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멸 대응 사례 탐방기

안녕하세요, 강화쿠키레터가 돌아왔습니다! 👏👏🏽👏🏻

어느새 봄기운이 꼼질꼼질 거리고 있어요. 여러분은 어떻게 한 해를 보내고 계신가요?

휴식기를 갖는 동안 강화유니버스의 친구들은 건강한 2023년을 보내기 위해 맛있는 것을 챙겨 먹고, 명상을 하거나 운동을 하며 나의 그릇을 키우고, 일과 삶에 영감을 주는 탐방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탐방을 가서 다양한 사례를 보며 강화유니버스의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었는데요. 여러분과도 그 상상력을 나누기 위해, 오늘은 우리의 일본 탐방기를 소개해보려 합니다.

산골마을까지 와서 워케이션을 하거나 IT 기업들이 위성사무소를 내는 이유


오사카에서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3시간을 이동해 도착한 작은 시골 마을 가미야마.

가미야마는 1950년대 2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살았지만 2021년 5000여명으로 인구가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65세 이상 인구가 절반을 넘는(52.7%) 고령화 지역입니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을 한눈에 둘러보아도 오래된 시골 마을의 정취가 느껴졌는데요. 하지만 가미야마에는 IT기업 위성사무소가 넘쳐나고, 워케이션을 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여 숙소를 예약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수제화 가게, 로스터리 카페, 에어비앤비 등 젊고 개성 있는 상점도 마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고요. 최근엔 전국의 기업이 투자해 지역에 고등학교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육아하는 젊은 부부로 이루어진 20세대가 함께 사는 오노지 공유주택이 지어져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활기가 넘쳐납니다.

 

소멸해가는 지역에 어떻게 많은 IT기업이 들어오고, 청년과 청소년이 미래를 그리며 살아가게 되었을까요?

 

마을을 돌아보고, 사람들을 만나며 살펴본 바로는 단번에 이런 이주의 흐름이 시작된 건 아니었어요. 그 이면에는 바로 주민들이 이주민을 환대하는 분위기,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문화를 만드는 과정이 축적되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가미야마에 들어온 기업들은 ‘이곳에 있으면 뭔가 일어날 것 같다’는 가능성을 느꼈다고 하는데요. 가미야마에서는 20년 전부터 지역에 외국인 예술가를 초대해 다양한 창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주민이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외부의 청년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차곡차곡 쌓인 지역의 개방성과 다양성이 가미야마를 가능성이 느껴지는 마을로 느껴지게 해주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강화유니버스에 접속한 여러분에게도 반갑게 ‘안녕!’을 건네는 세계가 되고 싶어요. 낯선 세계에 접속해 굳어있는 마음이 따뜻하게 풀어질 수 있는 환대의 인사 말이에요. 가미야마를 둘러보며, 우리가 건네고 싶은 이 다정한 인사가 바로 마을에 새로운 흐름을 가지고 올 작은 나비가 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얻었답니다.

로컬에서는 위로 올라가는 삶이 아니라 전진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가미야마에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업을 쌓아가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바로 가미야마의 삼나무를 이용해 컵과 그릇을 만드는 ‘물방울 프로젝트’의 히로세 기요하루씨인데요.


한때 임업이 발달했던 가미야마에는 삼나무 인공림이 빽빽하게 펼쳐져 있지만, 현재에는 값싼 외국산 목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인공림이 방치되는 상황이 이르렀습니다. 이 방치된 인공림이 도리어 산의 토양을 상하게 하고 인근의 강을 메마르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데요.

도시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히로세씨는 가미야마에서 방치된 삼나무 숲에 관해 알게 되고, 삼나무 고유의 색과 나이테가 살아있는 컵과 그릇을 만드는 일에 골몰합니다. 환경에 관해 끝없이 공부하고, 지역의 장인과 전통 방식으로 나무를 깎아 제품을 만들고, 주민과 함께 프로젝트를 키워나간지 어언 10년. 삶과 업을 관통하는 단단한 방향성을 가진 히로세씨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도시에서는 위로 올라가는 삶이었다면, 여기에선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물방울 프로젝트를 설명할 때 매 순간 진심이 느껴졌던 히로세씨의 반짝이던 눈이 기억에 남습니다. 지역과 나의 가치관, 삶의 방향과 업을 일치시키며 긴 시간 애쓰고 정진했을 10년의 시간이 그가 빗어낸 삼나무 제품들만큼이나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가미야마에서의 히로시씨의 삶은, 우리가 강화유니버스에서 살고자 하는 모습과 닮아있었습니다.

살기 좋은 마을이 된다는 것은 사회적 약자가 살기 좋아진다는 것

탐방의 마지막 날, <로컬로 턴!>의 저자 우치다 타츠루선생님의 강연을 듣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일본의 교육자이자 사상가인 우치다 선생님은 성장을 지향하는 자본주의가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고 보며, 새로운 사회를 준비해야 할 필요를 역설하였습니다.


우치다 선생님은 도시의 속도와 경쟁의 논리가 아닌 대안적인 삶의 형태를 찾는다면 로컬은 그 답이 될 것이고, 특히 새로운 청년과 이주민을 받아줄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있는 곳에서 대안적 삶의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는데요. 선생님의 말 속에서 우리는  커뮤니티가 약자의 소리를 듣고, 약자가 중심에 있는 사회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내 것을 나누는 것을 아까워하고, 사회적 약자가 배제되는 상황이 심각해지는 사회에서 우리는 인간성을 잃어버리고 결국 내가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서게 되었을 때 그 사회에서 이탈돼 버릴 테니까요. 우치다 선생님은 어린 아이가 우물가에 위태롭게 서 있으면 재빨리 손을 뻗는 그 감각,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간성을 잃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강화유니버스는 다양한 이웃과 연결되어 함께 살아가고 싶은 세계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치다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앞으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 영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세계에선 서로가 서로에게 기꺼이 손을 뻗고, 그렇게 가장 약한 사람도 안전하게 함께 살 수 있는 곳이면 좋겠습니다. 거친 풍파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따뜻한 손을 잡으며 삶의 새로운 방향을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강화유니버스 속에서 연결된 이웃 여러분, 곧 봄이 완연해지겠지요.

저희는 여러분과 다정한 인사를 나누기 위해 설레고 분주한 준비를 하고 있답니다.

곧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즐거운 프로그램 소식을 가지고 올 테니 기다려주셔야 해요!


오랜만에 돌아온 강화쿠키레터 어땠나요?

마음에 와닿거나, 강화유니버스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부분이 생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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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강화쿠키레터는 격주 월요일 8시 발행됩니다.

그럼, 다음 레터로 인사해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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