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안녕하세요.

복 있는 사람 편집자 K입니다.

룻기 원문에는 ‘변함없는 사랑’을 뜻하는 ‘헤세드’라는 단어가 수차례 등장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나오미가 며느리들에게 돌아가라고 말하는 대목입니다. 나오미는 “여호와께서 변함없는 사랑(헤세드)을 베푸시기를” 축복하며 며느리들에게 돌아가라고 이야기합니다. 며느리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던 나오미는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복을 주시기를 빌었습니다. 며느리들 역시 남편이 죽은 후에도 남편의 어머니인 나오미를 여전히 사랑했습니다. 이처럼 나오미는 며느리들에게, 며느리들은 나오미에게 변함없는 사랑, 헤세드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헤세드는 본래 하나님의 속성입니다. 출애굽기 33장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배교와 언약 파기로 하나님을 멀리할 때도 여전히 그들에게 사랑과 진리의 빛을 비춰 주시는 하나님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그런 하나님께서는 스스로를 가리켜 “자비롭고 은혜롭고 더디 분노하고 변함없는 사랑과 진실이 많은 하나님”이라 말씀하십니다.

룻기에 등장하는 이삭줍기나 유산 무르기 등의 토지법은 하나님의 헤세드를 드러내는 통로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율법으로 헤세드를 명하시고, 그렇게 세워진 율법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 나오미와 룻에게도 헤세드가 전해진 것이죠. 룻기 곳곳에 등장하는 헤세드는 룻기를 관통하는 변함없는 사랑의 근원이 하나님이심을 드러냅니다. 룻기에 드러나는 사랑의 원형으로서 하나님의 사랑은 오늘 소개해 드리는 『룻기』에 더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지난주, <월요일의 복음>을 읽고 많은 독자분들께서 피드백을 보내주셨습니다. 보내주신 모든 피드백을 꼼꼼히 읽어보았습니다. 소중한 감상을 보내주신 독자님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신 독자님도 계셨습니다.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이번 주와 다음 주 역시 이벤트를 계속 진행합니다. 『룻기』 사전연재를 마친 후 피드백을 남겨주신 독자분들 중 추첨하여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며느리들과 함께 일어나 모압의 시골로부터 돌아가려고 했는데, 그것은 여호와께서 그의 백성을 돌아보셔서 그들에게 양식을 주셨다는 것을 모압의 시골에서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두 며느리와 함께 있던 곳에서 나가서, 유다 땅으로 돌아가려고 길을 갔다. 그러다가 나오미가 두 며느리에게 말했다. “가라, 각자 자기 어머니의 집으로 돌아서라.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베푸시기를 바란다. 너희가 죽은 자들과 나에게 했듯이 말이다. 여호와께서 너희로 하여금 각자 자기 남편의 집에서 안식을 찾게 해주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녀가 그들에게 입 맞추자, 그들이 목소리를 높여 울었다. 그들은 그녀에게 “아닙니다. 저희는 당신과 함께 당신의 백성에게 돌아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나오미가 말했다. “내 딸들아, 돌아가라. 왜 나와 함께 가려느냐? 내 태에 아들들이 있어서 너희의 남편이 될 수 있느냐? 내 딸들아, 돌아서서 가라. 내게 남편이 있기에는 너무 늙었다. 나에게 희망이 있다고 내가 말한다 하더라도, 이 밤에 남편이 있어서 아들들을 낳는다 하더라도, 그 때문에 너희가 그들이 자랄 때까지 기다리겠는가? 그 때문에 너희가 남편 얻기를 그만두겠는가? 아니다, 내 딸들아. 하나님의 손이 나를 치셨기에, 나는 너희 때문에 무척 괴롭다.”

_룻기 1:6-13

나오미는 본국의 기근이 끝났다는 소식을 듣고 귀국을 결심했다. 그 결심의 과정이 쉬웠을 것 같지는 않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남편과 두 아들을 잃은 처지에서 고통스러운 타국 생활을 계속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고향으로 돌아가 봐야 거기 사람들의 잡담거리만 될 것이니, 차라리 남편과 아들이 죽은 곳에서 자신의 뼈를 묻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이런 선택의 기로에서 나오미는 실패한 자리에 주저앉기보다 일어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며느리들까지 세 사람이 가려 한 것 같다. 7절에서 ‘갔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동사가 복수형이니 말이다. 그러나 길을 가던 나오미는 며느리들에게 그곳에 남아 새 출발을 하라고 권유했다. 이 장면에서 “변함없는 사랑”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것은 히브리어 헤세드(chesed)를 번역한 것이다.

나오미는 사사 시대의 기근이라는 절망적 상황을 벗어나려 타국으로 갔다가 남편과 두 아들을 모두 잃었다.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어둡고 거친 곳에 내팽개쳐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삶의 자리를 밝혀 주는 빛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며느리들이 보여준 헤세드였다. 위 본문의 8절을 보면, 나오미는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베푸시기를 바란다. 너희가 죽은 자들과 나에게 했듯이 말이다”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두 며느리는 자기 남편을 사랑했고, 남편이 죽은 다음에는 남편의 어머니를 여전히 사랑했다. 이 변함없는 사랑 때문에 나오미는 깊은 어둠을 통과해 갈 수 있었다. 나오미는 고국에서 기근이 끝났다는 소식을 듣고서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며느리들에게 새 남편 얻기를 권유했고, 하나님께서 사랑을 베푸시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입맞춤으로 작별 인사를 했다. 그러나 그들은 나오미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울면서 토로했다.

그들은 다시 소리 높여 울었다. 그러고 나서 오르바가 시어머니에게 입 맞추었다. 그런데 룻은 그녀를 붙들었다. 그러자 그녀가 “보라, 너의 동서는 자기 백성과 자기 신들에게 돌아갔다. 너의 동서를 따라 돌아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룻이 말했다. “당신을 떠나 당신을 따르지 말고 돌아가라고 강요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가는 곳에 저도 가고, 당신이 머무는 곳에 저도 머물겠습니다. 당신의 백성이 저의 백성이 되고, 당신의 하나님이 저의 하나님이 될 것입니다. 당신이 죽는 곳에 나도 죽어, 거기에 묻힐 것입니다. 죽음이 저와 당신 사이를 갈라놓는다 하더라도, 여호와께서 나에게 그렇게 하시고 더 하시기를 바랍니다.” 룻이 그녀와 함께 가기로 굳게 결심한 것을 그녀가 보고서 말하기를 그쳤다.

_룻기 1:14-18

당신이 가는 곳에 나도

나오미가 그들이 남아야 할 이유를 대며 설득하자, 오르바는 나오미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룻은 “강요하지” 말라면서 나오미를 따라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백성과 하나님을 자신의 백성과 하나님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인으로 귀화하고, 이스라엘인의 신앙으로 개종하겠다는 뜻이었다. 

내가 회장으로 있던 한 단체에서 수련회 주강사로 기독교 문화학의 권위자인 로마나우스키(William D. Romanowski) 교수를 초청한 적이 있다. 그는 『대중문화전쟁』, 『맥주, 타이타닉, 그리스도인』 등의 저서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가 한쪽 귀를 뚫어 귀걸이를 했다는 말을 지인으로부터 들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유행이던 때여서 저명한 기독교 학자가 그런 유행을 따른다는 것에 좀 놀랐다. 그런데 본인으로부터 그 이유를 들어 보니, 출애굽기의 다음 조항 때문에 귀를 뚫었다는 것이었다.

네가 히브리인 종을 사면 그는 여섯 해 동안 섬길 것이며, 일곱째 해에는 몸값 지불 없이 자유인으로 나갈 것이다. 만일 그가 혼자 왔으면, 혼자 나갈 것이다. 만일 그가 결혼한 채 왔으면, 그의 아내가 그와 함께 나갈 것이다. 만일 그의 주인이 그에게 아내를 주어 그녀가 아들이나 딸을 낳았으면 아내와 그녀의 아이들은 주인에게 속할 것이며, 그는 혼자 나갈 것이다. 그러나 그 종이 “내가 주인과 내 아내와 내 자녀를 사랑하니, 자유인으로 나가지 않겠습니다”라고 분명히 말하면, 주인은 그를 하나님께 데리고 가고, 또한 그를 문이나 문설주에 데리고 갈 것이며, 주인은 그의 귀를 송곳으로 뚫을 것이다. 그러면 그가 영원히 그를 섬길 것이다.

_출애굽기 21:2-6

이스라엘 사람이 가난에 내몰릴 경우, 해결 방법은 땅을 누군가에게 파는 것이다. 그래도 안 될 때는, 다른 사람의 종이 되어 임금을 받으며 일했다. 그 기간은 6년을 넘을 수 없었다. 6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자유인이 되도록 정해져 있었다. 그 기간 중에 희년이 와도 자유인이 됐다. 그리고 부부가 함께 고용되었다면 부부가 함께 자유인이 됐다. 그러나 독신 상태에서 고용됐다가 고용 기간 중에 고용주의 주선으로 결혼을 했고 자녀를 낳았다면, 그 기간이 끝났을 때 그의 아내와 자녀는 그와 함께 나갈 수 없었다. 혼자 왔으면 혼자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용 기간 중의 결혼은 신중을 기해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고용주의 주선으로 결혼한 경우에 자기 가족과 헤어지지 않는 한 가지 방법이 있었다. 고용 기간이 끝났는데도 떠나지 않고 종신 하인으로 남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 주목할 만한 단어가 보인다. 종신 하인으로 남는 이유가 주인과 가족을 “사랑”해서다. 그리고 그런 결심의 표지로 귀를 뚫었다.

이 귀 뚫기 조항이 우리에게 말해 주는 것이 있다. 자신의 자유와 누군가를 향한 사랑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할 때 사랑을 위해 자유를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마나우스키 교수가 귀를 뚫은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해서 평생 그의 종으로 살겠다는 표시였다. 룻의 선택도 본질적으로는 그와 같았다. 본국에 남아 재혼하여 새출발하는 길과 나오미와 함께하는 험난한 길 사이에서, 그녀는 나오미와 함께하는 길을 선택했다. 가난한 시어머니와의 동행은 의무감만으로 되지 않는다. 그런데 나오미를 따라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가는 험난한 길을 선택한 것을 보면, 둘 사이에 그 어떤 상황이나 조건에도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나오미와 룻은 여러 면에서 달랐다. 한 사람은 이스라엘 여자였고 다른 사람은 이스라엘의 원수인 모압 출신 여자였으며, 한 사람은 모든 것을 잃은 노인이었고 다른 사람은 재기의 가능성이 있는 젊은 여자였다. 무엇이 이런 차이점을 극복하게 만들었을까? 무엇이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사람의 동행을 가능하게 했을까? 이미 언급했듯이, 이방인 며느리와 가난한 시어머니가 험한 길을 함께 가는 것은 의무감만으로 되지 않는다. 두 사람 다 남편을 잃은 처지에서 연민의 정을 공유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을까? 한동안은 그럴 수 있겠지만, 동행이 지속되려면 그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

룻기를 읽으면 그것이 바로 사랑임을 알게 된다. 그런데 룻기는 사랑의 의미를 설명하기보다 나오미와 룻의 동행을 통해 사랑이 그들의 삶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를 보여준다. 마치 고린도전서 13장이 사랑의 정의를 제시하기보다 우리가 사랑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듯이, 그리고 그것을 통해 우리의 삶에 사랑이 흐르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듯이 말이다.

사랑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동행이 첫 열매를 얻었다. 이삭줍기를 통해 추수의 수혜자가 된 것이다. 그것이 소박하기는 했어도 가난한 두 사람에게는 큰 기쁨과 희망이었다. 이것이 동행의 첫 열매였다면, 그 끝에는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