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는 이름을 얻고, 브랜드는 자리를 얻는다
브랜드 인문학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브랜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그만큼 막막하다. 그렇다면 질문을 조금 바꿔 보자. "사람들은 당신을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는가?"


이 질문은 브랜드에도 그대로 건너간다. 사람들은 그 이름을 어떻게 기억하는가. 어떤 경험을 떠올리며, 무슨 이유로 다시 찾는가. 브랜드는 자신이 누구인지 끊임없이 말하지만, 그 이름의 의미는 사람들과 맺어 온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나는 이름을 갖는 것과 브랜드가 되는 것 사이에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는 브랜드는 상품을 구별하는 이름에 머물지 않는다. 사람들의 삶에 의미를 남기고, 그 안에 자기 자리를 얻은 이름이다. 그 거리를 생각할 때면 성인과

어른의 차이가 떠오른다.


성인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얻는 자격이다. 그러나 어른이 되는 데에는 나이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자기 몫을 기꺼이 나누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아이를 보면 "어른스럽다"고 말한다. 반대로 나이가 많아도 자기 몫만 챙기는 사람에게서는 어른다움을 느끼기 어렵다. 그래서 '어른'이라는 말에는 나이에 대한 설명을

넘어 사람됨에 대한 기대와 존중이 담긴다.


상표와 브랜드의 관계도 이와 닮았다. 상표를 등록하면 그 이름에 대한 권리를 얻는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 이름을 믿고 자기 삶에 받아들이게 하는 일은 등록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제품과 서비스가 약속을 지키고,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다하며,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경험으로 쌓여야 한다. 이름은 먼저 생기지만,

그 이름의 됨됨이는 시간을 두고 드러난다. 나는 그 차이를 독자에게서 배웠다.


[엔텔러키 브랜드]를 만들다 보면 뜻밖의 자리에서 독자를 만날 때가 있다.

"이 잡지의 팬이에요"라는 말을 들으면 반갑고 고맙다. 그런데 브랜드 강연장에서 만난 한 독자가 건넨 말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저는 애독자예요. 집에 전시해 두고 있어요."


좋아한다는 말과 자기 생활의 한 자리를 내주었다는 말은 달랐다. 읽고 지나갈 수도 있는 잡지가 그 집에서는 버려지지 않고 서 있었다. 상표 등록증은 그 이름이 누구의 것인지 말해 준다. 그러나 그 이름이 무엇이 되었는지는 독자의 집이 말해 준다.


그 일 이후, 나는 브랜드를 키운다는 말을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매출이 늘고 이름이 널리 알려지는 것은 중요한 성장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브랜드가 어떤

존재가 되었는지 다 설명할 수는 없다.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와 함께, 팔린 뒤 사람들의 삶에 무엇으로 남았는지도 살펴야 한다.


브랜드를 키우는 일이 아이를 키우는 일과 닮았다고 느끼는 이유다. 아이가 얼마나 자랐는지만큼 어떤 사람으로 자라고 있는지가 중요하듯, 브랜드에도 규모와 함께 살펴야 할 됨됨이가 있다. 고객에게 한 약속을 지키고 있는가. 실수했을 때 책임지고 있는가. 자라는 동안 자신을 믿어 준 사람들을 잊고 있지는 않은가.


오래된 이름이라고 저절로 성숙해지지는 않는다. 신뢰를 쌓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 신뢰를 잃는 일은 한순간에도 일어난다. 성숙한 브랜드는 한 번 완성되는 상태가 아니다. 관계 속에서 계속 책임을 다하는 이름이다.


문학에는 한 사람이 경험과 갈등을 통과하며 성숙해 가는 과정을 다루는 성장소설이 있다. 나는 브랜드에도 그런 이야기가 있다고 믿는다. 이름 하나가 세상에 나와 실수하고, 책임지는 법을 배우고, 약속을 지키며, 마침내 누군가의 삶에 자리를 얻기까지의 이야기다.


내가 말하는 브랜드 인문학은 그 성장의 이야기를 읽는 일이다.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의 선택이 그것을 쓰는 사람의 삶에 어떤 경험으로 남는지 묻는 일이다. 그러니 회의실에서 브랜드의 다음 성장을 논의할 때, 이런 질문도 함께 던져 보면 좋겠다.


"우리는 더 많이 팔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그리고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사람들은 그 이름에 자기 삶의 어느 자리를 내주고 있는가. 어쩌면 그 답은 당신의 회의실이 아니라, 누군가의 집 어딘가에 놓여 있을지 모른다.

브랜드 부모학교


브랜드의 성장에 따라 창업자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부모님 같아요."


창업자들을 인터뷰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던진 질문이 있었다. "브랜드가 정말 자식처럼 느껴지시나요?" 브랜드를 직접 만든 창업자들의 대답은 흥미로웠다. 대부분은 망설임 없이 "네, 자식 같죠"라고 했다. 몇몇은 "애인 같다", "부부 같다"고 했다. 그리고 단 한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 부모님 같다고.


그 대답이 오래 남았다. 자식은 내가 키우는 존재다. 애인과 배우자는 나와 나란히 서는 존재다. 그런데 부모는 나를 키운 존재다. 그 창업자에게 브랜드는 자신이 돌보는 대상이면서, 자신을 가르치고 버티게 해 준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도 그 대답의 깊이를 짐작할 뿐이다.


나도 부모가 되기 전에는 부모로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부모가 되고 나서야 내게 부족한 것들이 보였다. 좋은 아빠란 어떤 사람일까. 첫째를 키우며 겪은 어려움 덕분에 둘째는 조금 수월할 줄 알았다. 그러나 두 아이는 성향이 달라 저마다 다른 숙제를 주었다. 같은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들에게도 서로 다른 돌봄이 필요했다. 그렇게 부모 노릇을 배우면서 내 부모님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부모가 배워야 할 것은 아이가 자라면서 달라진다. 어린아이에게는 곁에서 돌보는 손길이 필요하다. 사춘기에 접어들면 아이의 말을 기다리고 듣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마흔 살 자녀에게 아직도 "차 조심해라"라고 말하는 부모라면, 이제는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자리를 내주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사랑하는 마음은 같아도, 사랑을 표현하고 책임을 다하는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브랜드의 성장도 이런 세 장면에 비추어 볼 수 있다.

첫 고객을 만나는 시기에는 가까이에서 듣고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이름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몇 명뿐일 때는 그 몇 명의 경험이 브랜드의 평판을 만든다. 무엇이 좋아서 찾아왔는지, 어디에서 실망했는지, 어떤 이유로 다시 찾는지 창업자가 직접 배워야 한다.


매출이 생기고 직원이 늘어나면 다른 숙제가 찾아온다. 창업자 혼자 판단하고 결정하던 방식으로는 모든 일을 감당하기 어렵다. "우리는 누구인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구성원들이 함께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창업자는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법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판단을 듣고 권한을 나누는 법도 배워야 한다. 자신이 곁에 없어도 구성원이 판단할 수 있는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브랜드가 더 자라면 창업자가 한 걸음 물러서야 하는 순간도 온다. 모든 결정을 끝까지 대신하면 브랜드가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 놓아준다는 것은 관심을 거두는 일이 아니다. 책임질 사람에게 권한을 맡기고, 그 사람이 자기 방식으로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기다리는 일이다.


그런데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런 역할의 변화까지 미리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이는 브랜드 론칭 프로젝트에서도 사업 계획에 비해 브랜드의 성장 계획은 충분히 논의되지 않을 때가 있다. 얼마를 투자하고 얼마나 팔 것인지는 계산하지만, 고객과 조직이 커진 뒤의 질문은 뒤로 미룬다. 고객이 늘어도 지켜야 할 약속은 무엇인가. 어떤 결정을 구성원에게 맡길 것인가. 창업자가 물러난 뒤에도 이어져야 할 원칙은 무엇인가.


나는 부모학교에 마지막 수업이 있다면, 자신이 없는 미래를 준비하는 법을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녀가 자기 삶을 꾸려 갈 수 있도록 부모의 역할을 바꾸는 일이다. 브랜드 부모학교의 마지막 수업도 이와 닮아야 한다. 창업자가 없어도 브랜드의 원칙과 가치가 이어지게 하는 법, 창업자의 한계가 브랜드의 한계가 되지 않게 하는 법이다.

"부모님 같아요."


그 대답이 오래 남은 이유도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창업자는 브랜드를 키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 브랜드가 창업자를 키우고 있다. 고객을 돌보는 법을, 함께 결정하는 법을, 마침내 물러서는 법을 가르치면서.


고백하자면, 나는 부모 노릇을 충분히 연습하지 못한 채 부모가 되었다. 자녀 양육에 시뮬레이션이 있었다면 두 아이를 더 잘 키웠을까. 알 수 없다. 다만 미리 질문하고 연습했다면, 낯선 순간에 조금 덜 당황했을지도 모른다.


브랜드를 운영하며 마주할 선택 중에는 미리 연습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매출을 높일 기회가 브랜드의 약속과 충돌한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창업자와 구성원의 판단이 다를 때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가. 창업자가 한동안 자리를 비운다면 무엇이 멈추고 무엇이 계속될 것인가.


워크숍과 시뮬레이션은 이런 상황을 앞서 마주하는 자리다. 선택의 이유를 설명하고, 다른 판단을 듣고, 결정이 가져올 결과를 살펴볼 수 있다. 실제 경영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경험하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질문을 발견하게 해 준다. 맡기는 법과 물러서는 법도 그 안에서 연습할 수 있다.


브랜드를 처음 만드는 사람에게도, 오랫동안 이끌어 온 사람에게도 다음 단계는 낯설다. 브랜드가 자란 만큼 창업자도 새로운 역할을 배워야 한다.

부모는 대부분의 순간을 리허설 없이 맞는다. 창업자는 그중 몇 장면을 미리 살아 볼 수 있다. 브랜드 부모학교가 필요한 이유는 거기에 있다.

    바울이 텐트를 만들어 팔던 시절로 돌아가, 그와 함께 브랜드를 창업한다면 나는 무엇부터 물어야 할까. [엔텔러키 브랜드] 볼륨 7 『바울이 브랜드 창업을 한다』는 이 엉뚱한 상상에서 시작했다. 소명을 어떻게 일로 옮길 것인가. 고객을 어떤 이웃으로 만날 것인가. 무엇을 만들고, 누구와 함께하며, 무엇으로 성공을 판단할 것인가. 30년 넘게 브랜드를 만들고 가르치면서 풀지 못한 질문들이었다. 나는 이 원고를 20년 가까이 붙들고 있었고, 이번에야 마침표를 찍었다.


   책은 브랜드가 태어나고(BRAND BEGINNING), 자라고(BRAND BECOMING), 뿌리내리고(BRAND BEING), 마침내 브랜드 너머를 바라보는(BEYOND BRAND) 네 단계를 열 개의 장으로 따라간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부르신 일을 찾다." "고객을 타깃이 아니라 이웃으로 만나다." "차별화는 더하는 것이 아니라 거절하는 것이다." "매출이 아니라 열매로 평가하라."


    이 책은 읽고 덮는 책이 아니다. 장마다 REVIEW와 WORKSHOP, 그리고 PAUL BRAND STARTUP CANVAS를 붙여 두었다. 읽은 내용을 각자의 브랜드에 직접 옮겨 보기를 바라서다. 책에 담은 프레임워크도 모두 열어 두었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는 말씀 앞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 일과 신앙이 따로 노는 것 같아 불편했던 그리스도인 창업자에게, 나는 바울이라는 오래된 동업자를 소개하고 싶다.

바울에게 브랜드를 묻다


《뉴스위크》 2001년 10월 29일자 특집 「미래의 교실(The Classroom of the Future)」에는 스티브 잡스의 이런 말이 실렸다.

"학생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낼 때 배움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교사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좋은 선생님을 만나 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소크라테스와 오후 한때를 함께 보낼 수 있다면, 제가 가진 모든 기술을 기꺼이 내놓겠습니다."


잡스에게 소크라테스가 있었다면, 내게는 바울이 있었다. 이 기사를 읽은 뒤, 나는 바울을 만나고 싶어졌다. 특히 궁금했던 것은 그의 직업관이었다. 그는 텐트를 만들며 복음을 전했다. 그 믿음은 일하는 방식에 어떻게 드러났을까?


텐트를 만들 때 마진은 얼마로 정했을까? 텐트의 고객은 서민일까? 귀족일까? 자기보다 더 잘 만든 텐트를 보면 벤치마킹했을까, 아니면 자기 스타일을 지켰을까? 텐트를 판 뒤 무상 수리는 언제까지 해 주었을까? 더 좋은 원단을 더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곳을 찾았다면, 기존 거래처와의 관계는 어떻게 정리했을까? 신앙은 좋지만 실력이 부족한 일꾼에게는 어떻게 했을까? 고객을 위해 일을 그만두게 했을까, 더 배울 시간을 주었을까? 텐트를 팔아 번 돈은 모두 사역에 썼을까, 노년을 위해 얼마쯤 남겨 두었을까? 디모데에게는 텐트 만드는 법도 가르쳤을까?


성경에 구체적인 답이 기록되어 있지는 않은 질문들이다. 얼핏 지엽적이고 세속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질문 앞에서 믿음이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여러 번 무너졌다.


그 질문들을 품고 나는 바울을 만났다. 얼굴을 마주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편지를 읽으며 대답을 들으려 했다. 바울처럼 일하며 복음을 전하고 싶었고, 모라비안 형제단과 바젤 선교회의 이름을 따서 첫 회사의 이름을 '모라비안바젤'이라고 지었다. 나름대로 바울의 신학을 경영학에 합금해 보려 했다. 그 시도는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돌아보면 실패와 실수, 때로는 포기가 이어졌다.


지금 바울을 만난다면 이렇게 묻고 싶다.

"바울 사도님, 만드신 텐트를 브랜드로 키워 보면 어떨까요?"

바울은 아마 이렇게 되물을 것 같다.

"브랜드가 무엇입니까? 그리고 왜 텐트를 브랜드로 만들어야 합니까?"


이번 책 『바울에게 브랜드를 묻다』는 그 되물음에 대답하려고 쓴 책이다. 바울의 편지에서 시작해 대표라는 자리, 함께 일하는 사람, 그리고 끝내 무엇을 남길 것인가까지, 서른 개의 장에 그 대답을 적었다. 《엔텔러키 브랜드》 볼륨 7 『바울이 브랜드 창업을 한다』에 앞서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바울이 브랜드 창업을 한다』가 '어떻게 창업할 것인가'를 물었다면, 이 책은 그보다 먼저 물어야 했던 질문으로 돌아간다.


나는 왜 브랜드를 만드는가. 브랜드를 키우는 동안,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변해 가는가.

그리고 나는, 누구의 브랜드가 되어 가는가.

타스의 브랜드 편지는 시즌 1 [유니타스브랜드], 시즌 2 [엔텔러키 브랜드], [아내가 창업을 한다], [브랜드의 탄생], [거리에서 브랜드를 배운다]를 비롯해 지금까지 발행한 브랜드 관련 서적과 자료, 그리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작성됩니다.

브랜드를 쉽게 이해하고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구독자님의 브랜드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혹시 궁금한 점이나 더 깊이 알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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