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편집을 찾아서> 김영훈 편집자
책은 사람이 만듭니다. 
보름유유는 책의 세계를 궁금해하는 독자께 다양한 책과 사람 이야기를 전합니다.
가끔은 유유책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전합니다.

보름유유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뱅디터 정민기입니다. 원래 5월이 이렇게 시원했던가요? 저는 선선한 날을 즐기며 출근길에 풀 사진도 찍고, 집에서 봄나물도 무쳐 먹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출판단지의 나무들은 풍요롭고, 한 팩에 2,000원 하는 동네 마트 두릅은 은혜롭고요. 봄을 봄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날들이 참 좋습니다. 구독자 여러분도 각각의 봄을 만나시고 있기를 바라요. 곧 여름이 땀 흘리는 얼굴을 들이밀 테니까요….


또 5월은 노동절이 있는, 우리의 ‘일’을 돌아보기 좋은 달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유유도 일에 관한 책 『자기만의 일』『일의 말들』을 출간했어요. 일이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일하고 또 해야만 하는지 곰곰 생각해 보는 시간을 보냈고요. 그러다 보니 다른 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일하고 계신지도 더 궁금해지더라고요.


이번에 만나 볼 분은 2024년 채널예스칼럼 <김영훈의 잃어버린 편집을 찾아서>를 연재한 다산북스 김영훈 편집자님입니다. 연재 당시 칼럼을 읽으며 이렇게 출판 노동의 여드름(?)을 시원하게 짚어주는 분이 있구나 싶었는데, 직접 만나 출판이라는 노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왔습니다. 지금의 일을 되짚고 미래의 일을 고민하는 이야기, 들어 보시겠어요?

관성적으로 일을 하는 순간 일의 의미가 사라지는 같아요

다산북스 편집자 김영훈

뱅디터 작년 여름, 파주출판단지로 향하는 2200번 버스에서 편집자님이 채널예스에서 연재하신 <김영훈의 잃어버린 편집을 찾아서>를 처음 읽었던 기억이 나요. 졸린 눈을 비비며 조금이라도 더 잘까… 아니면 밀린 업무를 미리 정리해 놓을까… 하던 중 편집자 친구가 읽어 보라고 칼럼 링크를 보내 줬거든요.

무심코 눌러서 읽다가 잠이 확 깼었어요. 너무 재미있어서요. 1화로 연재된 ‘판권면’에 대한 글이었는데, 여러 출판사의 판권면 유형을 최대주의형, 최소주의형, 백과사전형 등으로 나누신 게 너무 흥미롭더라고요. 재밌기도 했지만,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판권면(간기면)이라는 주제를 통해 출판 노동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특히 좋았고요. 소위 출판 베테랑들의 이야기에서는 잘 접하지 못한 주제라는 느낌이었어요.

출판계의 가려운 부분을 이렇게 위트 있고도 세세하게 다뤄주신 이 분은 누구일까 궁금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었네요.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영훈 저는 다산북스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김영훈이라고 합니다. SNS에서는 ‘무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고요. 보름유유 뉴스레터에 샛별 같은, 기라성 같은 출판계 분들이 많이 나와서 저 같은 필부가 나와도 되나 싶긴 했는데… 사실 출판계에는 그런 분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되게 다양한 분들이 또 있잖아요. 또 한 명의 출판 노동자 이야기라고 생각해 주시고 인터뷰를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우선 <잃어버린 편집을 찾아서>를 처음 연재하시게 된 계기가 좀 궁금해요. 칼럼에 달린 댓글을 보니 X(트위터)에서도 글을 봤는데 반갑다는 말도 있더라고요. 처음에 어떻게 연재를 시작하게 되셨는지 또 어떤 이야기를 칼럼에 담아내고 싶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2024년 초 채널예스의 제안으로 8회 분량의 연재를 시작했어요. 2023년 연말, 채널예스에서 크로스 인터뷰라는 제목의 대담 형식 인터뷰 코너가 있었는데, 거기에 제가 참여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현장에서 나왔던 제 출판계 이야기를 아마 채널예스 에디터 분들이 재밌게 들어주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X(트위터)에서도 이런저런 출판계 이야기를 하며 출판 관련 기사를 소개하고 짤막하게 코멘트를 하기도 하니, 그런 부분을 좋게 봐 주셨는지 제안을 주셨고요. ‘잃어버린 편집을 찾아서’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출판 노동에서 비가시화된 어떤 노동들, 특히나 편집자로서 제가 이야기할 수 있는 편집 노동을 꺼내 놓고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칼럼에서 다루신 주제를 살펴보면 판권면, 파주출판단지, 북에디터, SBI 등 평소에 무심코 지나칠 수 있던 출판계의 주제 혹은 문제를 잘 뽑아 전달해 주신 것 같아요. 어떻게 주제를 선정하셨는지 궁금해요.

사실 출판 노동에서의 문제라 함은, 도처에 만연해 있고 항시 산적해 있잖아요. 결국 여러 문제 중 어떤 걸 뽑아서 쓸지에 가까웠어요. 가급적이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 시의성도 있는 주제를 다뤄 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고요. 예를 들면 총선 시기에 맞추어 ‘출판 담론 실종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를 다룬다거나, 정지돈 작가의 소설 속 윤리 문제가 대두되었던 시기에 ‘재현의 윤리와 출판사의 책임’을 다룬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출판 노동에 문제가 항시 산적해 있다는 말에 공감이 가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지? 하며 혼자 되묻게 되는 것 같아요. 비교적 많은 회사를 다녀본 것도 아니고, 또 눈앞의 일에 집중하다 보면 어떤 문제를 구체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넘기는 때도 있는 것 같고요. 편집자님께서는 그 만연한 문제들을 주로 어떻게 인지하시고 기록하신 건지도 궁금해요, 또 그 과정에서 혹 어떤 어려움이 있으셨는지도요.

기본적으로는 제가 경험했던 것들 또는 일을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느꼈던 고민이나 약간의 의구심을 기록했어요. 대체로 그런 의구심이나 고민이 들었던 건 출판계에 만연한 어떤 ‘관성’ 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이렇게 해 왔으니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관성이요. 저는 그런 관성들이 많이 의아하고 낯설고 이해하기가 난망했어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 왜 그래 왔다는 이유로 계속해야 될까. 당신들도 불편하고 나도 불편하고 너도 불편한데. 그렇게 계속된 의아함을 일기나 SNS에 기록해 놓았다가, 주제를 뽑아 엮어 보았습니다.

칼럼에도 썼던 것 같은데, 사실 출판 업무라는 게 출판사마다 다르잖아요. 심지어 팀마다 다르고요. 또 개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하나로 규격화하거나 단순화해서 말하는 게 너무 어렵기도 했어요. 그래서 뽑은 주제를 칼럼 형식으로 풀어내는 것이 약간 조심스러운 면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출판계에서 어떤 게 제일 이상하고 의아하셨어요?
좀 추상적이긴 한데,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니까 뭉개는 것들이요. 그건 때로 연봉일 수도 있고, 편집 업무의 어떤 제도일 수도 있고, 회사의 구조일 수도 있고요. 어떤 불합리를 유지하는 가장 큰 명목으로 들었던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들었던 것 같아요. 우리는 책을 사랑하고, 출판사 직원이고, 너는 에디터니까, 편집자니까 그냥 따라야 하지 않겠냐….


문제를 문제로 포착해 내는 편집자님의 예리한 시선이 저는 참 좋았는데요. 언젠가 추가로 다뤄 보고 싶으신 주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요즘 고민하는 것 중 하나는 '추천사'입니다. 호명사회라고 하잖아요? 누군가 누군가를 호명하고 호명 받아야지만 인정받고 콘텐츠가 팔리는 사회요. 하지만 때로는 추천사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괜찮은지는 모르겠어요. 이 상황을 바꾸려는 시도가 없는 것인지, 불가능한 것인지, 지금의 상황이 출판계에 과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고요.

몇몇 인물들에게 책이 호명되면… 로또 맞은 것처럼 너무나 기뻐하는 상황이지요.

‘픽 미’란 말이에요. 모두가 ‘출판듀스101’을 하고 있는 이 현상이 어떤 시기에는 정말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드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이런 호명사회의 흐름이 출판계만의 문제는 아니긴 하잖아요. 그런데 출판계에서 좀 더 큰 문제로 느끼는 까닭은, 그것만이 전부처럼 느껴지는 상황 때문인 것 같아요. 추천사뿐 아니더리도 불과 1~2년 전만 해도 업계에서 농담처럼 대한민국 최대 출판 마케터라고 부르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X(트위터)나 페이스북에 한 번 어떤 책을 호명하면 다음 날 그 책이 서점 종합배스트 순위에 올라가잖아요. 이게 과연 한 산업이 돌아가는 건강한 환경인지에 대해 늘 고민이 들었던 것 같아요.

물론 추천사가 필요하고 유효한 상황도 있죠. 어떤 추천사가 독자의 마음을 너무나 동하게 해서 책을 사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는 것도 동의하고요. 다만 추천하는 분들이 너무 몰려 있다거나 관성적으로 이 흐름이 이어진다는 것이 문제적이라고 느낍니다.


그 말이 와닿는 것 같아요. 다른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에, 지금 상황을 전부라고 느끼게 되고, 그래서 더 문제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네요.

얼마 전에 밀리의 서재 유튜브를 보니 출판계 분들을 한 분 한 분 인터뷰를 하는 콘텐츠가 있더라고요. 거기에서 흐름출판 박대리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요. 출판 마케팅이 다 똑같다. 그 이유는 어쩌면 관성의 문제인 것 같다. 그럼 왜 관성적으로 움직이느냐 했을 때 일하는 사람들이 이 일을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는 맥락에서 말씀해 주셨거든요.

예를 들면 내가 다른 곳으로 이직할 때 내 포트폴리오로 삼을 만한 게 뭐가 있을지 고민한다면, 늘 하던 대로 카드 뉴스만 만들고 늘 했던 협업 제의만 반복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요. 물론 당연히 마케팅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편집도, 디자인도 똑같겠죠. 출판 업무와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한 번씩 고민해 볼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아요. 내가 관성적으로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저부터도 늘 돌아봐야 하겠지만요.

결국 큰 틀에서 출판업계의 불필요한 관성을 바꿔 나가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 목소리를 보태고 싶으셨던 것이겠지요? 칼럼 연재도 그럴 테고요.
저는 처음부터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겠다는 마음으로 출판업계에 오게 된 사람이 아니거든요. 서비스 업계에서 잠깐 일을 하다가 흘러 들어온 쪽에 가까워요. 소위 말하는 SBI(서울출판학교)나 한겨레 교육 같은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은, 그러니까 ‘길거리’ 출신인 거죠. (웃음) 그러다 보니 일종의 제도권에서 말하는 것들이 더 낯설었던 것 같고요. 흘러들어 왔지만 막상 일을 해 보니 즐거웠어요. 작가와의 만남, 동료들과 함께 책을 만드는 일, 물성을 가진 책으로 독자를 만나는 것도 즐거웠어요.
이 일을 계속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내가 즐겁게 이 업계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려면 제가 의문을 가진 것들을 함께 논의하며 어떤 활로를 모색해 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졌고요. 그런 의미에서 2021년에 출판 소식을 담은 뉴스레터 <무무의 섬>을 연재했던 것, 채널예스 칼럼을 연재했던 것, SNS에 출판계 관련 뉴스 기사들을 공유하는 일을 계속해 온 것 같아요.


또 궁금했던 게, 채널예스 연재에서 본명을 밝히셨잖아요. 다니시던 회사에서 딱히 별다른 말씀 없으셨나요…?

칼럼을 연재할 때는 마침 제가 퇴사했을 때였어요. 그래서 익명으로 하지는 않았고요. 사실 칼럼 연재도 익명으로 하고 싶기도 했어요. 왜냐하면 칼럼에 담은 이야기를 보고 누군가는 네가 뭘 아냐고 할 수도 있고, 이건 답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고, 그냥 일이나 하라고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걱정이 있었죠.

그런데 다른 출판사를 다니는 동료의 말을 떠올렸어요. 이제는 편집자들이 익명성을 벗고 무대로 올라가야 된다. 기라성 같은 분들이나 샛별 같은 분들이 아니더라도 일반 노동자들도 이름을 알리고 뭔가를 해야 한다, 그런 얘기를 해 주어서 이름을 내걸고 연재를 했던 거죠.
보통 뉴스레터에 닉네임을 많이 쓰잖아요. 사실 그때의 효과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좀 더 친근한 느낌도 주기도 하고요. 다만 한편으로는 실명으로만 얻어지는 효과라거나 의미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결국 필요에 따라서 잘 쓰는 게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자기 이름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동료 편집자들을 더 많이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그런데 회사 일로도 충분히 바쁘기 마련이실 텐데요. 뉴스레터를 1년간 연재하시기도 하고, 칼럼도 쓰시고, 읽은 책을 SNS에 활발히 공유하시기도 하시고요. 편집자님이 이렇게 활동하시는 동력은 어디에 있으세요?

출판계의 어떤 활로를 모색해 보고 싶다는 명분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가진 역량을 계속 활용해 보자 하는 개인적인 욕심도 있었어요. 편집자마다 다양한 역량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저는 미문을 쓴다거나 보도자료에 이른바 ‘보도 문학’을 쓸 역량이 없어요. 또 저자님을 스타로 만들어 줄 수 없을 것 같기도 하고요. 제게 편집자로서 무슨 재능이 있을지 그런 고민을 되게 많이 했었고, 지금도 하고 있거든요. 저에게 역량이 있다면, 아카이빙 하는 게 제 역량이라고 생각해요. 그 역량을 계속 활용해 보고 싶었고요. 뉴스레터도 칼럼도 어떻게 보면 그런 맥락에서 해 봤던 시도들인 것 같아요.
듣다 보니, 편집자님이 말씀하신 아카이빙을 가능하게 동력은 무언가를 흩어지지 않게 하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출판계 이야기든 책 이야기든, 흩어지지 않고 기록해서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요. 그런데 바쁜 틈에서 독서 시간은 어떻게 마련하고 계세요?

저도 주변 출판 노동자들에게 가장 궁금한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책을 읽는지예요. 정확히는 어떤 시간에 어떤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책을 읽는지가 때로는 업무 질문보다 더 궁금하기도 해요.

왜냐하면, 정말 읽기 어렵잖아요. 저는 책 읽는 게 정신노동이기도 하지만 좀 더 큰 의미에서는 신체 활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리적인 시간과 물리적인 체력과 물리적인 공간이 모두 갖춰져야지만 종이책을 읽을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점점 책을 읽기가 너무 어려워지고요. 지금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어떤 한 권의 책을 아주 진득하게 깊이 있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줄어드는 상황에 대한 것이고요.

민음사 유튜브에 68권 병렬 독서하시는 분이 나왔잖아요. 정말 그분의 마음이 너무나 공감될 만큼,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병렬 독서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책 읽을 시간 자체를 낸다기보다는 정말 짬짬이 읽는다거나 하고 있고요. 요즘에는 오디오북을 활용한다거나 전자책을 활용한다거나 조금씩 어떤 식으로라도 읽으려고 애쓰는 것 같기는 해요.


직접 편집하셨던 책들 중에 구독자분들께 소개하고 싶으신 책이 있으실까요?

그런 말 있잖아요.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요. 마음 같아서는 지금까지 편집한 책 리스트 만들어서 첨부하고 싶어요….

꼭 한 권을 꼽자면, 제가 올해 초에 편집한 전경린 작가의 『자기만의 집』이라는 소설이 있어요. 사실 2007년에 출간된 책을 새로 복간한 책이에요. 소위 말하는 전경린 작가의 섬세하고 유려한 문장은 둘째 치고, ‘집’이라는 말에 담긴 복합적인 의미가 특히 인상적이에요.

대학생 호은과 처음으로 자기 집을 구옥 아파트로 마련한 엄마 윤선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이거든요. 두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은 물리적인 공간이기도 하지만 여성들이 삶에서 어떻게 자기 내면을 구축해 나가는지, 그 삶의 토대는 무엇인지를 집이라는 단어로 표현해 내고요. 그런 의미에서 너무나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도 꼭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정말 마음 같아서는 이 책의 매력과 장점을 시무 28조로 적어서 깔아놓고 홍대 좌판에서 팔고 싶어요. 근데 그게 아마 법적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업무 시간으로 인정 안 해 주실 것도 같아서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웃음)


소설과 전혀 관계가 없지만(머쓱) 유유에서도 올해 3월 제가 편집한 『자기만의 일』이라는 책이 나왔어요. ‘자기만의’가 들어가서 반갑기도 하네요. 이 책은 서른에 대기업을 퇴사한 저자가, 일 잘한다고 하는 12명의 사람들을 찾아가 물은 내용을 기록한 일종의 인터뷰집이에요. 사실 오늘 나눈 이야기와도 꽤 연결되는 지점이 많은 것 같고요. 어떤 일이든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결국 일을 관성적으로 한다는 것을, 여러 사람의 입으로 전하는 책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편집자님이 생각하시는 일의 의미도 궁금해요. 사실 편집자님이 자주 사용하시는 SNS 자기소개 멘트가 궁금했어요. “오늘도 내일도 북벌을 도모하는 출판편집자”라는 말인데요. 언젠가 블로그에 “편집은 북벌이다”라고 쓰신 적도 있었고요. 편집자님이 생각하시는 북벌은 무엇인가요?

편집과 북벌. 편집 노동이라는 게 제 생각에는 약간 한편으로는 숙련 노동인데 또 한편으로는 숙련이 안 되는 노동인 것 같아요. 어떤 의미냐면, 이 일을 아무리 하더라도 늘어나지 않는 지점들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감각이나 어떤 태도나 어떤 스킬 부분들은 개선되지 않는 것 같기도 해요. 또 한편으로는 회사에 이익을 안겨주는 책을 만들고 싶다고 해도 사실 그게 늘 제 마음처럼 되진 않잖아요. 사실 대체로 실패하거든요. 손익을 넘기지 못한 경우도 부지기수죠.
그렇다면 이 일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이 일을 왜 계속해야 하고, 어떻게 계속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동인을 찾아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또 삼국지를 되게 애정하는 독자거든요. 그때 제갈공명의 ‘북벌’이 떠오른 거죠.

편집이라는 게 어떤 답을 찾아가야 하는 숙명을 과제를 떠안고 있는 것 같아요. 답이 없는 답을요. 답이 없는 답을 찾아가는 바로 그 과정을 통해서 노동의 의미가 생기는 것이고, 이걸 중단하는 순간 의미는 사라지고요. 앞에서 나눈 표현을 빌리면, 관성적으로 일을 하는 순간 일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편집은 참으로 북벌과 닮았다고 생각해요.
일의 목표가 오탈자 하나 없는 천의무봉한 책일 수도 있고, 때로는 종합베스트 순위 1위일 수도 있고, 때로는 작가가 원하는 책을 완벽히 구현하는 걸 수도 있고, 또는 독자가 원하는 니즈를 100% 반영한 책일 수도 있고 다양할 수 있겠죠. 근데 사실 그런 책은 존재할 수 없잖아요(종합베스트 순위는 있어도). 어떠한 기준을 완벽하게 구현한 책은 존재할 수 없는데, 사실 편집은 그걸 구현하기 위해서 애쓰는 과정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편집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이라고 스스로 주문을 거는 작업 같기도 합니다. 


어떤 불가능일지라도 가능을 생각하며, 끊임없이 자기 일의 의미를 스스로 생산하는 것. 지속 가능한 힘을 계속 끌어내 끊임없이 도모하는 것. 결국 자기 일을 어떻게 의미화하고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말로 들리네요.

일반 노동자로서 열심히 일하는 게 단지 회사에게 공헌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업무를 통해 스스로 이 일을 하는 이유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그것을 단순히 이 일에 대한 사랑과 애정만으로는 퉁 칠 수 없고 그 이외의 무언가가 늘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화권을 대표하는 대만 인문학자, 양자오 선생님을 아시나요? 유유에서는 지금까지 양자오 선생님의 책을 무려 27종이나 펴냈습니다. 독자 분들에게 꼭 다시 한번 선생님의 책을 알리고 싶었는데, 이번에 교보문고에서 ‘만나봐요, 양자오’ 기획전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동서양 철학, 고전 역사, 예술, 음악, 고전 등을 아우르는 사통팔달의 인문학자, 텍스트의 내용을 전후좌우상하 흥미롭고도 재미있게 풀어내는 천의무봉의 작가, 유유가 사랑하는 양자오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모르고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쉬우실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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