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텃밭을 가꾸고 있습니다. 말은 거창하게 들리지만 사실 페트병을 잘라 만든 자동급수 화분입니다. 몇 해 전 대파 가격이 급등하면서 직접 키워서 먹는 일명 ‘파테크’가 유행할 무렵 작은 화분 몇 개를 베란다에 들였는데, 소일삼아 재미를 붙이면서 미나리, 상추, 바질, 부추, 고추, 토마토 등으로 늘어났습니다.
딱히 손이 많이 가지 않는 데다 한번 수확하고 며칠 뒤면 금세 자라나니 얼마나 기특한지 모릅니다. 지난해에는 이상고온 탓인지 작물이 생각보다 빨리 커서 나눠 먹기 바빴답니다. 물론 결실이 보잘것없거나 병충해로 잎이 누렇게 변해서 애면글면할 때도 있었고요. 베란다 텃밭도 이러한데 생업이라면 어떨지, 머리로는 알아도 몸으로는 절대 실감하지 못했을 것을 깨닫는 요즘입니다. 땅에 뿌리내린 모든 생명은 자연의 영향을, 돌보는 손길을 정직하게 제 몸에 아로새기니까요.
작물을 가꾸어 먹으면서 마음도 한 뼘씩 자라는 것을 느낍니다. 키우는 즐거움, 수확하는 보람, 식탁을 차리는 행복,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까지 1석 4조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면서 말이죠. 이번 호 뉴스레터는 갓 딴 채소처럼 싱싱한 이야기들을 준비했습니다. 건강한 먹거리를 논할 때마다 로컬이나 제철이라는 단어와 함께 꼭 등장하는 팜 투 테이블 운동과 15분 도시 제주 도민참여단 워크숍 등 다채로운 소식을 만나보세요. 그 안에 담긴 제주다운 삶의 가치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