깊고 진한 풍미가 혀에서 휘몰아치는데, 입에서 나온 말은 ‘진짜 맛있어.’가 다였다. 싱싱한 재료와 요리사 선생님이 섭섭할 지경이었으나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맴도는 표현이라곤 ‘짱맛’, ‘핵맛’ 같은 속어뿐이었다.


  잠시 후, 최근에 본 영화 얘기를 하다가 또 난관에 부딪혔다. “그 영화 어땠어?” 스토리도 연기도 흠잡을 데 없는 영화였는데, 이번에도 입에서 튀어나온 감상은 ‘겁나 재밌어.’였다. 무슨 내용이냐는 친구의 물음에 두서없이 줄거리를 설명했지만, 재밌다는 내 후기가 거짓말로 느껴질 만큼 형편없었다. 결국 영화 소개도 제대로 못 한 채 꼭 보라는 마른 당부만 하고 말았다.

  그 후 집에 돌아가는 길. 한 무리의 학생들이 왁자지껄 소리치며 지나갔다. 순간, 대화 속에 난무하는 욕설이 내 귀를 탕탕 때렸다. 놀라서 뒤돌아보니 그 친구들의 얼굴이 다시 보였다. 문득 말은 거울이라는 생각이 스쳐 갔다. 그 거울에 비추면 내 마음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고야 마는. 그간 내가 했던 말도 떠올랐다. 말 거울에 비친 나는 그들과 다를 바 없었다.

  말에는 생각이 담겨 있고, 생각은 곧 ‘나’와 같다. 단정한 말을 쓰는 사람은 생각이 정돈된 사람, 존중하는 말을 쓰는 사람은 사려 깊은 사람, 다채로운 표현을 쓰는 사람은 삶이 깊은 사람. 반면, 거친 말을 뱉고, 한정된 표현만 쓰는 나는 마음의 폭이 좁은 사람이다. 말은 나를 닮아서, 내 모습을 따라 흘러간다.

  내가 쓰는 말을 바르게 가꾸는 일은 곧 나를 가꾸는 일. 어여쁜 말을 골라 쓰고, 세상을 가득 담아내는 말 거울을 만드는 건 나를 사랑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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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최종규 지음 | 나유진 그림 | 철수와영희 |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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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 가꾸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쓰는 말을 점검해야 한다. ‘우리말’은 말 그대로 우리가 쓰는 말. 이 책은 34가지 질문을 통해 우리말을 조명한다. 말과 글은 어떻게 짓는지, 꼭 표준어를 써야 하는지, 잘못 쓰는 우리말이 무엇인지. 책에 담긴 답이 말 거울을 스스로 닦을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말은 삶, 삶은 말’이라고 말한다. 우리 삶이 담긴 우리말, 그 안에 내 삶이 닮긴 내 말이 있다. 삶이 흐르듯 말도 흐른다. 새로이 만나는 말을 제한 없이 즐겁게 해석해 보고, 내 삶을 담은 나만의 낱말책을 만들어 보길 바란다.

  저자가 쓰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엿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단어 하나하나에 머무르며 말맛을 음미해 보자. 쏙쏙 뽑아, 내 낱말책에 더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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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고전 필사의 힘

최선경 지음 | 깊은나무 |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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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은 생각을 그대로 비추기에 말의 품을 넓히려면 생각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 여기에 인문 고전 필사는 더할 나위 없이 탁월한 도구다.

  저자는 엄선한 11편의 문학 고전을 소개하며 하루 10분 독서 실천법을 제안한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짧은 독서는 고전을 처음 접하는 이들의 부담을 덜어 주고, 작은 성취를 통해 책 읽는 습관을 기르도록 돕는다. 필사, 질문에 답하기, 질문 만들기, 모르는 단어 찾기, 느리게 읽는 이 네 가지 과정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끈다. 작고 꾸준한 독서와 필사를 통한 사유는 사고를 키우고, 문해력을 향상시킨다. 교단에서 학생들과 고전 읽기를 실천한 저자의 경험과 학생들의 후기가 이를 뒷받침한다.

  고요히 문장을 따라 쓰며 내 생각을 헤엄치는 시간을 만끽하길 바란다. 그 시간이 쌓여 말 거울에 비친 내 모습도 더욱 아름다워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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