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소프트의 직장 내 괴롭힘·성폭력 재판
 Season 6  vol 8. 💡2025.06. 20. ~ 2025.06.26.

유럽 최대 게임사의 성폭력
왜 같은 사람으로 인식했을까
국제도서전 관람 후기


입주자님 안녕하세요! 플랫팀 김서영 기자입니다.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날이 더워서 그런지 길에 사람이 없네요...🔥🔥 그렇지만 레터에는 신선하고 다정한 소식을 담았습니다. 시원하게 읽으러 가기~🔻🔻  



입주자님은 게임을 즐겨 하시나요? 게임을 좀 해봤다 하시는 분들은 유비소프트(Ubisoft)라는 게임 회사를 아실 텐데요. 저도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중 하나를 구매해 본 경험이 있어서 알고 있던 회사였어요. 유비소프트는 ‘어쌔신 크리드’를 비롯해 ‘저스트 댄스’, ‘아노(Anno)’ 시리즈 등을 만든 프랑스 회사로, 규모 면에서 유럽 최대 게임사로 꼽혀요.

유비소프트 전직 고위급 관계자 3명이 이달 초 프랑스 법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성폭력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증언한 가해 행위는 상당히 충격적인데요. 특히 에디토리얼·크리에이티브 서비스 부문 부사장이었던 토미 프랑수아의 행위가 참 심각합니다. 프랑수아는 치마를 입은 직원에게 물구나무서기를 시키고, 의자에 묶은 채로 엘리베이터에 태우고, 얼굴에 사인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강제로 키스하고, 나체를 보여주는 등의 행위를 한 혐의를 받습니다. 다른 둘 역시 직원들을 위협하고, 공공연히 성적인 발언을 한 혐의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부사장, 이인자로 꼽혔던 최고 책임자, 디렉터 등의 높은 직급이었기 때문에 피해자가 저항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가해자들은 혐의를 부인했고 선고는 다음 달 초에 나올 예정이에요. 프랑스에서는 검사가 구형할 때 집행유예를 구형하는 것도 가능해, 일단 3명 중 2명에게는 징역형·집행유예가 구형됐어요.

게임업계는 예전부터 여성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의 문제 등으로 지적을 많이 받았습니다. 유비소프트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이 정도로 심각한 일이 약 10년 동안 이어진 건 게임업계가 단순히 남초 업계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 같아요. “일을 크게 키우지 말라고 했다”, 분위기가 “남성 전용 클럽” 같았다 등의 진술로 짐작했을 때 조직 문화 자체가 병들어 있었던 것 아닐까 싶어요. 그러니 결국 피해자들이 폭로하는 형태로 문제가 터진 것이고요.

이런 기사를 쓸 때 참 고민이 많습니다. 특히 이번 기사의 경우에는 제목을 붙이는 게 어려웠는데요. 행위를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건 당연히 안 되는데, 그렇다고 아예 넣지 않으면 제목을 구성할 수가 없었거든요. 결국 기사 본문에 언급된 가해 행위 중(참 많죠😥) 상대적으로 덜 선정적인 것을 골라서 넣었어요. 드라이하게 전달한다 해도 범죄 행위는 그 자체가 주는 충격 탓에 더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톤 조절이 항상 어렵습니다.


황경상 데이터저널리즘팀장의 칼럼입니다.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은 파이썬 프로그램으로 대선 후보 토론 영상을 분석해 후보별로 얼마나 많은 단독 샷을 받았는지 분석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뜻밖의 오류 아닌 오류(?)가 있었다고 합니다.

후보 2~3명이 연속으로 단독 샷을 받는 장면이 나왔는데 이때 후보를 구분하지 않고 한 사람으로 인식했다는 것인데요. 알아보니 그 이유는 프로그램이 보기에 4명의 후보가 구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램 작동 원리 상 화면의 색상 변화를 추적해 장면 변환을 감지하는데, 후보 4명 모두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색의 정장을 입고 나온 남성들이었고 윤곽도 비슷했어요. 유일한 차이는 넥타이 색깔뿐이었는데 이것은 프로그램이 보기에 눈에 띄는 차이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칼럼은 이 대목에서 “이 오류 아닌 오류로, 숨 가쁘게 흘러간 대선 과정에서 그다지 주목받지도 알아채지도 못했던 사실 하나가 떠올랐다. 여성 대통령 후보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만약 여성 후보가 있었다면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심상정 전 의원이 그랬듯 남성 후보와는 다른 색, 다른 헤어스타일, 다른 의상을 썼을 것이고 그렇다면 프로그램도 후보 장면이 바뀔 때 더 잘 포착했으리라는 것이죠.

황경상 팀장은 “성평등 문제가 대체로 이렇다. 너무나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탓에 문제 자체가 눈에 잘 보이지 않고, 문제 제기조차 쉽지 않다. 엊그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출범식에 남성만 쭉 늘어서 있는 모습도 누군가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일 것”이라고 썼습니다. 이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에 의문을 품게 하는 힘은 페미니즘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요.


지난 14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우정국로 일대에서 제26회 서울퀴어퍼레이드(퀴퍼)가 열렸습니다. 올해 슬로건은 “우리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였는데요. 언론노조도 올해 처음으로 퀴퍼에 부스를 냈습니다. 남지원 플랫팀장도 이날 부스를 지켰다고 해요.

2017년부터 서울 퀴퍼에 참가해 오던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에 결국 불참했습니다. 대신 ‘인권위 앨라이(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 모임’이 부스를 지켰어요. 안창호 인권위원장이 이끄는 인권위는 ‘동성애 반대 집회’와 퀴퍼 중 한쪽만 참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끝내 오지 않았습니다. 현장에는 안창호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포스트잇이 붙었습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이들은 생활동반자법, 차별금지법 등을 촉구했습니다. 김은지씨(29)와 함께 생활동반자 신고서를 낸 지구(24·활동명)는 “응급실에 가야 하는데 보호자가 없을 수 있는 상황이 어떻게 시급하지 않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죽을 때 애인이 ‘보호자’가 아니라서 들어오지 못하고, 마지막 말도 전달하지 못한다는 상상을 하면 끔찍하다”고 했어요. 정치권이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을 위해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주 플랫한 문화생활은 한층 생생합니다! 플랫팀 이아름 기자와 이성현 인턴기자가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거든요. 이성현 인턴기자가 쓴 후기를 입주자님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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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서울국제도서전 


지난 18일 🧵2025 서울국제도서전이 개막했어요. 저도 첫날에 다녀왔답니다.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2년 전보다 훨씬 붐벼서, 🧵‘텍스트힙’ 열풍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특히 눈에 띈 건 ‘소녀들’이었어요. (함께 다녀온 이아름 기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소녀’는 10대부터 40대를 지칭합니다) 책을 사랑하는 여성들의 반짝이는 눈을 바라보다가... “이 여자들을... 내 여자로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아무튼, 플랫이 더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는 말입니다😘 (사실 플랫팀은 올해 도서전에 부스를 내는 것을 아주 잠시 검토했던 적이 있습니다.. 올해는 여러 사정으로 무산되었는데 언젠가는 도서전에서 입주자님들을 만나 뵐 기회가 생길 수도!)


이번 도서전의 주빈국은 대만입니다. ‘대만감성’ 부스는 여섯 가지 테마(문학, 라이프스타일, 역사 등)로 구성돼 있었어요. 여권 모양의 종이에 도장을 모으는 이벤트도 있었는데, 여섯 개를 다 모으면 선물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아쉽게도 제가 갔을 땐 이미 전량 소진된 상태였어요. (흑흑)


그래도 부스를 돌며 대만 작가들을 새롭게 알게 돼 좋았습니다. 한국에 번역 출간된 책들도 전시돼 있어 한 권 한 권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그중 특히 기억에 남는 여성 작가 두 분을 소개할게요.


- 천쉐: 대만 퀴어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예요. 여성과 성소수자의 서사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1995년 발표한 첫 소설집 <악녀서>는 여성의 욕망과 사랑을 그렸는데요, 당시에는 여성 간 사랑에 대한 묘사가 지나치다는 이유로 대만 문단에서 크게 논란이 된 뒤 절판됐다고 해요. 2010년대에 복간되며 중화권 퀴어문학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2025년에는 한국에도 번역 출간됐습니다.


- 류즈위: 대만 페미니즘 문학을 이끄는 작가예요. 최근 소설집 <여신 뷔페>가 한국에 번역 출간됐어요. 이 제목은 ‘여권 뷔페’(여성이 사회적으로 유리한 것만 취하려 한다는 페미니즘 백래시 표현)을 다시 비튼 표현입니다. 회사, 가정, 사회 속 여성의 현실을 여덟 편의 단편으로 풀어냅니다. 특히 워킹맘, 신체 자기결정권, 언어폭력 등의 주제를 다뤘다고 해요.


사실 저도 대만 문학은 익숙하지 않았는데 흥미롭더라고요. 앞으로 천천히 더 읽어볼 생각입니다.


플랫 입주자님들 중에도 이번 도서전에 다녀오신 분 계신가요? 혹은 이번 주말에 방문하실 예정이신가요? 이번 도서전은 현장 판매가 없어서, 아쉽게 티켓을 놓치신 분도 계실 것 같아요😥 이미 다녀오신 분들은 어떤 부스가 가장 기억에 남으셨는지, 어떤 책이 눈에 들어왔는지 ‘뉴스레터 의견 남기기’로 이야기 나눠주세요. 혹시 좋아하는 대만 작가나 작품이 있다면 추천도 환영입니다!



🍦 <요가>, 에마뉘엘 카레르


입주자님들도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계시나요? 저는 요즘에 뉴스 보고, 일하고, 공부하고... 화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너무 길어졌어요. 그러다 어제는 눈이 충혈돼 따끔했는데요. 문득 자극에서 해방된 시간이 거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생각을 비워야지’ 다짐은 늘 하지만, 막상 실천은 어렵죠. (사실 다짐 자체를 하지 않아야 하는데, ‘다짐하지 말기’로 다짐했다가, 다시 그 다짐하지 말기로 했다가... 무한루프.)


그런 저에게 요가는 ‘비움’에 가장 가까운 시간이에요. 요가매트 위에서는 지금의 나만 존재하죠. 과거에 얽매이거나 미래를 걱정하느라 불안했던 마음이, 현재로 돌아오는 순간이에요.


저는 ‘파스치모타나사나(앉은 전굴자세)’를 좋아하는데요. 다리를 앞으로 뻗고 상체를 숙일 때, 제 몸과 대화를 나눠요. “더 내려갈 수 있어? 오늘은 아니야?”하면서요. 그때는 외부의 기준보다 내 안의 리듬이 더 크게 들려요.


에마뉘엘 카레르의 <요가>도 그런 순간을 다룬 책이에요. 작가는 ‘요가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 명상 수련회(비파사나)에 참가해요. 하지만 생각을 흘려보내야 하는 명상과, 생각을 붙잡는 글쓰기는 반대잖아요. 작가는 그 틈에서 요가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차곡차곡 쌓아나갑니다. 그에게 요가는 ‘판단하지 않는 태도’이기도, ‘순순히 받아들이는 마음’이기도 해요.


‘스포츠가 있는 플랫’ 첫 번째 프로그램도 요가입니다. 요가가 처음인 분도, 익숙하신 분도 환영입니다. 매트 위에서 나를 마주하는 시간, 플랫과 함께해요. 아직 자리가 남아 있으니, 관심 있는 입주자님들은 신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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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는 글 중에 가장 좋아요

👤매주 금요일 아침, 출근하면 가장 먼저 메일함을 열고 있습니다. 매번 필요한 이야기를 잘 정리해서 올려주신 덕에 많이 배워가요. 감사합니다:)

👤존중의 태도가 많이 사라졌다는 말씀 정말 동의합니다. 나와 다른 의견을 나를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확실히 전보다 강해진 것 같아요. 작은 비판도 무시하지 못하고 크게 충돌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도 탄핵 정국을 지나며 새로운 공론장을 확인한 것은 정말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통과가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러기에는 지금 내란 세력과 그 지지자들이 너무 큰 위협이어서 (여당이 그럴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여당 주도로 법안을 통과시켰을 경우 후폭풍으로 다시 내란 세력이 다음 정권을 잡는 일이 생겨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조금은 있어요. 반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야말로 지금 대한민국의 분열을 해소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저 모두가 함께 평등하게 살자는 건데 그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습니다.

👀 From.Flat

📣 다음 주 화요일(6월24일)에는 [플랫온리] 인터뷰 시리즈 [여자, 언니, 선배들]의 두번째편이 찾아옵니다. 저번에 살짝 힌트 드렸듯이 K팝 팬덤에선 이미 잘 알려진 분이에요. 아마 입주자님도 알고 계실 수도...? 여성이 진입하기도 살아남기도 힘든 업계에서 버틴 당사자로서 다른 누군가의 ‘레퍼런스’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다음 주 화요일 메일함을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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