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격주로 만나요

당신에게 보내는 반짝거리는 문장들

들어가면서
문장줍기를 종종 검색해보면, 각자의 방식으로 문장을 수집한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문장 줍는 마음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첫 번째 문장
보석같은 문장을 만난 순간
그날 저는 평소의 시간 속에 숨겨진 보석을 만난 거죠. 보석을 만난 순간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제가 감히 생 각지도 못하던 생각을 정리해놓은 문장을 만나는 날이면 경외와 질투가 반반씩 섞인 감정으로 그 생각들을 가둬둔 글자들의 조합을 한동안 바라보곤 합니다.
첫 번째 문장은 "문장줍기" 뉴스레터의 제목이 되어준 문장을 작성한 유병욱 작가님의 다른 책에서 가져왔습니다. (원래 문장은 첫 번째 편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소개할 문장도 그렇고, 좋은 문장이 보석같다는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나오는게 신기해요. 좋은 문장은 내 몸을 걸고 새길 만큼 누군가에게 울림을 주나봐요.
최근 저자는 없던 오늘이라는 신간을 냈다 하는데 이 책도 기대중입니다.
두 번째 문장
누구에게나 자욱을 남기는 문장을 찾아서
많은 양의 글을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잠재된 영감과 직감을 건드려줄 몇 줄의 글이 필요할 뿐이죠. 그리고 제 경험상 그러한 글은 (...) 한결같이 누구에게나 자욱을 남겨버리는 필연의 무게가 있는 생명체라는 겁니다. 어떤 문장은 분명히 그러합니다만은 그러나 그런 보석을 발견하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더 한심한 활자들을 뒤적여야 한답니까.
-홍진경의 인터뷰중(출처 미상)
두번째 문장은 홍진경의 문장이라고 합니다. 모델, 사업가, 예능인 외 말고도 글을 잘 쓰는 재능까지 갖추고 계셨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제가 이 문장을 건진건 홍진경의 예능을 다루었던 칼럼, 이승한의 술탄오브 더 티브이에서였는데요, 직접적인 출처를 파악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아마 인터뷰 중 한 말이려나 싶어요.
그는 많은 문장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한편으로 누구에게나 큰 울림을 주는 보석을 찾을때까지 책을 뒤적인다는 것을 보면 틀림없이 책을 많이 읽지 않을까 합니다.
세 번째 문장
문장 알아보는 눈이 밝은 사람
나는 왜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없을까, 나는 왜 빌려 써야만 할까, 하고요. 지금은 알아요. 그런 문장을 발견하는 능력 도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걸요. 직접 만들 순 없지만 귀한 걸 귀하다고 알아보는 눈 밝은 사람. 그게 저의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오랫동안 문장줍기가 아니라 다른 에세이 뉴스레터였으면 좋았을까,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귀한 문장을 귀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딘가 필요하지 않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죠.(땅파서 뉴스레터 씁니다, 는 이러한 제 마음을 정리한 글입니다.) 그냥 그런 문장을 발견하고 싶어하는 것이 제 역할이려니, 하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저자는 사적인 서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눈 밝은 저자가 운영하는 책방이라면 가보고 싶지 않나요. 이번주까지 잠실에서 시즌 2를 운영했고, 곧 시즌 3으로 성산동에 다시 돌아오신다니 그때를 기약해보려 합니다.
네 번째 문장
나와 닮은 문장 하나를 주우려
책을 읽는 일은 어쩌면 나와 닮은 문장 하나를 줍기 위해 종이숲 사이를 산책하는 일 같아요. 내가 만든 숲에는 당신의 얼굴을 닮은 문장이 하나라도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군요.
저는 종종 문장줍기를 네이버나 인스타그램에서 검색해보곤 하는데, 저 문장도 그때 발견한 좋은 문장이었습니다. 이 문장은 인스타 포스팅에 덧붙여진 글이라 한참 찾아 헤맸습니다. 예전에 저자에게 이 글을 꾸는 것에 대한 허락을 받았는데, 이제야 그 문장을 풀어두네요.
책을 읽으며 우리가 찾는 문장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날카로운 통찰일 수도 있지만, 사실 내 마음을 이해받고 싶어 찾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다음 문장을 더 좋아합니다. 저자의 책이 독자들에게 울림을 주길 바라는게 아닌가, 자의적으로 해석해봅니다.
문장술사
자책을 줄이고 싶은 A님
"자기확신"을 강화시켜줄 수 있는 문장들이 있을까요? 지금의 제 모습이 나아지고 싶다가도 어느순간 산송장처럼 며칠 누워있을 때가 있어요. (....) 이렇게 계속 반복하고 있어 심적으로 지치더라고요. 아무래도 제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어 희망을 잃고 자꾸 무기력에 빠지는 것 같아요. 혹시 자기확신을 강화시켜줄 수 있는 좋은 문장들이 있을까요? 있다면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늘 좋은 문장으로 위로 많이 받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지 않을 때 하지 않는 걸 자책하는 대신 할 때 즐겁게 한다. 무언가를 규칙적으로 지속하는 일에 과분한 가치를 두었던 건 아닐까 회고하면서
-오지혜, 오늘의 좋음을 내일로 미루지 않겠습니다.

무리해서 사랑하려고 하시는 마시고, 나랑 비슷한 남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편해져요. 내가 그렇게까지 무례한 생각을 하거나, 말을 할 수가 없거든요.
-짐송, <비혼세: 비혼세배 집밥 해먹기 대잔치 - 52분 45초 경>

결과적으로 자기통제를 잘 해내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자기 통제를 시도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자신과 지나치게 싸우지 않는 사람
-박진영, 여전히 휘둘리는 당신에게

실제로 실패를 겪은 뒤 ‘모두가 이런 실패를 겪으며, 나 또한 그런 한 명의 사람일 뿐’이라고 자신의 약점을 인정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존심이 상하거나 현실을 부정하거나 절망에 빠지는 일 없이 계속해서 덤덤하게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는 발견들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독자님, 마치 제가 6월 한 달 세웠던 목표를 모조리 실패하고 느낀 죄책감을 보는 것 같네요. 처음에 자기 확신에 대한 문장을 고를까 했는데, 어쩌면 이 일을 못한 나를 덜 자책해야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나를 좋아할 수는 없더라도 덜 싫어하려고 노력하면 어떨까요.
좋아할 구석이 없더라도 그냥 저런 사람이 있구나, 라고 멍하니 봐주시면 어떤가요.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한번 직시하고, 그때의 나를 좀 용서해주면 어떨까 합니다. 좋아하는 구석이 없어보이더라도 마냥 좋아하는 대신 덜 싫어하려고 노력한다는 말처럼요.
(참고로 두번째 구절은 원래 "몸"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왠지 기억에 남아서 가져왔어요.)
만약 그럼에도 자기 확신에 대한 문장이 필요하시다면 AS를 요청해주세요.
고군분투하던 중 작은 불빛이 필요한 B님
꿈을 이뤄보겠다고 나름대로 고군분투하고 살았는데 이룬 것은 없고 잃은 것뿐인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주변 사람들은 다들 자기 자리 잡고 잘 지내는 것을 보니 이게 무슨 짓인가 부끄럽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시간의 흐름과 삶이 마냥 무섭고 두려워 움직일 수 없을 때 작은 불빛처럼 느껴질 문장을 찾고 싶습니다.
커리어는 상승곡선이 아닙니 다. 그저 끊어지지 않는 선이죠. 끊어지지 않고 자신만의 방 식으로 이어가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커리어예요.
-박선미, 존재감있게 버티기 위한 커리어 대작전 중(헤이조이스 강연 중)

지금껏 이루어놓은 게 없고 자랑할 것도 없는 인생이라고 스스로를 너무 때리거나 혼내지는 말자. 노력 하고 있다면, 애쓰고 있다면, 제자리를 결국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라고 믿어보 는 것도 괜찮다. 실패로 끝나는 여정이란 없다. 아직 끝 이 아닐 뿐. 그럴 땐 그저 계속 가보는 것이다.

삶이 불확실하고 생소하게 느껴질 때 가끔 이 대화가 떠오른다. 생소한 문제를 마주하는 때야말로 새로운 발견의 기회라는 사실을 상기할 때. 또 멋지게 문제를 풀어내지 못했더라도 계속해서 답안지를 제출해 내는 것이 진짜 시험이란 것을 명심할 때, 절망이 가시고 희망이 찾아온다.
지금 어두운 시간을 지나고 있음에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사연이어서, 문장들을 골라보았습니다. 
위 문장은 헤이조이스에서 한 온라인 라이브 상담의 일부라고 합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좋은 회사, 연봉이 아니더라도 끊어지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커리어를 쌓는다면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죠. 아래 문장들은 유튜버 돌돌콩님의 저서에서 따왔습니다. 그 중 "답안지를 계속 제출하는게 시험이다"라는 이야기가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으심에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있으시리라 짐작합니다. 포기가 안 되는 무언가가 있다면, 천천히, 끝까지 가보세요. 설령 나중에 힘들어 주저앉더라도, 지금까지 온 길에 후회가 남지 않으시도록 말이죠. 작은 응원을 보태봅니다.
독자 후기
이전호 피드백 중 게재를 허락해주신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후기를 남기고 싶으면 피드백에 남겨주세요.
문장줍기를 구독한 후 처음으로 받아 본 뉴스레터였는데 pride month에 관한 내용이라 퀴어로서 마음이 든든해졌네요! 지금 아주 용감하게 겁이 난다는 말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퀴어 구독자님께 마음이 든든해지는 문장을 드릴 수 있어서 좋습니다. 살면서 마주할 크고 작은 상처에 겁을 내지 않을 순 없지만, 그럼에도 내일 하루 덜 겁이 나기를 바랍니다. 제가 "용감하게 겁이 난다"는 말을 많이들 좋아해주셨어요.
덕분에 조소담 대표의 글을 볼 수 있어 좋았어요. 너무 흔하지도 않고 주제랑 상관없이 감성글만 올리는 다른 매체와 문장읽기는 다르다는걸 느낍니다.
제가 지난번에 소개한 문장이 정확히 글은 아니지만, 조소담 대표는 글도 정말 잘 쓰는 분입니다. 이전부터 그의 글을 꾸준히 읽은 사람으로서, 그의 산문집인 당신이라는 보통명사도 추천합니다. 굉장히 섬세한 산문집입니다.
어떤 일을 시작도 하기전에 실패부터 생각하고 지레 겁 먹는 사람, 접니다. 오늘 문장줍기에 소개된 요조님의 '여전히 겁이 나. 그러나 겁이 난다는 사실은 하나도 겁 안나. 루시는 아주 용감하게 겁이 나' 라는 구절에 무릎을 쳤어요. 겁이 많은 성격은 변하지 않겠지만 더는 웅크리지 않을 거예요. 입 밖으로 표현하고, 인정하고, 보듬으면서 앞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이왕 겁 내는 거, 용감하게 내보겠습니다!
실패부터 생각하고 겁먹는 사람 두번째가 접니다:) [입밖으로 표현하고... 나가려 합니다] 이 문장이 좋아서 피드백을 받았을때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우리, 겁쟁이들일 수도 있지만 용감한 겁쟁이가 되어요
-용감해지고 싶은 겁쟁이 발행인 드림
운영 공지
당분간 문장줍기는 격주로 운영합니다. 최근 몇 주간 나누고 싶은 문장이 차오르는 속도보다 제가 고갈되는 속도가 더 빠르다 느꼈습니다.  강박적으로 문장을 모으려고 하는데, 몇 달째 정리를 못하고 쌓이기만 하고 있고요. 하고 싶은 말이 넘쳐서 세이브 원고를 10개쯤 만들면 다시 연재 횟수를 늘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문장줍기의 최종 목표를 묻는 질문에 잘 대답을 못하지만, 일단 제가 세운 다음 목표는 1)백 번째 편지까지는 써보자, 2)연말에 한번 더 독자 이벤트를 해보자. 이 두 가지입니다. 그래서, 무작정 쉬기보다는 천천히 가보려 합니다. 그래도 저는 64호에서도 말했듯 문장줍기를 쓰는 '소얀'이라는 친구를 참 좋아하거든요.러니 여러분, 다음주는 쉬고, 다다음주에 만나요.
이번 문장줍기는 어떠셨나요?
함께 읽고 싶은 문장이 있으신가요?
SENTENCE PICKER
sentencepic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