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투르뇌르는 RKO 스튜디오에서 프로듀서 발 류튼과 만든 저예산 공포영화들로 가장 잘 알려져있는 영화감독입니다. 그의 연출 스타일은 알프레드 히치콕, 하워드 혹스같은 대중적인 감독들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으며 그의 영화들은 "컬트"라는 단어와 함께 자주 등장합니다. 하지만 투르뇌르가 만든 B무비들이 저예산이고 컬트 영화로 여겨진다고 해서 거칠다거나 투박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그의 영화들은 "우아"하고 "섬세"하다고 곧잘 묘사됩니다. 투르뇌르가 발 류튼과 만든 세개의 영화, <캣 피플>(1942), <표범 인간>(1943), 그리고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1944)는 <언더 더 스킨>(2013)이나 <큐어>(1997)와 같은 지금의 아트하우스 호러 장르 영화들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투르뇌르가 발 류튼과 만든 공포영화들은 1930년대의 공포영화들과는 스타일에 차이가 있었는데요, 1930년대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드라큘라>(1931), <프랑켄슈타인>(1931), <미이라>(1932)와 같은 고전 몬스터 영화들이 제작되며 '공포 영화'라는 장르가 산업화되었던 시기로 해당 장르에 매우 중요한 시기였고 특수 효과와 다양한 코스튬들이 사용되었습니다. 반면 1940년대의 투르뇌르의 공포영화들은 저예산인만큼 특수효과를 활용하기보다는 암시와 분위기의 연출을 통해 관객들에게 심리적 불안감을 일으키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에 따라 투르뇌르의 공포영화들에서는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관객들의 상상에 맡김으로서 효과적으로 큰 공포를 느끼게끔 만들었습니다. 투르뇌르의 연출은 당시 '공포 영화' 장르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투르뇌르는 공포영화 이외에도 서부 영화, 모험 영화, 느와르 영화와 같은 장르 영화들을 다양하게 만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오늘 소개할 <과거로부터>(1947)는 현재 느와르 장르의 마스터피스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또한 <과거로부터>(1947)에 나온 팜므 파탈 캐릭터인 캐시 모팻은 최고의 팜므 파탈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