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들께 자기소개 한 번 해주시죠
슈퍼내추럴을 운영 중인 이홍석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경력이 오래되셨어요. 어쩌다 커피 씬에 발을 들이셨나요?
원래는 피아노 전공이었어. 집안이 예체능 집안이라 나도 예대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집안 사정도 안 좋았어. 내가 노력형이거든. 예체능엔 재능이 없다고 느꼈어. 13년을 했는데 음악을 포기하게 되니 할 게 없더라고. 아무 전문대나 들어가자는 마음에 집 근처 대학에 지원을 했는데 그게 호텔경영이었어. 우연찮게 서비스에 대해 공부하게 됐는데 적성에 맞는 거지. 사람들 만나는 거 재밌고, 일하는 게 노는 느낌이더라고. 교수님도 나보고 '너는 사상이 너무 자유로워서 호텔엔 안 맞고, 바리스타나 소믈리에 혹은 바텐더 쪽으로 가면 성공할 것 같다'라고 했지. 그때 아무 데나 입사하지 말고 미국계 프랜차이즈 업체를 권하셔서 커피빈에 입사했지. 스타벅스는 모자를 쓰고 근무해야 해서 싫었거든. 1년 정도 파트타이머로 근무하다 정직원 시험을 보고 들어갔지. 그게 시작이었어.
벌써 흥미로운데 그간의 역사를 한번 들려주세요
7년 정도 커피빈에서 근무를 했어. 당시에는 매장 경영/관리, 직원 트레이닝 및 스케줄 관리 같은 일을 했는데 그게 커피를 잘 하는 건 줄 알았지. 그게 커피를 하는 행위인 줄 알았고. 그런데 커피 좀 한다는 사람들이랑 미팅을 가져 보니 아무 말도 못 하겠더라고. 내가 경력은 훨씬 길었는데. 나이 먹고 더 늦기 전에 커피의 본질을 파봐야겠다 생각했지. 머신 엔지니어링이랑 로스팅을 같이 하는 업체에 들어가서 1년 정도 배웠어. 머신 오버홀, 설치, 유지/보수 전부 재미있더라고.
그러다 보니 더 배움에 욕심이 생겼어. 그동안 돈 모은 걸 가지고 일본에 갔지. UCC 커피 아카데미라는 곳에서 일본 챔피언들한테 3년 동안 배웠어. 17년도에는 글리치 커피를 만나게 돼서 카페 람베리라는 업체에서 글리치 커피 코리아를 하려고 왔는데, 계약이 잘 안됐어. 그즈음에 모 F&B 그룹에서 스카웃 제의가 와서 그쪽에서 차린 매장에서도 일을 했지. 1인당 12만 원 정도의 금액으로 하이엔드 커피나 디저트를 취급하는 매장이었는데 아무래도 금액대도 금액대고 매니아틱한 곳이다 보니 아주 잘 되진 못했어. 11개월쯤 했을까, 이제는 독립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어. 회사 생활하면서는 경쟁의 연속에 바쁘다 보니 쉬는 날이 스무 살 때부터 서른다섯까지 총 쉰 날이 5주도 안 될 거야. 주말이고 공휴일이고 일만 했어.
그러면 그때 독립을 결심하신 거예요?
아니야. 25살, 그러니까 커피빈 3년차 때 이 길밖에 없겠다고 느꼈어. 포기하고 다른 길로 가기엔 늦을 것 같았어. 허황된 꿈일지라도 내 매장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 그 뒤로 쭉 일을 하면서 '투자하겠다' '동업하자' '부모님께 돈 빌려서 빨리 차려라'같은 유혹도 많았지. 그렇지만 경험도 더 많이 쌓아야 했고, 내가 자신 있을 때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오래 걸렸어. 10년을 계획으로 잡았어. 딱 35살이면 경험치도 쌓였을 거고 돈도 많이 모았을 거라는 단순한 마음이었거든.
변하지 않고 신념을 지키며 지내니 때가 됐다고 느꼈어. 그게 21년도였는데 코로나가 심했는데도 불구하고 기회라고 생각해서 바로 차려버렸어. 다행히도 커피를 오래 했다면 했으니까 아시는 분들이 소문도 내주셔서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야. 커피업에 종사하시는 분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내 입맛에 맞는 커피를 주고 있지. 대중적인 느낌보다는 매니아틱한 매장을 원했어. 그 매니아틱한 게 규모가 커지면 곧 대중적인 것이 될 것이라 생각했거든.
해 보니까 어떠세요? 좋았던 순간도, 후회스러운 순간도 있었을 거 같은데요
정말 단 하나도 후회하지 않아. 단 하나도. 매 출근길이 행복해. 출근할 때는 사람들과 놀 생각에 설레고, 퇴근길엔 매출과 관계없이 손님들과 재밌게 좋은 시간 보내서 하루하루 소중하게 일하고 있어. 내가 만족감을 느끼는 걸 고객분들도 체감하시는지 그런 모습이 긍정적으로 다가와서 계속 와주시는 것 같아. 지금 1년 10개월 차인데 여태 휴무가 총 6일 뿐이야. 매일 칼출근해. 매장 마감은 오후 7시 반인데 손님들이 늦게까지 계시고 싶으시다면 나갈 때까지 있어.
안 힘드세요?
난 안 지쳐. 성향이 맞아야 할 수 있는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