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느덧 싱그러운 초록이 짙어지는 6월 중순입니다. 일주일 중 가장 몸과 마음이 무거워지는 수요일 저녁, 여러분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계시나요? 문득 창밖을 보니, 계절은 이토록 눈부시게 흘러가는데 정작 내 마음의 조도는 낮아진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오늘의 레터는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잃고 헤매는 마음에 다정한 이정표를 세워주는 책 이야기로 문을 엽니다. 이어지는 칼럼에서는 버거웠던 인간관계 속에서 나를 지켜낼 단단한 힌트를 나누려 합니다. 내 마음에 단단한 근육을 키워줄 이달의 강연과 교육 정보까지 알차게 담았으니, 레터를 읽는 동안만큼은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시기를 바랍니다👂🏻✨
👀 한 눈에 보는 오늘의 마음건강
① 책 | 어디로 가야할지 길을 잃은 당신에게
② 칼럼 | 저 사람은 도대체 왜 저럴까?
③ 이달의 마음건강 강연 및 교육 정보
어디로 가야할지 길을 잃은 당신에게..🚶🏻‍♂️
『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editor 강동훈

"어딘가로 훌쩍 떠나버리고 싶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에서 우리는 종종 짐을 꾸려 멀리 도망치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토록 여행을 갈망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아름다운 이국의 풍경을 눈에 담거나 피로를 풀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소란스러운 일상에 파묻혀 길을 잃어버린 '진짜 내 모습'을 되찾고 싶다는 내면의 절박한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매일 타인의 기대와 사회가 정해둔 궤도에 맞춰 자신을 깎아내며 살아갑니다.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하느라 정작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고유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돌아볼 여유조차 없습니다. 그렇게 나를 잃어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초조함과 강박이 자리 잡습니다. 익숙한 모든 것에서 벗어나 나를 낯선 곳에 철저히 고립시켜 보고 싶다는 충동은, 바로 그 잃어버린 자아를 다시 대면하기 위한 본능적인 이끌림입니다.


오늘은 이토록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우리를 위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 『먼 북소리』를 소개합니다. 화려한 관광 명소를 유람하는 대신, 기꺼이 낯선 곳의 이방인이 되어 나만의 이야기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단단하게 돌아온 치열한 자기 발견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보시길 바랍니다.

🔖 책 속 한 줄

하기야 토요일, 일요일이라 해도 우리와는 거의 관계가 없다. 일본에 있을 때도 그다지 관계가 없었지만 그리스 섬에 오고 나니 더더욱 상관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화요일이 수요일이 되든 목요일이 월요일이 되든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 『먼 북소리』, 문학사상, 2019, 77쪽


난롯불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은 조용히, 그리고 기분 좋게 지나간다. 전화도 걸려 오지 않고 마감 날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눈앞에서 타닥타닥하고 불꽃이 튈 뿐이다. 기분 좋은 침묵이 사방에 가득하다.

- 『먼 북소리』, 문학사상, 2019, 97쪽

장재열의 왜 그럴까...🧐
저 사람은 도대체 왜 저럴까?
editor 장재열

저 사람은 도대체 왜 저럴까?

도대체 왜?


이런 생각 한 번쯤은 해보신 적 있을 겁니다. 도무지 이해 안 되는 사람은 어디에나 존재하죠. 아마 직장에 가장 많을 거고요. 가족은 끊어내기 어려워서 더 힘들 겁니다. 그리고 분명히 사랑해서 만난 것 같은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도무지 서로가 이해 안 되는 연인과 부부들은 "그때 내가 뭐에 씌었나?" 하는 생각을 하실 수 있고요. 같이 지낸 세월이 길어서 어쩔 수 없이 친구로 계속 지내긴 하지만 이제는 손절각을 재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은 친구와 지인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심지어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이 제일 이해 안 되는 인간인 경우도 있을 거예요. 이렇게 도무지 이해 안 되는 말과 행동을 스스럼없이 하는 사람들, 소위 빌런은 우리 인생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거, 제목에 끌리신 분들이라면 다 공감하실 거예요. 아마 들어보신 적 있을 텐데요. 정신의학 전문의들이 이런 말을 자주 하죠.


"정신과에 와야 할 사람은 오지 않고, 정작 그 사람 때문에 골병든 피해자들이 온다."


고개가 끄덕여지신다고요?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미 갖은 노력을 해보셨다고요? 그런데도 안 되셨다고요? 그러면 더 잘 만난 겁니다. 앞으로 매월 2주 차 수요일마다 만나게 될 「장재열의 왜 그럴까」는 도무지 이해 안 되는 빌런 앞에서 골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나를 지키기 위한 '사람 분석' 코너입니다. 때로는 그 분석의 대상이 나 자신일 수도 있고요. 어떻게 골병이 들지 않을 수 있느냐, 의문이 드실 수 있어요. 그렇잖아요. 내가 어떻게 해도 그 사람은 바뀌지 않을 텐데 말이죠. 저는 그 의문에 이렇게 답하고 싶어요.


누군가를 바꾸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어렵지만, 그 사람이 왜 저러는지 그 행동의 알고리즘만 이해해도 아주 약간은 내 숨통이 트인다.


즉 상대방을 이해하고 포용하기 위한 내용이 아닙니다. 나 살기 위한 내용들이에요. 밥벌이 때문에 당장 때려치울 수 없는 숨 막히는 직장 생활이 조금은 숨통 트일 수 있게, 혈연으로 이어져 있어서 도무지 헤어질 수 없는 가족관계 속에서 그래도 미움이 증오까지는 번지지 않을 수 있도록, 하나하나 케이스별로 살펴볼 거예요.

예를 들어볼까요? 업무 지시를 받아 시키는 대로 해 갔더니 "내가 언제 이걸 시켰어? 넌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해?"라고 말하는 상사가 있다고 쳐봅시다. 이런 사람에겐 대략 세 가지 원인이 있어요. 첫째, 진짜로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둘째, 직원이 일을 완벽하게 해낸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자기가 시킨 적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요. 셋째, 시킨 것도 알고 결과물도 나쁘지 않지만, 중간 과정에서 보고를 생략했다는 것이 거슬려서 존중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자, 그러면 이 세 가지 유형의 상사들이 다 다른 이유로 "내가 언제 시켰어"라고 말할 때, 우리가 그 원인을 모르고 있으면 그냥 '미친 인간이다, 부하 직원들 괴롭히려고 작정한 놈이다, 빌런이다'라고 생각하는 데서 그치게 되거나 보고하러 갈 때마다 위축돼서 긴장도만 높아지지 않을까요? 내 마음에 병만 쌓여가고요. 하지만 이유를 알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건망증 케이스라면 신체적 결함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납득하게 되고요. 인정 욕구 케이스라면 더럽고 치사하지만 그의 유능을 인정해 주는 말을 조금 더 해볼 수도 있겠죠. 마지막 케이스라면 중간 보고 프로세스를 새로 만들어볼 여지가 생깁니다.


이렇게 같은 현상 속에서도 모두 다른 기제들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우리는 그다음 스텝을 생각할 수가 있게 됩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여러분들과 함께 '왜'에 집중해서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 더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하지만 사실 지금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왜'보다는 '어떻게'가 더 큰 질문으로 떠오를 거예요. 근데 그걸 내가 어떻게 해? 나는 학자가 아닌데? 그래서 많은 사례들을 준비했습니다. 우리 삶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할애하는 직장에서부터, 가장 오래된 관계인 가족, 그리고 앞으로 가장 오래 살아가야 할 연인과 부부, 친구까지. 우리 삶을 둘러싼 수많은 관계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살펴볼 거예요. 


같이 보기만 한다고 도움이 되냐고요? 되죠. 자전거를 조립할 줄 전혀 모르는 사람이어도 옆에서 철물점 아저씨가 자전거를 분해하는 걸 두 번 세 번 보면 나도 분해를 할 수 있게 되고요. 내가 분해를 할 수 있게 되면 재조립도 어느 정도는 가능해지게 됩니다. 저는 여러분 옆에 있는 철물점 아저씨가 되어, 도무지 작동하지 않고 이해되지 않는 낡은 자전거 같은 "저 사람(또는 저 인간)"이라는 존재를 조금씩 분해하고 해체해 볼 테니까요. 함께 살펴봐 주세요. 어느덧 여러분도 스스로 해체하고 조립하고 새것으로 만들 수 있는 관계의 새 국면이 열릴 겁니다. 그리고 거기까지 도달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적어도 내 마음속에 답답하게 꽉 차 있는 화병에 숨구멍 하나쯤은 분명하게 뻥 뚫릴 거거든요.

editor 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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