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에 거창하게 세웠던 2022년 목표가 있었으나. 기억이 잘 안 나요. 그때 정했던 목표 10개 중에 2개는 이뤄 냈는지 모르겠습니다. ‘틈틈이 중국어 공부하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사실 중국어는 한 글자조차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다음 이야기를 써보는 일, 내년을 그려보는 시간. 거창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애쓰면서 에너지를 쏟기보단, 중심을 잃지 않고 좋아하는 것들을 즐기며 천천히 걸어가는 방식도 꽤나 괜찮거든요. 어쩌다 시련 따위 찾아와도 좋을 일입니다. 속상한 마음 달래러 바다로 떠나도 보고, 새벽에 야식도 시켜먹고 하며. 그런 사소한 삶으로 단단해지는 자신을 지켜보는 일도 의미 있을 테니까요.

시간을 달리는 소녀보단, 시간 여행자가 될 여러분에게 선물합니다. 관성으로 달리던 우리를 쉬게 해줄, 한결같은 모습의 강릉 바다로요. 올한해 고생 많으셨어요. 여러모로!

유명한 곳이지만, 역시 테라로사는 한 번씩 가볼 만한 곳입니다. 개인적으로 방문했던 테라로사 중에서 가장 좋았던, ‘테라로사 경포호수점’을 소개해 드려요.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에 수많은 책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그 자체로 영화의 한 장면에 들어온 것만 같은 곳입니다. 창 너머로 보이는 냇물과 눈, 나무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광경 또한 테라로사 경포호수점의 특색이지요.

경포호수점은 ‘한길서가’ 출판사의 서적을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그저 마음에 끌리는 책을 하나 사서, 북카페처럼 마련된 2층 공간에서 좋은 음악을 들으며 책 속에 빠져들면 돼요. 작지만 꽉찬 공간이라 보고 느낄 거리가 많으니 설렘을 안고 방문해 보기를. 겨울 휴가가 시작됨과 동시에 애독가들의 소중한 아지트가 되어줄 공간입니다.

초당순두부길 56에 위치하여, 신선한 해산물을 주 재료로 한 카이센동을 선보이는 곳, 바로 ‘메시56’입니다. 일본 오키나와 느낌 낭낭한 우드 인테리어와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진 카이센동은 1년동안 질주해온 이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환기시켜 주는 듯한데요. 애주라가면 하이볼 한 잔 주문하여 혼술 하기도 좋은 분위기지요.

풍성하고 다양한 회가 올라간 ‘오늘의 추천 덮밥’을 비롯하여 민물장어가 올라간 ‘우나기동’, 참치뱃살과 붉은살의 ‘혼마구로 도로동’, 성게알의 ‘우니동’, 생연어 ‘사케동’ 등 취향에 맞게 선택하는 카이센동 정식. 비비드한 컬러감에 먹기 전부터 입 한가득 침이 고입니다. 입 안에서 사르륵 녹는 회의 질감에 분명 방문하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될 거예요. 음식 뿐만 아니라 공간과 분위기 자체도 즐겨보기를 추천.

강릉까지 왔는데 흔하디 흔한 커피를 마실 수야 있나요. 해변으로 넘어가기 전, 소중한 사람과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얼마나 달콤한지. 커피를 사랑하는 분이라면 이 ‘옥수수크림라떼’는 꼭 경험해 봐야 합니다. 한번 맛본 사람은 도시 생활하다가 간간이 생각난다는, 바로 그 메뉴죠.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곳은 옥수수 푸딩을 함께 판매하는 강릉의 숨겨진 맛집, 옥수수디저트전문점 ‘꾸옥(GGUOK)’. 낮은 건물들 옆에 자리 잡은 이곳은 한옥을 개조한 것과 같은 레트로한 벽돌 외관부터 시선을 빼앗기게 되는데요. 정성스러운 손길이 구석구석 닿은 고느적한 내부에서 달달하면서 고소한 옥수수크림라떼를 즐겨보는 겁니다. 옥수수크림라떼, 옥수수푸딩, 옥수수밀크 의 세 가지 단조로운 시그니처 메뉴를 자랑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주인장의 정성이 더더욱 들어가는 느낌.

올해의 마지막 노래를 무엇으로 소개해 드리면 좋을지 오래 고민했습니다. 고민 결과, 제가 올해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을 소개해 드리기로 했어요. 애정하는 이고진 구독자분들께 감히 저의 취향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바로 EDM 그룹 치트 코드(Cheat Codes)와, 2001년생 가수 에이제이 미첼(AJ Mitchell)가 만나 탄생한 곡, ‘HATE YOU LOVE YOU’입니다.

알앤비 바이브가 돋보이는 다운 템포의 일렉트로닉 비트에, 에이제이 미첼의 감미로운 미성 보컬이 더해지니 신나면서도 부드러운 이중적인 느낌이 드는 곡인데요. 너가 밉긴 하지만, 또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애증의 마음이 담긴 가사가 돋보입니다. 마치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아요. 행복도, 슬픔도, 화도 많았던 올해지만 결국은 나라서 좋아. 자기 전에 듣기 좋은 어쿠스틱 버전은 여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