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우리 친구들이 겪는 문제 중에 하나인데요. 원가정과 세대분리가 되지 않은 상태면 1인 가구가 아니라 원가정과 가구 수가 묶이기 때문에 부모 소득이 기준이 되는 거예요. 부모에게 소득이 있으면,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거죠.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해도.
하은 : 부모님 소득이 좀 있으세요. 그래서.
장희 : 그럼 혼자서 다 해내고 있는 거네요.
하은 : 네, 그냥 나올 때도 아무것도 없이 나와서, 힘들긴 해요.
| 그런데 좌절하지도 않고, 계속하고 싶은 게 뭔가 이런 걸 막 찾고 있는 거예요? 태권도 사범 말고 다른 건 또 뭐해보고 싶어요?
하은 : 음, 워홀을 가거나, 대학에 다시 들어가고 싶어요. 프로그래밍 쪽이나, 가능하다고만 하면, 우주 공학 쪽. 공부하고 싶어요.
| 태권도 사범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우주 공학도가 되고 싶어졌어요? 왜요?
하은 : 원래 우주나 이런 거에 관심이 많아서, 공부를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좋아해요, 별자리 막 이런 거.
장희 : 근데, 제가 오늘 오기 전에 고민을 나누고 어른으로 이야기를 하고 하는 걸로 알고 와서,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생각이 많았는데, 와서 이야기 나눠보니까 걱정이 안되네요. 뭔가 자꾸 하고 싶은 게 생기고 있는 상태인 것 같아요 지금.
하은이는 지금 돈이 목적이 아닌 거 같기는 한데, 하고 싶은 걸 찾는다는 거에도 돈을 목적에 두었다면 지금 주말에 인터뷰하러 오지도 않았을 거고.
하은 : 맞아요. 돈이 걱정이 없을 수는 없는데. 불안한 것도 많고요. 근데 제가 항상 목표로 하고 있는 건, 재미있고 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좀 행복의 빈도가 좀 많아질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 요즘은 어떤 것 같아요, 그 행복의 빈도가?
하은 : 음, 많이 없어요.
장희 : 이런 생각을 저도 되게 많이 했어요. 그래서 지금 이 일을 시작한 거예요. 다들,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하지 않나요? ‘아, 이렇게 살아서 뭐 하나.’ 하는. 특히 청소년기 때. ‘내일도 오늘 같으면 더 살아서 뭐 하겠어. 이런 재미없는 세상에서.’ 하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게 바뀌었던 게 대학교 졸업하기 전이었어요. 대외 활동으로 한일 문화 교류 동아리를 했는데, 일본 교포분들이랑 만나서 춤을 췄어요. 한일 문화 교류의 날 이런 걸 같이 준비하면서 3개월 정도 같이 춤을 췄죠. 그리고 청계천 광장이랑 시청 앞 이런 곳에서 연습한 공연을 하고, 다 같이 뒤풀이를 갔는데 눈물이 팍 터지더라고요.
하은 : 어, 왜요?
장희 : 모르겠어요. 갑자기 군 제대하고 감수성이 메말랐다고 생각했는데, 3개월 동안 몰두해서 사람들과 고생하면서 연습했던 그 기억에 눈물이 났나 봐요. 아,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고, 앞으로도 내가 이런 기분을 계속 느끼면서 살고 싶다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래서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지금 하는 일이 문화 예술이다, 하면서 되게 예뻐 보이지만. 결국 예쁜 막노동 같아요. 힘을 엄청 들여야 하는. 근데 하면서 되게 행복해요. 내가 땀 흘린 만큼 정직하게 돈을 벌고 있고, 이 일을 통해서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나도 행복을 느끼고 싶었는데. 이 일을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행복을 함께 나눌 수 있으니까,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돈이 안 되는 데도 계속 뭔가 새로운 걸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랑 행복하게 이걸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하은 : 와, 좋은 것 같아요.
장희 : 오늘 만나 본 하은 님을 보니까 뭔가를 계속 이제 시도하실 것 같아요. 뭔가 본인이 끌리는 걸 계속할 텐데, 좋아하는 것을 시도하다 보면 계속 삶이 연결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면 진짜 딱! 꽂히는 게 분명 생길 거예요.
하은 : 감사합니다. 진짜 그랬으면 좋겠어요.
| 뭔가 장희 대표님 말씀하시는데, ‘아, 이분은 행복을 찾았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 드네요.
장희 : 그런가요? (하하) 제가 진짜 이것저것 많이 했는데, 노래도 두 곡을 발매했어요.
하은 : 와 진짜요?
장희 : 쑥스럽지만, 직접 음악을 만들었는데. 어느 날 아이와 함께 누워서 아이를 재우고 있는데, 아이를 보면서 그때 딱, 내 삶의 의미를 찾은 것 같았어요. 머릿속에 멜로디 라인이 막 떠오르는데, 그걸 막 흥얼거렸거든요. 그때 잠에서 깨어난 아이가 으앙 하는 소리를 음원에 그대로 담았죠. 그 모든 순간이 제가 삶을 살아가는 이유, 삶의 의미가 아닌가 싶었어요.
| 아기 옹알이가 처음에 들어가는 노래죠? 그런 스토리가 있었군요. 아주 멋졌습니다. 우리 하은이의 삶의 의미는 뭐예요?
하은 : 음.. 음....
| 질문이 조금 어렵지요?
하은 : 네, 근데. 음. 삶의 의미나 이런 건 아직 잘 모르겠고. 그냥 나중에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가진 게 많든 적든 제가 받은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세상에 돌려주는 그런 거. 그런 삶을 살고 싶어요.
장희 : 그럼, 지금 더 많이 받아야겠네요!
| 그렇네요. 받은 만큼 돌려주는데, 지금 많이 받을수록 나중에 많이 돌려줄 테니까요.
하은 : (하하) 네, 그래야겠어요.
| 하은이가 우리 매거진 신청할 때, 고민을 나눌 어른이 없다고. 글을 남겨줬어요. 하은이는 고민이나 걱정을 그럼 누구랑 나누고 있어요.
하은 : 그냥, 혼자 해결하는 것 같아요. 걱정 같은 게 있으면 혼자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하고요. 너무 어렵거나 힘들거나 하면 그냥 걸어요. 걸으면서 또 생각하고. 근데 예전에도 그냥 혼자서 다 해결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 원가정에 있을 때도요?
하은 : 네. 그냥, 너 알아서 잘해라. 이런. 네.
장희 : 두 분 다 맞벌이를 하셨어요?
하은 : 아니오. 아빠만 일하셨고, 엄마는 가정주부셨는데. 음, 그냥 일이 많다 바쁘다 하면서 늘 집에 안 계셨어요. 방임? 방임이었어요. 그래서 혼자서 그냥 다 했던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