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85 December 3, 2024 올해 11월 서울 삼청동에 문을 연 서점 커리큘럼 Curriculum 입구에는 '북 Book, 키친 Kitchen, 가든 Garden'이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서점과 부엌, 정원이 결합된 이 공간은 오픈과 함께 첫 주제로 'The Manner of Girl'이라는 흥미로운 테마를 선보였어요. 뉴진스가 표지를 장식한 매거진부터 프랑수아즈 사강 Françoise Sagan의 책까지, 남다른 취향을 지닌 한 소녀의 서재를 구현한 듯한 큐레이션은 궁금증을 자아내며 사람들의 발길을 삼청동으로 이끌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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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큘럼'의 대표 오선희 디렉터는 패션 매거진에서 에디터로 경력을 시작해 가방 브랜드 바이에딧 byEdit을 론칭하고, 독립 출판사 포엣츠 앤 펑크스 Poets & Punks를 선보이는 등 근사한 취향과 관점이 바탕된 행보로 많은 팬을 지닌 인물이기도 합니다. SPREAD by B(스프비)와 만난 그는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브랜드로 '독립 정신'을 지닌 패션, 공간, 아티스트에 대해 들려줬어요.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며 사람들에게 영감을 선사해 온 에너지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알 수 있었죠. 새로운 공간을 통해 또 다른 여정을 그려가고 있는 오선희 디렉터의 이야기를 이번 주 스프비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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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BRANDS INFLUENCED YOU THE M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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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 철학을 비즈니스로 이어가는 태도 '꼼데가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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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 Rei Kawakubo가 이끄는 패션 브랜드 꼼데가르송 COMME des GARÇONS은 창조적이고 멋있는 디자인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브랜드의 미덕은 단순히 독창적인 옷을 선보이는 데 국한되지 않아요. 꾸준히 젊은 창작자와 협업하며 플레이 Play 같은 라인을 전개하고, 편집숍 도버 스트리트 마켓 Dover Street Market을 통해서는 동시대의 다채로운 브랜드와 호흡하고 있죠. 반세기가 넘는 역사 동안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자신들의 철학을 상업적으로 구현하는 등 닮고 싶은 부분이 많은 브랜드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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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자리한 구 드 존 Goût de Jaune은 저의 단골 와인바이기도 한데요. 이곳에서는 오직 프랑스 쥐라 Jura 지역에서만 생산된 와인을 맛볼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굉장히 무모한 비즈니스 방식이에요. 와인을 만드는 지역 중에서도 쥐라는 작은 규모에 해당하고, 품종 또한 한정되어 있어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와인은 아니니까요. 이곳의 오너인 미우라 쇼헤이 Shohei Miura는 어쩌다 쥐라 와인과 사랑에 빠져 이런 와인바를 운영하고 있을까 싶었죠.(웃음)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향한 그 용기와 집념에 많은 자극을 받았어요.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저에게 큰 행복을 선사하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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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ût de Jaune, Aya Kawach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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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 같은 감성을 품은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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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Hermès 또한 세계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지만 여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귀감이 돼요. 개인적으로는 이 브랜드의 천진난만한 감성을 좋아해요. 많은 사람들이 에르메스의 특정 아이템에 집중하느라 이들이 전개하는 쇼윈도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환상적인 동화 속 세계를 펼쳐놓은 것 같거든요. 이처럼 사랑스러운 컬러를 과감하게 사용하거나, 장난감 같은 아기자기한 액세서리를 선보이는 것도 많은 영감을 주고요.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꼽히지만 여전히 동화 같은 감성과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동을 선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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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론 북스 Donlon Books는 런던 브로드웨이 마켓에 위치한 독립 서점이에요. 이곳의 큐레이션은 카운터 컬쳐 counter culture나 퀴어 문화 등 철저히 오너의 취향과 관점을 따라요. 대형 서점처럼 많은 책을 취급하는 것도, 아름다운 아트북만 다루는 것도 아닌데 멋지게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웠죠. 특히 런던 사람들에게 돈론 북스는 그 존재만으로도 중요하게 여겨지더군요. 개인의 취향이 담긴 공간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분위기가 부럽기도 했고요. 돈론 북스의 행보에서 용기를 얻어 '커리큘럼'을 오픈한 것이기도 해요. 서울에도 자신만의 취향이 담긴 크고 작은 서점이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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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한 젊음에 대하여 '뉴 오더'와 '클로에 세비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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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록 밴드 뉴 오더 New Order의 오랜 팬이에요. 작년 9월 코펜하겐에서 열린 공연에도 다녀왔죠. 당시 슬럼프로 살짝 힘들었는데, 뉴 오더의 리더 버나드 섬너 Bernard Sumner의 여전한 모습을 보고 세월이 흐른다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저렇게 좋아하는 것을 계속해 나가면 되겠다는 힘을 얻었죠. 세계적인 패션 아이콘이자 배우 클로에 세비그니 Chloë Sevigny도 마찬가지고요.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20대의 눈동자를 지닌 아티스트들이 있어요. 단순히 소년소녀 같다고 표현하기에는 아까운 사람들 말이죠. 그들이 지닌 용감한 기운처럼 젊었을 때 했던 것을 꾸준히 하며 앞으로의 시간을 맞이하고자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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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 Order, Warren Jac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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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선희 디렉터가 당신에게 전하는 단 하나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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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있나요?" 저는 최승자 시인의 책을 다시 읽고 있어요. 6~7년 전 친구의 소개로 처음 알게 됐는데 시집만 읽다가 최근 '커리큘럼'을 오픈하며 그가 쓴 에세이에도 관심을 갖게 됐죠. 평소 최승자 시인이 지닌 생각과 철학에 크게 공감해 왔는데 그의 책을 다시 살펴보면서 생각을 환기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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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희 디렉터와의 인터뷰는 아래 영상에서 전체 내용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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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금요일에는
화요의 20주년을 기념한 브랜드 북
<북 오브 소주>를 다룬
스페셜 레터로 한 번 더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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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B
35 Daesagwan-Ro
Yongsan-Gu, Seoul, Korea, 0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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