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 업계와 웹툰 제작 시장은 근본적으로 같습니다. 심사역님이 똑똑한 창업가를 찾아다니시는 것처럼 우리는 뛰어난 신인 작가님들을 남들보다 더 빠르게 캐치할 수 있어야 하죠. 우리는 자체 개발한 웹툰 애널리틱스를 통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웹툰 원안과 작가들을 시장에서 가장 먼저 발굴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업계에서 우리 회사만이 가진 경쟁력이자 차별점입니다”
웹툰 제작 산업은 재미있게도 VC가 투자를 진행하는 시스템과 매우 닮아 있었다. VC, 특히 초기 투자사의 경우 성공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다른 투자사보다 빠르게 발굴하여 투자한 뒤, 기업이 성공적으로 성장할 경우 엑싯(Exit)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창업팀과 함께 나누어 가진다. 웹툰 제작 시장 또한 유사하게 흘러간다. 데뷔를 꿈꾸는 수많은 신인 작가들이 존재하고 웹툰 콘텐츠프로바이더(CP)는 그중 역량 있는 신인 작가와 원안들을 캐치해 계약한다. 그 후에는 작품 제작을 지원하고 작가를 대신해 플랫폼과 계약을 맺는 에이전시 역할도 담당한다.
작품이 소위 ‘대박’을 치면 해당 작품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작가와 나누는 구조이다. 벤처캐피탈 심사역은 항상 똑똑하고 역량 있는 창업가를 어떻게 하면 많이 만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성공 가능성을 미리 알아볼까, 고민한다. 진수글 대표 역시 심사역들과 같은 고민을 했다. 그는 고민의 답을 갖고 있었다. 네이버에서 데이터를 다뤘던 본인의 강점을 살려 웹툰 업계에서 통용할 ‘애널리틱스 솔루션’을 고안했다. 오늘의웹툰 창업팀은 이 솔루션을 바탕으로 CTR(클릭률), 연독률, 완독률 등 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독자들의 초기 반응을 확인하고 해당 작품의 성공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파악할 특별한 무기를 갖췄다. 그 결과 독자 반응이 좋은 작품들만 선별해 작품을 제작하고, 흥행 실패 리스크(Risk)를 크게 줄였다. '빌리 빈 단장'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2000년대 초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새로운 타자 평가 지표와 철저한 데이터 분석 기법을 통해 최하위권 팀이었던 오클랜드 팀을 플레이오프 진출 팀으로 올려놓은 스토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