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이 대학로를 산책하던 유령이. 타오르는 불길보다 더 뜨거운 사명감을 가진 영웅들을 만났다는데!
👻: 오늘은 요즘 대학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조선시대 소방관, 멸화군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령~ 뮤지컬 <멸화군>의 40% 할인 티켓도 준비했어령!

▲ 뮤지컬 <멸화군>, 중림과 멸화군 대원들
불을 멸하는 자, 멸화군 🧯🔥 
때는 바야흐로 세조 13년, 한양도성에서 유례없는 대화재가 발생해요. 금화 대장 ‘중림’은 화재에 휩쓸린 백성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하를 잃고 말았죠. 중림은 다시는 이런 참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금화군을 멸화군으로 개편해달라 간청했고, 세조는 이를 허락했어요. 그렇게 화재 발생 시에만 투입됐던 예비 조직 금화군은 모든 소방 업무를 총괄하는 조선시대의 소방관 멸화군이 되었죠. 한편, 대화재 때 금화군이었던 친형을 잃고 중림에게 구해진 ‘천수’는 멸화군이 되기를 꿈꿔요. 이후 멸화군 시험에 합격한 천수는 중림과 함께 화재를 진압하러 다니기 시작하죠. 대화재 이후로 계속되는 연쇄 방화. 과연 천수와 중림은 연쇄 방화에 종지부를 찍고 한양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 뮤지컬 <멸화군>, 대화재
여기까지가 바로 조선시대 소방관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멸화군>의 줄거리에요. 주인공이 소방관인만큼 그들의 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겠죠. 대원 ‘칠복’은 화재를 진압하는 멸화군이 불이 날 때만 영웅으로 대접받고, 평소에는 혈세만 받아먹는 사람처럼 여겨진다며 불평하기도 해요. 대장인 중림은 대화재 때 눈앞에서 부하들이 불에 타는 모습을 보고는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죠. 신입인 천수는 멸화군에 대해 가졌던 환상과는 전혀 다른 실상을 마주해요. 적나라한 현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에 밝혀지는 엄청난 반전 속에는 작품 전체와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 천수와 중림이 꼭 연쇄 방화의 범인을 잡고 불을 멸했으면 좋겠어령! 그런데 이 작품,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면서령?!

▲ 뮤지컬 <멸화군>, 중림
뿌리 깊은 소방 🌳
멸화군은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 소방기관으로서 세종 8년에 금화도감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창설됐어요. 당시 한양의 관청인 한성부에서 불이 났는데, 대화재로 번져 큰 피해가 났거든요. 이후 수성금화도감으로 개편되는 등의 과정을 거치다가, 세조 13년에 사옹원*에서 난 불이 또 한 번 한양도성으로 크게 번진 것을 계기로 정규 조직인 멸화군으로 개편되었죠. 이가 바로 뮤지컬 <멸화군>의 실제 배경이라고!

*사옹원 : 임금과 궁궐 내부의 식사를 담당하는 곳

멸화군은 50명의 군인으로 구성되었는데요, 도끼, 쇠갈고리, 동아줄, 물에 적신 천을 여럿 묶어둔 장대 등을 소방장비로 사용했어요. 그들은 화재 진압뿐 아니라, 야간에는 한양도성을 순찰했고 2층 높이의 종탑에서 화재를 감시하며 화재 경보를 울리는 등의 업무도 담당했죠. 이와 같은 조선시대 멸화군의 소방 장비와 활동은 모두 뮤지컬 <멸화군>에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이처럼 멸화군은 여러 방면으로 활약하며 한양을 지켰지만, 인조 15년에 이르러서는 “쓸데없는 관청”이라며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어요. 그 뒤로 전문적인 소방 전담 기구는 개항 이후 서양식 장비와 기구가 들어온 후에야 생겼다고.
 
👻: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기관을 쓸데없는 관청이라 여기다니 너무해령 😢 그런데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여전한 소방관의 고충을 다룬 문학 작품이 있다는데령?

▲ 소설 <빗살무늬토기의 추억>출처: 문학동네
소방수(水)에 가린 눈물 👨‍🚒💧
그건 바로 대작가 김훈의 소설 <빗살무늬토기의 추억>! 이 작품의 주인공인 ‘나’는 어느 소방서의 서장이에요. '나'는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 직업을 전전했던 ‘장철민’관창수*로 받아주었지만, 장철민은 화재 진압 과정에서 죽고 말았죠. 그리고 며칠 뒤, ‘나’는 장철민이 한 호텔 화재에서 구했던 ‘김복희’투신자살 소식을 듣게 돼요. ‘나’는 그들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조사를 시작하죠. 그러던 중 호텔 화재 당시 김복희가 보살피던 709호 투숙객이 500만원을 잃어버렸음을 알게 되지만, 시각장애인인 김복희가 훔쳤을 리는 없다는 판단을 내려요. 그러나 진실은 김복희가 범인이었고, 장철민은 그녀가 훔친 돈으로 아파트의 잔금을 지불하는 것을 도왔다고! 

*관창수 : 소방호스의 맨 끝에 달린 관창을 붙잡고 물을 분사하는 소방수

이야기의 끝에서 ‘나’는 깨달아요. 빗살무늬토기밥솥으로 변할 정도로 문명은 발전했지만, 그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 여전히 사람은 살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고, 과 기술을 가지지 못한 자는 결국 문명에 지배당하며 또 다른 장철민과 김복희로 살아간다는 거죠. 김훈은 이 작품울 통해 고도의 문명 발전에도 불구하고, 돈이 없는 현대인은 생계 자체가 어려워지는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요.

김훈은 47세의 나이에 첫 장편 소설 <빗살무늬토기의 추억>으로 등단했는데요, 여기에는 소방관에 대한 그의 남다른 애정이 담겨있어요. 6.25 전쟁으로 황폐해진 서울에서 어린 소년이었던 김훈에게 안정감을 주었던 것은 다름 아닌 소방서의 망루*였거든요. 그 때문인지 그는 한때 소방관을 꿈꾸는가 하면, 사회부 기자 시절에는 여러 화재사건 현장을 취재했죠. 또, 남몰래 순직 소방관들의 빈소를 찾거나 유가족에게 조의금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망루 : 적이나 주위를 살피기 위하여 높이 지은 다락집 

 👻: 소방관님들의 희생과 헌신에는 아무리 감사해도 모자란 것 같아령! 작가 김훈은 어떤 사람인가령?

▲ 작가 김훈, 출처 : LTI Korea
48년생 해방둥이 🎂
광복 후 채 3년이 지나지 않은 1948년 5월 5일의 어린이날, 서울 북촌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어요. 훗날 대단한 작가가 될 이 아이의 이름은 바로 김훈! 하지만 그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발발했죠. 어린아이였던 김훈은 전쟁의 포화 속에 까맣게 불타버린 서울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요. 서울 토박이로 살아가던 그는 아버지로부터 문장 수업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그의 아버지 김광주는 평생 무협소설*을 쓰던 작가였거든요. 하지만 당시에는 원고료라는 개념이 없었고, 가족들은 1년 동안 소설을 연재하는 대가로 쌀 한 가마를 받으며 배를 곯는 가난한 시절을 보내야 했죠. 그러던 어느 날 건강이 악화된 김훈의 아버지는 암 투병을 시작하는데요, 고등학생 김훈은 아버지가 누워서 불러주던 소설을 대신 적으며 문장력을 길렀다고.

*무협소설 : 무림이나 협객 등을 다루는 소설 장르

성인이 된 김훈은 한국일보 기자가 되었고, 문학기행과 수필도 연재하며 작가로서의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어요. 2003년 은퇴 이후 지금까지도 소설과 수필을 집필하며 작가 활동을 이어오고 있죠. 그의 작문은 화려하고 다채로운 문장으로 대중을 사로잡고자 했던 일반적인 작가와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김훈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어휘와 짧고 단순한 형식의 단문을 주로 사용했거든요. 작중 인물에 대해서도 절대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죠. 그런데도 그는 글을 아주 잘 꾸며서 깊은 절제미서정성을 보여주었어요. 이와 같은 그의 탁월한 표현력에 대해, 작가이자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은 김훈을 ‘어휘의 달인’이라고 평가했다고! 다만 기자 시절에 신군부 군사정권을 미화하는 기사를 작성하고, 인터뷰와 작품에서 성차별 등의 논란이 일기도 했다고.

👻: 꾸미지 않음으로써 꾸민다니, 생각만 해도 대단해령! 작가 김훈의 색깔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으로는 무엇이 있나령?
▲ 좌: 소설 <칼의 노래>, 출처: 문학동네 
      우: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출처: KBS
연어처럼 시대를 거슬러 오르는 작가 🐟
김훈의 가장 대중적인 작품들을 꼽자면 <칼의 노래><남한산성>이 있어요. 이 두 작품은 각각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과 영화 <남한산성>으로 각색될 정도로 대단한 성공을 거뒀죠.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는 난중일기*를 가공한 역사소설로, 이순신 장군이 계급과 권한을 내려놓고 말단 병사로서 흰옷을 입은 채 참전했던 순간부터 그가 전사했던 노량해전까지를 다뤘어요. (👻: 간결하고 담백한 무인의 문체로 쓰인 난중일기에 푹 빠진 김훈은 이때부터 특유의 간결한 문체를 사용하기 시작했대령!) 

김훈은 <칼의 노래>에서 주인공의 관점에서 생생하게 사건이 일어나는 1인칭 시점을 사용했는데요, 이를 통해 이순신의 인간적인 면모 고뇌를 조명했죠. 이에 더해 전장의 암담함, 정치권력의 폭력, 문무(文武)와 죽음에 대한 사색 등을 현대적으로 풀어내어 잊혀 가던 한자 문학의 매력을 알렸어요. 덕분에 소설 <칼의 노래>는 당시 이순신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작가 김훈에게 2001년 동인문학상을 안겨주기도 했다고.

*난중일기 : 충무공 이순신이 1592년부터 1598년까지 전장에 뛰어 든 약 7년 동안 쓴 일기

▲ 좌: 소설 <남한산성>, 출처: 학고재
           우: 영화 <남한산성>, 출처: 네이버 영화
김훈의 또 다른 대표작 <남한산성>은 1636년 발생한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청나라의 침략을 피해 남한산성에 고립된 인조와 그 신하들이 보낸 47일간의 이야기이죠. 나라와 백성을 위해서 청의 신하가 되자는 주화론의 최명길과 오랑캐의 신하가 될 바에는 명예롭게 죽자는 척화론의 김상헌의 설전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어요. 인조가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을 거듭하는 과정과 더불어, 끊임없이 펼쳐지는 전란에 처절한 고통을 겪는 백성들의 모습도 고스란히 담아냈죠. 

이 작품에서는 작가 김훈이 가진 허무하고 세속적인 인간관이 드러나기도 하는데요, 바로 인간은 세상의 굴레에 갇힌 채로 살아간다는 것! 이는 조정의 팽팽한 대립이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백성들은 전쟁으로 인해 쉼 없이 허덕이지만, 그들은 결국 어떻게든 살아감을 세밀하게 묘사한 것에서 관찰할 수 있다고.

👻: 오 마이 유령… 불멸의 이순신과 남한산성 모두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김훈 작가의 원작이었군령! 정말 놀라워령!
플롯 PICK 💎
뮤지컬 <멸화군> 40% 할인 이벤트

조선시대 소방관들의 범죄 추리 뮤지컬 <멸화군>. 과연 멸화군은 연쇄 방화로부터 한양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뒤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인지 궁금한 유령이 플로터는 뮤지컬 <멸화군>의 40% 할인권을 놓치지 마세요.  

✔️ 날짜 : 11월 23일(화) ~ 12월 5일(일) 
             *11월 28일 일요일 14시 공연 제외
✔️ 시간 : 화, 수, 금요일 20시 
              목요일 16시, 20시 
              토요일 15시, 19시 
              일요일 14시, 18시
✔️ 가격 : R석 66,000원 > 39,600원,
               S석 44,000원 > 26,400원 
             (플로터 할인 40% 적용가)
✔️ 장소 : 대학로 TOM 1관
*1인당 최대 4매 예매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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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T의 뮤지컬 관극 후기 🙋‍♂️
현대적 이미지를 가진 소방관이 조선시대와 결합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일상 속의 영들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음을 새삼스레 느꼈어요. 소방관에 대한 열악한 대우와 범죄 추리로 주제가 다소 무거워질 수 있는데도, 중간중간 심어져 있는 웃음 포인트에서는 모두가 웃지 않을 수 없었죠!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변화하는 인물들의 심리 묘사와 그에 딱 맞는 연기가 정말 일품이었답니다. 후반부에 드러나는 놀라운 반전 속에 담긴 메시지는 긴 여운생각거리를 남겨주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경사가 있는 무대 위를 뛰어다니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배우들의 노래 실력과 열정에 저는 반해버렸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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