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은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야했습니다. ‘데리고’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는 ‘라카흐kaqah’이며, 본문에서는 명령형 형태인 ‘카흐qah’가 사용되었습니다. 일반적 의미는 ‘취하다’입니다. 그리고 간청의 불변사 ‘나na’’가 함께 사용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어떤 명령을 하실 때, 이 단어는 약 5회 정도 등장했습니다. 이 단어의 의미는 ‘제발’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간청하셨다’는 의미로 봐야 할까요? 이에 관해선 몇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첫째, 사르나(Nahum M. Sarna)는 명령형에 ‘나na’’가 붙으면 명령을 부드럽게 바꾸어주며, 선택권을 줄 수 있는 형태라고 설명합니다. 명령을 거절한다고 해도 죄책감을 가지지 않을 수 있는 정도라고 해석합니다(미쉬나 89b, 창세기 랍바 55:7)
둘째, 램딘(Thomas O. Lambdin)은 이 불변화사의 사용은 앞선 명령이나 맥락에 따른 논리적 결과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본다면 앞서 “내가 여기에 있나이다”와 연결되어, 취할 수 있는 결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월키(Bruce K. Waltke)는 이 의미를 따라서 “너는 내게 복종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네 아들을 취하라”라고 번역합니다.
셋째, 인간이 망설일 수밖에 없는 수준의 시험임을 하나님이 알고 계시다는 것을 표현하는 단어일 수 있습니다. 그 명령은 인간의 이해 수준을 넘어섭니다.
첫 번째 해석을 따르자면 아브라함이 큰 고민을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 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큰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또 다른 명령형인 “가라!”의 히브리어는 ‘레크lek’인데, ‘할라크halak’의 명령형입니다. 그리고 단어 하나가 더 있는데 한글 성경뿐만 아니라 다른 언어의 성경에도 이 단어의 해석은 없습니다. 그 단어는 ‘레카leka’입니다. 이 단어는 전치사 ‘레le’에 2인칭 남성 단수인 대명사 접미사 ‘카ka’가 붙은 형태입니다. 그래서 ‘가라’는 명령은 두 개의 단어 ‘레크-레카lek-leka’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치사 ‘레’의 역할은 전치사와 연결된 주체를 위해서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가라’고 명령하신 이유는 그것이 아브라함에게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시험이 진행될 곳은 모리아 땅에 있는 ‘한 산’ 입니다. 모리아가 어디인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브엘세바에서 약 80Km 떨어져 있는 예루살렘으로 보는 의견이 많습니다(요세푸스, 탈굼, 바빌론 탈무드 Ta’an 16a의 지지를 받는 대하 3:1). 그런데 그 산이 정확히 어딘지 눈 씻고 찾아봐도 알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이전에 알려주신 적도 없고, 이 명령 이후에도 알려주신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이 명령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사건이 있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비슷한 명령을 들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자신이 맨 처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을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