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20대를 보내고 결혼한 뒤 30대에 충북으로 오게 되었어요.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저를 위해 '동물은 동물일 뿐'이라 말하던 남편이 고양이 한 마리를 냥줍해 왔어요. 회사 농장에서 어미 잃고 빽빽 우는 고등어 태비 아기 고양이었고, 첫째 고양이 토르가 되었습니다.

도도는 제가 쉬고 있던 어느 날 우연히 만났어요. 초등학생 여러 명이 "도도야~ 도도야"라고 부르며 고양이 한 마리를 손 태우고 있더라고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산책로라 신경이 쓰였고, 상황을 살펴보니 애교가 엄청 많은 임신한 고양이였어요. 

배만 보았을 때는 만삭인 것 같았고, 초등학생들이 알뜰살뜰 챙겨주고 있었죠. 하지만 산책로 주변에 도도를 위한 박스, 사료 비닐, 캔들이 굴러다니고 있었기에, 조만간 민원이 들어갈 걸로 보였습니다.

다음날 비까지 내리기에 남편에게 선전포고했습니다. "나 지금 도도를 찾으러 갈 건데 내 눈앞에 나타나 순순히 이동장에 들어온다면 출산 때까지 임보할 생각이고, 오늘 만나지 못하면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라고요. 산책로로 갔더니 도도가 제 눈앞에 나타났고, 이동장으로 스스로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임보가 시작된 거죠. 

만삭처럼 보였으나 병원에서는 배속에 8마리 아기가 있어서 그렇게 보인 거라며, 임신 초기라고 하셨어요. 출산하고 아기 고양이들을 케어하다 보니 오랜 기간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도도의 새끼 8마리는 모두 입양 보냈고, 도도는 길에 방사하려 했는데 그게 되나요🤣🤣 도도는 우리 집 둘째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당근에 올라온 글을 보았어요. 가족을 찾는 글이었는데, 품종묘로 보이는 고양이의 모습이 정말 처참해 보였죠. "누구든 나 좀 구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예전이었으면 구조부터 하고 뒷일을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아기 집사가 태어났고 제가 일을 쉬고 있었기에 여러모로 환경이 달라진 상태였어요. 잠시 고민하다가 남편에게 사진 한 장을 보냈습니다. "나 이 아이 구조하고 싶다"라고 말했죠. 남편은 고민 없이 "구조하러 가자"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본 퐁이의 모습은 더 심각했어요. 당근에 글을 처음 올리신 분은 "어느 날 갑자기 동네에 나타난 고양이"라고 말했죠. 미용이 되어 있는 걸 보니 유기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동물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해보니 심장사상충과 고양이 면역부전 바이러스(FIV), 고양이 백혈병 바이러스(Felv)는 다행히 음성이었으나, 피부염, 구내염, 치주염, 외이도염, 결막염까지 종합 질병 세트였습니다.

처음에는 힘이 없었는지 목욕도 수월하게 했고, 병원도 데리고 다녔지만...잘 먹고 잘 자며 컨디션을 회복한 퐁이는 헤드번팅도 하며 먼저 다가오면서도 성깔이 장난 아니게(?) 변했어요. 병원에 가기 위해 이동장에 넣으려 하면 완전히 흥분해 패닉 직전이더라고요. 조금 밀어붙였더니 오줌까지 싸며 구석에 숨어 하루 꼬박 곡기를 끊고요. 결국 다음을 기약하며 이동장에 익숙해지도록 연습부터 했습니다.

현재 퐁이는 무사히 동물병원을 방문해 중성화 수술을 마쳤고, 구내염 주사도 맞아 통증이 줄었는지 애교가 폭발했어요. 토르와 도도와 합사도 진행 중인데, 트러블도 없어서 안심하는 중입니다. 

도도가 낳은 8남매 아깽이들을 모두 입양 보낸 날이 생각나요.

아무것도 모르는 두 달 된 새끼 고양이들이 해맑게 뛰어노는데, 엄청 슬펐습니다. 곧 있으면 엄마 고양이 도도와 헤어져야 하지만 그저 신나 뛰어다니던 아깽이들의 천진함을 잊지 못해요. 도도에게 "너의 자식들까지 다 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라고 얼마나 말했는지..마음이 참 슬프더라고요.

둘째 고양이 도도에게 유난히 마음이 쓰여서, 도도에게 편지를 남기고 싶어요. 

고양이 도도에게, 작년에 그렇게 슬퍼해 놓고선 잘 지내는 너를 보니 그새 아픈 환묘라는걸 잊고 지냈어. 초음파로 보았을 때는 낭종이 커서 무서웠지만, 혈액검사 결과는 3년 동안 좋았기에 믿었나 봐. 1년 사이 '우리가 너의 나이를 잘못 알고 있나' 착각이 들 정도의 진행 속도로 신장 기능을 잃어가고 있대. PKD와 신부전은 달라서 크게 의미는 없지만, 신부전 1기도 아닌 수치였다가 갑자기 중증 신부전까지 와있다는 게 말이 되니?

길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예쁨 받으며 자유롭게 살던 너였는데, 내가 도와준답시고 데리고 와서는 너를 행복하게 해준 게 맞을까. 사람만 보면 달려 나와서 마중하던 고양이가 집고양이 4년 차에 낯선 사람만 오면 화장실 뒤에 숨어 두려움에 떠는 고양이가 되어버렸는데, 나 잘한 거 맞을까. 1년 사이 너에게 무슨 스트레스가 있었을까. 조금이라도 넓은 공간을 선물해 주고 싶어서 이사한 게 너에게는 스트레스였을까?

도도야, 나는 병원 다녀온 날 만 아니면 네가 얼마나 아픈 고양이인지 자꾸 잊어버리곤 해. 잘 먹고 잘 놀다가 햇살 샤워 받으며 뒹구는 넌데, 그러다가 눈 마주치면 "냥" 하고 내 품에 달려오는 넌데 어떻게 아픈 고양이라고 인지하겠니. 수의사 선생님께서 너와 함께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대. 나는 당장 너를 잃을까 봐 많이 무서워.

우리 그냥 지금처럼 살자. 냥차반 토르 오빠랑 놀면서, 아빠랑 엄마랑 꼬맹이랑 그렇게 계속 함께 있자. 우리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아보자. 응? 사랑해 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