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동물권 뉴스레터
2024.02.21 | Vol.69
수요일 아침, 띵캣과 함께 하는 고양이 생각!
안녕하세요, 길고양이 & 동물권 뉴스레터 '띵캣'입니다.

이번 주는 캣뉴스 두 편을 보내드려요. 첫 꼭지는 문화재청이 을숙도에 내린 길고양이 급식소 철거 명령과 더불어 일 년 전 마라도에서 반출된 45마리 길고양이의 근황 소식입니다. 두 번째 꼭지는 동물권 이야기입니다. 푸바오를 중국에 돌려보내야하는 현실 앞에서, 동물을 사랑하는 동시에 유희 목적으로 소비하는 인간의 모순을 짚어봅니다.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여러모로 짚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

우리가 정말 보호하고 지켜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글. 에디터 쏭

급식소를 이용하는 을숙도 길고양이 (출처: 오마이뉴스[청사포 고양이 페이스북])


일 년 전, 마라도 길고양이 이주 문제를 기억하시나요? 마라도에서 제주도로 이주한 고양이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나 비슷한 상황의 부산 을숙도 고양이 급식소 철거 명령으로부터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을숙도 고양이 급식소 철거 놓고 문화재청-동물단체 평행선

문화재청이 부산 사하구 을숙도에 서식하는 길고양이를 위한 급식소를 철거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에 동물보호단체와 을숙도에서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자들이 맞서고 있습니다. 을숙도는 봄이면 철새 50여 종이 찾는 철새 도래지라는 것이 그 이유인데요. 을숙도는 천연기념물 제179호 ‘낙동강 하류 철새 도래지'에 포함된 섬으로, 섬 전체가 문화재 보호구역입니다. 


📄"을숙도 길고양이와 공존해야" 1만5천 명 서명

📄마라도 이어 을숙도 길고양이 '퇴출 명령'에 시끌…'공존 대책' 없나

국내 동물보호단체는 해당 명령이 새의 개체수가 줄어드는 이유에 대한 실태 조사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며 반박 성명을 낸 상태입니다. 급식소를 철거하면 습지인 보전지구 쪽으로 길고양이들이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실태조사가 없었다고 인정했고, 전문가들은 고양이들을 섬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새를 보호하는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을숙도 내 길고양이는 2016년 200여 마리였는데, 중성화 수술로 2024년 을숙도에 남은 길고양이는 70마리 남짓입니다. 

‘을숙도 길고양이 중성화 급식소 사업’ 공청회 모습 (출처: 한국일보[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


지난해 2023년 3월 3일 마라도에서 내보낸 길고양이 45마리는 지금 어떤 상황일까요?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보호를 위해 마라도에서 반출된 고양이는 현재 18마리가 입양되고, 27마리는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내 임시보호시설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인간에 경계심이 높은 고양이들은 아직 입양을 가지 못한 상황이지만,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는 사진전, 공연, SNS 등을 통해 입양 홍보 활동을 통해 입양 가족과 소통하고, 적극적으로 입양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보호소내 고양이들은 겨울 맞이 건강검진을 받는 등 안전하게 보호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길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의 주거지 이전은 인간의 개발, 혹은 특정 개체 보호 등을 이유로 발생할 문제일 겁니다.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는 동물인데, 사람들의 민원에 의해 갑자기 배제해야 하는 존재로 규정하는 점이 문제"라고 말합니다. 

겨울 맞이 건강검진 중인 마라도 출신 길고양이 (출처: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


철새를 보호하고, 문화재보호구역을 지정하려는 노력도 인간의 시선과 가치에 따른 문제 해결 방식입니다. 함께 살아가는 존재를 존중하고 공존을 위한 방안을 계속해서 모색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일환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 중 하나는, 눈과 귀를 열어두고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거나 반하는 것들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정말 보호하고 지켜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푸바오를 사랑하고, 동물원에 반대합니다
글. 에디터 쑤
푸바오, 좋아하세요?

저는 좋아합니다. 그 능청스럽고 엉뚱한 매력에, 가족과 사육사를 향한 애정을 숨기지 못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귀여운 이 동물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런데, 푸바오와의 행복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워싱턴 조약*에 따라 현존하는 모든 판다는 중국의 '소유'거든요. 푸바오는 아빠 러바오와 엄마 아이바오가 한국에서 낳은, 어엿한 한국의 시민(?)이지만 소유권은 중국 정부에 있죠. 푸바오의 의사와 상관없이, 성체가 되면 중국 쓰촨성의 자이언트판다보전연구센터로 돌아가야 하는 운명입니다. 반환 시점은 올해 4월이고,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푸바오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은 3월 3일이에요.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교역에 관한 국제 협약(1983)

최근 에버랜드 공식 인스타그램은 푸바오의 사진과 함께 “3월 1일 ~ 3월 3일은 하루 종일 만날 수 있어요!”라고 알렸습니다. 판다월드의 판다들은 근무 시간이 정해져있어요. 러바오는 풀타임 근무, 아이바오는 오전, 푸바오는 아이바오와 교대해 오후에 관람객들을 만나는 식이죠. 푸바오를 마지막으로 보고싶어할 사람들을 위해 푸바오의 노출 시간을 늘리겠다는 이야기예요. 그런데, 우리는 정말 푸바오를 '만나는' 걸까요?
출처: 에버랜드 공식 인스타그램

푸바오의 영상을 찾아보다 충격에 빠진 날이 있었어요. 귀엽고 발랄한 배경음악으로 덮이지 않은, 날것의 현장음이 담긴 영상을 본 거예요. 푸바오가 실제로 듣고 생활하는 판다월드의 진짜 소리였죠. 푸바오를 '만나러' 온 사람들이 내는 소리요.

야외처럼 보이는 판다월드는 사실 천장이 높고 나무와 풀, 바위로 꾸며진 엄연한 실내예요. 체육관이나 수영장에서 으레 그렇듯, 갇힌 공간에서 나는 소리들은 크게 울리죠. 관객들의 웅성거리는 말소리, 귀여워 어쩔 줄 모르는 탄성들이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소음에 민감한 판다가 놀랄 수 있으니 조용히 해달라는 안내가 곳곳에 붙어있지만 푸바오의 행동 하나하나에 터져나오는 환호가 온전히 제어되진 않아요. 영상을 보는 내내 뇌가 아팠습니다. 푸바오를 보며 즐거워했던 나의 모든 시간이 미안해졌어요. '만남'이라는 예쁜 말로 아무리 포장해도, 우리 인간들은 푸바오를 '구경'하러 갈 뿐입니다. 그게 동물원의 본질이고요.
출처: 에버랜드 판다월드 관람 시 촬영한 영상을 공유하는 유튜브채널 '에버쥬'
 
동물원을 소비하지 말자고 하면 "동물원이 동물을 보호하는 기능도 한다"는 등의 반박이 돌아오곤 합니다. 푸바오처럼, 인간의 시각에서 행복해보이는 동물의 모습이 대대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동물원 유용론에 매우 큰 힘을 실어주죠.

물론 푸바오는 한국에서 강바오, 송바오와 행복했을 거예요. 푸바오를 비롯해 모든 판다들을 정성으로 돌본 사육사님들의 진심을 의심하는 것이 아닙니다. 멸종위기종인 판다는 인간의 보호가 필요하고, 판다를 '대여'하는 중국의 정책 덕에 전세계가 한마음으로 판다의 보존을 위해 힘쓰고 있다는 것도 알아요.

다만, 그 과정에 당연하게 '전시'가 포함되는 건 철저히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입니다. 좋은 사육사들의 보호만 있다면 판다들은 지금과 같은, 혹은 그 이상의 행복과 안정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대중에 '직접' 보여지지 않고, 수많은 인간들의 사랑 고백을 '직접' 듣지 않아도 말이죠.
에버랜드에 비치된 푸바오 응원 배너 (출처: 연합뉴스 [에버랜드 제공])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푸바오. 중국으로 돌려보낼 생각을 하면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로 속절없이 애정을 쏟아버렸지만, 푸바오는 나의 모순을 끝없이 지적하는 따끔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푸바오를 이토록 사랑할 기회가 주어지는 현실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사랑하기 때문에 더욱 절실히 느끼니까요.

인간의 욕심을 위해 근무 시간이 늘어난 푸바오가 너무 피곤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왕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으니, 그들이 보내는 커다란 애정을 고스란히 안고 가길. 인간들의 이기심과 무지를 용서해주길. 한국말만 알아듣는 우리 푸바오가 중국에서도 좋은 대접을 받으며 내내 공주처럼 살아가길. 푸바오의 안녕을 진심을 다해 기원합니다. 푸바오를 사랑하기 때문에, 동물원에 반대합니다.
'동물보호법' 강화했지만…학대는 3년째 증가세
서울경제 | 장형임 기자
동물보호법을 위반해 검찰에 송치된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 2021년부터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 수준이 강화됐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범죄 예방 효과를 내기엔 충분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보기

[기자수첩] 떠돌이 고양이의 영역

투데이 신문 | 정인지 기자
최근 고양이 명칭 논란이 다시금 점화됐다. 환경부가 국립공원 등에서 야생동물에게 피해를 주는 들고양이를 안락사하는 지침을 유지하기로 하면서다. ... 사람의 주거지역에 함께 살아가는 길고양이와 달리 들고양이는 생태보호 지역에 거주하며 천연기념물 조류 등을 포식하므로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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