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써왔던 단어였는데 왜...?

뉴스레터 요약 :  #백래시가온다_오조오억과_허버허버 #윤여정쌤_오스카_여우조연상_수상_축하!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지내셨나요! 다섯번째 뉴스레터를 간신히 쓰며 인사드리는 쿠키🍪입니다. 현생이 바쁜탓에 인스타 계정 운영에 소홀했습니다… 다행히 뉴스레터는 시간이 생기네요 (크흡)! 지난번 뉴스레터는 n번방을 주제로 다소 무거운 내용을 다뤘는데요. 이번주는 그보다는 덜 우울한 내용을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참치레시피 오조오억개!" (동원참치 광고 中)
"앗 뜨거 허버허버" (나혼자 산다 자막 中)
온라인상에서 '매우 많음' 뜻으로 사용되던 오조오억과,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모습'으로 사용되던 허버허버가 남혐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오조오억과 허버허버는 각각 2017년과 2018년에 등장했는데요. 이미 광고나 TV프로그램의 자막에 쓰일 정도로 널리 사용되던 표현들이 왜 갑자기 남혐 논란에 휩싸인 것일까요? 실제로 이 단어들이 사용된 <동원참치 광고>  <나혼자 산다> 자막 등에서 남성의 성을 희화화 하거나 비하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카카오는 '허버허버'가 들어간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삭제했고, 다이소는 '오조오억'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현금박스를 판매 중단 할 방침이라고 전했습니다. 김치녀, 맘충과 같은 특별 성별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단어와 달리, 정확한 진위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해당 단어들을 '혐오 표현'으로 규정한 것입니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해당 논란이 "남성이 모르고 들어오지 못하는 공간 안에서 여성들만 이용하는 단어가 만들어지고 담론이 만들어지는 것, 여론이 형성되는 것 자체에 대한 일종의 거부감과 저항감"이라고 말합니다. 더 나아가 페미니즘 성향이 강한 20대 30대 여성들의 목소리를 남혐으로 프레임화 하려는 '진화된 형태의 여혐' 이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대놓고 여성혐오를 하는 것은 이미 사회적이나 정치적으로 지탄받는 흐름이 형성되었기에 PC(정치적 올바름)의 외피를 썼다는 것이지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3편의 글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위근우의 리플레이] 네이버 웹툰에 대한 여성혐오자들의
악플 테러는 어떤 사회적 용인 위에서 벌어졌는가

해당 댓글들을 보면 마치 대단히 논리적인 척, <바른 연애 길잡이>에 나온 ‘허버허버’란 표현(사실 작품에선 ‘허버’까지만 나온다)이 남성 혐오적이며 ‘오또케 오또케’가 여성혐오라 문제면 ‘허버허버’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헛소리다. 과거 주취자 난동에 대한 여경 논란이 그러했던 것처럼 ‘오또케 오또케’는 여성이 위기 상황 및 갈등 상황을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편견을 재생산한다. 즉 사회생활에서 여성의 능력을 폄하하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표현이다. 반면 ‘허버허버’는 그것이 남성만을 겨냥한다고 말하기도 어렵지만 만약 그렇다 해서 남성들이 실제 식사 자리에서 차별을 받는 건 아니다. 

<복학왕>은 독자 항의에 사과했는데 왜 <바른 연애 길잡이>나 <성경의 역사>는 사과하지 않느냐는 논리도 마찬가지다. <복학왕>은 여성이 취업시장에서 겪는 차별의 맥락을 삭제한 뒤 여성이 마치 섹스어필로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처럼 표현했다. 그것이 차별적 행위다.

4 23 <경향신문>에 게재된 위근우씨의 칼럼 최근 온라인상에서 일어나는 젠더갈등의 논란이 여성혐오의 시동을 걸고 기다리고 있던 일부 남성들과, 출발을 부추긴 기회주의자들 의해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하며, 혐오표현은 실제로 그 대상이 차별을 받는지 아닌지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전문이 좋아서 모두 전문을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위근우씨의 칼럼을 보니 수전 팔루디의 책 <백래시>가 생각났어요. 

백래시 :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백래시)은 여성들이 완전한 평등을 달성했을 때가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커졌을 때 터져 나왔다. 이는 여성들이 결승선에 도착하기 한참 전에 여성들을 멈춰 세우는 선제공격이다.”  (본문 중)

백래시의 저자 수전 팔루디는 백래시가 '여성들이 평등을 달성할 가능성이 커졌을 때' 터져 나오는 현상이라 설명합니다. 

최근 불거진 일련의 사건들... 을 보며 백래시에 대해 생각하신 구독자 분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마지막으로, 인스타에 올렸던 옛 게시물을 다시 인용해 봅니다. 

"탐험하는 자가 없으면, 그 길은 영원히 못 갈 것이요. 
우리가 욕심을 내지 아니하면, 우리 자손들은 무엇을 주어 살리잔 말이오?
우리가 비난을 받지 아니하면, 우리의 역사를 무엇으로 꾸미잔 말이오?
다행히 우리 조선 여자 중에는 누구라도 가치있는 욕을 먹는 자가 있다 하면 우리는 안심이오"

- 나혜석 K언니에게 여함- 

탐험하는 자가 없으면 그 길은 영원히 못 갈 것이며, 누구라도 가치 있는 욕을 먹는 자가 있다면 안심이라는 나혜석의 말이 결연하게 느껴집니다.

컨텐츠 중독자인 제 '페미니즘 친구'들에게 물어봤어요

🎞️
-찬실이는 복도 많지 (감독 : 김초희)

이번주는 마땅히 배우 윤여정의 영화를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많은 작품 중 어쩐 일인지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내밀고 싶네요.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여성 캐릭터들의 입으로 영화 만들기의 어려움, 살아내기의 여려움을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감독 역시 여성입니다.

주인공 찬실(강말금)은 영화 프로듀서입니다. 프로듀서는 영화 현장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사람이죠. 윤여정은 찬실의 집주인 할머니로 등장합니다. 그는 달동네에 집 한채를 소유했을 뿐 찾아오는 자식도 없는 노인입니다. 젊은 시절 영화만을 쫓다가 쫄딱 망한 찬실은 달동네에 흘러들어와 노인의 집에 세들어 살게 됩니다. 그리고 집주인과 우정을 나누고요. 한글을 모르는 할머니는 찬실에게 한글을 배우고, 찬실은 맛있는 식사를 대접받습니다. 언제나 교수, 호텔 사장, 교수 등 도회적인 캐릭터를 해온 윤여정이 까막눈의 집주인을 연기한다니 과연 어울릴까 싶지만, 웬걸 너무 잘 해냅니다. 담백하고 절제된 그의 연기는 기예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전세계인들이 <미나리>에 푹 빠져있지만 <찬실이는 복도 많지>도 충분히 좋은 영화이니 챙겨 봐주시길 바랍니다.

(🍪꽈자님은 제 친구중에서 가장 영화를 좋아하는 꽈자입니다. )  
📚 
- 씨네21 2021년 4월 1303호-

이번 뉴스레터 추천 컨텐츠는 역시 윤여정 쌤이지! 했는데 꽈자도 윤여정쌤의 작품을 꼽았네요. 저는 윤여정 특집으로 제작된 <씨네21> 1303호를 추천합니다. 꽈자가 소개한 <찬실이는 복도 많지> 김초희 감독님의 글도 볼 수 있어요. 

"윤여정에겐 절박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우려는 마음이 있다.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힘든 길을 가려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선량함 이상의 디테일을 품고 있다" 

씨네 21은
E-BOOK 으로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 전 종이책으로 샀어요) 
📺
윤여정 특별전 도전의 여정을 걷다-

윤여정 선생님의 영화 출연작 18편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특별전이 열린다고 합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5월 7일부터 18일까지 '시네마테크KOFA' 에서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획전을 연 것인데요. 티켓은 홈페이지와 당일 현장에서 예매할 수 있으며 가격은 무료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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