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의 리터러시에 대해 알아봅시다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오늘 에디터는 THU 입니다

💬 오늘의 에디터 PICK
잠이 잘오는 티베트 수면요법 ASMR | 시리TV
한참 지쳐서 마사지 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때 있죠. 그치만 갑자기 받으러 갈 여유는 없을 때 마사지 영상은 어떠신가요? 시리TV는 요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채널입니다. 중국의 다양한 마사지샵을 방문해서 체험하는데, 매 영상의 마사지 방식이 흥미로우면서도 마사지를 직접 받는 듯한 평온함도 잡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채널이랄까요. 무더위로 힘드실 요즘,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추천합니다.

 페이스북에 대한 뉴스가 연일 화제입니다. 올 2분기 실적이 매우 좋았다고는 하지만 문제적인 리더십에 대한 뉴스가 연일 나오고 있어요. 올 1월 6일의 '의회 난입 사건'을 페이스북에서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이 알려지기도 했고, 유저의 데이터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직원 52명을 해고하기도 했죠. 그리고 이러한 페이스북의 부족한 리더십과 구조의 부재로 인한 문제점을 살뜰히 짚어낸 책 ⟪추악한 진실(An Ugly Truth)⟫도 그에 따라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자인 세실리아 강과 시라 프렌켈은 인터뷰에서 받은 "만약 당신이 지금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 이 상황을 해결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흥미로운 대답을 해요. 그들의 대답은 '전 국민에게 리터러시 교육을 하겠다' 였어요. 페이스북이라는 SNS가 이렇게까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이 플랫폼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고, 사람들이 링크를 공유하기 전에 출처를 한 번 더 확인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요. 페이스북에 대한 규제와 같은 답변을 기대했던 저로서는 놀라운 답변이었어요.

출처 : 아트인사이드
또한 최근 문해력이라고 번역되기도 하는 이 리터러시가 크게 이슈되기도 했었어요. 지난 3월 EBS에서 방영한 ⟪당신의 문해력⟫에서는 한국인의 문해력이 현저히 낮다는 통계 자료를 제시했거든요. 물론, OECD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서 한국의 문해력 점수는 평균 이상이었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주장만큼 낮은지는 다른 수치를 더 확인해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만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의 디지털 정보 문해력 부분에서는 다른 회원국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고 해요.

이쯤 되니 궁금해지더라고요. 리터러시 혹은 문해력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정말 우리는 책을 꼭 읽어야만 하는지, 코로나19를 맞이해 스크린을 더 많이 들여다보고 있는 현대인에게는 더이상 답이 없는 것인지요.

🥸 PART. 01
리터러시 = 文해력?!

출처 : Unsplash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유네스코에 따르면 리터러시란 "다양한 맥락과 연관된 인쇄 및 필기 자료를 활용하여 정보를 찾아내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만들어내고, 소통하고, 계산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즉, 다양한 맥락에서 자료를 활용해 정보를 파악하는 것부터 생산 및 소통하는 것까지를 포괄하는 다면적인 능력이라는 것이죠. OECD에서는 이에 한 발 더 나아가 좀더 행위적인 면을 강조해요. "일상생활, 가정, 직장,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고 지식과 잠재력을 발전시키는 능력"이라고 정의합니다.

사실 리터러시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계속해서 변해왔다고 해요. 책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에 따르면 리터러시의 정의가 고대에는 문학에 조예가 있고 학식이 있는 사람으로, 중세에는 라틴어를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종교개혁 이후에는 모국어를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으로 계속 바뀌어왔다고 해요. 즉, 역사적・사회적 환경에 따라 의미가 바뀌어왔다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작가 김성우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이 변했음에도 리터러시가 텍스트(文)를 토대로 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것에 의문을 던져요. 텍스트의 위상이 과거와 달라졌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리터러시의 개념은 텍스트뿐 아니라 소리와 이미지, 공간을 포괄하는 아우르는 '멀티리터러시'의 하위개념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위 책의 또 다른 작가 엄기호는 변화된 리터러시를 이렇게 설명하기도 해요. 텍스트 중심의 리터러시에서는 문맥의 이해와 의미 파악이 중요했다면, 현재의 리터러시에서는 어떤 정서(affect)가 있는지를 파악해 함께 공명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요. 단적인 예로 유튜브 댓글에서 우리는 외국어의 내용은 알지 못해도 거기에 쓰인 이모지나 느낌표와 같은 것을 보고 대강 어떤 느낌으로 썼는지 파악할 수 있잖아요? 메신저를 할 때 느낌표를 여러 개 쓰거나 이모지를 쓰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것과 같이요.

📚 PART. 02
그럼 책은 안 읽어도 되는 건가요?

출처 : Unsplash
다독가이든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분이든 모두가 가지고 있는 부채감이 있죠.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채감. 리터러시의 범위가 넓어진다면 이제 더이상 그런 부채감은 안 가져도 되는 걸까요? 안타깝게도 NO입니다. 멀티리터러시의 시대에는 각 미디어에는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각 미디어의 유익한 점을 취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간단히 읽기가 중요한 이유를 짚어볼까요? 일단, 매리언 울프는 책 ⟪다시, 책으로⟫에서 책을 읽는 것이 사람들에게 '깊이 읽기'를 가능하게 했다고 이야기해요. 글 속에 몰입해서 등장인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서 간접경험을 하고, 공감도 할 수 있게 된다고요. 또한 읽으면서 쌓는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보를 비교하고 이해함으로써 추론과 비판적 분석도 할 수 있게 되고요.

책 ⟪유튜브는…⟫에서는 텍스트의 추상성과 상징성을 강조해요. 영상은 보는 모든 사람이 같은 이미지를 인지하게 되지만 책을 읽을 때 우리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하게 돼요. 실제로 상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체험에 따라 그들의 느낌, 행동과 관련된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시뮬레이션은 각자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 경험, 정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게 됩니다. 10명이 같은 책을 읽어도 10개의 상상을 하게 되는 거죠. 즉, 읽는다는 것은 나의 경험과 삶을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상의 디테일도, 사유의 깊이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아직도 우리는 주변에서 다양한 텍스트를 마주하기 때문입니다. EBS ⟪당신의 문해력⟫ 1부에서 진행했던 성인 문해력 테스트의 경우, 모두 일상생활에서 마주칠 수 있는 계약서, 법률, 의약품 설명서와 같은 다양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구성되었어요. 대부분의 학문이나 과학기술 영역 역시 긴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요. 이런 텍스트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이 여러 모로 우리의 삶에 유리하겠죠.

👻 PART. 04
리터러시, 어디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일단, 영상에 너무 익숙해진 우리. 읽기를 어떻게 시작하면 될 지부터 이야기해볼까요? 사실 위에서 언급했던 책 ⟪다시, 책으로⟫의 매리언 울프 역시 어렸을 때 읽었던 책 다시 읽기를 시도하는데요, 갑자기 '깊이 읽기'를 시도하니 잘 읽히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해요. 스크린으로 빠르게 읽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매일 일정 시간을 할애해서 책을 읽기 시작하니까 차차 그 감각이 다시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뇌의 가소성 때문인데요, 쓰지 않아 퇴화되었던 뇌 회로도 사용하면 천천히 다시 회로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해요. 칼 뉴포트는 매일 하루에 두 챕터씩 읽는 방법을 권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오늘부터라도 매일 조금씩 읽는다면, 충분히 벽돌책도 두렵지 않은 우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아마도)!

출처 : Splash
 사회적으로는 두 가지 방향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유튜브는…⟫의 작가들은 이야기해요. 첫 번째는 시험을 보는 대상으로서의 텍스트가 아니라 재미있게 읽고 자유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재료로서의 텍스트를 경험해보도록 하는 것입니다. 권장도서가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것부터 읽을 수 있도록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함께 이야기해볼 기회를 주는 것이죠.

이러한 교육의 성공 가능성을 EBS ⟪당신의 문해력⟫에서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 프로그램의 5부에서는 책에 흥미가 없는 네 명의 중학생과 함께 한 학기 동안 책을 함께 읽는 프로젝트를 해요. 일단, 어떤 책이든 자신이 읽고 싶었던 것을 먼저 고르게 합니다. 그리고 책의 내용에 대해 자신이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선생님이 시험볼 수 있도록 한 문제씩 출제하는 과제를 줘요.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토론할 수 있도록 하는 식으로 진행합니다. 처음에는 자꾸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선생님을 골탕 먹이기 위한 문제를 냈던 학생들도 나중에는 흥미를 붙이고 질문의 내용도 점점 달라지더라고요. 새벽 6시부터 자기 직전까지 게임만 하던 친구도 점점 책에 재미를 붙이게 되고, 한 번 더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엔 가능할까 싶었는데, 금방 몇 개월만에 바뀐 모습을 보니 충분히 해볼 만 하다는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두 번째는 미디어간 변환을 활용해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해보는 것입니다.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써보고, 그 글을 바탕으로 토론해보고, 요약해보고, 이를 바탕으로 영상을 만들어보는 식으로 진행해보는 거죠. 실제로 영어 글쓰기 교사였던 작가 김성우는 컬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을 다룬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는 수업을 했다고 해요. 다큐멘터리, 극영화를 한 편씩 보고 토론한 후, 뉴스 기사와 위키피디아 항목을 읽은 후에 영어 에세이를 쓰도록 했다고 합니다. 단편적으로 A와 B를 비교대조하라는 글감을 주었을 때에는 판에 박힌 이야기들만이 있었는데, 글감을 다양하게 주고 진행하게 되니 확실히 내용이 풍부한 에세이를 볼 수 있었다고 해요. 또한 다양한 특성을 지닌 미디어를 분석한 덕에 학생들도 더 좋은 반응을 주었다고 합니다.
당장 특정 세대를 비판하고 리터러시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죠. 하지만 오히려 텍스트에 영상까지 곁들일 수 있다면 삶이 더욱 풍성해지지 않을까요? 다양한 매체에 익숙한 멀티리터러시를 위한 담론이 조금씩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지만 일단 저부터 다시 책을 꾸준히 읽어보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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