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튼토마토_100점 #요리 #직업_드라마 

요리를 소재로 하는 콘텐츠는 많지만, 누군가의 ‘죽음’에서 시작하는 드라마는 흔치 않은 것 같아. 잘 나가던 셰프 카르멘이 형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가족 식당을 인수하면서 시작하는 이 드라마처럼 말이야. 카르멘은 최고급 요리 학교와 레스토랑을 거치며 몸에 밴 모든 시스템을 버리고, 자유분방하고 제멋대로인 직원들을 다스려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해야 해. 시카고의 오래된 이 주방에는 투철한 직업 정신이나 예술 작품 같은 요리는 없어. 대신 하루치 노동을 견디는 고단함과 ‘오늘 저 XX 내가 찌른다’는 지독한 동료애(!)가 가득하지. 카르멘의 고군분투 덕분인지 작품은 로튼토마토 신선도 100%를 기록했고, 배우 ‘제레미 알렌 화이트 Jeremy Allen White’는 이 작품으로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어. 시즌 2는 올해 6월에 훌루 Hulu에서 공개된다고 하니, 한국에서도 얼른 볼 수 있기를!

카르멘이 물려받게 된 식당 ‘더 비프 The Beef’는 체계도 없고 불친절하며, 비즈니스와 재무상태는 엉망진창이야. 카르멘 눈에는 그저 오합지졸 같은데, 업계에서 받는 존경과 인정은 기대조차 못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카르멘은 형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지 못한 채, 매일 밤 악몽을 꾸면서까지 가게를 포기하지 않는 걸까?

카르멘의 화려했던 이전 경력이 마냥 좋았던 것만은 아니야. 번지르르한 레스토랑은 사실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뎌내야만 했던 환경이었어. 인격적인 모독을 서슴지 않는 상사가 있는 이전 직장에 비하면 ‘더 비프'는 FXXK이 난무할만큼 거칠어도 인간적인 곳이었지. 적어도 직원들은 ‘더 비프’와 카르멘을 각자의 방식대로 존중하니까. 그래서 카르멘도 무의식적으로 시카고의 삶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싶어.

이탤리안 엿 정도는 일상적으로 날리는 인간적인 주방

카르멘이 가게를 포기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형에게 끝내 인정받지 못했던 카르멘의 정복심이 아닐까 싶어. 형 마이키는 같은 요식업계에서 승승장구하던 카르멘에게 칭찬과 인정의 말 한마디 없이, 죽기 전에는 연락도 뜸했었어. 당최 형이 왜 자살을 한 것인지, 발도 못 들이게 하던 가게를 왜 자기에게 물려준 것인지, 식당 운영은 왜 거지같이 했던 것인지… 의문투성이인 상황에 대한 답을 찾아내고, 상황을 해결함으로써 죽은 형의 인정을 받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혹시 주민님도 죽을 것처럼 힘들지만 포기하는 것보다 밀고 나가는 것이 정답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을지, 그 원동력은 무엇이었을지 궁금해.

형 마이키가 죽지 않았다면 이렇게 따뜻한 미소로 카르멘을 인정해줬을까

도시 속에 놓여 있는 동물 우리, 곰을 마주하는 카르멘 그리고 그에게 달려드는 야생 곰. 카르멘이 꾸는 초현실적인 꿈들은 단순히 카르멘의 성이 ‘베어’라서 나오는 장면은 아닌 것으로 보여. 과연 곰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제작진은 곰이라는 은유로 무엇을 말하고자 한 걸까?

사장님이 맛있고 음식이 무서워요

포효하는 한 마리의 야생 곰은 바로 카르멘 자신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일단 삼 남매 모두 성이 ‘베어’이지만, 가족들은 카르멘의 별명을 ‘베어’로 짓고 그렇게 불러. 또한 카르멘의 형, 마이키는 다리에서 투신하여 자살했는데, 카르멘이 꿈속에서 곰을 마주하는 장소도 시카고의 어느 다리야. 형의 죽음 이후 그의 유산을 일궈내며 점차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것을 꿈 장면으로 함축한 것으로 생각해.

<그들이 사는 세상>, <괜찮아 사랑이야>, <우리들의 블루스> 입체적인 캐릭터와 주옥같은 대사로 두터운 팬층을 지닌 노희경 작가의 2018년 작 <라이브>는 지구대에서 일하는 경찰들을 조명한 시리즈야. 박진감 넘치는 경찰들의 액션이 아닌 사람 냄새 진한 지구대의 일상을 그려냈지. 일촉즉발의 사선에서 정의와 상식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찰들을 보고 있노라면 안전했던 오늘 하루를 감사하게 된달까… 제복만 입었을 뿐 그저 평범한 인간일 뿐인 그들과 우리의 삶을 응원하며 추천할게!

볼 수 있는 곳

디즈니+

장르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