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모든 사람이 No라고 해도 자신의 가치관과 다르다면 끝까지 Yes를 외치는 왕 고집쟁이, 정환희님과 인터뷰 박예림: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정환희: <글목일기> 구독자님들 안녕하세요. 저는 모든 사람이 No라 해도 제 가치관과 다르다면 끝까지 Yes를 외치는 왕 고집쟁이 정환희입니다.
박예림: 먼저 전 인터뷰이셨던 신희님의 질문으로 시작할게요. 자신에게 죽음이 다가오기 전에, 어떠한 준비를 하고 싶나요?
정환희: 마침 제가 최근에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서 거창한 계획을 세웠어요. 이 계획에 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웃음) 일단 저는 비출산주의자에요. 자식을 낳을 생각이 없기 때문에 제가 별 이변 없이 죽는다면 주변 사람들은 이미 죽었거나, 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을 테지요. 이렇게 죽으면 저를 기억할 사람이 없잖아요. 하지만 저는 많은 사람에게 남아있고 싶고 제 추억들을 공유하고 싶어요. 그래서 웹사이트를 만들어 어릴 적 앨범부터 영상, 글 등 저의 모든 기록과 흔적을 담을 거에요.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만큼 재밌는 콘텐츠로 만든 후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갖은 수단으로 홍보할 것입니다. 요즘 시대 혹은 미래에 홈페이지는 사라질 위험도 적고 방문하기도 쉽잖아요. 그렇게 저를 단단히 남기고 죽고 싶어요. 제가 최초로 이걸 시행하고 싶은데 아직 죽을 날이 한참 남아서 아주 조금은 아쉬워요. 7~80년이 흐르고 나면 홀로 사라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늘어나 이런 서비스가 성행일지도 모르겠어요.
박예림: 죽음을 웃으면서 맞이할 수 있을까요?
정환희: 늙어가는 것과 죽음이 싫었는데 그럴수록 미션을 부여하면 좋을 것 같아요. 20대, 30대 등 나이대 별로 ‘그때만 할 수 있는 OO을 해야지!’처럼 목표를 세워두면 그에 대한 기대와 함께 나이가 들고, 죽음을 향해 가는 두려움이 줄어든다고 생각해요.
박예림: 현재 나이에 맞는 미션이 있나요?
정환희: 지금은 아직 젊고 건강하니 뭐든 할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해서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하지만 직업을 가져야 하는 시기이니 최대한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해서 (제발 꼭 부디) 성공적으로 발판을 마련하는 게 미션인듯해요.
박예림: 죽기 전에 끊임없이 기록을 남길 것이라고 했는데 평소에도 기록을 좋아하는 편인가요?
정환희: 네. 정확히 21살부터 기록해왔어요. 지난 기록들을 꺼내볼 때 추억이 되고 재밌더라고요. 최근, 고등학생 때 자주 간 분식집 이름이 기억이 안 나는 거예요. 당시에는 기록을 전혀 하지 않아서 찾을 수도 없고 그걸 잊다니…. 제 기억력을 불신하고 더 열심히 기록을 다짐했어요.
박예림: 기록한 후 다시 기록물을 보고 회상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건가요?
정환희: 기록을 하는 과정도 물론 재미있어요. 상황마다 여러 코멘트를 붙이는 것도 재밌고 알맞은 글을 쓰는 것도 재밌지만 기록을 시작한 이유는 추억 때문이에요. 과거의 기록을 보면 말투나 쓴 내용이 어리고 어색하기도 해요. 시간이 더 지나고 들여본다면 모든 것이 마냥 귀여울 것 같아요.
박예림: 환희님은 글목일 2기에 이어 글목일 6기를 신청해 주셨고, 글목일 6기에 새롭게 도입된 북토킹 3회 모두 참석해 주셨잖아요. 글목일 2기와 글목일 6기를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이 있나요?
정환희: 일단 북토킹이나 이런 인터뷰가 추가된 점이 가장 달라진 점 같아요. 글목일을 다시 신청하게 된 이유기도 하고요. 2기에도 줌 모임이 한차례 있었는데 당시에 시간이 안 맞아 참여하지 못했어요. 모임이 끝나고 카톡을 보니 다들 즐거워 보여서 아쉬움이 남았어요. 이번엔 어쩌다 보니 북토킹 출석왕이 됐는데 확실히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내적 친밀감이 싹 텄습니다. 서로에 대해 알아가며 흥미로운 시간이었어요. 통하는 부분도 많았고 다르면 다른대로 흥미롭고, 일단 재밌었어요. 이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다만 글목일 2기에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단체 카톡방이 있지만, 이번 기수는 어플 밴드를 통해 글을 공유하다 보니 카톡방을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됐어요. 평소에 사담을 나눌 시간이 적었던 점이 아쉬워요. 오히려 2기에는 카톡으로 글도 보내고 대화를 했는데 글을 읽는 중간에 사담이 이어지면 집중하기 어려웠어요. 중간지점을 찾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저번 기수에 글목일(목요일)이 되면 글을 쥐어짜 냈어요. 매주 쓰긴 했지만 급조한 느낌이라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이번 기수엔 일상에서 떠오르는 주제도 많았고, 그럴 때마다 끄적여 둔 몇 문장을 하나의 글로 끝맺는 식으로 변화를 줬어요. 평소에도 뭘 자꾸 쓰긴 하지만 주제만 정하고 한 두 문장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글목일이 문장을 글로 완성하는데 도움이 됐어요. 써보니 글목일이나 저나 여러 방면에서 달라진 것 같아요.
박예림: MBTI 글쓰기 유형에 관해 이야기 했던 북토킹이 기억에 남는데, 환희님의 MBTI는 무엇인가요?
정환희: 뜨거운 논쟁을 즐기는 변론가 ENTP입니다.
박예림: 자신의 MBTI 성향이 글쓰기에 드러난다고 생각하나요?
정환희: 완전 엄청 너무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T 중의 T라, 제 성향이 글에 드러나는 지 글목일 클럽원에게 물어도 모두 그렇다 할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제 글에는 모두 주장이 있거든요. 여태 써온 글도 대부분 어떤 문제를 지적하거나 이렇게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게 많고, 심지어 개인적인 경험을 쓰는 글도 마지막에는 주장과 함께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회의 민감한 부분을 꼬집는 것을 좋아해 딱 ‘뜨거운 논쟁을 즐기는 변론가 형 글쓰기’ 같아요. 이성적인 건 말할 것도 없고요.
다른 클럽원의 글을 읽으면 다른 건 몰라도 T인지 F인지 맞출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 T는 주제의식이 비교적 확실하고 F는 글 전체의 분위기가 그 사람의 감정을 반영한 느낌이에요. T는 근거를 덧붙이는 경우가 많고 F는 감정표현이나 장면에 대한 묘사가 더 세세하달까. 이렇게 글만 봐도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게 글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박예림: 감정형 F의 글인지, 사고형 T의 글인지 알 수 있는 게 재밌고 신기해요. 사고형 T인 환희님은 글을 쓰기 전에 기승전결을 염두하고 쓰는 건가요?
정환희: 그렇진 않아요.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기승전결이 갖춰져요. 일단 생각나는 것을 막 적어두고나서 앞부분에 나오면 좋을 것 같은 부분은 옮기고, 끝에는 마무리되는 느낌을 주고 이런 식으로 배치하다보니 기승전결이 생기게 되더라구요.
박예림: F 유형의 글을 읽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정환희: F의 글을 읽으면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정이 다채로워서 놀랄 때가 많아요. 저는 걸을 때 앞만 보고 걷고, 소소한 감정을 잘 못 느끼거든요. (웃음) 글목일 클럽원의 글을 읽으면 걷다가 구름을 보고, 꽃을 보고 느낀 몽글몽글한 느낌의 글을 쓰더라구요. 그게 너무 신기해요. 저는 그냥 ‘예쁘다!’ 하고 끝이거든요. 이렇게 다른 점이 오히려 서로의 글에 흥미를 주는 것 같아요.
박예림: 환희님의 글은 딱딱하지 않았는데, '명예 소방관 스타일을 좋아했기 때문에', '드라마 주인공이 되는 나. 나, 나, 나. 모든 상상의 주인공은 나야 나 ~', '바겐세일에서 물건 사듯 학보사 수습기자가 됐다.’와 같은 감질 맛나는 표현 덕분이라 생각해요. 이런 재치도 타고난 감각인가요?
정환희: 최근에는 읽는 사람의 관점을 생각하게 됐어요. 예전에는 문제에 대한 글을 쓸 때, 화가 난 상태로 논리 펼치기에 바빴다면 이제는 읽는 사람도 편안한 글을 쓰고 싶어졌어요. 제 글을 읽고 재밌다고 생각해준다면 저도 신이 나서 더 열심히 쓰게 될 것 같고요. 글목일 밴드에서 '재밌어요' 표정이 달리면 특히 기분이 좋습니다.
박예림: 글목일 6기를 신청하며 다른 클럽원들에게 묻고 싶은 것을 적어주셨습니다. 그 질문을 환희님에게 하려고 해요. 돈, 명예, 자유 중 인생에서 가장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요?
정환희: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서서히 바뀐 것 같아요. 어릴 땐 막연히 부자가 되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자라면서 저의 말과 가치관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귀 기울여주고 좋은 영향을 끼치려면 돈보다는 명예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이 생각에 동의하지만 ‘그게 내 자유보다 소중할까?’라고 생각하면 아닌 듯 해요. 그래서 자유를 선택할래요. 삶에 정답을 정해두거나 얽매이지 않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유로운 삶 같아요.
박예림: 다음 인터뷰이에게 하고 싶은 질문은 무엇인가요?
정환희: 저는 하기 싫은 일은 최대한 피하고, 하고 싶은 일을 최대로 하며 살고 싶어요. ‘하고 싶은 일로 평생을 먹고살 수 있을까?’, ‘먼 미래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의 생각도 궁금해요. 그래서 ‘10년 후 무엇을 하며 밥벌이하고 있을까?’를 질문하고 싶어요. 일곱 번째 인터뷰를 마치며 인터뷰에서 언급되었듯이 환희님은 출석왕이다. 단 한 번도 빠짐없이 글을 쓰고 제출했으며, 북토킹 3회 모두 참여했다. 클럽원 중에서 나와 가장 많은 대화를 했으며, 가장 많은 글을 공유한 사이이기도 하다. 왠지 모를 내적 친밀감과 자신감을 가지고 그와 인터뷰를 하기 전, 그의 답변을 예측했다. '모든 사람이 No라고 해도 제 가치관과 다르다면 끝까지 Yes를 외치는 왕 고집쟁이 정환희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할 때부터 나의 예측은 빗겨나갔다. 그와 대화를 하며 흥미로웠던 부분은 비슷하면서 다르다는 점이다. 같은 책을 읽었지만 기억하고 있는 부분이 달랐고, 비슷한 취미를 가졌지만 흥미를 느끼는 포인트가 달랐다. 그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내가 클럽원에게, 클럽원이 내게 가장 많이 한 말은 ‘비슷하면서 다르다. 그래서 재밌다.’라는 말이다. <글목일기> 구독자 모두 비슷한 마음이길 바란다.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문장에 멈춰 공감과 호들갑을, 자신과 다른 생각에 멈춰 새로움을 즐기길 바라며 일곱 번째 인터뷰를 마친다. 오늘의 글목일기는 여기까지 구독자님, 우리 다음주에도 건강히 또 만나요! 글 쓰는 목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